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기 전에 제가 작년 9월에 쓴 글을 보고 오시면 좋습니다. 오래된 글이고 가독성도 좀 떨어지는 편이라 추천하기 뭣하긴 한데, 이걸 읽고 오시면 이해하기 쉽다는 점만 말씀드립니다. 물론 읽지 않으셔도 본문을 이해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지난 7년 간 대한민국 축구 국대의 전술이 몰락한 과정.
http://cafe.daum.net/Europa/H2b/74533
http://cafe.daum.net/Europa/H2b/74652
그럼 대한축구협회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축협이란 이미지를 떠올리면 부정적인 인상이 강할 겁니다. 모든 인사고과는 인맥으로만 이루어져 있으며, 국민들의 세금을 엄청나게 축내고 있고, 국가 대표팀 선수들도 축협에 인맥이 없으면 선발되지 못한다 등등 악담이 가득합니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사이트 중 하나인 나무위키에선 과거엔 빙상연맹 못지 않은 적폐단체로 규정지었다가 지금은 다소 나아진 정도입니다.
다만 중요한 건 위 이야기가 진실이냐는 겁니다. 대한민국 축구계에 돌고 있는 대표적인 루머들을 FAQ 식 형식으로 정리해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Q.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적폐를 다 보겠네. 02년도에 히딩크가 축구협회를 비판하고 우리 선수들을 실력에 맞게 공정히 발탁한 거 기억 안 나냐? 히딩크 아니었으면 박지성도 없었을 것임
당시 히딩크가 훌륭한 감독인 건 이견의 여지가 없지만, 히딩크가 신인 선수들을 대거 발탁해서 월드컵을 치른 건 사실과 다릅니다. 그건 과거에 raccoon 님이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http://cafe.daum.net/Europa/H2b/74567
본문을 보고 오시면 알겠지만 사실 히딩크가 처음 국가대표에 발탁한 선수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박지성, 이영표, 이을용 등 02년 월드컵 주역을 선발한 사람은 허정무입니다. 특히 박지성 같은 경우 고교 졸업 후 프로팀 입단을 못 하고 고대에서도 퇴짜맞고 겨우 명지대에서 뛰던 선수입니다. 그런 인맥 따위 하나 없는 박지성도 허정무가 올림픽 대표팀으로 발탁해 뛰게 한 게 거의 20년 전입니다. (물론 당시엔 허정무가 명지대 총장하고 바둑두다가 뽑은 거 아니냐는 악성루머가 돌긴 했습니다)
특히 히딩크호 시절 축협은 02 월드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을 유례없이 막대하게 지원했습니다. (물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등골 빼먹는 수준의 지원은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 감독이 모든 선수를 하나하나 다 볼 수 없으니 적절한 선수를 추천하는 건 축구협회가 해야 할 일인데 여기서 다소 트러블이 있긴 했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 링크에 나오는 만화처럼 오그라드는 이유가 아니라, 당시 한국 축구가 전술적으로 유럽보다 상당히 뒤처져 있어 선수를 보는 기준이 히딩크와 상당히 다른 점도 한 몪 했기 때문입니다.
<관련 출처>
'9년전 박지성 발탁' 허정무, "가능성을 봤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25/2008052500234.html
Q. 그럼 당시 축구 협회는 시대에 뒤쳐져 있었네. 대체 뭐 한 거임?
당시 대한민국 축구가 세계 축구 트렌드를 10년이나 뒤쳐진 건 사실입니다만 그건 꼭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먼저 98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예선 결과를 보겠습니다. 출처는 위키백과입니다.
당시 차범근호는 말 그대로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깡패짓을 하며 압도적인 활약으로 98 월드컵에 진출합니다. 근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멕시코에 1:3 역전패를 당하고,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는 등 처절하게 깨지고 돌아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지역방어와 압박 수비로 대표되는 사키이즘이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전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엔 인터넷 보급률도 낮았고 그 느린 인터넷으로 해외축구를 시청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라는 걸 고려해야 합니다.
Q. 아 지역방어-압박수비가 히딩크가 생각해낸 전술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봄. 뭔가 대단해 보이는데 그게 뭔지 설명이나 해줄래?
죄송하지만 주제에도 맞지 않고 그거 설명할 거면 아예 글을 새로 파야해고 재미도 없어서 지금은 패스하겠습니다...
여튼 히딩크호 시절 축협이 엄청나게 발목을 잡았다든지 히딩크가 분노했다든지 하는 오해는 풀렸을 것 같으니 지금은 중요하지도 않은 02년도 얘기 그만하고 요 근래로 돌아가 봅시다.
Q. 그래. 작년 4월에 슈틸리케 유임시킨 것부터 얘기해보자. 더럽게 못 하는 감독인데 왜 도중에 경질 안 하고 축협은 계속 끌고 간 거임?
뭐 지금이야 슈틸리케가 졸장이었다는 건 대부분 공감하지만, 당시 상황을 생각해보면 생각할 여지가 좀 있습니다. 홍명보호의 졸전 이후 슈틸리케는 부임했을 때의 상황은 결코 좋지 않았습니다만 2015년엔 아시안컵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2015년 내내 압도적인 전적을 보여줍니다.
월드컵 아시아 조별예선에서도 2016년 성적만 몰아놓고 보면 5승 1무 1패입니다. 1패는 이란을 상대로 했는데 당시 이란 감독이 퀘이로스는 전술적으로 훌륭한 능력을 갖추었고(심지어 레알 마드리드 감독 경력도 있습니다) 원정 경기다 보니 0:1 패배가 이해된다는 반응도 많았습니다. 주력 선수들이 여러 이유로 빠진 뒤 내용이 점점 뒤떨어지긴 했는데 슈틸리케호의 2015년~2016년 전적은 결과만 보면 사실 정말 압도적입니다. 문제는 2017년 3월에 중국에 0:1 패배, 시리아를 상대로 1:0 신승을 거두고 4월 초 슈틸리케 유임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만약 여기서 슈틸리케를 경질했으면 어땠을까요? 이미 K리그는 시작되었고 신태용은 U-20 월드컵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마땅한 대안이 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중국 원정 한 번 졌다고 감독을 잘라버리면 그거대로 엄청나게 반발이 거셌을 겁니다.
Q. 근데 슈틸리케가 그 이후에 더더욱 졸전을 펼친 건 맞잖냐. 스탭하고 선수 구성도 아주 엉터리인데 축협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골라 채운 거 아님?
슈틸리케호의 가장 큰 문제는 주력 선수들이 은퇴, 부상, 또는 밑천이 드러나서 못 쓰게 된 다음에도 4-2-3-1 점유율 축구만 지속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축협 입장에서는 기용할 수 있는 선수들이 바뀌었으니 슈틸리케가 당연히 플랜B를 쓰겠지라는 상식적인 판단을 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능력문제인지 고집문제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어떤 전술적인 발전 없이 같은 전략만 주구장창 쓰다 망했습니다.
코치진이 병맛같은 건 사실입니다만 이 역시 슈틸리케가 직접 뽑은 겁니다. 차두리 일가야 원래 오래 전부터 축협하고 사이가 안 좋았고, 설기현은 광운대 출신에 젊었을 때 유럽으로 건너가 축협에 라인이 없고 결론은 슈틸리케가 능력 있는 코치를 뽑는 의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슈틸리케가 직접 원했던 코치인 이운재, 차두리 등을 보면 감독 경력이 없고 코치 경력 또한 짧은 사람들을 선호한다는 게 느껴지는데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하도 스탭을 개판으로 꾸리니까 그나마 17년 4월 축협에서 슈틸리케 유임을 결정할 때 여파로 그래도 괜찮은 코치인 정해성을 합류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또한 선수 선발도 슈틸리케에게 완전히 일임했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로 슈틸리케는 전술에서 꼭 필요한 빌드업이 가능한 수비수인 곽태휘를 무척 사랑해서 한 번은 부상에서 회복되지도 않았는데도 명단에 넣었다가 결국 빼버렸으며, 부상에서 회복된 이후에는 컨디션이 돌아오지도 않았는데 억지로 선발했다가 카타르에게 참패를 당하고 결국 해고당합니다. 이 곽태휘를 선발할 때 축구협회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반대를 표했지만 슈틸리케가 태도를 굽히지 않자 결국 막지 못했던 겁니다.
<관련 출처>
(본문 중)...슈틸리케 감독은 아예 경륜 많은 지도자보다는 선수단의 가교 역할을 하며 자신의 보좌역에 충실한 젊은 코치를 선호했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318122
“곽태휘 뽑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슈틸리케, 경기위원들 조언 무시했다
Q. 그렇게 슈틸리케가 엉망으로 인적자원을 꾸렸으면 축협이 나서서 간섭했어야 하는 거 아님?
이렇게 국대 감독에 대해 방임주의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축구협회가 인맥으로 국대 감독에 간섭 한다며 사람들에게 온갖 욕을 다 처먹는데, 축협이 무슨 깡으로 참견을 하겠습니까? 이게 제가 기억하는 거로만 20년째인데 어쩌다 이렇게 축구협회가 감독에게 일방적으로 휘둘리게 되었는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하여튼 당시 슈틸리케호가 어떻게 잘나갔고 어쩌다 몰락하게 되었는지, 왜 슈틸리케 입장에서 곽태휘를 그렇게 예뻐했는지는 이 글: 지난 7년 간 대한민국 축구 국대의 전술이 몰락한 과정(http://cafe.daum.net/Europa/H2b/74533)에 간략히 나와있습니다.
Q. 그래. 그런데 슈틸리케는 외국인 감독이니까 그렇다고 치고 많은 감독 중에 신태용은 왜 선발한 거냐 이게 인맥 아님?
축구협회의 예산, 프로축구 시즌 도중이어서 쓸 수 있는 가용자원의 한계, 촉박한 월드컵 일정을 감안할 때 당시로써 신태용이 최선이었습니다. 제가 제 글을 또 소개해서 죄송한데 축구협회가 신태용을 국대 감독으로 선임한 이유(http://cafe.daum.net/Europa/H2b/74652) 에서 어느 정도 내막을 볼 수 있습니다.
Q. 내가 위 링크 보고 왔는데 박항서는 없더라? 당시 김봉길 사단은 우즈벡 상대로 1-4로 졌는데 노답 적폐 축협 아님?
축구의 변방에 가까운 베트남에서 박항서가 AFC U-23 결승까지 진출한 건 놀라운 성과이긴 한데, 단 한국이 우즈베키스탄에게 1-4로 진 건 어느 정도 정상참작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우즈베키스탄 U23팀은 우승 했던 최강팀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4강전 내용을 보면 1-1로 비기고 연장을 갔는데 거기서 1골을 더 실점하자 선수들 멘탈이 깨져서 연달아 3골을 얻어맞고 1-4로 패배한 겁니다. 연장전은 중간에 분위기를 반전할 하프타임도 없고 어린 선수들이라 더욱 멘탈이 약해 그 사달이 난 겁니다.
더욱 중요한 건 당시 U-23 대표팀 멤버를 보면 알겠지만 선수 명단에 구멍이 많이 뚫려 있습니다. 만 23세 이하 선수들 중 해외에서 뛰고 있는 권창훈이나 이승우등 유럽파는 당연히 구단에서 보내주지 않았고, K리그 내에서도 김민재처럼 실력있는 선수는 월드컵을 대비한 전지훈련 중이었습니다. 말 그대로 차포 떼고 뛰는 격이었습니다.
반면 우즈베키스탄에서 23세 이하에 유럽에서 뛰는 선수는 들어본적이 없고,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탈락했으니 전력의 공백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대로 맞붙었으면 충분히 한국이우승할 수 있었지만 고작 그런 대회에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참고로 일본의 경우 아예 2년 뒤 올림픽을 대비하여 아예 21세 이하로만 명단을 짰습니다. 대한민국이나 일본 국대쯤 되는 나라에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대회가 AFC U-23입니다. 사실 냉정히 말해 성인 대표팀이 뛰는 아시안컵도 그닥 안 중요하긴 합니다.
<관련 출처>
2018년 AFC U-23 챔피언십 선수 명단
Q. 그래 AFC 대회는 그닥 안 중요하니까 그렇다고 치고 축협이 월드컵 대비는 왜 이리 안 한거냐. 신태용호 초창기에 코치진이 너무 부실했는데 안 꾸리고 뭐했냐?
신태용호 초기 쓸만한 코치진이 몇 없기는 했습니다. 근데 위에서 밝히고 뉴스기사 링크도 걸었듯이 근본적으로 슈틸리케가 워낙 괴상한 코치진을 꾸려놔서 그런 것도 있고, 아직 프로축구 시즌이 끝나지 않아 K 리그 스탭들을 마음대로 꺼내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Q. 시즌 중에 K리그 스탭들 함부로 데려오면 왜 안 되는데? 국가를 위해 그 정도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님?
2010년도 초까지만 해도 축협에서는 K리그 구단들이 엿먹든 말든 중간에 스탭들을 데려오는 만행을 저지르곤 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축협이 과거에 비해 발전된 증거 중 하나입니다. 한 번 가정해봅시다. 님이 대학원생인데 갑자기 교수님이 국가에서 부른다고 1년 정도 다른 데 갔다오면 "암. 국가를 위해서라면 내가 희생해야지." 하면서 넘어갈 겁니까?
그리고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어도 11월 3일에는 토니 그란데를 영입해오는데 성공했습니다. 토니 그란데는 월드컵 우승, UEFA 유로 우승, 챔피언스 리그 3회 우승이라는 엄청난 커리어를 가진 최상위권 수석 코치로서, 이거 하나는 축협의 훌륭한 성과라고 자랑할 만 합니다.
Q. 좀 대단한 것 같긴 한데 왜 최상위권 수석코치임? 님이 전세계 수석코치 커리어 다 비교해봄? 님이 축협 옹호할려고 갖다 붙인 거 아님? 이번에도 기사 가져와 보든가.
아쉽게도 제가 다른 수석코치 커리어를 일일히 다 검색해 본 건 아닙니다. 그래도 제가 토니 그란데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수석코치로 저 정도 커리어를 쌓으면 코치를 넘어 감독이 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월드컵 F조 팀들 각 감독들의 커리어를 봅시다. 독일의 요하임 뢰브는 슈투트가르트 수석 코치를 거쳐서 감독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잘 아시다시피 독일 국대의 수석코치를 맡은 경험도 있습니다. 멕시코 감독 오소리오는 맨시티 수석 코치를 4년 간 한 뒤에 프로팀 감독을 시작했고, 스웨덴 감독 안데르손도 수석코치 경력을 거친 뒤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 조세 무리뉴나 퀘이로즈 등 유명한 감독들 중에선 수석코치로서 성공한 뒤 감독직을 맡은 경우가 많은데, 토니 그란데는 저 정도 커리어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을 안 하고 있으니 수석코치로서 정말로 희귀한 케이스입니다. 솔직히 축협이 이 정도 되는 거물을 어떻게 영입해왔는지 신기할 지경입니다.
Q. 맞다 저 무렵에 축구협회 임원들이 법인카드로 10여년 간 법인카드로 횡령한 거 입건되지 않았음? 김호곤 건도 있었고.
네 이건 반박할 수 없는 축구협회의 문제 맞습니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걸 기점으로 삼아 축협이 김호곤, 김주성 등 적폐세력들을 몰아내는 기회가 되어서 현재 축협은 근 10여년 간 유례없이 클린한 편에 속합니다.
Q. 축협 회장도 배임했다던데 그거 안 자르면 본말전도 아님? 지금 남아있는 애들도 수상하다던데?
배임혐의로 입건 된 건 전 협회장인 조중연이지 현 협회장인 정몽규가 아닙니다. 당시 기사에 나온 관련자들이 다 갈려나가고 현재 축협 임원진에는 박지성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17년 말~18년 초에 들어온 임직원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개인적으로 국내 최고의 축구 해설자로 꼽는 한준희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작년에 축구협회를 신랄하게 비판했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런 한준희도 축구협회에서 정보전략 위원으로 데려간 걸 보면 축협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관련 출처>
[한준희 칼럼]응원하고 싶은 대표팀이 돼야 한다
http://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1521773
축구협회 선임위-발전위원 30명 확정 '젊은피로 개혁'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801310100244350017632&servicedate=20180131
Q. 그깟 임직원들이 바뀌면 뭐하나. 인맥으로 이루어진 선수 선발은 그대로인 걸. 아직도 축협은 김호곤에서 이어지는 연대라인을 타면 실력과 관계없이 국대에 승선할 수 있다고!
김호곤 지난해 11월에 나갔다니까 또 뭔 소립니까. 애초에 국대 23명 중 연세대 출신은 3명밖에 없고, 임원진 35명 중에 연세대 출신은 4명 뿐입니다. 먼저 구체적인 근거나 제시해주길 바랍니다.
Q. 이번 월드컵에서 모든 실점에 관여한 장현수가 바로 연대라인의 수장임. 장현수는 요 몇 년 간 꾸준히 수비를 못하는데도 계속 선발되고있음.
일단 이건 현대 축구의 전술 흐름을 간략히나마 알아야합니다. 먼저 티키타카는 수비수에게 빌드업 능력을 필요케 했습니다. 그 이후에 티카타카의 대항마로 나온 게겐프레싱은 공격수도 전방 압박을 해 상대 수비수의 볼 컨트롤 능력을 시험했으며, 역시 강력한 대항마였던 두 줄 수비는 미드필더와 수비수의 간격을 줄이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수비수가 공을 뺏기면 더욱 위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현대 축구에는 수비수는 단순히 수비만 잘하면 되는 게 아니고, 수비라인 중 최소 한 명은 라인을 끌어올린 상태에서 상대방의 전방 압박에 맞서 미드필더 못지 않은 발재간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가 잘 알 만한 사람들 중에 거기에 좀 집착했던 게 슈틸리케인데, 위에서 말했듯이 부상에서 다 회복되지도 않은 곽태휘를 좋아했던 이유가 현 국대 중앙 수비수 중에 곽태휘만큼 빌드업을 잘하는 선수가 없었던 이유였습니다. 심지어 당시 FC 서울의 황선홍도 비슷한 이유로 당시 곽태휘를 선발출전 내보냈습니다.
근데 곽태휘가 부상 이후 피지컬이 돌아오지 못해 완전히 노쇠했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고, 그래서 빌드업을 전담해줄 수비수가 필요했는데 거기서 가장 적절했던 게 장현수였던 겁니다. 물론 장현수의 테크닉과 피지컬이 안타까운 수준인 건 오래 전부터 이미 검증되어왔습니다. 심지어 이번 월드컵 명단에 포함되지도 못한 권경원도 수비적인 능력만 따지면 장현수보다 한 수 위입니다. 그런데 뭘 어쩌겠습니까, 장현수보다 수비를 잘하는 수비수는 많지만 장현수만큼의 빌드업 능력을 갖춘 수비수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신태용 감독이 아무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인 대안으로 K리그 최고의 수비수 중 하나였던 김민재가 있었습니다. 김민재는 수비력과 빌드업 능력을 둘 다 갖춘 국대의 새로운 스타로서 이번 월드컵에 화려하게 데뷔할 가능성이 높았지만 아쉽게도 부상으로 낙마하게 됩니다.
그 다음으로 고려되었던 건 속도는 느려도 발재간 능력이 괜찮은 왼쪽 풀백 김진수입니다. 풀백이라는 위치는 사이드에서 압박을 덜 받으면서 공격 전개를 시작하기 좋은 위치라 대표적으로 마르셀루가 레알마드리드와 브라질 국대 두 군데에서 빌드업을 이끌고 있습니다만... 역시 김진수도 부상으로 탈락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데 로시, 사비 알론소처럼 미드필더가 수비라인까진 내려와 빌드업을 이끄는 전술이 있습니다. 다만 미드필더가 수바리인으로 내려올 경우 중앙에 공백이 생기게 되는데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유로 2012의 이탈리아는 데로시가 수비수로 내려앉은 대신 윙어를 안 쓰고 3-5-2식 전술을 사용했는데 그러기엔 손흥민이 제 기량을 낼 자리가 없어 아쉽습니다. 아니면 과거 뮌헨처럼 사비 알론소가 아래로 내려가도 그 빈 공간을 알칸타라나 마르티네스처럼 뛰어난 활동량을 가진 중앙 미드필더로 커버할 수도 있습니다. 신태용도 기성용을 포어 리베로로 활용하는 등 진지하게 이 방안을 고려했던 것 같지만, 알칸타라 역할을 맡아줄 권창훈이 부상으로 탈락하면서 이 전략 역시 폐기되고 맙니다.
이렇게 운이 없을 수 있는지 정말로 황당하지만 결국 장현수를 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만 겁니다.
Q. 빌드업 능력이 필요하다고 수비력이 떨어진다는 수비수를 쓰는 게 말이 되나? 그런 사례가 있음?
세계적인 명장인 펩 과르디올라가 맨시티에 부임했을 때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맨시티의 주전 골키퍼였던 조 하트의 골킥이나 발재간이 꽤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조 하트는 당시 2016년 기준으로 프리미어 리그 골든 글러브를 최근 6년 중 4번이나 탄 훌륭한 골키퍼였지만, 과르디올라는 조 하트를 임대보내버리고 빌드업 능력을 갖춘 브라보를 영입해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브라보가 EPL 최하위권 선방율을 기록하며 시즌 내내 저조한 활약을 보였고 과르디올라 감독 커리어 상 처음으로 무관의 시즌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건 좀 극단적인 예시이긴 합니다만, 현대 축구는 수비수는 물론 골키퍼도 수비능력 뿐만 아니라 빌드업 능력을 보는 하나의 사례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Q. 브라보는 그래도 기본 실력이 있잖냐. 장현수는 그냥 못하는 것 같아
위에도 언급했듯이 장현수의 테크닉과 피지컬이 기본적으로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가장 큰 문제는 국대만 올라오면 새가슴인지 뭔지 연달아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해서 그렇지 정말로 실력이 없었으면 상식적으로 광저우에서 연봉을 100억씩 받는 게 말이 안 됩니다.
리그에서는 잘 하다가 국대만 오면 다른 사람인지 변해지는 선수는 꽤 됩니다. 대표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이 있고, 레반도프스키도 클럽만큼의 활약을 못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가망이 없다고 낙인찍어서도 안 되는게, 메시도 과거에는 국대만 나오면 평소 클래스가 안 나오면서 사비빨, 인혜빨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현재는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할 정도로 개선되었습니다. 또 올해 초까지만 해도 리버풀의 한 번씩 정신줄 놓은 수비수로 유명했던 로브렌은 반 다이크의 합류로 수비조율을 배우고 국제대회 경험이 쌓이면서 챔스 결승전이나 월드컵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현수도 당분간은 국대에서 주전으로 나오기 쉽지 않겠지만 경험을 쌓고 큰 경기에 약하다는 단점을 개선하면 충분히 다음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을 겁니다.
Q. 장현수 100억받았지만 나중엔 중국리그 못 나오고 퇴물취급 받지 않음?
정확히 말하면 중국 슈퍼 리그 용병 규정이 3명 + 1명 동아시아 쿼터제도가 있었는데, 중국 국가 대표팀이 영 힘을 못 쓰자 용병 규정을 총 3명으로 줄이면서 장현수가 붕뜨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실력이 없다면 J리그 상위권 구단인 FC 도쿄에서 20억씩 내고 영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Q. 찾아보니까 J리그에서도 요새 잘 안 나오던데 퇴물 맞거든?
네 FC 도쿄 최근 경기 6월 6일이군요. 이 때 월드컵 나갈 준비하고 있었는데 클럽 경기에 어떻게 나갑니까. 올해에는 아예 FC도쿄 주장 자리까지 줬구만 다음에는 광저우하고 FC도쿄도 연세대 라인이라고 하실 생각이십니까?
Q. 맞다 우리 연대라인 이야기하고 있었지. 그럼 김민우 연대라인이잖냐.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렇게 슬라이딩 태클을 하는 선수가 어딨음?
확실히 김민우의 슬라이딩 태클은 위험했고 그로 인해 페널티킥 판정이 나와 경기에 지게 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김민우가 태클을 걸지 않았다면 페널티 박스 내에서 스웨덴의 득점 찬스가 나올 수 있었으며, 김민우의 태클이 잘한 건 아니지만 기본도 안 되어있다느니 다시는 월드컵에 승선하면 안 된다는지의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결과는 정반대지만 그나마 비슷한 케이스로 지난 2014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의 수아레즈가 핸드볼 파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기 직전 가나의 결정적인 득점 찬스 때 수아레즈는 대놓고 고의적으로 손을 뻗어 공을 막아냅니다. 심판은 당연히 레드카드 및 페널티킥을 줬지만, 가나의 키커 아사모아 기얀은 페널티킥을 실축하고 결국 우루과이는 4강으로 올라갑니다. 만일 그 때 수아레즈가 핸드볼 파울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높은 확률로 우루과는 실점했을 거고 월드컵에서 탈락했을 거기에 페어플레이 정신이야 어찌되었든 수아레즈는 영웅 취급을 받습니다.
Q. 그건 그렇다 치고 김민우는 내내 못했는데 왜 하필 그런 선수를 선발한 거임? 독일전에 홍철 보니까 잘하잖아.
대한민국의 왼쪽 풀백 자원은 4명입니다. 대체적인 평가는 첫 번째가 김진수, 두 번째가 박주호며 그 다음 자리를 김민우와 홍철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김진수는 부상, 박주호는 스웨덴 전 도중 부상, 홍철은 월드컵 직전에 부상에서 복귀했지만 당연히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김민우 이외의 경우의 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까. 신태용 감독이 멕시코전 후반 홍철을 교체출전시켜 일단 컨디션을 확인하고 경기감각을 끌어올린 뒤에야 홍철의 독일전 선발이 가능했던 겁니다.
Q. 그럼 연대라인은 둘째치고 고대라인은 아무튼 있을 것 같지 않음?
고려대 출신 이재성 하나밖에 없는데 대체 뭔 소리를 하십니까.
Q. 너 생각엔 축협에서 학연이나 지연을 바탕으로 한 선수 기용이 없다는 거임? 다들 있다고 하는데?
말로만 그러지 말고 구체적인 근거를 가져오시길 바랍니다.
Q.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축구 고위 인사가 있는데 실제로 그쪽 문제가 있다고 함!
님이 고위 인사 알고 있으면 나는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이니까 제발 좀 닥치세요.
Q. 월드컵 얘기에서 돌아와서 K리그의 연고이전이나 떨어지는 흥행에 대해서 축협은 아무 대책이 없어보임
그건 프로축구연맹 소관입니다. 심지어 그 프로축구연맹도 심판매수 사건이 벌어지면 단호하게 처벌하는 기본은 갖추고 있습니다.
Q. 나 아는 사람 아들이 축구하는데, 축구 경기 나가려면 코치한테 돈 안 주면 힘들고 이러쿵저러쿵...
그건 학원 축구에 가서 따지시길 바랍니다. 오히려 축협하고 연맹은 학원 축구를 클럽 축구 체제로 개편하고 싶어하는 입장입니다.
Q. 맞다, 축협이 썩었다는 결정적인 증거로 박지성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어두운 것들을 털어내야 한다'라고 말했음.
그게 축협이라는 근거는 어디 있습니까. 애초에 박지성도 축협 임원들 중 한 명입니다. 저는 박지성이 언급한 걸 학원축구로 보고 있습니다.
Q. 그럼 축협 임원들하고 내부 사정 이야기나 좀 해봐라 축협 예산이나 세금 이야기라든지. 너도 축협 깔려면 깔 수 있다면서 온종일 옹호만하고 언제 비판할 거임?
그건 이번에 더 이상 얘기하기 좀 곤란합니다. 왜냐면 그걸 더 나아가면 정몽규, 정몽준을 비롯한 현대가 사람들 얘기도 해야하는데, 그러면 어쩌다가 정치/사회 게시물로 취급받아서 열심히 쓴 글이 단칼에 삭제당할 수 있습니다. 아마 다음 글은 7/1 이후에 올라올 것 같습니다.
Q. 아주 편파적인 글이구만. 대충 힌트만 주고 끝내보셈.
사실 위에서 언급한 축협의 일처리 과정을 보면 뭐가 문제인지 대충 아실 것 같긴 합니다. 그래도 이야기를 더 하자면 제가 계속 이제 국대 축구 선발 과정에서 학연 지연으로 이루어진 인맥 문제는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현 축협에 주체적으로 나설 의지나 있는지 모르겠기 때문입니다.
여튼 오늘은 여기까지 쓰고 다음 편은 정치 사회 게시물 규제가 풀린 후에 이어서 적도록 하겠습니다. 위 질문들의 반 이상은 유로파 카페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토대로 재창조되었으며 본의아니게 협력해주신 분들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첫댓글 꼭 이런 좋은글엔 석무새, 축사국 같은 무논리로 가득찬 인간들이 없죠 ㅋㅋㅋㅋㅋ
ㄷㄱ좀이따 읽어볼것
ㄷㄱ
잘봤습니다ㅎㅎ
정독했습니다 글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