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 서포터즈 Fairplay = 이승민] 요즘 K-리그 경기장에 부쩍 외국인이 늘었다. K-리그의 재미는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 많은 외국인들은 자국에 응원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국에서 자신만의 '지역 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중 일부는 한국 축구에 매료되어 원래 자신의 팀보다도 한국의 '지역 팀'을 더 열렬히 응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진 출처 - 내셔널리그(http://www.n-league.net) 홈페이지
* 안녕하세요.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네. 제 이름은 찰리 로빈슨입니다. 2009년 8월에 부산에 정착해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함께 살고 있습니다. 부산 국제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 K-리그 팀 이외에 응원하는 팀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해주시겠어요?
제 첫사랑은 바로 런던 팀인 웨스트햄입니다. 어릴 때 보러 가서 속된 말로 ‘필이 꽂힌 거’죠. 제가 살던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팀은 바로 브라이튼이어서 그들을 따라 잉글랜드 전역을 돌아다니곤 했죠. 두 팀 모두 저에게 오랫동안 엄청난 고통과 좌절을 안겨준 팀들입니다. 때때로는 기쁨을 주기도 했지만요.
* 현재 부산에 살고 계신데, 특이하게 K-리그 팀인 부산 아이파크가 아니라 내셔널리그에 있는 부산교통공사 팀을 응원하신다고 들었어요. 부산 교통공사의 어떤 점이 더 매력적이었나요?
한번 부산 아이파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에 있는 많은 사람들은 축구 팬이 아니라 그저 놀러 나온 사람들 같이 보이더군요. 그냥 박물관이나 수족관에 갈 수도 있었는데 경기장에 온 사람들 같아 보였어요. 비록 부산교통공사 팬들의 수는 적지만, 정말로 클럽을 위하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은 구덕 운동장 근처에서 사는 것 같았어요. 한번은 그 사람 중 한 명에게 부산 아이파크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아시아드 종합 경기장이 너무 멀다고 얘기해서 깜짝 놀랬던 적이 있죠. 결국 전 그 사람에게 제가 매 경기마다 해운대에서 온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어요!
* 부산교통공사 팬이 된 이후로 삶에 뭔가 변화가 있었나요?
부산교통공사와 함께 하는 매 순간은 특별합니다. 한국 축구 팬들의 따뜻함, 친절함과 환대는 매번 놀라울 정도에요. 5살 된 아들과 거의 매 경기를 가는데요, 그 때마다 누군가 와서 제 아들에게 바나나나 초콜릿 같은 것들을 주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는 제게 술까지 주시더군요! 덕분에 한국에 와서 축구 경기를 보러 갈 때마다 술을 마실 수 밖에 없게 됐어요. 그 분들은 정말 거절하기 힘들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전 여느 잉글랜드 인처럼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도 없죠.
그리고 부산교통공사의 원정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의 다른 도시들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좋아요. 어디든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은 똑같이 다 친절하고, 한국이란 아름답고도 유서 깊은 나라를 구경하는 것도 정말 환상적인 경험입니다. 수원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곳이지만, 예산 같은 곳도 좋아합니다. (2008년 서산 오메가FC가 예산으로 연고이전하면서 충남 예산에서도 내셔널리그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만약 제가 부산 교통공사를 응원하지 않았더라면 예산에 가볼 수가 없었겠죠. 덕분에 한국에 대한 여러 경험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 부산교통공사를 응원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힘든 점이 있다면 부산교통공사 때문이 아니라 저 자신의 문제가 있죠. 가족이 있는 사람이 경기를 다 챙겨보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홈 경기를 별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집에서 할 일이 있기 때문에 원정 경기를 항상 가지는 못해요. 또한 금요일 저녁 경기도 갈 수가 없습니다. 금요일은 늦게까지 일하거든요. 7시 킥오프 전까지 경기장에 가기 힘듭니다. 올해에는 꼭 목포 원정을 가고 싶었는데 그 경기도 금요일이기 때문에 못 가게 됐죠.
창원시청과의 경기는 끔찍한 기억이지만 아이들은 신났다
* 부산교통공사를 본 이래 가장 기억나는 경기가 있었나요?
지난 시즌 창원시청과의 홈 경기를 꼽고 싶네요. 우리가 플레이오프를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경기였어요. 창원 팬들도 많이 왔고, 저도 제가 가르치는 25명의 학생과 함께 북을 치면서 응원을 했기 때문에 분위기도 좋았죠. 여러 번의 득점 기회를 놓친 후에, 한 골을 넣는 데 성공했어요. 그런데 경기가 끝나기 10분 전에 갑자기 창원시청에게 두 골을 허용하고 패배하고 말았어요. 플레이오프 진출희망은 산산조각 나버렸죠. 창원이 물론 강한 팀이긴 했지만 우리도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였거든요. 어쨌든 웨스트햄과 브라이튼을 응원하면서 경험했던 많은 경기들처럼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었죠.
* 부산교통공사에서 당신만의 ‘영웅’이 있다면요?
부산교통공사에는 제가 존경하는 많은 선수들이 있지만, 이 팀에서 제가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한 서포터입니다. 이 사람은 수원 근처에 살지만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부산교통공사의 매 경기를 보러 와요. 사실 그 사람에게는 아마 원정 경기가 더 홈 경기 같을 겁니다! 팀에 대한 헌신적인 사랑이 정말 대단하죠. 사람 자체도 굉장히 좋은 사람이에요. 제가 지난 시즌에 아이들을 데리고 경기에 오니까 머플러로 가득 찬 가방을 가져오더니 모든 아이들에게 부산교통공사 머플러를 나누어주셨죠. 굉장히 감명받았어요. 그 분과 이야기도 많이 했었습니다. 단연코 제 인생 내내 만나본 가장 멋진 서포터들 중 한 명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정말 전설과도 같은 분이에요.
* 혹시 싫어하는 팀이 있다면 알려주시겠어요?
창원시청입니다. 앞에서 말했던 그 경기 때문이죠. 그 팀만 아니었으면 작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을 거에요. 올해에는 새로 건립된 창원시축구센터에서 열리는 부산교통공사와 창원시청의 경기에 학생들과 함께 반드시 갈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지난번의 복수로 꼭 승리하여 3점을 가져왔으면 좋겠어요. 잉글랜드에서 가장 싫어하는 팀은 바로 밀월입니다.
* 참, ‘버스가 열차보다 낫지’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있는데요. 혹시 그게 부산교통공사와 인천 코레일간의 라이벌 관계를 가리키는 말인가요?
네, 사실 잉글랜드에서 자주 불리는 노래에요. "We all agree, Buses are better than trains!". 보통 버스와 열차라는 말이 들어갈 자리에 선수 이름을 넣어서 부르는 노래죠.
* 관련 자료 - 오른쪽 버튼 누르고 '새 창에서 열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맨유가 잉글랜드 국가대표보다 낫지!"라고 노래를 부른다
* 부산시청이 부산교통공사를 잘 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정치적인 것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조금 힘드네요. 일단 좋은 경기장과 시설을 쓰게 해준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한가지 다른얘기를 하자면, 부산교통공사에 대한 광고가 전혀 없어요. 구덕운동장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경기장을 찾을 겁니다.
올 초 예산 원정에서 '영웅'과 함께
* 잉글랜드와 달리 한국 축구에는 승격/강등제도가 없는데요. 반드시 승강제를 도입해야만 할까요? 만약 도입할 경우 한국 축구에 대해 어떤 영향을 끼칠까요?
왜 한국에서 승강제가 실시되지 않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리그 간의 재정적인 격차가 커서 승격된 팀들이 재정적으로 살아남기 힘들기 때문이죠. 사실 저에겐 굉장히 낯설어요. 잉글랜드에서는 승강제가 리그 시스템의 필수 운용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비단 4개의 프로 리그(프리미어리그-리그2) 뿐 아니라 아마추어 리그까지 피라미드 시스템을 형성하고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아마추어 팀이 해마다 승격을 거듭해서 결국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뛸 수 있는 것이죠. 전 이 시스템이 좋고 축구가 항상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 작년에 부산교통공사는 전국체전을 우승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중들은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데요.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국체전은 필요 없는 대회가 아닐까요?
부산교통공사와 같은 클럽에게 전국체전 우승은 정말 대단한 업적입니다. 그러나 당시 저는 비자 문제 때문에 일본을 들러야만 해서 그 순간을 함께 하지 못했어요. 당신 말처럼 부산교통공사의 전국체전 우승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심지어는 부산 사람들조차 도요. 만약에 제가 부산교통공사 직원이었다면, “당신의 챔피언과 함께하세요!”라는 슬로건과 향후 경기 일정이 인쇄된 포스터를 부산 지역 이곳저곳에 붙여놓았을 겁니다. 클럽에게는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정말 싸고 간편한 방법이고 지역민들에게 성공의 기쁨을 나누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죠.
* 웨스트햄 팬이시기도 한데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보다가 한국 축구를 보면 정말 재미없다는 말을 합니다. 그 말에 동의하시나요?
물론 K-리그의 축구 수준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죠. 그러나 그게 축구를 보러 가지 않는 이유가 되긴 힘들어요. 지난번에 제가 본 부산교통공사 경기는 3대 2 승리로 끝났지만 막판에 페널티 킥도 나오고 엄청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어요. 그 경기에서 제가 느낀 감정이란 프리이어리그 어떤 경기를 보는 것과도 똑같은 감정입니다. 게다가 부산교통공사의 경기는 무료 입장이잖아요. K-리그에 있는 부산 아이파크의 경기조차도 8000원 밖에 하질 않아요. 경기장에서 실제로 축구를 보는 것은 TV로 축구를 보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경험입니다.
* 내셔널리그의 많은 팀들은 관중이 적은 편이에요. 부산 아이파크도 K-리그에 있긴 하지만 마찬가지의 문제를 겪고 있죠. 관중을 늘리기 위한 좋은 방책이 있을까요?
위에 이미 얘기한 것 같네요. 부족한 홍보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부산 아이파크를 예로 들어볼까요. 아시아드 경기장에 가기 위해 부산 지하철 종합운동장 역에 내리면 야구팀과 농구팀을 광고하는 큰 포스터들은 많지만 부산 아이파크에 대한 포스터는 단 한 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단 한 개도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한국 언론들은 축구에 대해 다시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만 국가대표팀에 한정되어 있죠. 이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부산교통공사 팬으로써 소외감을 느끼시나요?
월드컵이 몇몇 사람들을 축구로 다시 끌어들일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대한축구협회와 각 축구 클럽들은 모두 국내에서도 축구가 벌어지고 있으며 찾아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홍보해야만 해요. 월드컵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이 축구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라 애국주의 때문에 경기를 보는 것 같긴 해요.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은 없어요. 축구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고 어쩌면 자기 지역에 있는 축구팀을 보기 시작할지도 모르죠.
다만 부산교통공사에게는 조금 힘든 일이 될 겁니다. 근처에 K-리그 팀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지역민들에게 부산교통공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러나 이번 시즌 초에 예산에 갔을 때, 그 날 내셔널리그 경기가 벌어지는지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겨우 인구 40,000명이 있는 도시에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예산에서 예산FC와 다른 스포츠 팀이 경쟁하고 있나요? 정말 부끄러운 일이고 누군가가 해결해야만 합니다. 만약 예산FC가 자그마한 포스터라도 지역 식당과 술집에 붙여놓는다면 사람들이 예산FC의 경기 일정을 알게 되고 점점 찾아오는 사람이 늘 겁니다. 예산FC는 그런 자그마한 동네의 자랑거리가 되어야만 합니다. 아무도 경기가 언제 벌어지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는 경기를 보러 오지 않는다고 불평할 수가 없는거에요!
영광의 전국 체전 우승 직후. 선수들이 '영웅'을 행가레 치고 있다.
* 자자, 좀 편한 이야기를 해 보죠. 한국 축구 유니폼 중에서 가장 최악의 유니폼이 있다면요?
(웃으며) 쉬운 질문이군요. 전북입니다. 형광 초록색은 정말 끔찍해요!
* 한국 축구 경기장과 잉글랜드 축구 경기장이 다른 점이 있다면요?
그 둘을 단순 비교하기는 힘이 드네요. 굉장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K-리그 팬들은 이탈리아의 ‘티포시’ 스타일로 응원을 합니다. 굉장히 잘 조직된 서포터들이 경기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그냥 북을 치고 노래하며 응원을 하는 것처럼 보이죠. 잉글랜드의 서포터들은 경기에서 벌어지는 일에 따라 반응을 보입니다. 만약 경기가 재미있다면, 관중들은 함께 신이 나서 노래를 부르죠. 마찬가지로 만약 팀이 별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굉장히 화를 내요. 심판의 엉망진창인 판정에도 똑같이 반응을 합니다. 심지어 심판의 잘못된 판정은 조용하던 관중들도차도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게 만들어요! 사실 열받은 잉글랜드 관중들의 목소리는 무섭기까지 하죠!
* 마지막으로 한국 축구 팬과 부산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다 위에 있는 것 같네요. 저 자신과 제 아들에게 한국 축구 팬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입니다. 더 이상 한국 축구에서 바랄 것이 없네요. 앞으로도 그런 일이 계속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출처] [Interview] 한국 2부 리그의 매력에 빠진 잉글랜드인|작성자 페어플레이
첫댓글 전북까는글
ㅋㅋ 근데 사진이 다 액박이내여 ㅎㅎ
대전에도 열정적ㅇ니 외국인한분있는데..
여기도 전북이 까이네 ㅠ;ㅋㅋㅋㅋ
초록색 좋은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