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아(Messiah)
'기름 부음을 받은 자'라는 뜻으로, 신약성경에서는 일반적으로 '그리스도'(christos)라고 번역되었다. 초대교회 당시의 신자들은 '그리스도인들'(혹은 그리스도의 사람들)이라고 불렸으며(행 11:26), 그 후부터 이 말은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어휘가 되었다.
구약에서 나타난 메시아: 구약성경 가운데 특별히 선지서들에서 메시아 시대의 도래가 많이 언급되고는 있지만(사 26-29장; 40장 이하; 겔 40-48장; 단 12장; 욜 2:28-3:21 등) 메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거의 없다. 그러나 변형된 형태로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 이를테면 항상 속격(제 2격)으로 사용되거나 접미사에 붙어서 '여호와의 메시아', '나의 메시아'처럼 사용되었다.
구약에서 기름 부음을 받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특별한 일들을 수행할 특별한 종을 부름을 받는다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사장들(레 4:3; 6:22)이나, 왕들이 기름 부음을 받았으며(삼상 24:10; 삼하 19:22; 23:1; 애 4:20), 선지자들도 기름 부음을 받기도 했다(왕상 19:16). 나아가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Cyrus)는 '나의 기름 받은 고레스"(사 45:1), 족장들도 "나의 기름 부음을 받은 자"(시 105:15; 삼상 24:6 이하 참고)라고 불렸으며, 이스라엘도 역시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을 받은 사람들로 말해졌다(합 3:13).
이처럼 기름 부은 사실이 처음에는 특별한 직분을 가리키던 용법으로 사용되었는데 나중에는 보다 전문적인 의미로 사용되어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선택받은 도구가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약은 의심할바 없이 메시아의 길을 예비하고 있으며, 구약의 많은 메시아적 구절들이 신약에서 인용되고 있다.
신약시대의 유대인들이 기대한 메시아: 신약시대의 유대인들은 메시아의 출현을 예상했으며,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증거는 헤롯의 서기관들과 대제사장들이 메시아가 베들레헴에서 날 것이라고 즉시 대답할 수 있었다는 사실(마 2:2-3)에서, 또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메시아로 혼동했던 사실(눅 3:15)에서, 세례 요한이 극구 자신이 메시아가 아니라고 부인한 사실(요 1:20)에서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예수님의 처음 제자들이 예수님을 처음 만나 본 후에 즉시 '메시아'를 만났다고 믿었던 것(요 1:41)에서나, 사마리아인들 가운데서도 메시아에 대한 기대를 찾아볼 수 있었다는 점(요 4:29 이하)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그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일 것이며(마 21:9; 22:42),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마 2:5; 요 7:40-42).
그들이 개대했던 메시아는 다윗이 이방민족들을 모두 정복하고 다윗 왕조를 세웠듯이 그들을 로마와 같은 이방민족들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줄 새로운 다윗을 기대했던 것이었다. 즉 다윗 시대와 같은 경제적 풍요와 사회적 정의, 평등과 평화를 가져다 줄 메시아를 기다려 온 것이었다. 다윗 왕조를 재건할 왕으로서, 이방민족들을 굴복시킬 군사적 영웅으로서, 정치적인 자유와 경제적 풍요, 그리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며, 나아가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성취할 메시아를 기다렸던 것이었다.
메시아로서의 예수 그리스도: 이스라엘 백성들의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 예수님께서는 메시아 직분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예수님 자신은 여러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메시아임을 공인(公認)하기를 주저하셨기 때문이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자신의 사명에 대해 비밀을 지킬 것을 명령하신 경우가 종종 기록되어 있다. 그것은 메시아의 직분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을 때 예수님은 자기가 정치적 해방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날 때가지(즉 십자가 이후) 침묵을 지키셨을 가능성이 더 많다. 즉 예수님께서 메시아라고 생각하신적이 없었다기보다는 분명히 예수님께서 구약의 성취를 의식하고 계셨으며, 자기가 민족적 의미에서가 아니라 영적인 의미에서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시려는 하나님의 대행자라는 사실을 의식하셨다. 따라서 예수님께서 백성들의 환호와 지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기를 삼가시고 제자들에게 침묵할 것을 명령하신 것은 메시아라는 칭호가 풍기는 정치적인 의미 때문이었을 것이다(마 8:30 참고).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메시아의 개념을 수락하셨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눅 24:26 이하). 또한 부활하시기 전에는 메시아란 칭호를 사용하기를 주저하셨으나 십자가의 고난과 부활 이후에는 밝히 드러내셨다. 이것은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을 통해 나타난 메시아 사역으로 예수님이 정치적인 메시아가 아님을 밝히려고 하셨기 때문이었다.
초대교회는 "너희가 십자가게 못 박은 이 예수를 하나님이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하셨느니라"(행 2:36)라고 선언하였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높이셔서 '고난 당하는 메시아'가 아니라 하늘 보좌에 앉아 만물의 '주님이 되시는 메시아'로 선언한 것이었다. 이제 베드로는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담대히 예수님을 메시아라고 선포하였다. 이러한 그의 설교가 정치적으로 이해될 염려는 거의 없었다. 왜냐하면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에게 정치적 권력이 있다고 생각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후부터 초대교회의 선교와 가르침의 주제는 '그리스도이신 예수'였다(행 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