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아침에 고향을 향해 출발 함
머리속에는 광주전남방 송년모임만 뱅글뱅글,
일이 손에 안잡힌다
몇일 전부터 와이프와의 약속...고흥에 가서 김장용 배추를 가져오기로 했기땜시롱.
항상 김장철이면 절임배추를 전화로 배달시키면 집안에서 가만히 앉아서 받았는데
금년엔 신랑을 잡아먹을려고 와이프가 기를 쓰그마요
나한테 판, 땅 주인이 금년 김장배추는 책임 진다고
내 땅에다가 배추 심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더니
배추를 예술로 가꾸어 놓았네. 감탄에감탄
배추 60포기와 무우 한박스, 거기에다 무우청 한가마니
이놈들을 한 차 싣고 시속 170킬로로 달려와서 4층 우리집까지 들여 놓다가는 죽기일보직전 까지 갔음
숨이 차고 허벅지가 달달 떨렸지만 와이프한테는 내숭도 안함
남자가 갑바가 있지…*
토요일은 우리과와 정비 부서와 한마당잔치 하는날
음식과 행사프로그램이 나를 유혹했지만 토원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귀에 쟁쟁
핸들을 바로 잡고 힘차게 달렸다
회사에서 화순 갔다는걸 알면 목숨 부지를 보장 못함
광주에서 딸 결혼시킨다는 고등학교동창넘이 알면 목숨은 이미 내꺼가 아닐진데.
가수분교를 지척에 두고
세하총무에게 전화를 때렸지 못간다고,,내일 간다고..
전화속으로 들려오는 주변 사람들의 목청들,,안오면 모임에서 탈퇴시킨다네..,,웬수들
5분도 않되어 현장에 도착하니
낮동안 난리부르스를 추던 바람이 다 사그러들고 온화하다
온화해진 날씨는 전남방의 분위기를 대변하고 운영진의 노고를 대변하리라
여러분 안그요?
운동장에 가득찬 차량들을 보고 일단 질리고
정문앞에 진열한 협찬품들 보고 질리고
동료들 얼굴들을 보니 기온보다도 더 따뜻하고 반갑고 온화하고 이삐다
협찬품들은 참으로 귀하고 소중한 마음씨의 산물들이다
형제들이 이렇게도 마음을 써 주랴
동네친구들이 이렇게 배풀어 주랴
암튼 정겹고 고맙다
방명록과 잡기장을 들고 책상앞에 앉아있는 총무와 옆구리 다친 고뚜레
고뚜레 얼굴을 보니 웃음이 나와서 차라리 고개를 돌림
갈비뼈 절단 나고 농장 조성계획이 심각하게 어긋난 사람이
정모에 참석하는 성의가 거의 괘씸스럽다
눈앞에 닥치는 사람마다 손 잡고 악수 하고 한바탕 난리소란을 피우다가
주변을 둘러보니 토원님의 학교가 전통토속요리의 가공공장으로 변한 모습이 눈에 들어 옴
여름처럼 푸른 잎들이 살아있었으면 보기가 영 좋았으련만 아쉽네
올망졸망 옹기에 아기자기하게 가꾸어놓은 야생화들이
추위에 그만 옆구리를 땅바닥에 누였네,
인간들이여
하얗게 시들어가는 풀잎들을 무시하지 마소서
따가운 여름햇빛을 참고서 여러분들께
아름다움과 풍요로움과 깨끗함과 싱싱함을 선물하다가 저리 되었오
성산바우님이 나의 등을 떠밀어 교실로 들이댄다
다 이유가 있고 그럴만한 풍경이 나타남
茶와 생활..그런거를 강의중이신데 난 앞부분을 빠뜨리고 들어서 통 모르겠음
담에는 모임에 지각 않고 제때에 나타나겠습니다
이삐고 말 잘하시는 각시 데리고 사는 성산바우님이 부러웠습니다
어디서 코를 쏘는 냄새
통나무상 위에는 홍어와 차잔과 술떡과 구운김과 생다시마와 감귤과
돼지고기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배즙과 인삼즙과 단감과 대봉홍시와 방구소리와..방구소리는 없었는지 안들렸는지 모름…
암튼 기타 등등 푸짐하고 넉넉하다
협찬품 기증한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씨에 거듭 감사를 드린다
협찬품을 기증한 마음들을 단순하게 생각하면 아니됩니다
우리네 모임을 단단하게 묶어놓는 정=협찬품
협찬품은 비용을 반에반도 않되게 줄여주는 툴 입니다
닥치는 대로 입속에 쓸어넣다보니 복쟁이처럼 볼록하게 나온 배를 안고
숨을 쌕쌕거리는데 마당으로 나오라는 호통이 교실을 뒤흔들었다
마른 통나무를 쌓아놓고 주변에는 폭죽을 꽂아두고
손에손에는 불꽃봉을 쥐어준다
풍경님이 하사하신 폭죽놀이용품이다
언제나 고마운 풍경님
장작에 점화하는 순간 하늘에는 폭죽으로 수 놓는다
폭죽의 소리와 불꽃과 사람들의 함성까지도 아름다웠다
이어서 내어놓는 야외용테이불에는 새로운 주안상이 차려지고
드럼통 절반으로 제작한 바비큐통에 활활타오르는 숯불에 생돼지고기가
뜨겁다고 꿀꿀 몸을 뒤튼다
이어서 강강수월레 대형으로 둥글게 서고 한명씩 돌아가면서 인사하기
모두다 반갑고 고맙소,,,,잉
마이크맨으로 등장한 대은님이 도사 같은 맨트로 운동장을 장악하다
미오새님의 꾀꼬리 같은 노래소리에 반하고
길님과 그의 각시와 함께 부르는 정다운 합창은 나를 배아프게 함
바야흐로 분위기는 무르익어가는데
이때…
짜잔~~
난데없는 부랑걸뱅이가 온몸에 미이라처럼 해가지고 나온다
그 폼이 그지없이 불쌍하다
사람들은 불쌍히 여겨 한푼씩 적선을 하고…
온몸에 두른 화장지를 푸니
아글씨..! 협회장 도토리정철이 아니신가?
온몸으로 봉사하는 협회장의 노력에 눈물이 나오다
나보다 조금 늦게 당도한 회원들도 보인다
하루 행사계획에 따불이 됐지만 서둘러 마치고 참여하신 노력에 박수를 보내요
운동장이 조금 춥다는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운동장 한켠에 심어논 수련에 살얼음이 끼는거 보니 영하의 온도다
그러나 광주전남방의 열풍은 화순동곡의밤,
영하의추위를 녹인다
실내로 피신한 몇사람은 석유난로를 끼고는 겨울밤을 이빨로 씹고 있었다
농민사랑님의 꾸지뽕 열변과 울금 강의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바다랑땅이랑님의 사이버판매의 바른길과 정열도 좋았고요
종이상자 안에서는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협회장이 기증한 삥아리
역시 동물사랑이 넘치는 협회장….때때로 물을 챙겨주는 모습이 포착됨
난로 곁에서 바다랑땅이랑님이 하사한 마른김을 먹고 또 먹는 사람들
마루에도 삼삼오오 앉아 있는 사람들의 담소가 마르지를 않는다
이야기는 끝없이끝없이 겨울밤을 지샌다
가끔 내어다보는 밤깊은 운동장에는 아직도 노래와 웃음과 젊음과
낭만과 꿈들이 남아있고,
맑은하늘은 별빛을 품고 떵그렁 소리를 낸다
강진님께서 하사하신 호랑가시나무와 향나무 묘목이 추운 차안에서 얼어죽을까 괜한 걱정이 앞서요
지암님께서 막걸리를 원한다네
총무랑 함께 불이나게 달려서 사왔지요
동복마을에 마지막 한병 남은 막걸리를 통째로 떨이미를 함
운동장에서 떠는 회원들께 술 공수 명령 하달 받고
또 달려가서 사 왔지요
다음날 아침 원하나님께서 먼데서 특별히 참석하신다는데
기다려야 하는데
원래 어수선한 속에서 잠 못자는 앨룽이의 못된 버릇 때문에
몰래 도망 쳐씨미다
미안시럽고 아쉽다
고속도로를 달려오면서 박스를 들여다보니 보니
협찬품을 고루 넣어주신 총무님의 배려가 보였다
맷돌호박한덩이는 특별 보너스인갑네 ㅎㅎ 감사감사
박현복님이 협찬하셨다는 작두콩은 안보이네
내년에 작두콩 심는 계획은 저내년으로 넘겨야할 듯
바람공자님께서 집필하신 저서를 서둘러서 읽어야겠습니다
모두들 고마웠습니다
항상 건강하게 살아요
항상 정답게 살아요
항상 끈끈한 정으로 살아요
모두들 안녕
첫댓글 망아지띠는 요렇게 글 못쓰는 사람이 없는디, 글을 보면서 눈앞에 펼쳐지는 올 송년의밤이 너무 다정하게 다가오는구먼,
후기글 잘 보았습니다. 늘 건강 하시길......
위트 있는 정모 후기 잘 읽었습니다. 직업을 바꾸셔야 겠네요..꽁트작가로...
고맙습니다.늘 든든한 고목나무 처럼 지켜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밤도주 했지라? 만일 우리카페에 형님이 없다면 자신의 가치기준(분석적 해석)을 잘 알지 못할겁니당!
재맛게 봤습니다.
우리가 보냈던 1박2일간의 일정을 나낱이... 뵙게되어 반가웠습니다.
항상 형님 글 보면서 작가가 따로 없구나 하는 생각 해봅니다..........
내도 호랑가시나무 키우고잡으요. 앙~~
한참 읽다보니 어느 소설속의 구절같아 정말로 수고하셨네요.
ㅎㅎ 훈훈 합니다..덕분에 즐거웠습니다..
김장은 맛나게 하셨구요?ㅎㅎㅎ
엘릉님 없으면 우리방 잼 없지비~~~~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포두의 집자리 시간나면 한번 가보려 하는데 지번을 알 수 있을까요?
글솜씨가 좋으세요 글을 읽다보니 그날의 기억들이 다시 새록새록 ㅎㅎ 울 일곱살 꼬맹이 또 토원가고 싶다~ 이러고 있습니다 ㅎㅎ
너무나 자세하게 섬세하게 잘 써 주셨군요... 건강 하시고 행복 하세요.
공사다망 하신데도 불구하고 정모에 참여하시고..이렇듯 훈훈한 글을 기필하여 기쁨과 웃음을 주시니...감사한 마음 가득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