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부활 은 어디로 갔는가 수정본 입니다.

[새미실]

龍의 부활은 어디로 갔는가?

이 정 옥

 대청호는 1980년 청원군 문의면 덕유리와 대전광역시 대덕구 미호동 사이의 금강본류를 가로막는 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다. 옥천에서부터 시작된 물줄기는 보은과 청원을 거처 이곳 대청댐에서 여울진 뒤 대전을 향해 물살 치는데 장장 72.8km의 저수면적을 갖고 있는 국내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대청호가 빚어낸 주변의 풍경은 때 묻지 않은 자연의 숨결을 고이 간직하고 있어 흥미롭다. 대청댐~현암사~문의문화재단지(작두산)~갈대숲~청남대를 잇는 청정호반길은 그야말로 환상이요, 절경이며, 계절마다 멀쩡한 사람 마음 시리게 하는 묘한 설렘이 있다.

 이 주변에 사는 것이 내 게는 커다란 축복 이었다.

불당골 옻샘 으로 올라가는 오솔길. 가을엔 밤들이 벌어져 툭툭 떨어지고 굴참나무 낙엽들이 발목까지 감출 수 있게 쌓여서 산책 나선 나의 귀를 즐겁게 했다.

추운 겨울에도 얼음 속으로 돌돌 흐르는 물가 돌맹이에 붙어있는 초록의 이끼는 생명의 환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인지 언제부터인가 예술인들 특히 그림 그리는 화가들이 하나 둘 모여 들기 시작했던 것 같다.

1980년대 초쯤으로 기억되고 있다.

그 당시 청주 교육대학교에 재직 중이시던 정해일 교수님께서 이곳 문의에 작업실을 내시고 창작활동을 하시는 모습을 서너 번쯤 찾아가 뵌 적이 있다.

 정교수님의 문의로 오심이 시발점 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후로 조각 하시는 정창훈님 그리고 박병욱님 등 향토작가인 이유중과 더불어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고 지내며 급기야는 뜻을 모아 이홍원님을 비롯하여 몇몇 작가들이 폐교된 마동 초등학교에 새로운 입김을 불어 넣어 터를 잡아 창작마을로 탄생된 걸로 기억된다.

그렇게 시작된 문의는 마치 예술인촌 같았다.

 시골의 작은 면사무소에서는 문화 사랑방이라고 해서 수채화반 서예반 크로키반등 문화센터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다.

지금도 생각나는 일화는 지금도 흔치 않는 일이지만 크로키 반에서 공개 누드 크로키행사가 있었다.

마침 필자도 수채화와 크로키반에 수강을 하고 있었기에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있었는데

작은 시골 마을에서 누드라는 것은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이벤트라서

많은 사람들이 수군대며 호기심어린 눈으로 그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충분한 볼거리가 진행되겠구나 하면서 면사무소 2층으로 올라오신 분들은 크로키 하는 사람들의 진지함에 압도되어 잠시 후 슬그머니 내려가시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침묵 속에서 모델은 수시로 자세를 바꿔가며 포즈를 취하고 작가들의 스케치북 넘기는 소리와 연필 또는 목탄 긋는 소리뿐이니 호기심에 올라오신 분들도 그 진지함에 누드가 주는 호기심조차도 사라져버렸나 보다.

잊을 수 없는 것은 면사무소의 이런 파격적인 행사는 그 당시 면장님으로 재직 중이었던 민성기 면장님의 예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 했던 것 같고 필자는 그 당시를 문의 예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하고 싶다. 늘 잔잔한 미소로 주민들에게 대하셨던 면장님께서 그야말로 문의 역사에 한 획을 그으신 분이시다..

 NINE DRAGON HEAD-아홉 용머리

1996년 그 즈음에 탄생된 작은 마을의 큰 국제 행사다. 이름 하여 “대청호 국제환경예술제” 대청호를 살리고 지켜야겠다는 의지로 자연환경예술제가 열린 것이다.

아홉 용머리라는 것은 지금의 구룡리의 작은용굴에서 테마가 주어졌다고 한다.

구룡의 전설에 의하면 태고적 구룡은 현재의 대청호와 같이 큰 호수가 있었다고 한다. 이 호수에는 열 마리의 이무기가 살고 있었는데 이들은 용이 되어 승천하고자 하여 서로 공동의 계율을 정했다고 한다. 그중 계율을 어긴 한 마리의 이무기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를 뺀 나머지 아홉 마리의 이무기들이 용으로 승천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그들은 먼저 몸으로 그림으로 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린 것 이다.

 행위예술이 무엇인지 생소했고 설치미술이 생경스러운 시골 마을에 박병욱이라는 한 작가의 혼이 담긴 환경을 다시 생각하자는 축제마당이 향토축제형태로 문의에서 열린 것이다. 그 당시의 감동을 난 잊을 수가 없다.

많은 외국인 작가들이 와서 펼친 행위예술 자체야 조금은 난해 했지만 곳곳에 만들어진 설치미술은 대청댐 주변의 경관과 어우러져 마치 커다란 전시장에 와 있는 것 같은 황홀경에 빠져 아침저녁으로 동네 한 바퀴를 돌곤 했다. 물이 빠져 들어난 대청댐 바닥에 색칠해진 물로 가고 싶은 짙푸른 돌들..... 원시적 표현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간들과 인간이 자연에 대한 느낌을 원시인의 느낌으로 느끼고 싶다며 커다란 까만 안경으로 표현한 작품.

그리고 용의 꼬리와 같았던 철 구조물은 마치 대청댐의 상징물과 같았었다.

난 이 행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알차게 꾸며져 세계적 환경예술 축제로 발전해 우리마을의 환경보전이 예술로 승화 되어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길 진정으로 바랐다.

마을 부녀회와 함께 힘을 모아 비빔밥을 만들어 그들을 대접했고 풍물패를 조직해 그들의 오프닝 축제에 함께 했었다.

국내외의 많은 예술인들의 내 고향 방문은 나의 자랑이었다.

컬트 피아니스트 임동창씨는 그 피아노를 가지고 지금의 청남대 매표소 마당에서 그야말로 퍼포먼스 와 같은 몸짓으로 건반을 두드리며 밤늦도 여러 사람들과 목청 돋우어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아스라이 남는다.

 자유분방한 복장을 하고 체육공원을 메웠고 도당산을 돌았으며 이곳에 그들의 자연 사랑을 표현했던 작가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아홉 용머리의 부활을 꿈꾸며 만들어진 승천하는 용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96년도에 설치한 그 철 구조물은 앞으로 5~6년에 걸쳐 완성될 것이라 했다. 그 작가는 개발에 의해 수몰된 마을 ... 전설... 땅에 대한 믿음... 고향을 잃어버린 지역민들... 그리고 잊혀진 많은 것들을 생각하며 앞으로 잃어버린 전설을 되찾겠다며 작품을 만들었는데, 장마철 대청댐이 만수가 되어도 보이던 그것이었는데 이제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반듯한 길을 내는 것만이 최상인가?

 이제 불당골 옻샘은 흔적조차 없고 청남대 개방으로 동네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었다.

대청댐이 생기고 청남대가 들어서며 착한 우리 주민들은 이리 쓸리고 저리내몰리며 정든 고향을 잃은 슬픔조차도 간직하지 못 한 채 팍팍하게 살고 있다.

신작로의 뽀얀 먼지와 함께 고향에 오면 나를 반겨주던 마을 어귀의 미나리꽝과 두엄 썩는 냄새가 그립고 비온날 아침 고삿으로 나가 감꽃 주워 실에 꿰던 고향은 어디로 갔는가. 집 앞 큰 감나무엔 뾰조리 감만 달리더니 그 감나무조차도 없어진 지금, 아름다운 이 마을에 용의 부활이 있기를 염원한다.

[덕유]

원고 쓰는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원고 교체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일곡]

날아오고, 날아가는 철새의 길머리에서, 둥지를 틀었다 날아간 흔적.... 변화의 소용들이에서 바람의 흔적을 찾는 듯.... 애잔한 문의의 역사의 파노라마.... 잘 읽었습니다. 문예부흥의 성지! 문의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랑랑]

의미있는 글입니다. 개발 환경파괴 수장된 고향...예술 혼...많은 단어들이 떠 오릅니다.
잃어버린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절함이, 미래에 대한 간절한 소망들이 하나의 동력이 될수 있겠지요.
좋은글 많이 쓰세요. 생각에 잠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송 강]

이정옥님... 누구실까? 궁금합니다. 글도 잘쓰시네요. 고향 후배일까, 선배일까, 푸른솔문학회 회원임을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