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공고, 상고는 잊어라. 산업 현장이 요구하는 맞춤형 특성화 교육을 통해 취업이면 취업, 진학이면 진학, 웬만한 인문계 고교 부럽지 않은 실업계 고교가 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 선택하면 특목고 부럽지 않은 특성화 고등학교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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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 제공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들이 회사에서 업무를 보는 데 쓰여요. 고교 3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죠. 특히 생소한 단어가 많은 무역영어를 배운 덕에 대졸 사원들이 오히려 저한테 물어본다니까요."
올해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교장 정삼헌)를 졸업한 김수정(19·양천구 신월6동)씨는 졸업 전인 지난해 11월 쌍용머트리얼㈜에 취직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고교 진학 당시부터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싶었다는 김씨. 내년에는 야간대학에 진학해 경영이나 세무회계를 전공할 계획도 세웠다. 같은 학교를 졸업하고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올해 성균관대학교 인문과학계열 새내기가 되는 고은비(19·양천구 목4동)씨. "컴퓨터 활용에 자신이 있어서 대학의 과제나 수업도 부담이 없다"며 캠퍼스 생활에 대한 기대를 가득 내비친다.
서울 강서구 화곡로 78번지에 있는 경복비즈니스고등학교는 지난 2006년 IT비즈니스와 서비스 분야 특성화 고등학교로 지정, 1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2008년부터 특성화 운영을 시작했다. 특성화고는 특정 분야의 인재양성과 실습·체험 위주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고교로 선정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교육감이 지정, 고시한다. 이 학교는 특성화 과정을 시작하면서 교명을 경복여자정보상업고등학교에서 지금의 경복비즈니스고로 변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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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 고교 운영 1년 만에 낳은 성과는 놀라웠다. 올해 졸업생 380명 중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경희대, 건국대, 동국대 등 4년제 대학에 131명, 2~3년제 대학에 181명, 일본 벳푸대 등 해외 대학에 7명 등 319명이 합격했다. 61명은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한 학생들로 삼성증권, LG히다찌, 한미약품 등 대기업에 22명, 중소기업에 39명이 입사했다. 졸업생 100%가 진학과 취업에 성공한 것. 웬만한 인문계 고교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치다.
괄목할 성과를 내자 주위의 시선부터 변했다. 이 학교 오성영 특성화기획부 부장교사는 "실업계라고 관심도 갖지 않던 목동 지역에서도 문의와 입학설명회 개최 요구가 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250명을 뽑은 올해 모집의 경쟁률은 4:1을 기록했다.
신입생들은 1학년 동안 공통 교과목을 공부한 뒤 2학년이 되면서 전공과를 선택한다. 진학을 할 것인지, 졸업 후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지도 이때 정해진다.
국제관광비즈니스과는 호텔, 관광, 항공, 서비스 분야에 종사할 전문가를 양성한다. 워드프로세서, 전산회계, 통역사, 여행안내사, 호텔지배인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과정을 비롯해 경영정보시스템, 사무자동화실무, 비즈니스영어 등 전문 교과를 배운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과 자매결연을 맺어 교류활동을 벌이고 아시아나항공, 강원랜드, 힐튼호텔에서 현장 체험교육도 받는다.
디자인 비즈니스과는 창의성에 비즈니스 감각을 더한 디자인 전문가를 양성한다. 소묘, 웹디자인 등 디자인 실무에 사무자동화, 마케팅, 광고홍보론까지 두루 배운다. 공모전 등 각종 대회에 참가해 수상 경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IT비즈니스과는 IT기술을 기반으로 금융, 인터넷 쇼핑몰, 네트워크 등의 업무처리 능력을 지닌 예비 경영인 양성을 목표로 한다. 인터넷 마케팅, 경영정보시스템, 기업회계, 인터넷 쇼핑몰 관리, 컴퓨터 보안 등의 교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2~3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입상 경력을 쌓는다. 보통 대학 3~4학년이 돼서야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을 고교 3년 동안 일찌감치 마쳐놓는 셈이다.
비즈니스 예절을 가르치는 것도 눈에 띈다. 교내 '글로벌 매너실'에서는 워킹과 메이크업, 다도, 인사법을 비롯해 명함 건네는 법과 전화 응대까지 교육한다. 원어민 교사에 의한 영어 집중수업이 이뤄지는 '월드존', 칵테일 제조와 와인 교육, 서빙 등을 실습할 수 있는 '경향호텔'도 눈에 띄는 공간이다.
진학을 위한 인문계 교과는 방과후교실을 통해 보충한다. 원어민 교사가 지도하는 영어수업은 물론 수능시험에 대비한 수업이 진행된다. 방학 때도 보충수업을 여는데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임에도 희망자가 많아 인터넷 신청을 받는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경복비즈니스고가 자체 개발한 대입 진학상담 프로그램은 대학 합격률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됐다. 이금택 진로지도부 부장교사는 "대학별 입시 자료를 분석, 데이터화한 프로그램에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대입해 최적의 진학 코스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신입생은 11~12월 중 특별전형과 일반전형으로 나눠 모집한다. 25명씩 10개반 250명을 모집하며 일반전형으로 80%(200명) 이내, 특별전형으로 20%(50명) 이내를 선발한다. 일반전형은 100% 중학교 내신으로 선발하며 교과 성적이 80%, 출석 15%, 봉사활동 5%다. 특별전형은 내신 상위 50% 중 학교장 추천, 각종 대회 입상, 자격증 소지자 등을 대상으로 구술면접을 거친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광역시 거주자가 지원할 수 있다. 아쉽지만 남학생은 받지 않는다. 문의 (02)3661-3425 www.kbb.h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