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 <길 위에 김대중>
1.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다큐가 개봉되었다. <길위에 김대중>은 1924년 전남 하의도에서 출생한 김대중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이번 작품은 그의 삶의 전편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1987년 6.29선언으로 정치에 복귀한 후, 광주 망월동 묘지에 참석한 것까지의 모습이 담겨있다. 한 사람의 생애를 사건과 자료를 재현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그 사람의 신념과 실천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한국 현대사의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던 정치인 김대중의 생애는 한 마디로 ‘죽음과 왜곡을 극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었다.
2. 다큐에는 김대중에 대하여 알고 있는 익숙한 정보가 주로 등장한다. 하지만 단편적인 사건과 사실을 하나의 흐름 속에서 전체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그 사람의 삶이 가지는 의미와 진정성을 좀 더 명확하게 파악하게 된다. 단편적 사실은 하나의 역사로 형성되는 것이다. 김대중은 어떤 정치인보다도 ‘죽음’의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그가 말했듯이, 그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에서 살아남았다. 한국전쟁 때, 우익단체인 <대한청년단>에 가입한 것 때문에 공산군에 의해 처형위기를 겪었고, 박정희가 지령한 납치사건의 희생자가 될 위기를 벗어나으며, 1980년 전두환이 정권을 잡은 과정에서 광주항쟁의 배후 세력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3. 그러한 정치적 고통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도 다큐 속의 김대중은 결코 신념과 용기를 잃지 않은 인물로 표상되어 나타난다. 어쩌면 정치적 상대가 그를 제거하려는 이유에서 그가 갖고 있던 정치적 태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정치적 지분과 안정을 얻기 위해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의 유일한 원칙은 민주주의와 국민이었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역사적 혼란 속에서 형식적인 민주제도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했고, 많은 분야에서 권력자들의 자의적 힘이 끊임없이 개입하였던 것이다. 특히 이승만과 박정희는 자신의 권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임기를 늘려나갔던 것이다. ‘권력’에 집착하게 될 때, 정치적 안정성은 무너지고 독재의 폭력만이 남게 된다. 김대중은 왜곡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투쟁하였고, 그러한 이유 때문에 ‘죽음’의 문턱까지 끌려간 것이다.
4. 김대중은 여러모로 많은 오해를 받았던 인물이다. ‘빨갱이’였고, ‘지역감정’을 조장한 인물로 비난받았던 것이다. 이번 다큐를 통해 김대중은 오히려 ‘우익경력’ 때문에 공산군에 의해 죽을 뻔한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빨갱이’라는 말은 한국전쟁 이후 대한민국을 지배한 ‘레드 콤플렉스’를 활용하여 국가에 저항하는 인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프레임이었다. 이 한마디 말로서 구체적인 혐의에 대한 고려없이 제거하기 쉬었던 것이다. 독재자들의 논리는 항상 유사하다. 현재의 정부를 위협하는 모든 행위는 적을 이롭게 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반항하는 세력은 모두 ‘빨갱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극히 무디고 거칠은 주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독재를 유지시키는 중요한 논리였다. 김대중을 비롯한 민주화 세력은 독재정부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빨갱이’로 낙인찍혔던 것이다.
5. ‘전라도’라고 상징되는 또 하나의 차별은 박정희를 옹립하는 정치세력이 벌인 정치공작의 산물이었다. 젊은 정치인 김대중의 인기를 높아지고 박정희 정권에 위협이 되자 박정희와 김대중의 고향을 바탕으로 한 ‘지역감정’을 자극하였고 그것은 오랫동안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차별의 형태로 자리잡은 것이다. 권력자들은 민주주의의 회복을 주장하는 국민들의 높아진 민의의 확산을 막고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지역적인 대립구도를 조장하고 국민들을 이간질 시켰던 것이다. 이러한 전략에는 상대적으로 ‘전라도’ 지역의 인구수가 적다는 점도 한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전라도 출신 김대중은 빨갱이’이다. 이 말은 김대중을 배제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언어적 규정이었고, 많은 사람들은 정치적 견해나 정책에 대한 차이가 아니라 이러한 이념적 선동에 넘어갔던 것이다.
6. 1987년까지 보여준 김대중의 생애는 고난의 시절을 걸아나간 투사의 이미지였다.. 비록 왜곡되고 조작된 프레임 속에서 오해받았던 인물이었지만, 그는 꾸준하게 자신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고 정치적 실천을 다했다. 그 자체로 그는 한국정치의 고난을 상징하고 있다. 다큐 <길위에 김대중>은 공개된 사진과 영상 그리고 편지와 인터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김대중의 진정한 내면의 세계를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철저하게 보여주려고 했던 김대중의 모습이다. 정치인은 외면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다큐 속의 김대중은 새롭지는 않다. 익숙하고 공개적인 모습이다. 다큐는 그에 대한 연대기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주고, 그를 종합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부여했다. 그럼에도 다큐가 갖는 한계와 자료의 제한 때문에 다큐 속의 김대중은 지극히 평면적이고 하나의 특징만이 부각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개봉될 후편에서는 오해가 아닌 사실로서 가장 많은 논쟁에 휩쌓였던 ‘87대선’에서 야권후보 단일화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길위에 김대중>이 이러한 논쟁적인 주제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있다. 후편을 기대해본다.
첫댓글 - 올바른 신념과 독재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도 개XX와 선생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듯이... 국민을 위한 정치가 있기나 한건지 궁금하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