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용어 바로 알기]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 교회용어가 쉽지 않은 이유는 신학적인 단어뿐 아니라 우리말의 고어와 한자어까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많은 사람이 쓰고 있지만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것도 있고, 문맥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맞는 건지 의문이 드는 것도 있다. 그중 하나가 ‘역사하다’이다. ‘하나님께서, 혹은 성령님께서 이 시간 역사하실 줄 믿습니다’라는 말은 설교 중이나 모임 등에서 심심찮게 듣는 말이다. 회중기도를 인도하시는 분도 기도 중간에 ‘하나님께서 역사해 주실 줄 믿습니다’란 말을 반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역사하신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보다는 에둘러 이해하는 경향이 크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자로 ‘부릴 역(役)’과 ‘일 사(事)’를 쓰는 ‘역사’의 뜻을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공사를 하다’와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일하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기독교의 영향이 우리말 사전에 영향을 미친 여러 예(例)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역사’라는 말은 성경 여러 곳에 기록돼 있다.(고후 4:12, 골 1:29, 갈 2:8, 요 5:36, 살전 5:13 등)
하지만 모든 성경 구절에서 ‘역사’라는 말을 우리말 사전의 풀이처럼 ‘하나님이 일하다’로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런즉 사망은 우리 안에서 역사하고 생명은 너희 안에서 역사하느니라”(고후 4:12)는 구절에서 전반부 ‘역사’는 하나님이 일하시는 것이 아니라 ‘사망이 우리 안에서 일한다’는 의미이다. 후반부는 ‘생명이 일한다’는 뜻이다.
흔히 쓰고 있는 ‘성령께서 역사하신다’는 말에 ‘하나님이 일하다’는 사전적인 의미를 대입하면 ‘성령께서 하나님이 일하신다’라는 부자연스러운 의미가 된다. 그러므로 ‘역사’라는 토착화된 기독교 용어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영어 성경은 ‘역사’를 대부분 ‘일’(work)로 해석하고 있다. ‘역사하신다’는 말 대신 ‘일하신다’는 말을 쓰는 것이 현대어에 잘 어울리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상윤 목사(영국 버밍엄대 신학박사)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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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