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場 .
하나의 시련, 또 하나의 난제 下
- 사라진 소년… 그리고 교린지구 -
‥ 그리고 반년의 시간 ‥
096. 밀 실
“현민아! 현민아!”
갑자기 다급한 목소리를 내는 혜성으로 인해 방 밖에 있던 이준이 방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갑자기‥ 무슨 일이예요?!”
“모르겠어.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방안으로 들어서자 나란히 누운 현민과 충재가 보였다. 현민과 충재는 발작을 일으키듯 똑같이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고개가 좌우로 떨리고 있었고, 두 팔과 두 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덜덜 떨리며 좀처럼 멈추질 않고 있었다.
이준은 현민에게 다가가 뺨을 때리며 그의 이름을 쉴 새 없이 불러댔다.
최면상태에서 단 한 번도 이런 반응을 본 적 없는 혜성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최면에 걸린 그를 풀어내지 않으면 위험한 사항이었고, 그 곁에 같은 증상을 보이고 있는 충재 역시 위험하였다.
혜성은 일단 급한 대로 충재를 깨우기 위해 충재 곁으로 다가갔다.
“박충재, 박충재!!! 너 일단 빨리 나와. 거기서 나와!! 내 말 안 들려?! 야!!! 박충재!!!”
혜성은 충재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며, 그의 몸을 미친 듯이 흔들다,
그러다 불현 듯 충재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마치 무언가로 꽉 붙여놓은 듯 꼬옥 마주 잡고 있는 그들의 손.
그것을 떼어내야만 했다. 혜성이 급하게 손을 떼어내려 하자, 두 손은 마치 다른 힘에 의해 조종이라도 당하는 듯
꽉 맞물린 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혼자 안간힘을 쓰던 혜성이 꽥 고함을 쳤다.
“이거 놔! 박충재! 이거 놓으란 말이야!! 내 말 안 들려??? 이준! 이리 와봐!”
그리고 혜성과 이준은 있는 힘껏 그의 손을 현민에게서 떼어냈다.
“콜록‥ 콜록‥ 콜록‥!”
그리고 손이 떨어진 순간, 충재가 기침을 토해냈다.
충재는 몸을 바닥으로 뒤집고는, 엎드린 자세로 몸을 웅크린 채 기침을 해댔다.
“정신 들어? 정신 들어 박충재?”
혜성은 걱정스런 표정으로 충재의 등을 토닥이자,
충재는 기침을 토해내면서 혜성을 바라보던 시선을 현민을 향한 채 말했다.
“얼른 저 형 최면 풀어 줘! 빨리! 빨리!! 당장!!!”
혜성은 다시 현민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도 차갑고 단호한 표정으로 현민의 두 눈 위를 손바닥으로 가린 후 말했다.
“현민아, 형이 셋을 세면 스크린을 없애는 거야. 아까처럼 끄는 게 아니라, 아예 산산조각을 내. 다 찢어버리는 거야.
할 수 있어. 그리고 넌 눈을 감았다 뜨면… 여행은 끝나는 거야.”
하나- 둘- 셋-
그리고 거짓말처럼 경련을 하던 현민의 몸이 축 늘어져 버렸다. 그리고 현민은 천천히 눈을 떴다.
“현민아, 괜찮아?”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준이 현민의 손을 꼭 쥔 채 그를 내려다보았다.
말없이 이준을 바라보던 현민의 눈꼬리로 눈물방울이 쉼 없이 떨어져 내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현민아 왜 그래‥ 괜찮아? 괜찮은 거야‥? 말 좀 해봐 제발…”
현민은 이준의 말에 아무런 반응도 없이 천천히, 몸을 옆으로 뉘이고 잔뜩 구부리고는 오들오들 몸을 떨었다.
눈물을 흘리며.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또다시 자신 속으로 굳게 닫힌 문, 아이는 이러다 또 어느 틈엔가 자해를 할 것이다.
늘 그것이 순서였으니까. 이렇게 무엇을 본 것인지, 무슨 꿈을 꾼 것인지 혼자 몸을 웅크리고 몇 날을 먹지도 않고
말도 안 하다가 느닷없이 자신의 몸을 그어대는 걸 수차례 봐왔으니까.
몇 달간 겨우 밝아진 아이가… 다시 예전의 모습처럼 돌아가 버렸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버렸다.
이준은 눈에 잔뜩 분노가 일었다. 주먹을 꾹 쥐고 부들부들 떨다 느닷없이 그는 혜성의 멱살을 잡아 쥐었다.
“내가 뭐라 그랬어!! 싫다고 했잖아!!! 필요 없다고 했잖아!!! 가끔은 들추는 것보다 덮어두는 게 더 낫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애한테 뭘 한 거야?! 왜!!! 왜!!!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야?”
“……”
“이게 당신이 말하는 행복해지는 법이야? 누군 행복이 뭔지 몰라서 가만있어?! 누군 그게 좋은지 몰라서
불행하지 않은 걸 다행이 여기며 살려는 줄 알아?!! 기억해봤자! 들춰내 봤자!!! ……봤잖아. 당신 눈으로 봤잖아…”
혜성이 말끝이 흐려지는 이준의 손을 강하게 쳐냈다.
그리고 그에게 잡혔던 옷깃을 탁탁 털어 내고는 한 손으로 이준의 목덜미를 쥐고 순식간에 코앞까지 끌어당겼다.
“…너. 한번만 더 내 몸에 손대면 죽여 버리겠어.”
그의 눈에 잔뜩…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잔뜩 날카롭고 위태로운 꾹꾹 눌러온 그가 가진 본연의 모습 중 하나.
그리고 혜성은 이준의 목덜미를 던지듯 손에서 뿌리쳐낸 후, 충재에게 다가가 아직도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숨을 고르는
그의 멱살을 잡아 쥔 채 자신의 코앞까지 가져갔다.
“혀‥영!”
“너도. 너도 마찬가지야. 한번만 더 이딴 짓 해봐. ‥너도 죽여 버릴 테니까.”
너무나 낯선 혜성의 눈빛과 목소리에 충재는 겁을 잔뜩 먹은 채 눈에 눈물이 고여 버렸다.
“……?”
혜성은 그러다 문득, 충재의 손목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낚아채듯 그것을 잡아 올려 눈앞에 가져다 댔다.
충재의 오른 쪽 팔 등 위에 다섯 개의, 선을 그으면 이어질 듯한 빨간 피멍자국이 나타나 있었다.
혜성은 그것을 충재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너 원래 이런 상처 있었어?”
충재는 눈꼬리에 눈물방울을 매달고 고개를 가로 저였다.
“여자가 나를… 내 팔을 쥐고… 나한테 막…”
혜성은 순간, 충재를 와락 껴안았다.
“하아… 미치겠네, 정말… 너를 어쩌면 좋으니, 박충재. 이 멍청아!”
왜 이렇게… 너는, 나는‥ 씨발, 팔자가 기구한 거냐.
나야 괜찮아. 나야 지랄 맞은 팔자인 거 아는데, 너는. 어린 너까지 왜…
혜성은 충재를 좀 더 꼬옥 껴안았다.
“분명히 말했어. 한 번만 더 이딴 짓 해 봐. 너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버릴 거야.”
그리고 충재는 혜성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형‥ 나… 다 봤어‥ 다 봤어. 그 여자‥ 그 여자 찾아야 해. 저 형 가짜 엄마…”
혜성은 갑자기 무슨 소리냐는 듯 충재를 내려다보았다.
“그 여잘 어떻게 찾아? 사건 터지고 바로 이준 아버지랑 날랐어. 항간엔 외국으로 날아갔다는 소리도 있고. 그 여잔 못 찾아.”
그러자 충재는 고개를 천천히 도리질 쳤다.
“아냐. 찾아야 해. 나… 나… 어딨는 줄 알아. 나 다 봤어… 다‥ 봤어…”
혜성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는 충재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충재의 알 수 없는 표정의 눈이 혜성을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충재는 천천히 손가락을 세 개 펴들었다.
3가지의 scene. 그가 마지막으로 본 세 가지 장면을 뜻하고 있었다.
- * -
“아, 저희가 아드님 얘기 중 중요한 코드 하나를 빼놓고 말씀드렸는데 말입니다.”
핸드폰을 손에 췬 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슬쩍 동완 쪽으로 고갤 돌렸다.
“혹시… 이 준 이란 아이 아십니까?”
“……”
그녀는 동완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애써 생각해내려는 표정이 아무래도 모르는 듯 했다.
“이준이란… 아이요? 남자아이 인가요? 글쎄요, 처음 듣는데…”
그러면서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이준’이란 아이가 자신의 아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지금까지는 전달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쉬쉬 했지만, 이쯤 되면 말해줘야 하지 않을까. 동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 가지. 한 가지 이상한 건.
“그럼 혹시… 이진후 라는 남잘 아십니까?”
또 다시 이어지는 동완의 질문에 그녀는 이진후.
이진후‥ 하고 입가에 그가 말한 이름을 읊조렸다. 그러다 문득, 커다랗게 뜬눈으로 동완을 바라보았다.
“당신이 그 사람을 어떻게 알죠?”
“지소희씨는 그 남자를 어떻게 아시죠?”
“내…”
“……”
“내… 사촌 오빠예요. 이종사촌 오빠.”
“사촌오빠‥ 이종사촌 오빠‥ 확실합니까?”
그렇게 되묻는 동완의 질문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어떤 부분을 의심하고 있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내가 그런 걸 당신한테 속일 이유가 뭐죠?”
“아니, 속이려 한다는 게 아니라, 좀 이상해서 말입니다.”
“뭐가요?”
“이준이란 아이가 그 분 아들이거든요.”
“……”
“그런데 왜 사촌오빠분의 자녀를 전혀 모르시나 해서. 왕래가 전혀 없으셨습니까?”
“…전혀요. 이십 년은 족히 더 된 거 같네요. 연락이 끊긴지. 어렸을 때는 꽤 자주 어울려 놀았거든요.
이모네 식구랑 지척에 살아서 같이 자라다시피 했는데…”
그렇게 무언가 아련한 기억 속을 걷고 있는 듯한 그녀를 향해 동완이 묻는다.
“그렇게 남매처럼 자랐는데, 왜 이십 년 가까이 연락이 없었던 겁니까. 이십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일…이랄 건 없었어요. 제가 결혼을 한 해였죠. 그 때 식장에서 보고, 그리고 다시 못 만났어요.
얼핏… 그 해에 오빠도 결혼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아이가 있군요. 우리 현민이처럼 아들이.
그 분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그런데… 그 아이 이야긴 왜 갑자기 나온 거죠?”
“……”
동완은 말없이 그녀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무언가 머릿속으로 탁- 탁 큐빅이 육면을 완벽하게 각자의 통일된 색으로 맞추어 가는 느낌. 그리고 동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가장 유력한 가정을 해보면 말입니다. 우리 충재가 좋아하는 도플갱어에 빗대서. 도플갱어라고 할 만큼 누군가 당신과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격. 똑같은 습관으로 똑같은 삶을 복제해서 살아가고 있다고 칩시다. 당신의 남편, 당신의 아이,
모든 것을 당신이 되어 살아가고 있다면, 그 여자는 당신의 과거까지 그대로 복제하여 살고 있지 않을까요?”
그녀가 동완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바라본다. 그의 말의 핵심을 파악하려는 듯.
동완은 그런 그녀의 얼굴에 씨익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민이를 키우고 있던 여자가 이진후라는 사람을 찾아냈습니다. 당신 말대로라면 이십 년 만에. 그 시작점은 정확히 모릅니다.”
“……”
“그리고 그 사람과 연인 관계입니다. 이종사촌사이에 말입니다.”
“……”
그녀가 동완의 말에 눈도 채 깜빡이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
소파에 앉아 탁자 위에 꼭 마주 쥔 두 손을 올려놓자, 반지가 탁자유리에 닿아 탁탁탁 마찰음을 냈다.
그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작게 떨고 있었다.
“그것은 돌려 말하면, 지소희씨가 이십 년 전에 그 이종사촌인 분과…”
“아니에요!”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니에요! 절대! 그럴 리 없어요! 절대!”
“무엇이?”
“……”
“지소희씨가 이종사촌분과 절대 그럴 리 없었다는 말씀입니까?
아니면… 두 분의 사이를 절대 누구도 알 리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
지소희는 동완의 물음에 한참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털썩 소파 위에 주저앉았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괴로운 듯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진후 오빠는… 이모의 양자였어요. 일곱 살 때 입양 되 왔죠. 형제가 없던 저나, 그리고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던 오빠나
서로가 유일한 친구였고, 남매였고… 그렇게 자랐어요. 그렇게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가면서 그 감정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란 거 알면서도…걷잡을 수가 없었어요.
그리고 저희 집안에서 저희 둘의 일을 알게 되고 한마디로 집안이 발칵 뒤집혔죠. 저는 강제로 끌려가다시피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게 됐고, 진후 오빠는 이모부 내외에게 의절 당했어요. 부모에게 두 번 버림받은 셈이죠.”
“……”
“아직도 식장에서… 결혼식장에서 본 오빠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어요. 먼발치에서 가족들의 눈에 띌 새라 지켜보고 있던
그 모습을‥ 그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후로 오빠는 사라졌어요. 어렴풋 결혼을 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
“결혼생활은 만족스러우셨습니까.”
“적어도 겉보기엔요.”
“저희 집이나, 남편이나 풍족할 만큼 재산은 충분했으니까요. 남편도 자상하고 따뜻한 사람이었고,
현민이를 낳고 나선 더할 나위 없었죠. 정말 산다는 게 별건가. 이런 게 사는 거지 싶었어요.
그런데 남편은 현민이를 낳고 정관수술을 받겠다고 했어요. 아이는 하나면 된다고. 하나만 제대로 키우고 싶다고.
어느 정도 수긍은 했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남편은 모든지 완벽해야만 직성이 풀렸죠.
사실 우린 진짜 우리만의 삶보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에 더 치중했으니까요. 대부분의 부유층의 못된 습성이긴 하지만.
남부럽지 않은 집. 고급 승용차. 능력 있는 남편. 품위 있고 가정적인 아내. 사랑스러운 아들.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완벽한 것을 흉내 내고 꾸미는데 여념이 없었어요. 그런데 언제부턴가… 그런 삶이 숨이 막히기 시작했어요.
하! 다른 사람이 들으면 배부른 소리라고 욕하겠지만.”
“솔직히 좀 그렇군요.”
동완의 솔직한 대답에 그녀는 작게 웃으며 고갤 끄덕거렸다.
“남편의 자기만족을 계속 채워주며 살기엔, 내 삶은 어디에 있나 싶었어요. 삶의 회의가 들었달까.
어쩌면 지금의 나는 그 사람 때문인지도 몰라요. 현실도피 같은 거죠.
구원받길 바라고, 내게 주워진 현실에서 벗어날 것 같은 환상. 이젠 그저 핑계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멍청하게 그런 악마의 소굴에 빠져 내 남편과 아들을 그런 식으로 내몰다니… 그리고 날 흉내 내고 있다는 의문의 여자까지.”
그녀는 또 다식 자책하고 있었다. 동완이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드르륵 소리를 내며 그녀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그녀는 재빠르게 그것을 귓가에 가져갔다.
“여보세요. 어, 그래. 나야.”
지소희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를 내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걸려온 전화. 동완도 그녀의 통화에 귀를 귀 기울였다.
“…죽었어? ‥그래, 역시‥ 그랬구나.”
그리고 그녀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남편의 사망소식을 재차 확인 받자 그녀의 얼굴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 상대방의 다음 말을 들이며 침묵을 지키던 그녀가 힘없이 떨구고 있던 고개를 휙 들어올렸다.
커다랗게 떠진 눈과 다물지 못하는 입이 무언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들은 듯 했다.
동완은 답답함에 수화기라도 뺏어들어 듣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그게 사실이야?! 그게 사실이냐구!! 맙소사 …알았어. 수고했다.”
동완은 그녀의 얼굴을 궁금해 미치겠단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 역시 얼굴을 감싸 쥔 채 숙이고 있던 고개를 천천히 들어 동완을 바라보았다.
- * -
“박충재. 이제 좀 괜찮아?”
“응. 난 괜찮아.”
혜성의 한참을 패닉상태에 빠져 있었던 충재에게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의 기분을 묻는다. 충재는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오는 내내 충재도, 혜성도 단 한마디의 대화도 없었다. 최면에서 빠져나와 겨우 진정을 한 후 충재가 본 세 가지 scene.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혜성도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둘은 현민에게 받은 열쇠로, 일곱 달 전에 들렸던 강현민의 집안으로 들어섰다.
충재가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려 하자, ‘멍청아, 그냥 들어와’하고 혜성이 핀잔이다.
마치 급하게 피난이라도 간 듯 어질러진 집안은 휑한 느낌이 감돌고 있었다.
오랫동안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안 그래도 커다랗고, 물건도 몇 개 없는 집안은 황량함만 느껴졌다.
“충재, 본 대로 가봐.”
그러면서 혜성이 충재에게 가보라는 듯 턱짓을 했다. 충재는 고갤 끄덕거리곤 눈을 감았다.
번쩍 하고 눈 안에 빛이 부셔지고, 다시 그 극장 안의 장면이 떠오른다.
원목의 책장에 가득가득 책이 들어있는 넓은 공간. 충재가 눈을 뜨곤 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서재. 이 집 서재.”
혜성은 집안을 쓱쓱 둘러보았다.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뒷편에 문이 하나 보였다.
직감적으로 그 문이 눈에 들어오자 혜성은 저벅저벅 걸어가 문을 열었다.
삐그덕 하고 나무 틀어지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렸다.
문안으로 들어서자 충재의 말대로 엄청나게 방대한 책이 진열된 책장이 눈 안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바깥쪽에는 바닥까지 내려오는 커다란 유리창이 온 벽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앞으로 쏟아지는 햇빛 아래, 투명한 유리를 얇은 다리가 지탱하고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테이블이 보였다.
그곳에 들어서자, 충재와 혜성은 서재의 구석구석 찬찬히 살폈다.
“형 뭘 찾아.”
“뭐 스위치가 있을 거 아냐. 장식된 촛대나, 두꺼운 책 하나 빼내면 책장 하나가 핑그르 돌아가면서
비밀 문 열리고 그러는 거 아니었어?”
“맞아, 영화에선 늘 그러니까.”
충재는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방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방안은 특이하게도 사각형이 아니라 육각형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가로가 길고 새로가 좁고 뾰족한 형태의 육각형 모양의 방. 충재는 또 다시 눈을 감고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그리고 천천히 눈으로 훑어내듯 책장 하나하나를 바라보다, 가장 왼쪽 가장자리로 향했다. 총 6단으로 되어있는 책장에는
책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었다. 첫 번째 책장을 지나 일곱 번째 즈음 오자 충재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혜성을 바라보았다.
충재는 그것을 유심히 보다 말했다.
“형, 이거 잘 봐봐.”
“뭘?”
“다른 책장은 바닥에 그런 게 없는데, 이 책장은 말이야… 나 맨날 가는 만화가게 맨 앞에 있는 책장처럼 움직일 수 있게
바닥에 아주 작은 바퀴레일이 달려있어.”
충재의 말에 밑을 내려다보자 사실이었다.
그리고 충재는 자신의 가슴정도 부위에 있는 칸 안의 책을 모두 꺼낸 뒤, 책장 안쪽으로 손을 넣어 몸통을 통통 두드린다.
“이상하게 울리지 않아?”
그리고 혜성은 피식 웃었다.
“이상하긴 뭐 이상해. 뻔할 뻔 자지.”
그리고 책장 옆면으로 다가가 책장을 힘을 주어 밀자, 드르륵- 하며 책장이 통째로 60센치 가량 옆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눈앞에 뻥 뚫린 벽이 보였다. 딱 책장 높이에 사람 하나가 지나갈 만한 폭을 가진 구멍이 뚫린 벽을 보고 혜성은
‘보물섬이다.’하고 농담을 건네며 손에서 라이터를 켰다.
그리고 충재가 빼낸 책 중 아무거나 하날 집어 들어 얇은 책 모서리에 불을 붙인 후 온통 어둠속인 그곳으로 획 던졌다.
그러자 순간 불이 지나간 자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이었다.
책은 몸에 불이 붙은 채로 허공을 비추곤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약 이미터가량 지하로 파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계단은 나선형으로 꺾어지는 듯, 책이 떨어진 곳에서 계단의 방향이 오른쪽으로 휙 꺾여 있었다.
혜성은 그것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담배 하나를 꺼내 물었다.
“충재는 여기 있을래?”
“아니 같이 갈래.”
“한 번도 고분고분 한 적이 없어.”
그리고는 혜성이 먼저 어둠 속으로 천천히 발을 내딛었다.
어둠 속에는 계단을 밟아 내려가는 혜성과 충재의 발자국 소리만이 울려 펴지고 있었다.
세상에, 정말 무슨 영화도 아니고, 서울 하늘 아래 가정집에 이런 지하 밀실을 가지고 있는 자가 있다니.
아니, 있을 수 있어. 있을 수 있다 치는데 누구도 그런‥ 그런 목적으론 사용하진 않겠지.
“다 내려온 것 같은데?”
두 사람이 한참을 계단을 밟아 내려가자, 드디어 바닥에 닿은 듯 했다. 쾨쾨하고 습한 기운과 곰팡이 냄새가 진동하였다.
혜성은 충재를 시켜 공구함에서 찾아 낸 손전등의 스위치를 켰다. 탁 하고 스위치 켜지는 소리와 함께 혜성이 빛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혜성은 빛으로 벽 모서리와 천장, 기둥 주변을 찾아내고 있었다. 반드시 전등장치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해서였다.
“찾았다.”
그리고 천장 한가운데 딸랑딸랑 얇은 체인줄 같은 것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줄을 당기면 불이 켜지는 퍽 재래식의 전등장치였다. 혜성은 그것으로 다가가 줄을 손에 쥐었다.
.......... 이것을 당기면, 이 어둠이 사라지면- 우린 무슨 광경을 보게 될까.
그리고 혜성은 힘껏 체인 줄을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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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른 멤버들 출연안해요. 하면 미워할 것임.
파리의 연인의 한기주처럼 나 이렇게 고함치겠소.
우리 애기들 일하는 거 안 보여??????????
여기서 오히려 다른 애들 근황 군데군데 계속 나오면 집중 안되고 글 지저분해져요.
라는 베사마의 궁색한 변명질 ㅠ.ㅠ....
첫댓글 보고있는 나까지 떨려요~ㅜ_ㅜ
무슨 안좋은 일이나 그런건 아니겠죠~ 두근두근 거리네요~
선리플 후감상입니다~ 순위권, 처음이에요~너무 기쁘네요 >_< 사유님,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우와~스릴만점~정말 심장이 두근두근 거려요~
일하는거 안보여요오오ㅠㅠ
오오오..... 두근두근...... 다음편기대ㅜㅜ
일하는거 보여요오ㅠㅠㅠㅠ히히 저는 늘 베사마님만 믿어요!
네네ㅠ 보입니다ㅠ 보여요!!!! 학원가야할 시간이 임박햇음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소설을 보는;ㅅ;
무엇이 나올까요;;;; 두려워요ㅠㅁ
와, 대박이다, -ㅁ-; 시험기간이라 자주못들어오는데, 이렇게많이, ㅎ
멋져요멋져-
시험 5일 남았는데~ 앗싸!! 이거 보고 열심히 0점 맞을께요!!
이번폭탄만 보고 열심히 시험열공모드에 돌입할것을 베사마님을 걸고 약조합니다=_=
진짜 시험공부하러 가야되는데ㅠ-ㅠ 그래도 보고나면 후회안할듯,ㅎ
-ㅁ- 겁나서 다음편 못보겠. .. 방에 혼자있는데 오늘따라 거울이 왜이렇게 무서워보이나. =_=
멤버들 출연 안해도 읽을거에욧...!!
후후.. 베사마의 글이니 베사마 뜻데로.... (하트)
동완씨가 지소희씨의 얼굴을 궁금해 미치겠단 얼굴로 바라볼 때 저도 궁금해 미치는 줄 알았음둥.ㅠㅠ 저 말이 나오니까 더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아 그 다음편 죠낸(;) 기대. 덜덜덜
오오오오 멋져요 !ㅋㅋㅋㅋㅋㅋ
무서워무서워요 ㅠㅠ 아아아악!
난 몰라요ㅠㅜ 베사마님!! 저 오들오들 떨고있어요ㅠㅜ
으아아아아아- 도대체 진실은 무엇? 으으으으으// 충삼이 고생하오!!!!
또 지소희씨는 무언갈 알아내게 된거고, 혜성씨와 충재는 도대체 무얼 보게 될까요?
대체 어떤게 나올지..ㅠㅠ 막 심장이 덜컹덜컹 되고 있어요...<- 표현이 거칠어도 이해해요..;;;
이 늦은시간에 혼자 볼라니................등골이 오싹오싹하군뇨.....ㅡㅡ;;
다음 편이 정말 기대되요!! 사유님의 폭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충재 점점 능력이 좋아지네요~^_^:
무서워요 ~ 이 긴장감 ㅋㅋ
헉... 정말 긴장에 긴장이에요 ㅠㅠㅠㅠ
이런식도 좋아요~ 정말 긴장되는순간~
진짜재밋다>0< 불켜면 무슨광경이 펼쳐질지?? 빨리 다음편봐야지 +_+
뭔가 튀어나올것같은.....;
네 애기들 일하고 잇는 모습...너무 좋아요^^
으아.. 진짜 오싹오싹.. 무서워서 윗글을 못누르겠어요..ㅠㅠ
아진짜 정말 아슬아슬한데서 잘도 끊으시네
이 대단한 스토리 엄지손가락번쩍!
한편만 더 봐야지 이렇다가 미치도록 보고 있어요 ㅋ 코맨 달 새도 없이 윗글 계속 눌렀습니다.ㅋ 너무 재밌어서 미칠것 같아요 건필 하세요 화이삼~~~~ 사유천재 ㅋ
아아아, 정말로 오싹합니다!! . 다음편 ! 다음편! .. 아 , 정말 미치겠습니다, 이거 너무 중독성이 강해서!
난...난왜 맨날 무섭다고 하면서도 밤에만 이걸볼까..ㅠㅠ 무서워라...ㅠㅠ 그래도...재밌어요...ㅠㅠ
아..지대 소름끼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