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도 장소에 따라 제 철이 있기 마련. 언제 가든 상관없는 곳도 있지만 그때가 아니면
제 맛을 느낄 수 없는 곳도 있다. 전라남도 장흥군 일대도 마찬가지. 한국관광공사가
이곳을 5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광화문을 기점으로 경도상 정남쪽에 있는 곳이 전라남도 장흥군 바닷가. 그래서
장흥군이 안양면과 용산면, 관산읍, 회진면, 대덕읍 일대 바닷가 42.195㎞를 ‘정남진
(正南津)’이라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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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진은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느끼면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코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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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엄길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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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한양의 광화문을 기점으로 정확히 동쪽으로 내달으면 닿게 되는 바닷가를
‘정동진’이라 했다. 정동진이 해돋이로 이름나면서 유명해진 것에 착안, 얼마 전 전남
장흥군에서 단순 명료하면서도 강렬한 지역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찾은 곳이 바로
‘정남진’이다.
이곳 정남진은 청정해역 득량만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느끼면서 해안도로로 드라이브를
할 수 있다. 아름답게 펼쳐진 다도해와 어우러지는 해돋이, 그리고 드넓은 남도의
청보리밭을 한꺼번에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다.
이곳 출신의 걸출한 현대 문인들의 생가와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들을 돌아보는 것
역시 장흥 나들이의 즐거움. 정남진을 중심으로 녹동, 소록도, 금산, 금당도 등 득량만
전체를 조망할 수 있으며, 삼산방조제 및 정남진권 일원에서 바다낚시의 손맛을 즐길
수도 있다.
정남진권의 용산면 남포마을은 소설가 이청준과 영화감독 임권택이 손을 잡고 만든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이 마을이 갖는 매력은 소박한 포구의 그림
같은 해안선과 고즈넉하게 펼쳐진 득량만의 바다, 마을앞 바다에 두둥실 떠 있는
소등섬이 어우러진 경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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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관산 문학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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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장흥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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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은 ‘문학의 고을’이라 할 만큼 유명문인이 많이 배출된 지역. 이곳 출신으로는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담아낸 현대문학계의 걸출한 소설가 이청준, 바닷가의 삶을 신화화
한 소설가 한승원, 민중의 삶의 실상을 그려낸 민족문학 소설가 송기숙, 삶과 이면을
철학적으로 그려낸 소설가 이승우 등이 있다. 이들의 생가를 방문하면서 그들의 작품
배경과 그 속의 주인공들을 의미 있게 새겨볼 수 있다.
회진면 진목리에는 이청준 선생의 생가가 있다. 대덕읍과 회진면 일원에서는 이청준
소설 〈눈길〉의 산실이자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을 만날 수 있다. 남포리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 회진면 신상리에는 소설가 한승원의 생가와
문학현장비가, 안양면과 회진면 일원에는 한승원의 소설 〈사랑〉과 〈포구〉,
불의 딸〉 현장이 남아 있다.
용산면 포곡리로 가면 민족문학 소설가 송기숙의 생가와 그의 소설 〈녹두장군〉의
배경지를 만날 수 있다. 이밖에 관산읍 신동리에 소설가 이승우의 생가가 있고,
신동 3구 모래미 앞 돌섬은 이승우의 중편소설 〈샘섬〉의 무대로 이 곳 사람들이
‘가슴앓이’라고 흔히 부르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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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관산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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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전남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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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5대 명산으로 손꼽히는 천관산(723m)은 노령산맥의 맨 끝에 우뚝 솟아 있는 산.
천혜의 기암괴석과 다도해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립공원이다. 특히 산 중턱에는
문학공원이 조성돼 있다. 대덕읍에서 탑산사쪽 등산로에는 400여개의 각기
다른 조형의 돌탑을 쌓아 명소로 만들어 놓았다. 50여개의 문학비도 세워져 있다.
정남진에서는 이색적인 체험도 해볼 수 있다. 개매기가 그것. 개매기는 조석간만의 차가
큰 바닷가의 갯벌 위에 그물을 쳐 놓은 후 밀물 때 조류를 따라 들어온 물고기 떼를
썰물 때 그물에 갇히도록 하여 잡는 전래 고기잡이 방법. 숭어, 돔 낙지, 게 등을
직접 손으로 잡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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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남진에서는 바다낚시의 손맛도 느낄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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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엄길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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