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168 --- 계절도 색깔이 있고 향기가 있다
계절엔 독특한 색깔이 있고 계절이 내뿜는 향기가 있다. 스스럼없이 계절을 맞고 보내며 동화되듯 휩쓸려 함께 즐긴다. 아쉬움에 다음을 기약하며 위안을 삼기도 하고 뒤끝이 정리가 덜 된 듯 시원섭섭하다. 그러나 마냥 붙잡고 늘어질 수 없어 가는 계절을 미련 없이 털어내고 다시 오는 계절에 막연한 기대감으로 설레기도 한다. 그렇게 반복되는 계절이지만 그 누구도 감히 투정 부릴 수 없다. 거부한다고, 싫은 내색을 한다고 계절이 받아줄 리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맞춰야 하면서 마치 언제 그랬느냐는 듯 서슴지 않고 돌아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지 싶기도 하다.
가을은 가는 곳마다 넉넉한 풍요가 있다. 굳이 뿌리거나 심지 않고, 피땀 흘려 직접 가꾸지 않았어도 부지런하면 자연 속에서 뭔가 얻어낼 수 있고 수확하는 즐거움을 쏠쏠하게 맛보기도 한다. 산에 가면 알밤을 줍고 도토리를 줍는다. 그 외에도 맛좋은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산하를 거닐며 잘 익어가는 가을이며 색칠하는 가을을 넌지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내 것인 양 부듯해진다. 여기에 곱게 물든 숲은 가히 환상적이다. 자연이 수놓고 색칠한 한 폭의 그림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휘젓고 다니며 정겨운 산새 소리에 룰루랄라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계절 속에서 나를 귀중한 손님 대접이다.
한겨울엔 흰 눈이 소복하게 쌓여 온 세상을 깨끗하게 표백한다. 겨울의 추위를 탁탁 털어내고 발길 닿는 곳마다 온갖 귀한 풍경을 펼쳐놓는다. 봄이면 새싹이 움터 삭막했던 대지를 초록으로 갈아입혀 생명을 부여하며 기를 불어넣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여름엔 무더위에 때를 만난 듯 푸름을 마음껏 자랑하며 쑥쑥 자라 녹음을 만들고 숲을 풍성하게 한다.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열매를 키워 가을을 준비한다. 이처럼 언제고 어디고 마음만 조금 열면 잊고 있는 것들이 들어오면서 새삼스럽게 한다. 어쩌면 새롭기보다 계절마다 색깔이 있고 향기가 있어도 제대로 보지 못 하고 느끼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