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 시대, 우리가 고민해야 할 HR 전략]
ㅡ 윤정구 교수(이화여대 경영학부)
인구절벽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대책을 해결하기 위해 총 25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썼지만 출산율은 점점 떨어져 역대 최저인 0.78명에 이르렀다. UN에 따르면 2050년에는 우리나라의 총인구는 4,577만 명으로 감소하고 생산가능인구는 2398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으로 피부양 인구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부양 인구는2050년에 2,178만명으로, 2022년 대비 약 44.7%가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구 구조변화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인구 구조변화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면 GDP도 감소한다. 여기에 피부양 인구가 늘면 GDP 감소율은 더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자면,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한국의 GDP는 2022년 대비 약 28.38% 감소가 예측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매년 1.18% 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안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국가차원의 고용률 증가, 외국인노동자 활용, 노동생산성 향상, 여성노동력의 강화, 노동규제 완화 등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화, 교육과 훈련 확대, 기술혁신을 겨냥한 투자정책 등이 요구된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들어선 후 고령화가 가속화되어 2025년 경에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과 동시에 15~64세 사이의 생산가능인구도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수명이 늘어나면서 대부분은 늦은 나이까지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 하므로 생산가능 연령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통계청에 따르면, 2026년에 65세에서 74세까지 일하는 인구는 30.2%이고, 75세 이상이 일하는 인구는 11%에 달한다. 한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고령화 비율이 1% 상승할 때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0.986%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부족한 인력수급과 함께 '노령화로 인한 노동생산성의 저하'라는 이중고를 해결해야 한다.
노령인구의 전략적 가치 재평가와 HR 전략
지금까지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기업들에서는 노령인구를 MZ세대 노동력의 2중대로 취급해 왔다. 그러나 인구절벽이 초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령인구라는 인적자원에 대한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 지금까지 인적자원은 개인에게 내재화된 경험과 역량 기술로 개인에게서 분리할 수 없는 가치로 평가되어 왔으나 생성형 AI와 로봇 기술 등의 보편적 보급으로 누구나 기술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다.기술의 민주화로 나이와 성별과 같은 태생적 요인이 인적자본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들었다. 노령인력이라도 기술적 연합이 가능하면 젊은 세대에 견줄 수 있는 전문성으로 회사에 기여할 수 있다. 노령인구에 대한 인적자원 전략이 수정된다면 노령인구도 충분히 전문적 인력의 공급처가 될 수 있다. 노령인구가 주체적 전문인력으로 일으켜 세워지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HR 전략이 요구된다.
인간과 기술의 협업능력
자동화 기술, 인공지능, 로봇공학,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혁신적인 기술이 노동력 부족을 보완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술의 진보와 민주화는 노령인구들도 젊은 인력 못지않게 회사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이바지할 기회를 제공하고있다. HR은 기술의 민주화를 토대로 노령화된 인력을 전문화하기 위해 기술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HR 철학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지금까지 HR에서는 기술은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는 비용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왔는데 이제는 기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조직의 공유된 목적을 위해 협업하는 관계로 설정하고 이에 맞춰 기술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술과 인간의 관계가 협업의 관계로 설정되는 것이 선행되어야만 나이와는 상관없이 생산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대안적 방법들이 도출될 것이다.
기술과 인간의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HR은 팀 협업과 정보공유가 최적화되도록 기술을 설계해야 한다. 기술을 보다 인간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디자인해서 개인의 욕구에 기술이 최적화되도록 촉진하고, 일과 관련된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대시보드나 애플리케이션을 운용해서 의사결정에 손실이 생기지 않게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시간과 공간을 떠나 일관된 직무체험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때 기술과 인력이 최적화된 협업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노령화된 인구가 기술적 수준을 가장 쉽게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업스킬링과 리스킬링 교육이 상시적으로 제공되어야 한다.
다양성과 포용성
세대 간의 다양성과 포용 문제는 고령화된 인력의 생산성 회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고령 노동자는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는 느릴 수 있어도 젊은 인력보다 경험과 자식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 이를 기업의 최대한 이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HR 정책은 고령 근로자를 포용하고 그들의 능력과 경험을 존중하며 활용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복지 혜택, 유연한 근무시간, 원격근무, 휴가 정책, 의료 지원 등을 통해 고령 노동자들이 오랫동안 기업에 이바지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령근로자를 젊은 근로자 못지않게 회사의 사명에 이바지하는 인간적 주체로 대우하고 환대하는 HR 정책이 요구된다.
인력의 온전성
요즈음 글로벌 기업들은 대퇴사나 조용한 사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 개개인의 온전성을 복원하는 전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비대면 근무나 재택근무 등이 일상화되어서 직원들에게 오전 9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에 시간을 맞춰 퇴근하라고 명령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응하기 위해 HR은 인적자원에 대한 평가를 시간이 아닌 가치로 측정할 수 있도록 전환해야 한다. 가치로 측정할 때 구성원은 물리적으로 8시간 동안 회사에 나와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설사 시간을 다른 곳에서 일하더라도 몸과 마음, 정신이 통합된 온전한 자신을 가지고 혁신적으로 일한다
실제로 이러한 온전성을 전제로 일하는 시간을 4일로 단축하는 실험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글로벌 기업 중 IBM은 회사의 HR 전략으로 몸, 마음, 정신의 온전성을 강조해 근무시간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뉴질랜드 유니레버는 생산성의 변화없이 근무시간을 20% 정도 삭감하는 데 성공했고, 마이크로소프트 일본에서는 4일 근무를 통해 생산성을 40%나 올렸다. 근무자의 86%가 4일의 근무제를 선택할 수 있게 설계된 아이슬란드에서도 이전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4Day Week Global은 미국, 영국, 아이슬랜드, 호주, 뉴질랜드에서 4일 근무를 원하는 기업들을 컨설팅해서 4일 근무를 정착시키고 있다. 고령근로자에게 4일 근무는 젊은 근무자와의 체력 차이를 줄이는 핵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생태계를 염두에 둔 목적경영
고령 근로자에게 민주화된 기술을 적용한 리스킬링과 업스킬링을 통해 회사의 사명 및 목적과 관련된 제대로 된 일을 맡기면 기업의 문화가 이윤 중심에서 기업 생태계에 대한 기여를 중심으로 하는 목적경영의 거버넌스로 전환된다. 고령 근로자들은 회사의 목적과 가치에 더욱 몰입하는 성향이 커서 기업에서 잃어버렸던 공동체 정신을 생성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러한 조직의 가치와 목적에 대한 몰입은 기업의 명성으로도 연결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 지난 2013년 147개의 독일 기업에서 이루어진 연구도 고령 근로자들에게 사명과 직결된 일을 맡겼을 때 회사의 전체적 생산성이 급격하게 늘었고 기업의 공동체 의식도 늘었다고 보고했다. 고령 근로자들이 생계를 넘어서서 일하게 될 때 젊은 근로자들보다 기업과 사회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의사결정을 했고 이를 통해 기업의 혁신 생산성 지속가능성이 높아졌다.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
한국 기업이 국내 인구절벽을 극복하려면 비교적 풍부한 인력이 있는 해외 시장과 연동하는 경영전략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의 인구절벽과 고령화는 역설적으로 한국의 기업들이 글로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기회의 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로컬에서 개발하고 글로벌 인재를 확보해 글로컬 세계시장에서 성장할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인구절벽과 고령화시대에도 기업들이 기업의 존재 목적에 따라 HR 정책을 혁신할 경우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노동력의 부족과 고령화는 분명 도전이지만, 기술의 민주화는 고령인력을 오히려 더 고급 전문인력으로 키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이 고령인력을 글로벌 기업생태계의 중요한 전문인력으로 대우해가며 훈련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들은 어느 구성원보다 기업의 존재 목적과 연동된 유연성 혁신 다양성을 실현하는 HR 정책의 파트너로 거듭날 수 있다.
October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