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장마마저도 물러가고
이제 기다리던 가을이 다가왔다.
가을이 온 것에 대한 반가움보다는
차마 빨리 지나가 버릴까하는 걱정과
아쉬움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살아온 세월이
퍽이나 오래라는 얘기가 아닐런지....
모처럼 찾아온 가을날
더도 덜도 말라는 추석절을 맞아
여유롭고 풍성한 나날 되시기 바랍니다.
쌀밥
가을장마가 태풍과 만나면서 엄청난 량의 비가 내려 북한 쪽은 수해가 퍽이나 심한 듯싶다. 70년대 중반 무렵 남한에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이북에서 옷감과 쌀을 지원해주어 옷감은 보자기를 만들고, 쌀은 밥을 지어 먹기엔 품질이 떨어져 가래떡을 만들어 주변과 나눠 먹던 생각이 난다.
최근 이북에서 쌀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을 했고 남한정부에서는 대한적십자를 통해 5,000톤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한동안 매년 30만 톤 이상씩 지원하던 거와 비교하면 아주 작은 물량이지만 뭔가의 애프터 등을 감안하여 정한 듯싶다.
매년 이북에 지원하던 쌀의 량 30만 톤은 360 만 가마 (1톤/80킬로= 12가마, 300,000톤*12가마 =360만 가마) 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으로 남한에서 1인당 연간 소비량 73키로 그람을 기준할 때 400만 명이 1년간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사실 '쌀' 이라 하면 우리에게 모든 것이었다. 논이나 집을 사고 팔때 등 통화의 수단일 뿐 아니라 쌀은 언제나 모자라고 귀한 것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적정량이 넘는 잉여 분 쌀의 관리비로 한해 수천억 원 정도 든다고 한다. 쌀이 너무 많이 남아돌면서 이젠 그 처리에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등숙기(벼 낟알이 본격적으로 여무는 기간)인 8~9월의 기상조건에 따라 수확량이 달라지지만 통상 국내에서 생산되는 쌀은 연간 480만 톤 정도로 한 가마가 알속(가마니 등의 피를 뺀 순수)으로 80키로 일 때(4,800,000톤 / 80키로)약 6,000만 가마로 남한 인구 5,000만 명이 연간 한 가마씩 먹어도 1,000만 가마는 남게 되니(외국에서 수입분 별도) 쌀이 천덕꾸러기라고 할만도 하다.
쌀이 귀하고 모자라던 시절 부자들이야 먹기 부드럽고 맛있는 쌀밥을 먹었겠지만 일반인들이야 그게 어디 가능했겠나. 밥을 할 때 솥 안 바닥에 보리쌀을 깔고 가운데 쌀을 조금 넣어 아버지 밥은 쌀이 많이 들어가게 푸고 나머지 식구들은 서열에 따라 점점 보리쌀이 많아지도록 밥을 풀 수밖에 없었으니...
매주 토요일을 분식 날이라고 정해 전국의 온 식당에서 밀가루 음식만을 팔았으며, 혼식 장려(강요)로 교사가 학생들 도시락에 혼식여부를 매일 확인을 했다. 그러던 것이 소출이 일반 벼보다 훨씬 많은 (일반 벼는 200평 한 마지기당 약 2.5~3가마) 통일벼라는 혁신품종을 만들어서 쌀의 자급을 해결했다. 그러나 식생활의 다변화로 1인당 쌀 소비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밥맛이 좋은 쌀만을 선호하게 되면서 밥맛이 없는 통일벼의 생산은 진작 중단되었다 .
밥이 차지고 기름진 소위 '아키바레'라는 쌀을 일본사람이나 우리는 선호하지만 동남아에선 가늘고 길며 쌀눈이 없는 그들의 쌀 안남미를 아키바레보다 선호한다. 한동안 우리나라에 원조까지 되었던 안남미는 우선 밥이 차지지 않고 부슬부슬하여 소화는 잘 된다고 하지만 소화여부를 떠나 우선 밥맛이 좋은 쌀을 찾게 된다.
각 지역마다 명품 쌀이라 하여 판매를 하지만 전통적으로 경기미를 가장 알아주고 있다. 우리의 입맛에 가장 맞기 때문이다. 사실 좋은 쌀로 지은 밥은 많은 반찬이 필요치 않고 그저 간장 하나만 갖고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쌀의 종류는 우선 정부미와 일반미로 구분되지만, 주로 통일벼였던 정부미는 맛이 없는 쌀로 치부되었고, 때론 '공무원'을 뜻하는 속칭으로도 쓰였다. 일반미는 이름도 퍽이나 다양한 것 같다.
시합할 때 경기미, 옛날 노래하던 조미미 ,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 도정을 덜한 쌀 현미 , 일본서 납치된 메구미, 코미디언 이성미...
외국에서도 쌀의 종류가 제법
통화할때 Call me (미) , 사랑해요 Kiss me , 봉 선 화 Don't touch me , 물망초 Don't forget me .....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국산 천재 골프 소녀의 이름 마저도 장타난다 위 성미…….
"산의 도토리나무는 들판 내다보며 열매를 맺는다." 고 한다. 들판에 흉년이 들면 열매를 많이 달아 사람이 먹고 살 수 있게 하구, 풍년이 들면 열매를 적게 달아 내년을 대비하게 되고…….
"벼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영근다."고 했다. 손이 많이 가고 주인이 논에 자주 가서 정성을 다해 돌보아야 잘 영근다는 말이다. 한자로 이 쌀'米'자를 해자(垓字) 해보면 '팔십팔 :八 + 十 + 八'이 되는데 적어도 팔십 팔 번의 손이 가야 우리 식탁에 밥으로 올라 올 수 있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우리는 미국을 '美국'으로 일본에서는 '米국'으로 부른다. 그걸 어떻게 부르든 간에 쌀의 소중함에 대한 필자의 인식이 변화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어릴 때 고향 마을의 어떤 노인이 "단 한번만이라도 하얀 쌀밥에 파나물 (약간 삶아서 뿌리 쪽으로 돌려 감아 한입에 먹기 좋게 만든…)을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보고 죽는다면 소원이 없겠다." 던 그 말이 자주 머리속에 떠오르며, 비록 쌀이 남아도는 세상일지라도 어려서 부터 각인된 쌀에 대한 소중한 마음은 가벼워 지지 않을 것이다.
추석이 다가온다. 추석을 맞아 올해 새로 수확된 햅쌀로 차례 상을 차리게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 먹는 이 한 그릇의 쌀밥이 식탁에 오르기까지 숫한 사람들의 노고와 정성을 생각하면 밥그릇 끝에 붙은 몇 개 밥알마저도 한없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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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늘 부터라도 밥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