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뜨거울 때 가장 화사한 꽃을 피워놓고는
가녀린 자태로 소리 없이 물러서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남모르게 배롱나무를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뒤론 길 떠나면 어디서든 배롱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루하고 먼 길을 갈 때면 으레 거기 서 있었고
지치도록 걸어오고도 한 고개를 더 넘어야 할 때
고갯마루에 꽃그늘을 만들어놓고 기다리기도 하고
갈림길에서 길을 잘못 들어 다른 길로 접어들면
건너편에서 말없이 진분홍 꽃숭어리를 떨구며
서 있기도 했습니다
.
.
사랑하면 보인다고
사랑하면 어디에 가 있어도
늘 거기 함께 있는 게 눈에 보인다고
도종환 시인의 ‘배롱나무’라는 시 중에서...
자신의 아름다움을
백일동안 보여준다는 것은 어려운 일...
그러나 이 나무는 백일동안 꽃을 피운다고 해서
백일홍(百日紅)이라는 한자 이름을 갖고 있고
줄기에 조그만 손을 대도 나무 전체가 흔들려
간지럼 나무라고도 부르지요.
또 옛날 사대부 집에서 즐겨 심었는데
뜰에 가득한 꽃이라는 의미의
만당화(滿堂花)라 불렸습니다.
특히 성삼문이 좋아했다는 꽃이라고...
중국에서는 붉은 장미꽃이라는 뜻의
자미화(紫薇花)라 불렀는데
우리가 장미라고 알고 있는 미(薇)는
원래 배롱나무를 지칭한 말이랍니다.
특히 당나라 현종은 배롱나무를
후궁이었던 양귀비보다 더 좋아해서
뜰에 배롱나무가 자라고 있던
중서성(中書省)이라는 행정기관의 이름을
자미성(紫薇省)으로 바꾸기까지 했다고...
내 눈에는 어느 시골 아줌마의
파마한 머리 같은 꽃으로 보이는 데...
첫댓글 오늘부터 빨간우체통님의 펜이 될렵니다
아고...황감해서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ㅎ
고맙습니다.
화사한 꽃이 마음을 환하게 하내요.
그래서 꽃을 심고 바라보는가 봅니다.ㅎ
화사한 꽃이 참 곱디곱습니다 ~ .멋지네요...
ㅎㅎㅎ 친구들 닮은 것이 아닌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