시작부터 부슬부슬 비가 온다. 오늘 코스는 완전완전 순한맛 코스 엉뚱 사장님께서 타주시는 모닝커피로 숙취를 살짝 날려버리고 7시 30분쯤 느지막히 출발한다. 섬진강을 옆에 두고 걷는 길 그저 아름답다. 섬진강 줄기가 끝나면 다시 서시천을 끼고 벚꽃나무 길을 걷는다. 어쩌면 이렇게 편하고 예쁘지만 한참을 똑같을 수 있는지... 런닝머신 위를 걷고 있는 줄. 풍경이 안 바뀌니까. 그러다 걸려온 엉뚱 사장님의 전화. 친구 분인 새박사님이 어젯밤에 함께 참석하지 못했다며 오늘 우리에게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하셨단다. 괜찮다고 몇번을 사양해도 걷고 있는 곳으로 픽업을 오시겠다며 어디냐고 묻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오른쪽에는 서시천이 아까부터 흐르고 있었고 왼쪽에는 아까부터 온통 논이고 이 길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고 하니 논두렁길로 어여 빠져 나오라는데...
그냥 두 분만 맛있게 드세요. 호의만 감사히 받을게요. 언능 논두렁길로 빠져 나오랑께. 그럼 더 가다가 도로를 만나면 전화 드릴게요.
먼먼 길을 달려 또 픽업 오신 우리의 엉뚱 사장님. 식당에서 맛있는 산채 비빔밥을 먹고 나니 식당 밖에서 새박사님의 진가가 발휘된다. (Tv에 많이 나오신 분이시라는데...) 일단 앵무새 공연 인사하고 춤추고 월드컵 응원박수 치는 소리 내기..ㅋ 신기해. 그 다음은 풍선으로 이것 저것 만들기 나도 아이처럼 몰두해서 바라본다. 재주 많으신 분이 아닐 수 없다. 남은 걸음을 걸으며 생각해보니...엉뚱 사장님께서 굳이 먼길까지 픽업오시면서 점심 사주신다 고집 부리신 이유를 알 것같다. 친구이자 유명인인 새박사님의 재능까지 우리에게 좋은 걸 다 보여주시고 싶으셨던 그 마음.. 광양제철소로 출근 하시는 와중에도 그렇게까지 마음 써주신 우리 엉뚱 사장님. 처음부터 끝까지 참 좋으시다~~ 부인이 아기를 고생하며 낳는 걸 보시고 "임자가 아픈 꼴은 더 이상 못 보겄소. 아이는 그만 낳읍시다" 하셨던 최고의 로맨티스트 & 휴머니스트
종착점에 도착하니 오늘의 새로운 민박집 사장님이 픽업을 오셨다. 바로 앞집 민박집 주인장이시자 동네 한의원 사모님이자 마을 부녀회장님인 그녀가 어제 저녁을 같이 먹으며 자기네 민박이 더 좋다.하루 묵으면 픽업도 다 해주고 남원까지도 태워다 주시겠다고 하신다. 조건은 넘 좋은데 우리는 우리 민박집 엉뚱 사장님의 눈치가 보인다. 그러나 두 분은 정말 친하신 사이인지라 티격태격 하시면서 기분좋게 우리더러 한의원 민박집으로 가라 하신다. 그리하여 우리는 남한 3대 명당 중 하나인 오미마을서 무려 3박을 하게 된 것이다.
저녁은 우리의 새 민박집 사장님의 안내로, 40여분 거리의 순천 새우 특화거리까지 가서 새우 소금구이와 칼국수까지 맛있고 배불리 먹고 왔다. 우리 픽업과 저녁식당 안내까지 해주시느라 오늘 하루를 기꺼이 베풀어 주신 사장님께 고마울 따름이다.
이 마을은 정이 넘쳐나는 곳이다. 서로가 서로의 식사를 챙기고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도 스스럼 없이 반겨 주시고 조건 없이 도와주신다. 기억에 두고 두고 남을 마을..그리고 사람들...
첫댓글 무수히 많은 민박손님을 맞았을텐데~
스쳐가는 인연이였을텐데~
따스한 시골 인심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게 신기합니다.
오늘이 마지막 코스 걸으시는날이겠네요.
2분 참 멋있어요^^
기억에 두고 두고 남을 기분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아. ^^
오미마을이라
꼭 기억해둬야 겠네요
정이 넘처나고 더군다나 우리나라 3대 명당이라니 더욱 궁금하네요.
스쳐지나가는 길이라도 아니면 숙박 경험을 하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이라도 들러보고싶네요
기회 되면 꼭 가보세요. 마을도 예쁜데 사람들도 참 좋았답니다.~~
글이 넘 좋아요 ~~.
리턴 구간이면 이젠 거의 끝나 가는건가요? ^^
그나저나 왜케 다들 정이 넘쳐 보인데요 ~~
우리가 복이 많아서 그런가봐. 오늘 우리는 둘레길 완주했데이~~^^
남한 3대 명당이라~~
인터넷 검색하고
오미마을은 가봐야겠어요~~
마지막이 즐겁고 편한길이었으니
이번 여행의 고난은 다 잊혀지실 듯~
이제 완주한건가요?
축하합니다 ~^^
그동안 걸었던게 벌써 꿈결 같지만 암튼 완주했답니다~~^^ 회원님들 응원도 한몫 했어요.
지리산 둘레길 가게 되면 엉뚱사장님 꼭 뵙고 싶네요ㅎ
더위 때문에 힘들어도 좋은 추억으로 에너지 충전 제대로 하셨네요~^^
엉뚱 사장님 뵀을 때 자진해서 마늘 깐다고 하면 참 좋아하셔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