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잡아라~ 자리 잡아라~
온 동네 사람들이 보리 베다가 모내기 하다가도 달려와 바가지에 대야에 수대에 양푼에 물을 떠
빗자루에 물을 묻혀 하늘로 뿌리며 자리 잡아라~ 자리 잡아라~
분봉난 벌들에게 하는 소리다.
그 소리가 얼마나 애처롭던지 지금도 귓가에 선하다.
그 소리를 두고 떠나지 못하는지 어느세 벌들은 적당한 감나무 가지에 엉겨 붙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애처롭게 들리던 우리 아버지 어머니, 동네 사람들의 해마다 열리는 애달 픈 합창공연이 조용해 진다.
그때는 공중에 나는 벌들에 물을 뿌려 날개를 젖게해 도망가지 못하도록 해서 감나무에 붙는 줄 알았다.
하지만 물 안뿌려도 분봉난 벌들이 주위 나무에 붙는다는걸 최근 카페 가입해서 알게 되었다.
소똥 두어 뭉큼의 벌들이 안떨어지고 감나무에 복어 배처럼 붙어 있으면
아버지께서 짚으로 세끼를 꼬아 만든 고깔 모양의 멍덕에 꿀을 약간 바르고 한 뭉큼의 쑥을 뜯어
빗자루를 만들어 두레~두레~ 하시면서 멍덕으로 벌들을 유인해 통나무 벌통에 뒤지베기를 쒸우고
황토 흙을 이겨 멍덕과 벌통 밑 둘레를 떡 시루 바르듯 바르고나면 어느세 한나절이 훌쩍 가버린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 난다.
분봉나 낮게 나는 벌은 안 도망갈 벌이고 높게 나는 벌들은 도망가는 벌이라 하셨다.
일년에 열통 분봉나면 두통 정도는 높게 날아 조금 멤돌다 어디론가 떠나 버린다.
아무리 물을 뿌려도 소용 없이 야속하게도 떠나가 버린다.
또 까만 벌은 쏘지도 않고 꿀만 축내는 벌이라고 나오면 잡아 죽이라 하셨다.
숫 벌을 말씀 하시는 것이다.
지금처럼 개량 벌통이나 사각 벌통도 아니였는데 선조들의 벌 지식은 뛰어나신것 같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마치 007작전 하러 가시는것 같다.
호야등을 챙기시고 큰 다라이를 챙기시고 짚 한 다발과 성냥 등...
호야등불을 비쳐달라 하시며 나를 데리고 가신다.
우리집 꿀을 따는 날이다.
지금 사각통이나 계량통이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버지께서 어머니보고 벌통을 살짝 들으라신다
아버지는 짚 한 뭉쿰에 불을 붙여 벌통 밑에 댄다.
단 10초도 안걸리는것 같다.
순식간이다.
소리한번 못내고 종벌 세통 남기고 10여 통이 그대로 불에 타 없어 진다.
그렇게 애절하게 온 동네 사람들이 자리 잡으라고 합창을 하시며 잡았던 그 벌들을 ...ㅠㅠ
참 슬프고 벌들에게 미안했다.
그러다 부모님들은 돌아가시고..
우리집 벌 기술은 여기에서 멈춰 있다.
고 2때 가발을 쓰고 드럼으로 밤무대에 진출해
26년 방송국 악단활동.나이트밤무대에,극장식쇼무대에.라이브카페에 40여년 연주생활 접고
행사를 전문으로 하는 이벤트 기획사를 운영하며
올해부터 고향집에 농사와 토종꿀벌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에 투통을 사고 아버지께서 놓던 자리에 벌통을 놓아 5섯 통이 들었다.
온 천지가 낭충병으로 다 죽고 10프로 정도 남았다고 한다.
난 올해 꿀을 따지 않고 그자리에 그대로 두었다.
내가 벌 키우려는 환경에 개체수를 늘려 놓자는 생각에서다.
저번 어느 카페 정모에서 이런 얘기를 했더니 고수분이 나보고 뻥이라 하신다.
내가 꿀을 따는 기술은 불을 피워 한통 다 죽여야만 꿀을 따는 기술인데
실력 좋은 고수들 한테는 웃기는 얘기로 들리시는 모양이다.
내 벌통은 모두 통나무고 사각은 두개다.
벌 한통에 50만원 한다는데 벌통 속에 50만원 이상의 갚을 보상해줄 꿀이 들어 있는지 의문이기에...
괴질병에도, 무시무시한 장수말벌턱에도, 등검은말벌 독에도 살아 남은 10프로의 벌을
내 꿀따는 실력으로 단 10초 만에 짚 한줌으로 귀한 벌을 죽일 수 없기에 그대로 두었다.
오늘 집 뒤 봉장 만들 곳과 아버지께서 벌통 만들려고 잘라 놓은 오동나무를 보았다.
눈물이 주루르 흐른다.
부모님의 그리움과 벌들에게 미안함 등 만감이 교차 한다.
꿀을 따도 죽이지 않고 키우는 기술을 열심히 배우고자 다짐해 본다.
부모님들의 흔적만 남겨 놓은 낡은 벌통이 추운 겨울 덩그러니 세월의 무상함을 말해 준다.
올해부터 열심히 해보렵니다.
아버지의 손때 묻은 벌통입니다.
세월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본격적으로 여기에 시작하려 합니다.
나무들을 모두 정리해야겠죠?
이 오동나무로 환태통 가능할까요?
너무 오래됐나요?
고수분들 답변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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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글을 읽다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네요 그때는 그랫지요 못먹고 못살고
토종벌은 힘 들어요
세월속에 묻혀버린 부모님의 흔적들을
지우지않고 다시찾고계시는님의 노력을
응원해봅니다
돌고 돌아오셨군요..앞으로의 계획을 응원함니다..🍎
화이팅 응원 합니다.~!!!
부모님 생각이 아련 하시게네요
성공 하시기 바랍니다
정성이 지극 하면 통한다 했지요
님
응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