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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마지막이다.
기계식 시계 삼대장(파텍 필립, 바쉐론 콘스탄틴, 오데마 피게) 중 하나인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 AP)다.
1875년에 설립되었으며, 현재 티파니, 까르띠에, 불가리 등에 무브먼트를 공급하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도 설립 가문에게 소유권이 있는 몇 안되는 시계 브랜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시계 브랜드는 스와치 그룹이나 LVMH 그룹 산하로 들어감).
예전에 한 시갤러가 만든 시계서열인데, 파텍필립과 랑에운트죄네에 이어 세번째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보통은 파텍, 바쉐론, 오데마피게를 3대장(Big 3)으로 두고 브레게와 랑에운트죄네까지 합쳐서 5대장(Big 5)이라 하는데,
바쉐론 대신 랑에를 넣은걸로 보아 아마 위 서열 작성자가 랑에뽕을 좀 맞았던 것 같다.
아무튼 AP가 시계브랜드 TOP 3에 들어간다는 것은 대다수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드레스워치를 주력으로 하는 대다수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와 달리,
오데마 피게는 특이하게도 럭셔리 스포츠시계라 볼 수 있는 로얄 오크(Royal Oak, RO)라인이 주력이다.
참고로 일반 명품(매스티지) 시계와 하이엔드 시계의 구분은 스테인리스(스틸) 드레스워치를
출시하느냐 안하느냐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의 경우 드레스워치를 백금 혹은 금으로만 출시한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예거 르쿨트르의 경우 실제로 스틸 모델을 출시한다는 이유로 진정한 하이엔드로 인정해주지 않는 분위기다.
물론 파텍이나 바쉐론도 스틸모델을 출시하면 판매량은 늘릴 수 있겠지만, 일종의 자부심이라고 보면 되겠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가 엔트리용으로 저렴한 차량을 내놓지 않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쌓아논 인지도나 이미지상 그럴 이유도,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정작 하이엔드는 스틸 출시를 안한다고 했지만, 오늘 다룰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는 스틸 모델이 출시된다.
그러나 드레스워치가 아닌 스포츠워치이고, 가격도 이천만원에 육박하기 때문에 논외로 친다.
이 글에서는 앞서 썼던 글들과는 달리 가격을 따로 소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애초에 내가 가격정보가 많이 없기도 하고,
오데마 피게를 살 능력이 된다면 그냥 백화점이나 부띡에가서 한번즘 상담을 받아보는게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냥 로얄오크 기본모델이 대략 이천만원선에서 시작하며, 금통의 경우 사,오천만원을 넘는다는 걸 기준으로 두면 되겠다.
물론 크로노나 다른 기능이 추가될 경우 더 비싸질거고.
그러니 이번 편은 그냥 눈호강 겸 하이엔드의 세계는 이렇구나 라는 개념으로 봐주면 좋겠다.
따라서 모델 하나하나에 대한 상세한 설명보다는 사진과 컨셉이나 역사 설명이 위주가 되겠다.
소개할 시계는 로얄오크(RO), 로얄오크 오프쇼어(ROO), 그리고 로얄오크 컨셉트 이렇게 세 라인업이다.
줄스오데마나 밀리너리 등 다른 라인업은 실제로 사는 사람도 거의 못 봤고, 딱히 로얄오크보다 이쁘다고도 생각 안해서 생략한다.
로얄오크(Royal Oak)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오데마 피게의 로얄오크(AP RO)다.
1971년 전설적인 시계 디자이너 故 제랄드 젠타가 디자인하고 1972년에 공개된 이 시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스틸워치(unprecedented steel watch)를 만들어 달라는 AP의 주문에 의해 탄생하였다.
소문에 의하면 젠타가 저녁에 주문을 받은 후 그 다음날 아침에 디자인을 완성했다고 하니,
시계 디자인에 있어서는 정말 천재였던것 같다.
위 사진은 젠타의 디자인 스케치.
참고로 젠타에 대해서는 앞서 썼던 IWC편에서 간략히 소개했었는데, 위의 세 시계(가운데가 RO)를 디자인한 사람이다.
특유의 일체형 메탈케이스 디자인 때문에 지금도 전설로 추앙받고 있다.
로얄 오크라는 이름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영국의 왕이었던 찰스2세가 적에게 쫓기던 중 오크나무(떡갈나무)에 피신하였었는데,
그 이후로 오크나무가 힘과 보호의 상징이 되었다.
이에 따라 Royal(국왕의) Oak(떡갈나무)라는 이름이 나왔으며,
제랄드 젠타는 위의 역사적 사건을 기리기 위하여 로얄오크라고 명명되었던 영국의 함선(HMS Royal Oak, 1862)에서
시계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로얄 오크의 특징은 크게 세가지가 있다.
팔각형 베젤(사진의 시계는 로고의 위치로 보아 아마 구형)과 훤히 드러난 나사,
ㅆㅅㅌㅊ 헤어라인 마감의 일체형 메탈 브레이슬릿,
그리고 와플모양의 다이얼이다.
공식적으로는 Tapisserie(영어로는 tapestry, 태피스트리) 문양이라고 하지만 와플처럼 생겼다 하여 흔히들 와플 다이얼이라 부른다.
극도로 확대된 사진을 통해서도 뭔가 진짜 잘만들어졌다는 느낌이 물씬 나는게 RO의 매력이다.
재미있는 점은 젠타가 이름을 따온 영국함선의 포문이 팔각형 모양인 것에서 디자인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괜히 전설이라고 불리는건 아니지 싶다.
잡설이 길어졌는데, 아무튼 로얄오크가 첫 출시될 당시 대부분의 럭셔리 시계는 금통이었고 원형의 다이얼을 지녔었다.
스틸을 소재로 하고, 나사가 훤히 보이는 팔각형 베젤을 채택한 로얄오크는 한마디로 혁명이었다.
위의 사진은 1972년에 공개되었던 최초의 로얄오크 모델인데, 보다시피 몇십년이 지난 지금도 큰 디자인 변화는 없다.
뒷면은 씨스루이며 무브는 위와같은 자사무브가 들어가는데, 로터의 경우 실제로 금이다.
미적인 효과도 있겠지만, 금이 스틸보다 더 무거워 로터의 효율을 올려주기도 한다.
이때까지 본 롤렉스, 오메가, IWC의 무브와는 뭔가 느낌이 다르지 않노?
위 사진과 같이 초침이 생략되고 더 얇은 Extra Thin 모델도 존재한다.
여담으로 돈 상관없이 시계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AP RO를 고를것 같다.
남성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마감된 일체형 디자인부터 깔끔하면서도 포인트가 들어간 와플 다이얼까지 진짜 노무 이쁘다.
크기도 41mm로 비교적 얇은 손목으로도 착용가능하다.
예전에 서래마을 한 식당에서 어떤 노신사분이 로얄오크 금통 가죽모델을 차고 있는 걸 봤는데,
진짜 살면서 본 시계중에 제일 고급스럽고 이뻐보였다.
젠타가 자신이 디자인한 시계중 역작(masterpiece)으로 꼽은 시계도 바로 로얄 오크다.
로얄오크뽕 ㅍㅌㅊ??
한가지 아이러니한 점은 스포츠 워치를 표방해서 나왔지만 정작 방수는 50m라는 것이다.
말그대로 모양만 스포츠워치고, 실제 스포츠워치는 밑에서 소개할 로얄오크 오프쇼어라고 보면 된다.
같은 라인업 내에는 스켈레톤 처리된 모델도 있다.
스켈레톤+금통이니 최소 사천만원 이상이다.
정확한 가격은 모르겠는데 오육천정도 했던 것 같다.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도 존재하는데, 오데마피게의 금통 퍼페추얼 가격은 생각하기도 싫다.
로얄오크 오프쇼어(Royal Oak Offshore)
앞의 무늬만 스포츠워치인 RO와는 달리 로얄오크 오프쇼어는 실제로 다이빙과 같은 운동에 주안점을 두고 설계되었다.
물론 그렇다해도 몇천만원짜리 시계차고 다이빙이나 운동할 사람은 극소수이겠지만.
1992년에 로얄오크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42mm라는 사이즈로 거의 최초의 오버사이즈 시계였다고 한다.
지금은 시계 평균 사이즈가 40mm고 42mm도 특별히 큰 편은 아니지만,
당시에는 대부분의 시계가 40mm 이하 였으므로 42mm의 ROO는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별명이 괴수 혹은 괴물을 뜻하는 Beast였다고 하니 대충 어떤 이미지였는지 짐작이 간다.
사진의 두 시계는 ROO의 다이버 시계다.
300미터 방수가 지원되며, 위와 같이 씨스루백을 가지고 있다.
다이얼 크기는 42mm이다.
개인적으로 그렇게 이쁘다고 생각하는 다이버는 아니다.
이번에는 ROO라인업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다.
크로노그래프 기능이 추가된 것 외에는 크게 다른 특징은 없다.
터미네이터3에서 슈왈제네거 성님이 ROO 크로노그래프 모델(사진과는 다른 모델)을 차고 나왔다고도 한다.
방수는 100m까지 지원된다.
무브는 역시나 자사무브먼트이며, 기본적으로 보기에도 이쁜 무브다.
ROO 시리즈의 경우 가죽줄질이 꽤나 인기인데, 바로 혼백 스트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그대로 가죽줄의 등에 뿔이 나있는듯한 형태의 악어가죽 스트랩인데, 스포티한 ROO와 혼백의 남성스러움의 매치가 ㅆㅅㅌㅊ다.
세번째 사진의 경우에는 그냥 RO에 혼백을 조합한 모습이다.
여하튼 혼백스트랩이 어울리는 몇안되는 시계로, 개인제작자한테 주문을 넣어서 제작하는 경우도 많다.
로얄오크 컨셉트
마지막으로 로얄오크 컨셉트 라인인데,
여기는 그냥 정말 아방가르드한 라인업으로, 자동차 브랜드로 치면 그냥 컨셉트카 비슷한 개념으로 보면 된다.
사진의 시계는 뚜르비옹 GMT 모델로, 9시에 보이는 장치가 뚜르비옹이다.
컨셉트 라인업 답게 베젤도 스틸이 아닌 세라믹으로 만들었고, 케이스는 티타늄이라고 한다.
3시에 있는 부분이 세컨타임존을 나타내며, 6시의 알파벳들은 각각 시간조정, 중립포지션, 와인딩을 뜻하며,
4시 방향의 버튼을 눌러서 변경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은 감도 안온다.
하이엔드 뚜르비옹이니 억대이지 싶다.
스트랩 확대컷인데, 고무를 가공했음에도 불구하고 AP 특유의 꼼꼼함이 느껴진다.
리차드밀의 디자인과 비슷하다거나, RO답지 않다는 비평도 많이 들었으나, 미래지향적이라는 찬사도 나왔던 시계다.
이번에는 비슷하게 보이겠지만 GMT기능이 아닌 크로노 기능이 추가된 컨셉트 뚜르비옹 모델이다.
역시나 9시에 뚜르비옹 케이지가 보이고, 3시에는 특이한 방식으로 숫자를 나타내는 모양이다.
그냥 세상에는 이런 시계도 있구나~ 하고 넘기면 된다.
To break the rules, you must first master them.
오데마 피게의 광고 슬로건으로, 규칙을 깨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정복해야 한다는 뜻이다.
모두가 금으로 만들어진 원형의 단정한 드레스워치를 고집할때,
나사가 훤히 보이는 팔각형 베젤의 스틸 시계를 만든 오데마 피게의 정신을 보여주는 문장이다.
피카소가 난해한 형태의 입체적, 추상적 그림을 그리기 전에 이미 기본적인 소묘나 수채화 실력이 있었던 것 처럼,
오데마 피게 역시 이미 시계에 대한 이해력이나 기술이 충분하였기 때문에
로얄오크와 같은 아방가르드한 형태의 시계를 만들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씨발 다 끝났다.
저번 글에서 씹선비질좀 했었는데 그거 때문에 더 안 쓰는건 아니고,
시계글 처음 쓰면서 써 볼 생각이 있었던 브랜드는 진짜 다 썼다.
정말 과장없이 조금이라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브랜드는 다 다뤘다.
이때까지 다루지 않은 브랜드는 내가 관심이 없어서 정보가 없거나 아니면 그냥 진짜 잘 모르는 거다.
파텍 필립, 오리스, 예거 르쿨트르, 파네라이, 그랜드세이코 등 더 다루고 싶어도 진짜 잘 몰라서 못 쓰겠다.
지샥이나 루미녹스 등의 디지털 혹은 쿼츠시계 역시 내가 잘 몰라서 못 쓴다.
물론 정말 겉핥기 식으로 쓰면 쓸 수야 있겠지만, 그런식으로 쓰기는 싫다.
진짜 마지막으로 기계식 시계에 대한 내 생각을 적으려 한다.
현대 사회에서 쿼츠나 디지털시계, 혹은 스마트폰시계에 비해 현저히 부정확한 기계식 시계는 사치품이다.
무브먼트가 COSC 인증을 받았어도, 뚜르비옹이 장착되어 있어도, 결국 몇달 지나면 오차가 분 단위로 나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그냥 시간을 알려주는 기능이 있는 고급팔찌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쿼츠나 디지털시계와 정확성을 비교하며 까내릴 필요가 전혀 없다.
비싼 기계식 시계를 사는 목적이 과시용일 수도 있고, 정말 나처럼 시계 자체가 좋은 걸수도 있고,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절대 순수히 시간을 보기 위해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여자들 명품백 사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들 하는데, 다를거 하나 없다.
여자든 남자든 자신의 능력으로 사면 아무 문제 없는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김치년놈 되는 거다.
여하튼 너무 비싼 시계만 소개하면서 허영심 조장한다고 하는데,
그냥 아 이런 시계를 사는 사람들은 이런 생각으로 사는구나 정도 생각해줬으면 좋겠다.
시갤에서 본 짤인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시게이들은 공감할거다.
일반인들이 보면 뭔 미친 소리냐 하겠지만,
한번 시계질에 빠지면 이런 마인드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참고로 신형 섭마 중고거래 평균 가격은 800만원대).
각설하고,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야! 기분좋다!
지금까지 봐준 게이들 고맙다.
3줄 요약
1. 오데마 피게는 시계 삼대장 중 하나
2. 로얄오크 존나 예쁘다
3. 근데 못사니까 눈호강이라도 해라
...................................이상 오데마 피게 시계에 대해서 알아 보았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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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동안 재미나게 너무 잘 읽었는데, 정말 마지막인가요....아쉽고 감사합니다.
아이고...원 글쓴분이 이런류의 글을 자주 올리는분입니다..저야 퍼오기만 할뿐....아뭏든 잘 보셨다니 감사합니다...헤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