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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호장룡의 한국 메인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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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영화사 | 중국은 넓다. 서구에 중국 무협의 존재를 다시금 상기하게 한 리안 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은 그런 중국을 가장 잘 활용한 영화다. 영화 속에 존재하는 위치뿐만 아니라 촬영지 역시 중국을 가장 활용한 영화다.
청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중국 강남의 한 마을에서 시작한다. 평안한 정경이 아름다운 이곳은 리무바이(이목백, 저우룬파 분)와 쑤롄(수련, 양즈칭 분)이 어릴 적부터 수련하던 곳이다. 영화 속 배경은 전형적인 강남 정원문화를 보여준다.
사합원안에는 자가의 편액이 걸려 있는 아기자기한 곳이다. 사실 북방 민족이 내려와서 베이징을 장악하고 있을 때, 한족들은 이곳에 똬리를 틀고 머잖아 다가올 것으로 생각하는 자기들의 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문화를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쑤저우(蘇州)와 강남 수향(水鄕) 들이다. 쑤저우의 줘정위앤(拙庭園)과 류위앤(留園)은 그 가운데 가장 빼어난 정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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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의 전형적인 시골 풍경. 사진은 샤오싱 우왕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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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조창완 | 또 조우주왕(周庄)이나 통리(同里), 우전(烏鎭) 등 저지앙과 지앙쑤성의 경계지 평원은 작은 나룻배들이 교통이 중심이 될 정도인데, 이곳의 도시들은 대부분 수백 년 된 아름다운 도시를 갖고 있다. 이 영화 속에서 이런 정경의 대부분은 저지앙성 성도 항저우에서 멀지 않은 안지(安吉)의 푸롱쿠(芙蓉谷)에서 촬영했다.
쑤롄의 아버지이자 리무바이의 스승은 원래 표국(驃局)을 이끌고 있었다. 표국은 지금으로 말하면 일종의 경호업체다. 거대한 중국 대륙의 물자는 수도인 베이징으로 향하는 게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많게는 몇 년씩 걸리는 베이징으로 이동길에 당연히 수없이 많은 도적이 있기 마련이다. 물자를 보내는 이나 받는 이나 안심할 수 없는 일이다. 이때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표국이다. 일종의 경호업체인 셈인데 이들의 이용자는 표호(票號)다. 표호는 일종의 은행이다.
이런 표호와 표국의 문화를 볼 수 있는 곳은 의외의 지방이다. 바로 산시성(山西省) 핑야오(平遙)인데, 이곳에는 고성을 중심으로 표호와 표국의 전모를 볼 수 있다. 늦가을만 되면 세상이 황색으로 바뀌는 이곳 사람들은 표호와 표국을 만들어 청나라 최고의 금융가를 형성했다.
이런 흐름은 훗날 국민당의 재정부장을 한 대재벌 쿵상시(孔祥熙)까지 이어진다. 핑야오에 가면 지금도 표호나 표국 등 중국 전역의 경호와 금융을 장악하던 이들의 위용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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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국을 이용하던 표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핑야오 일승창 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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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조창완 |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끼는 곳은 아마 소룡(장즈이 분)과 소호(장진 분)가 대결과 사랑을 나누는 거대한 고원일 것이다. 극중에 소호의 영역은 티베트로 나오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것은 대부분 신장(新疆)이다.
그중에 웅장한 지층이 인상적인데 이곳은 신장 커라마이시(克拉瑪依市) 우얼러샹(烏尔樂鄕)에 있는 모구이청(魔鬼城)이다. 마귀들의 성으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84평방킬로미터에 350미터 정도의 각종 기석이 도열해 특이한 경관을 이룬다.
정략결혼을 앞둔 소룡에게 찾아가 사랑을 확인하고 푼 소호는 그녀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자, 결혼 행렬을 막아 위험을 자처한다. 그들의 무모한 사랑을 파악한 리무바이와 쑤롄은 그를 무당산(武當山)으로 보낸다. 무당산은 소림사와 더불어 중국 양대 문파를 이루는 무술의 고향이다. 후베이성 깊숙이에 있는 무당산은 사람들로 번잡한 소림사와 달리 아직도 적막함이 가득한 무술의 수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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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룡과 소호의 사랑이 이뤄지는 장면을 찍은 신장성 뭐구이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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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조창완 | 출가를 전제로 한 수련장이기에 사람도 적지만 여전히 중국 무술계에 최고 고수는 무당이 차지할 만큼 막강한 무술이다. 소림 무술이 강함 속에 부드러움을 통해 힘을 표현한다면, 무당 무술은 부드러움 속에 강함을 갖고 있는 무술이다. 이 영화에서 최고의 무술로 통하는 것도 리무바이가 연마한 무당신법이다. 하지만 무당신법은 리무바이의 스승 강남학을 죽이고 이 검법서를 취득한 파란여우와 그 제자 소룡에게 전해지기도 한다.
소호의 난동과 더불어 결혼의 무가치함을 깨달은 소룡은 강남으로 가면서 강호의 시시껄렁함을 깨닫는다. 결국 강남에서 이들은 대결을 벌인다. 가장 중요한 장면은 무당의 달인 리무바이와 스스로 검법을 수련한 미완의 대기 소룡이 벌이는 대나무 밭의 대결이다. 이 영화에서 대나무는 가장 적절히 쓰이는데, 이 대결 신과 더불어 리무바이와 쑤롄이 대나무 밭에서 연정을 확인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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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무바이와 소룡의 싸움을 찍은 안지 대나무 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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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조창완 | 이 장면은 대부분 대나무 밭으로 유명한 안지(安吉)에서 촬영됐다. 항저우의 바로 옆인데 쓰촨 촉남죽해 지역과 더불어 대나무가 가장 잘 자생하는 지역중에 하나다. 또 리무바이가 검의 무용함을 말하고 던지는데 그 폭포도 안지의 바이푸(百瀑)라는 곳이다.
강남에서의 대결은 리무바이와 파란여우의 죽음이라는 결과로 끝난다. 쑤롄은 리무바이와 이루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며, 그녀를 소호에게 돌려보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소룡이 무당산이라고 찾아간 곳은 무당산이 아니라 허베이성에 있는 창옌산(蒼岩山)이다. 산 계곡을 두고 사찰과 그 사이 다리가 인상적인 이곳은 치아오량뎬(橋梁殿)이다.
스좌장(石家庄)에서 2시간쯤 가면 있는 이곳은 이 영화로 인해 급속히 인기를 얻었다. 이곳에서 소룡은 소호가 말한 전설 속의 남자처럼 벼랑에서 편안하게 뛰어내린다. 그녀는 이제 전설 속으로 들어갔다.
영화에서 주된 철학자인 리무바이가 강호를 떠나면서 가장 절실했던 것은 생활이었다. 스승의 딸이자, 자신을 구하려 죽은 친구의 연인 쑤롄과의 오랫동안 이루지 못했던 사랑. 정작 그 사랑을 위해 찾아온 자신 앞에서 순식간에 미묘한 감정으로 흔들리는 쑤롄과 연거푸 일어나는 세상사의 복잡함. 그 속에서 리무바이는 숨을 거둔다.
떠나려 하나 떠날 수 없는 인간의 삶과 그 업보를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그려낸 이 영화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작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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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촬영지 여행법] 촬영 주요 장소는 저지앙 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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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安吉)
안지는 저지앙성 성도 항저우에서 63km 떨어져 있다. 항저우버스 터미널에서 수시로 안지로 가는 차가 출발한다. 안지에서 들를 여행지는 대나무신 촬영지인 주보위앤(竹博園; 입장료 38위안), 중궈따주하이(中國大竹海 입장료 20위안)와 폭포신 촬영지인 바이푸(百瀑; 입장료 35위안)이다. 대나무 지역은 현 소재지 중심에서 가깝다. 바이푸는 26km 정도 떨어진 톈황핑(天荒坪)에 위치해 있다.
창옌산(蒼岩山)
깊은 바위 골짜기의 양쪽에 걸치고 웅장하게 서 있는 건물인 치아오로우뎬(橋樓殿)은 ‘와호장룡’으로 주가를 순식간에 올렸다. 물론 덩달아 입장료도 올렸다. 창옌산은 스좌장에서 70km 정도 떨어진 해발 1천여m의 산지다.
산세도 아름답지만 종교 사찰이 많은 곳으로 이름나 있다. 고찰은 물론이고, 정자, 비석 등은 대부분 명청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잘 보존되어 고색창연한 맛이 살아있다. 특히 푸칭스(福慶寺), 서원(書院), 완샌탕(万仙堂), 공주스(公主祠) 치아오로우디엔(橋樓殿), 위황딩(玉皇頂), 팡후이수안(峰回軒), 장칭로우(藏經樓) 등은 유명하다.
스좌좡에서 직접 가는 버스가 있다. 2시간 30분쯤 걸리고, 요금은 25위안 내외다. 입장료는 40위안이다. | | | [출처: 오마이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