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다리 저림 무서워 '척추관협착증' 수술 망설인다면…
절제술로 뼈 떼어내는 기존 수술 방식 협착 증상은 나아져도 통증은 계속돼
척추관 넓혀 인공 뼈 삽입하는 'OLIF' 절개 최소화해 신경 손상 거의 없어
재수술·다른 척추 질환에도 적용 가능
A(여·69)씨는 오랜 기간 허리 통증으로 고생했는데 최근엔 다리 저림 증상까지 나타나 일상생활조차 불편해졌다.
집앞 가게에 갈 때도 가다 서기를 반복하게 되자 참다못해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척추관협착증이었다. 하지만 '수술하면 또 다른 허리 통증으로 평생 고생한다'는 주위 의견을 듣고 비(非)수술 치료만 받으며 견뎠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마비 증상까지 나타나면서 결국 A씨는 수술을 결심했다.
참조은병원 척추센터의 이춘기(맨 오른쪽) 명예원장(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을 포함한 척추센터 의료진이 척추관협착증 환자를 대상으로 OLIF 수술을 하고 있다.
A씨는 척추 전문 의료진이 흔히 만나는 척추관협착증 환자 사례다. 대부분 환자가 견디지 못할 만큼 증상이 악화돼서야 수술을 받는다. 이런 환자들의 우려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대표적인 척추관협착증 수술법은 후방감압술 및 후방유합술이다. 후방감압술은 척추신경을 노출해 수술하는 방식이라 수술 후 신경 유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술받은 환자 일부가 다리 저림이나 이상 감각을 호소하는 경우가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최근 이런 신경유착 우려가 적은 새로운 척추관협착증 수술 방식이 환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 바로 '사측방 경유 유합술(OLIF)'이다. 수술 시 옆구리를 통해 척추로 접근하고, 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조직 손상을 줄인 것이 특징이다. 참조은병원(경기 광주) 척추센터의 도움을 받아 OLIF 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수술 후 빠른 일상 복귀… 재수술 환자 만족도 높아
OLIF 수술 방식은 이렇다. 영상투시장비로 병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수술에 들어간다. 수술 시에는 환자의 몸 왼쪽이 위로 향하도록 눕힌다. 옆구리(측방)에 4㎝ 정도 작게 절개한 뒤, 좁아진 척추관을 넓히고 통증 원인을 제거하며 튼튼한 케이지와 인공 뼈를 삽입한다.
참조은병원 척추센터의 김훈 과장은 "기존 척추관협착증 수술은 척추후궁 절제술로 뼈를 떼어내는 방식이라 수술 후 협착증 증상은 호전돼도 허리 통증으로 평생 고생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OLIF는 척추후궁 뼈를 제거하지 않으므로 수술 후 허리 통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작고 수술 다음 날부터 가벼운 보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OLIF 수술은 척추측만증·전방전위증·척추관협착증 등 다양한 척추 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수술 후 몇 년 뒤 증상이 재발해 재수술하는 경우에도 OLIF를 적용할 수 있다. 참조은병원 척추센터의 구형모 과장은 "OLIF는 최소 절개로 근육 및 신경 손상이 거의 없으며 합병증 발생 확률도 낮다"며 "재수술 환자들의 만족도도 기존 수술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했다.
◇혈관외과·내과 전문의 협진 가능한 병원에서 시행
OLIF는 혈관외과 전문의가 없는 일반 병원에서 시행하기 쉽지 않은 수술로 분류된다. 주로 대학 병원에서 진행한다.
참조은병원의 김현규 혈관외과 과장은 "OLIF는 척추관을 감싼 동맥혈관을 비켜서 디스크에 접근하는 방식인데, 비정상적 혈관이나 가지 혈관이 많을 때 혈관 및 신경 손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혈관외과 전문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내과 의료진과의 빠른 협진(협동진료)도 필요하다. 대학병원에서 척추 연구만 30여년간 해온 이춘기 참조은병원 명예원장(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고령환자가 안전하게 OLIF 수술을 받으려면 심장내과·호흡기내과·내분비내과 등 내과와의 원활한 협진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지정 인증의료기관인 참조은병원은 척추센터·관절외상센터·심혈관센터·뇌신경센터·소화기센터 등 각 분야 특화 센터를 중심으로 21개 진료과와 60여 명 의료진으로 구성된 종합병원이다.
올해 대한정형외과학회장에 취임한 척추 분야 권위자 이춘기 원장을 포함해 척추전문병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정형외과 구형모 과장, 척추신경외과 김훈 과장, 정형외과 원종화 원장이 재활의학과·혈관외과·영상의학 등과 협진하고 있다. 심장내과·호흡기내과·신장내과 등 내과 전문의와의 협진도 유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