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의 왕이 다음과 같은 방을 써서 나라의 곳곳에다 붙였습니다. “섣달은 별이 내리는 달이다. 각자가 별을 받을 구유를 하나씩 만들어 와서 심사를 받도록 하라. 살아있는 구유로 판정이 내려진 사람에게는 상을 주겠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구유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정성들여 우아하게 구유를 꾸몄습니다.
심사일이 다가오자 응모자들은 모두 들떠 술렁거렸습니다. 왕이 몸소 전시장으로 와 가슴 속에서 빛나는 별을 꺼내어 응모자들의 구유에 살며시 놓아보았습니다. 왕은 부자가 만든 금도금을 한 주물 구유 속에다가 별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별은 쇠인형으로 변하였습니다. 별은 예술가의 대리석 구유에서 돌인형으로 변했고, 권력가가 만든 향나무 구유에서는 볼품없는 나무인형으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실망하여 궁으로 돌아가려던 왕은 문득 군중들 틈에서 멈칫거리는 한 소녀를 발견했습니다. 왕은 소녀를 불렀습니다. “부끄러워 하지 말고 이리 나오너라.”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면서 살았던 소녀는 쓰레기 더미에서 차마 버리기 아까운 헌 나무 조각을 주워 잇대고, 역시 주운 천조각을 이어 바닥에 깐 작은 구유를 안고 있었습니다. 왕은 이 소녀의 그 가난한 구유 속에 별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별이 숨을 쉬면서 거룩한 아기로 변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왕은 기쁨에 넘쳐서 말했습니다. “이리들 오라. 이 가난한 소녀의 구유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구유의 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구유의 마음이 중요하다. 형식의 구유에서는 인형으로 있는 별도 정갈한 마음의 구유에서는 거룩하게 살아 움직인다. 이 태어남이 진짜인 것이다.”
대림4주입니다. 제대 앞에는 보라색, 연보라색, 분홍색, 흰색 초가 모두 켜져 있습니다. 이제 초는 예수님의 탄생이 임박했음을 알리고 있고, 독서와 복음도 우리를 기쁨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위해 우리는 나를 바라보았고, 또 주님께 대한 사랑과 우리의 부족함을 고백하였습니다. 이러한 작업들이 바로 탄생하실 예수님의 자리인 구유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었음을 우리는 성탄 때 깨닫게 될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예수님이 탄생하시는 구유’가 어디인지를 성모님을 통해 분명히 알려줍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에게 찾아갑니다. 천사는 가난한 마음과 겸손한 마음을 지닌 마리아에게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소식을 전해줍니다. 마리아도 그 사실을 처음에는 주저합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내 생각으로, 내 뜻으로 이해할 때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겸손한 마음을 지닌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말하며 내 뜻보다는 하느님의 뜻에 순명합니다. 이로 인해 예수님께서 탄생할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마음과 나의 뜻보다는 주님을 뜻을 찾는 마음, 또한 내 집착과 아집을 내려놓는 마음 안에서 잉태되시고, 탄생하심을 오늘 복음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이제 며칠 후면 예수님이 오십니다. 성탄 미리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