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 하고는 같은 동에 살고 내 바로 위층에 산다. 그는 우리 아파트 동대표 일을 맡고 있고 동대표 회장이기도 하다. 반면에 나는 동대표도 아니다. 그 하고는 밥 한번 먹은 사이도 아니고 다만,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기에, 게다가 나 하고는 바로 위층에 살기도 하기에 이따금 우연히 마주칠 때면 서로 아는 체를 하는 사이일 뿐이다. 그런 사이일 뿐이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 라고는 할 수가 없는 사이 이기도 하다. 그런 사이일 뿐이지 그하고 술을 한잔 했거나 밥 한번 먹었거나 하는 사이도 아니었으니까. 그런 그가 죽었다고 한다. 그가 동대표 회장 일을 맡고 있어서인지 관리 사무소 소장 직인으로 그의 부음 소식이 우리 아파트 게시판에도 붙었고 엘리베이터 내 게시판에도 붙어있는 것이다. 그가 동대표 회장이었기에 그랬을 것 같다. 만약에 그렇지 않았다면 그랬을것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가 동대표 회장이었기에 그의 부음 소식을 관리 사무소에서 알렸을 것이겠거니 하고 여기고 있었을 뿐, 평소에 그와 나 사이는 서로 안면이 있을 뿐, 그래서 우연히 만나면 서로 아는 체를 하는 사이였을 뿐,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기에 굳이 조문을 안해도 무방하겠거니 하고 여겼다. 빈소는 그리 멀리 있지는 않았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오늘이 그의 발인일이었다. 발인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아침에 체력 단련실에 가서 운동을 하면서 생각을 해 보는데 조문을 하는게 도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언젠가는 미망인과도 마주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래야 그럴 때 나 스스로도 떳떳해질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얼른 체력 단련실 운동을 접고 집으로 가 몸부터 씻는다. 그리고는 조의금을 위해서 농협 현금 지급기 있는 곳으로 간다. 집에 오자 마자 옷부터 갈아 입는다. 얼른 밖으로 나가고 아파트 지하에 있는 자동차 시동을 걸고 곧 출발을 한다. 은하수 공원내 장례식장, 금방이면 갈 수 있는 거리였다. 공원내 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간다. 빈소가 쭉 있는데 3호실 빈소가 그의 빈소였다. 우리 아파트 노인 회장님과 통장님이 보인다. 인사를 드리니 얼른 나를 알아 본다. 3호실 빈소라고 알려 준다.
발인이 임박한 시간이어서 그런지 유족들만 보인다. 3호실 빈소를 들어간다. 내가 조문을 하려고 온 사람임을 알아 본듯 상주 두 분이 앉아 있더니 나를 보고는 벌떡 일어선다. 한 분은 남자이고 한 분은 여자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고인의 아들과 딸이었다. 조문을 마치고 노인 회장님, 통장님이 계신 곳에 가 있었다. 나처럼 조문을 온 어떤 여자분도 있었는데 그 분은 802동에 산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다. 그러는 동안, 발인식이 끝난것 같다. 고인을 운구를 하고 그 뒤에는 유족들이 따라간다. 화장장으로 간다. 어떤 여자가 슬피 울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다른 유족들도 덩달아 운다. 우는 소리가 점점더 커진다. 그러면서 화장장에 이른다. 고인이 화장장 안으로 들어 가려던 찰라 관을 부여 앉고 슬피 우는 여자가 있다. 그러자 따라서 우는 소리가 더 커진다. 대기실에서 앉아 있는데 전광판에는 고인에 대한 화장이 진행중임을 알려준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가 노인 회장님, 통장님께 인사 드리고 미망인께도 인사 드리고 나는 그 곳을 나온다. 미망인 께서는 찾아주어 고맙다고 한다. 밖으로 나오니 날씨가 참 맑다. 하늘은 높고 푸르고 햇볕은 눈이 부시다.
고인의 나이는 71세. 어떻게 그렇게 갑자기 가셨는지 미망인께 여쭤보니 폐렴을 앓다가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게 인생인데, 하는 생각만 든다. 은하수 공원을 나오기 전에 신호 대기를 하다가 신호가 바뀌면서 큰 도로에 진입을 한다. 많은 차들이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다. 고인은 비록, 한 줌의 재로 돌아갔지만 생전의 고인 모습은 여전히 눈에 아른 거리기만 한다.
첫댓글 "생전의 고인 모습이 여전히 눈에 아른거리기만 한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심정이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는 그럴 때마다 "인생무상"을 느끼기도 합니다.
인생 무상..
저도 공감합니다.
고인은 화장이 되면 한 줌의 재로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