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라는 뜻의 '파우치(Pouch)'. 여자들이 여기에 종종 자존심을 숨긴다. 화장실에서 쓸 수 있는 위생용품부터 립스틱 같은 화장품까지 넣고 다니기 때문. 파우치를 열고 몰래 단장하고 한결 예뻐진 얼굴로 나서는 마음. 그래서 파우치는 여자들에겐 일종의 비밀상자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는 주머니다 보니 처음엔 그저 어두컴컴한 색이면 그만이었다. 커다란 리본이 붙어 있거나 레이스가 주렁주렁 달린, 그야말로 속옷이나 티슈 상자 덮개처럼 생긴 녀석들도 많았다. 요즘엔 그러나 파우치 그 자체로도 자존심 싸움을 한다. 앙증맞은 모양에 말끔한 디자인은 기본. 요즘엔 파티 갈 때 클러치 백(clutch bag·손에 쥐고 다니는 작은 가방) 대용으로도 쓸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제품도 많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서류가방 대용으로도 쓸 수 있는 파우치, 남자가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파우치도 있다.
'이브 생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테파노 필라티(Pilati)가 디자인한 파우치는 클러치로도 서류가방으로도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 동그랗게 생긴 주머니는 나일론천 위에 회색 호피무늬가 은은하게 새겨져 결혼식이나 동창 모임에 나갈 때 우아하게 들 수 있는 클러치 백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다. 네모난 제품은 가죽으로 마무리돼 서류가방으로도 제격이다.
네모 반듯한 '고야드'의 세나 파우치는 남자들이 쓰기 좋은 모양이다. 아이패드, 넷북, 화장품 파우치, 서류가방으로까지 쓸 수 있다. 검정을 추천. '보잉 25'란 이름이 붙은 파우치도 있다. 방수천으로 만든데다 안쪽에 달린 똑딱이 단추를 떼면 더 넓게 쓸 수 있어 실용적이다. '매그앤매그'에서 파는 파우치는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에 톡톡 튀는 지퍼 색깔이 특징. 지퍼가 하나만 달린 제품은 서류가방으로 써도 무난하고, 주머니가 여러 개로 나뉘어 있는 건 지갑으로 활용해도 괜찮다.
오랫동안 여행용 가방과 각종 파우치를 만들어온 '레스포색'은 이번엔 하트 모양 주머니를 내놨다. 가방 속에 숨겨만 놓기엔 깜찍한 소품. 그저 손에 걸고 다녀도 훌륭한 액세서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