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의 매력, 조망 – 용문산(가섭봉,장군봉,함왕봉,백운봉)
1. 멀리 오른쪽은 천마산, 맨 왼쪽은 도봉산
龍門絶頂試登攀 용문산 정상 등반을 시도하니
司馬奇遊卽一般 사마씨가 즐겨 노닐음과 똑 같네
大塊渺茫何處際 천지가 아득하니 어느 곳이 끝이더냐
此身表獨太虛間 이 몸은 홀로 우주 속 공간이라
雲端府視冥冥鴈 구름 끝 휘어 아득히 기러기 보이고
脚底平林點點山 발아래는 평평한데 점점이 산이라
―― 농환재 남도전(弄丸齋 南道振, 1674~1722), 「용문산 정상에 오르다(登龍門山絶頂)」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6월 2일(토), 흐린 후 갬
▶ 산행인원 : 6명(악수, 버들, 자연, 메아리, 하운, 해마)
▶ 산행코스 : 용문사,용문산 남릉 532m봉,가섭봉,장군봉,함왕봉,백운봉,용문산자연휴양림
▶ 산행거리 : 도상 11.3km
▶ 산행시간 : 8시간(08 : 55 ~ 16 : 55)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용문으로 가서, 버스 타고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으로 감
▶ 올 때 : 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택시 타고 양평으로 가서 저녁 먹고, 양평역에서 전철 타고 상봉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7 : 34 – 청량리역 무궁화호 열차
08 : 15 – 용문역( ~ 08 : 35)
08 : 55 –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 산행시작
09 : 25 – 용문사
10 : 00 – 용문산 남릉 532m봉
10 : 58 – 마당바위 갈림길
12 : 00 – 용문산 가섭봉(1,157m), 점심( ~ 12 : 40)
13 : 11 – 배너미재 갈림길
13 : 29 – 장군봉(1,056m)
13 : 49 – 함왕봉(△967m)
14 : 40 – 868m봉
15 : 00 - 구름재
15 : 30 – 백운봉(940m)
16 : 07 – 삼태재, 용문산자연휴양림 쪽으로 감
16 : 20 – 백년약수
16 : 50 – 용문산자연휴양림
16 : 55 – 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 약수사, 산행종료
2. 자주달개비
3. 일주문 지나 용문사 가는 길
5. 가운데 오른쪽으로 추읍산이 환영처럼 보인다
6. 금마타리
▶ 용문산 가섭봉(1,157m)
손주보러 서울 간다는
할머니 환한 얼굴에
금빛 꽃나무 한 그루 숨어 있다.
(사)한국시인협회와 (사)대한노인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어르신의 재치와 유머’ 짧은 시 공모전의 수상 작품 중
하나인 조정명의 ‘임플란트’라는 시다. 내가 매일 손녀 보는 일이 이러했다. 손녀가 유치원에 등원하는 아침마다
나와 아내가 그 길목에 미리 나가서 등원하는 손녀를 맞이하곤 했다. 유치원 앞 건널목에서 교통정리 하는 아주머니
도 할아버지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의 그런 모습을 부러워했다.
교장선생님(초등학교장이 유치원장을 겸임한다)도 매일 아침 등원하는 유치원생을 맞이하며 우리를 무척이나 부러
워했다. 자기도 나중에 자기 손주가 유치원에 다니면 우리처럼 등원할 때 매일 맞이하겠노라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런데 어제로 3년 동안 3월에서 5월까지 매일 아침 등원하는 손녀를 보는 일이 끝났다. 나는 올해도 3월부터 5월까
지 길다 하면 긴 방학을 마치고 다시 일하러 나가야 한다. 내년에 우리 손녀는 우리 집에서는 먼 초등학교에 갈 것이
니 더 이상 등원 아닌 등교하는 손녀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울 것 같다. 그 아침 불과 3,4분 남짓이 얼마나 환했던가!
* * *
오늘은 낮 한때 비가 온다고 했다. 지난날 설악산 산행 때 비 온다는 소식을 몰라서 준비부족으로 혼쭐이 났던 터라
준비를 단단히 했다. 우산도 넣었다. 메아리 님은 타프도 가져왔다. 산정에서 타프 치고 그 빗소리를 들으며 탁주잔
나누는 봄날 그 정취는 비길 데가 없으리라. 소낙비라도 내리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혹 그 비가 그치면 만학을 채운
운해는 얼마나 환상적일 것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그러나 좋은 일은 이루어지기 어렵다고 했다. 비 소식
은 우리 바람에 변죽만 울리고 말았다.
용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바라보는 용문산 연릉 연봉은 짙은 안개구름에 휩싸였다. 용문산 관광단지 공원에 세운
옛 문인들의 시비 들여다보고, 용문산전투전적비와 독립운동전적비, 위정척사(衛正斥邪) 비 둘러보고 당대 제일의
명필인 일충 김충현의 ‘龍門山龍門寺’ 일주문 현판을 바라보고 이속한다. 나는 용문사 가는 이 숲길 1km를 좋아한
다. 계류는 의젓하게 법문하고 도랑물은 호박돌 훑으며 재잘대듯 경판에 새긴 법구경 낭송하고, 노거수는 줄지어 키
큰 허리 굽혀 영객(迎客)한다.
문수교, 보현교, 해탈교를 차례로 지나고 계단 올라 사천왕문 지나면 1,100년 수령의 용문사 은행나무가 우리를
굽어본다. 그 가지랑 잎은 아직도 정정하다. 우리는 계류 건너고 데크계단을 오르자마자 왼쪽의 가파른 사면으로
방향을 튼다. 사면을 한 차례 길게 돌아 지능선을 잡는다. 되게 더운 날이다. 금방 숨이 턱턱 차오르고 비지땀을 줄
줄 쏟는다. 한 줄금 비가 아쉽다. 공제선이 어디쯤일까 고개 드는 것도 힘들다. 그저 토사나 낙엽이 흩어지도록 땅에
코 박고 오른다.
용문산 남릉 몇 미터 남겨두고 노송 아래서 휴식한다. 주력(酒力)이 곧 기력이다. 수대로 탁주 분음한다. 때 이르게
서로 다투어 참외와 사과 등을 내놓는다. 산행은 한편 배낭무게와 싸움이기도 하다. 용문산 남릉 532m봉을 박차
오르고 잠깐 내린 야트막한 안부는 절고개로 상원사 갈림길이다. 워밍업은 끝났다. 이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길고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진다. 돌길이거나 낙엽 수북이 덮인 파인 길이다.
8. 용문봉, 저 오른쪽은 진등으로 용문산에서 가장 재미나는 암릉이다
9. 추읍산. 날이 흐렸다 개었다 반복한다
10. 앞은 용문봉, 그 뒤는 중원산, 그 뒤는 도일봉
11. 고광나무
12. 용문산 정상(가섭봉)에서
13. 함박꽃
14. 멀리 가운데는 검단산, 예빈산, 예봉산, 그 앞은 청계산, 그 앞은 대부산
15.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그 앞은 중미산, 그 앞 왼쪽은 마유산(유명산), 그 앞 오른쪽은 어비산
16. 큰앵초
어느덧 금마타리의 계절이다.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이라고 한다. 등로 바위틈에서 목 길게 빼고 우리를
응원한다. ‘마타리’는 어디에서 유래할까? 나는 이런 것도 못 견디게 궁금하다. 전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박사는
“마타리라는 이름도 매우 독특하다. 왜 마타리가 되었을까? 그러나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게 된 연유를
알 수 있는 기록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다.”(이유미, 한국의 야생화) 라고 한다.
김종원은 그의 저서 『한국식물생태보감 1』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글명 마타리는 맛타리 즉 우리말 막타리에서 유래한다. ‘막’과 ‘타리’의 합성어이다. ‘막’은 거칠고 험한 부분을
일컫는 접두사이고, ‘타리’는 갈기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다. 마타리의 뿌리에서 난 잎은 한자와 얽혀버린 총각(總
角)무를 일컫는 알타리(무의 근생엽 根生葉))처럼 생겼다. 알타리는 김치를 담가먹을 수 있는 무, 즉 알짜박이의
알과 근생엽의 갈기를 의미하는 타리의 합성어다. 결국 막타리는 알타리에 대비되는 이름으로서 ‘거친 알타리’인 것
이다. 막타리(마타리)는 조선의 양반들도 몰랐던, 거친 삶을 극복하는 민초들의 밥반찬이었을 것이다.”
조망은 데크계단을 오르면서 트이기 시작한다. 사방에 안개구름이 잔뜩 끼었다. 눈비비면 추읍산이 환영(幻影)처럼
보인다. 조계골 건너 보이는 용문봉이 당차다. 그 진등은 멀리서 보기에는 밋밋해도 다가가면 아마 용문산 제일의
암릉이 아닐까 한다. 마당바위 갈림길 지나면 등로는 한층 더 사납다. 너덜 오르고 핸드레일 붙잡아 슬랩 오르고,
곧추선 데크계단 오른다. 날씨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추읍산이 명료하게 보이기도 한다.
┫자 장군봉 갈림길에서 110m 데크계단 165개 오르면 용문산 가섭봉 정상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그들과
품앗이로 용문사 은행나무 모형과 정상표지석과 함께 기념사진 찍는다. 정상 아래 정자는 다른 등산객들이 선점하
였고, 우리는 너른 전망대 한쪽 고광나무 꽃그늘 아래에서 점심자리 편다. 고광나무는 토양의 물 빠짐이 좋고 주변
습도가 높으며 부엽질이 풍부한 골짜기에서 자란다고 하는데, 꼭 그렇지도 않는가 보다. 이곳 용문산 산정 바위틈에
서도 잘 자란다.
▶ 장군봉(1,056m), 백운봉(940m)
점심이 벌써 찬물에 밥을 말아먹는 계절이다. 아울러 식후 냉커피가 맛 난다. 배낭이 한결 가벼워졌다. 데크계단
통통 내리고 장군봉을 향한다. 여러 지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한다. 지난 봄날 내 발걸음을 붙들었던 참꽃마리는 자취
없이 사라졌다. 볼 게 없으니 줄달음한다. 배너미재 갈림길이다. 용문산 서봉 격인 1,150m봉 바로 아래 산모퉁이
돌아 전망바위에 들른다. 안개구름이 자욱한 중에도 검단산과 예봉산을 알아보겠다.
장군봉 가는 길 0.5km. 등로 벗어나 오른쪽 넙데데한 사면을 누빈다. 초원이다. 큰앵초만이 가는 봄을 힘겹게 붙들
고 있다. 장군봉을 기점으로 급전직하 하는 내리막이다. 한 차례 길게 쏟아지다가 함왕봉(△967m)에서 잠시 멈칫하
고 다시 쏟아진다. 지도에는 그 아래 890m봉도 함왕봉이라고 한다. 함왕성지(咸王城) 성곽을 지난다. 원삼국시대
함왕 주악(周鍔)이 성을 쌓고 이 부근을 정복하였다고 한다. 고려시대 몽골의 4차 침입이 있을 때는 몽골군이 쳐들
어오자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신하였다고도 한다.
17. 백운봉
19. 정향나무
20. 멀리 가운데는 화야산, 그 왼쪽 뒤는 천마산
21.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앞 가운데는 대부산, 그 뒤 오른쪽은 마유산(유명산)
22. 멀리 가운데는 천마산, 그 앞 오른쪽은 마유산(유명산)
23. 추읍산, 멀리 왼쪽은 고래산과 우두산
24. 멀리 왼쪽은 추읍산, 앞은 백운봉
25. 멀리 오른쪽 희미한 산은 연인산과 명지산, 멀리 가운데는 운악산
26. 멀리 왼쪽은 북한산, 가운데는 도봉산, 맨 오른쪽은 천마산
성곽 이끼 낀 돌 하나하나에 그 시대 민초들의 피와 땀이 배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나 또한 암연히 수수하다. 성곽
의 연장일 것이다. 암릉 암봉을 오른다. 첨봉인 868m봉이다. 백운봉을 바라보고 그에 향한다. 봉봉을 오르내리고
바닥 친 안부인 구름재를 지나도 백운봉은 멀다. 형제약수 갈림길 지나고 연수리 갈림길을 지나고서 철계단과 데크
계단을 번갈라 오른다. 이런 계단이 없을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백운봉을 짜릿한 손맛 보며 오르내리기가 사뭇
뿌듯했다.
“산을 오른다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높여가는 노릇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한 걸음 한 걸음마다에 나를 확인하는 노릇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걸음마다에 나를 발견하는 노릇이다.
하늘 아래에 산이 있고, 산 위에 하늘이 있고, 그 사이에 내가 서 있다는 이 단순한 사실이 어쩌면 이처럼 고마울 수
가 있을까. 누가 뭐라고 해도 이 순간 천지간(天地間)에 나의 위상은 확고 부등한 것이다.”(이병주, 『산(山)을 생각
한다』(2021, 바이북스))
확실히 그러하다. 내 입가에 맴도는 말을 일찍이 소설가인 이병주가 해버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에 오르는 이
시간이 나의 존재를 잊는 무념무상으로 알뜰하다. 백운봉.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반가워서 수인사 건넸더니 여기서
야영을 하려고 3시간 전에 올랐다고 한다. 백운봉이 야영의 명소로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텐트 3동이 가능하여
한 동 자리가 남았다고 한다. 이때쯤 안개구름은 말끔히 개었고 조망은 사방 트였다.
그들의 바람은 내일 이른 아침 운해가 만학을 채웠으면 좋겠단다. 그들이 부럽고 또 부럽다. 오늘 낙조 또한 가경일
터이고 밤중 은하는 어떨 것이며, 여명의 동녘은 얼마나 황홀할까, 다만 부러울 뿐이다. 그런데 주변 산들에 대해서
는 무지하다. 흑천 건너편 추읍산도 몰라본다. 하늘금인 화악산과 명지산, 연인산, 운악산, 주금산, 천마산, 북한산
을 알 턱이 없다. 하긴 저 산 이름을 알아보는 게 대수냐, 가경 그대로 감동하면 충분한 것을. 길을 가다가 아름다운
여인을 보면 그 여인의 이름을 굳이 알 필요가 없듯이.
백운봉 정상에서 그 젊은이들과 한참 얘기 나누다가 내린다. 내림 길 데크계단도 계단마다 경점이다. 숲속 길에 들
어서고 그 젊은이들에게 부탁할 것을 잊고 온 게 아쉽다. 오늘 낙조와 내일 새벽의 일출 사진 좀 보내달라고 할 것을
그만 잊었다. 백운봉 정상에서 야영하려는 등산객과 마주친다. ‘한 자리 남았습니다’ 라고 알려주자 그 기뻐하는
모습이라니. 그 다음 야영객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라고 알려주자 그 낙담하는 모습이라니.
백운봉 내린 안부인 삼태재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용문산자연휴양림(1.7km)으로 간다. 나는 여태 0.5km 정도
더 긴 두리봉을 넘어서는 길을 갔을 뿐 이 길은 처음이다. 잘 다듬은 등로다. 데크로드 또는 널찍한 산길이다. 도중
의 쉼터에 있는 백년약수 물맛이 일미다. 실폭에 이어 만첩말발도리 배웅 받아 쭉쭉 내린다. 그러니 용문산자연휴양
림이 가깝다. 그 아래 약수사에서 양평 택시 부른다. 물론 그 전에 오늘 무사산행을 자축하는 하이파이브를 손바닥
아프게 나눴다.
27. 멀리 왼쪽은 원적봉과 천덕봉, 정개산(?)
28. 멀리 가운데는 북한산
29. 멀리 가운데는 북한산, 그 앞 왼쪽은 예봉산, 그 앞 오른쪽은 청계산
30. 멀리 왼쪽은 천마산
31. 멀리 왼쪽은 천마산, 오른쪽은 연인산과 명지산
32. 멀리 왼쪽은 검단산, 그 오른쪽은 예빈산과 예봉산, 맨 오른쪽은 북한산
33. 백운봉 정상에서
34. 용문산
35. 백운봉 아래 헬기장(682m)에서 서쪽 능선의 693m봉
36. 쇠별꽃
첫댓글 백운봉 아래 샘터 옆이 박산행지로 굿 입니다
나와바리 또 가셨네요 ㅎ
나와바리를 관리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요.ㅋㅋ
박 배낭 메고 산을 오르는 친구들 보면 정말 부럽습니다. 이른 새벽 추위에 세상의 고요함을 느껴본게 언제였던지...
세상의 고요함.
생각만 해도 부럽습니다.
환한 산우들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힘드는 데 사진을 찍는다면 웃어야 하니....
비오는 산중에서 빗소리를 들으며 막초와 점심을 생각했었는데,,,아쉬웠지만 즐거웠던 하루였습니다^^
무릇 좋은 일은 이루워지기 쉽지 않는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