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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경(의학박사) 단국대 자연대강사 |
우리나라 임산부의 2-3%가 임신성 당뇨환자
당뇨병을 크게 4종류로 분류하면 제 1형 당뇨병, 제 2형 당뇨병, 기타 당뇨병과 임신성 당뇨병이 있다. 제 1형 당뇨(소아 당뇨)는 주로 자가 면역(면역계 이상으로 자기 성분을 적으로 알고 공격하는 일종의 알레르기 질환)에 의해 췌장이 파괴되어 생기나 바이러스감염 등에 의해서도 생기며, 제 2형 당뇨(성인 당뇨)는 유전적인 체질에 식생활을 비롯한 비만(특히 복부비만), 운동부족, 스트레스 등의 생활습관이라는 환경요인이 작용하여 발병한다. 기타 당뇨병은 질환 또는 기타 요인에 의한 당뇨병이다.
임신성 당뇨병이란 임신 중에 발병한 당뇨병을 말한다. 대개는 출산과 동시에 당뇨병이 사라지나 5-10년 후 30-40%, 20년 후에는 70% 정도가 제 2형 당뇨병으로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임신부의 2-3%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되며, 점차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음식 속의 탄수화물이 소화되어 포도당으로 흡수되며 혈액의 포도당 수준이 올라간다. 올라간 혈당을 정상수준으로 내리기 위해 췌장의 베타세포에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우리의 몸은 체온, 혈압, 혈당, 체수분의 양, 혈액 속의 지질의 양, 삼투압 등의 모든 조건과 성분이 항상 일정한 범위의 수준(항상성)을 유지하게끔 되어있다. 이 항상성이 깨어지면 질병에 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24-28주 사이에 진단당뇨병은 혈당의 항상성이 깨어진 것이다. 혈당의 항상성 유지에는 여러 호르몬들이 관여한다. 그 중에서 혈당을 내리는 호르몬은 인슐린 한 개 밖에 없으며, 나머지 호르몬들은 혈당을 올려준다. 혈당이란 혈액 속의 포도당으로 세포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 공급원이다. 그러므로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들이 더 많은 것은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리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임신을 하게 되면 후반기(임신 6개월에서 분만 까지)부터 태반에서 다양한 호르몬들이 더 많이 분비되며, 이들 호르몬들은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여 혈당을 올라가게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신부는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하여 정상혈당이 유지된다. 그러나 인슐린을 더 많이 생산해도 인슐린에 대한 저항성이 더 강하거나 또는 인슐린 분비가 부족할 경우 임신성 당뇨가 된다.
임신성 당뇨가 되기 쉬운 경우는 친정가족 중에 당뇨환자가 있어 당뇨병이 되기 쉬운 체질을 가지고 있거나, 생활습관 병의 일종인 고혈압, 비만증(특히 복부비만), 고지혈증이 있을 때, 또는 4kg이상의 거대아, 기형아, 사산 또는 조산아를 분만한 적이 있거나 35세 이상의 고령임신일 경우이다. 임신성 당뇨의 진단은 임신 24-28주 사이에 하게 되나 이러한 요인들을 가지고 있는 여성은 임신 전부터 또는 수태된 후부터 계속 혈당 검사를 받아서 고혈당이 되지 않도록 해야 건강한 태아를 출산할 수 있다.
임신초기의 고혈당은 기형아 발생 위험 증가
임신 초기의 고혈당은 태아의 기형아 발생률을 올려주며, 임신 말기부터 생긴 고혈당은 태아의 기형아 발생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나, 거대아가 되기 쉽고 저혈당, 호흡장애, 황달, 칼슘 부족 증, 신생아 사망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태어난다.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는 탯줄을 통해 고혈당의 엄마혈액을 공급 받기 때문에 태아의 췌장에서는 인슐린을 많이 생산하여(인슐린 과다증) 혈당이 정상수준이 되도록 하며, 엄마로부터 과잉으로 들어온 포도당이 체지방으로 쌓여 거대아가 된다. 이러한 거대아는 몸만 크고 내부 장기는 부실하다. 출생을 하게 되면 더 이상 엄마의 고혈당의 혈액을 받지 못하나 인슐린은 계속 많이 분비되므로 저혈당이 된다. 아기가 저혈당이 되면 혈당을 올리는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와 아기의 정서가 불안, 산만하고 신경질적으로 되어 제대로 잠을 자지 않는다. 또한 자라면서 비만이 되기 쉽고 당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임신성 당뇨가 되면 임신부는 임신중독증이 나타날 빈도가 높아지고 산후 출혈이 많아지기도 한다. 임신성 당뇨가 될 때는 이와 같이 임신부의 건강과 태아의 건강 뿐 아니라 태어난 후의 아기 건강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임신부가 당뇨병이어도 혈당조절을 잘하면 건강한 정상체중의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 : 규칙적 운동, 섬유소 섭취, 균형 잡힌 식습관---임신성 당뇨가 되기 쉬운 여성은 계획임신을 하되 임신 전부터 정상체중이 되도록 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가 되었을 때는 비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과식과 기름진 음식, 달콤한 음식을 피해야 한다. 당뇨식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섬유소를 가능한 한 많이 섭취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혈당조절이 잘 되고 인슐린을 절약할 수 있다.
섬유소를 많이 섭취하기 위해서는 흰쌀밥을 현미잡곡밥으로 바꾸며, 여기에 콩을 넣으면 섬유소의 섭취량이 더 많아진다. 또한 해조류와 버섯류,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감자와 고구마류, 과일도 매일 섭취하도록 한다. 양질의 단백질도 부족하지 않도록 하되 지방이 적은 살코기와 생선, 달걀, 유제품, 두부 등의 콩 제품을 매끼 한 두 가지씩은 섭취하도록 한다. 그리고 조금씩 자주(하루에 5-6번) 섭취하도록 하며, 매일 규칙적으로 식후에 가벼운 산보 정도로 꾸준히 운동을 병행하면 혈당조절이 쉬워진다. 임신성 당뇨가 되기 쉬운 요인을 가지고 있으나 당대사가 정상인 임신부도 이러한 식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하여 당뇨를 예방해야 한다.
임신성 당뇨환자가 출산을 하게 되면 대부분 당뇨가 사라지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생활을 하여 비만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계속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하는 것이 앞으로의 재발 가능성이 큰 당뇨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로 출산한 아기의 수유는 모유가 바람직하다. 모유 수유를 3개월 이상 지속하면 아이가 커가면서 비만이나 제 1형 또는 제 2형 당뇨가 될 위험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아래 식단은 검은 콩을 넣은 오곡 잡곡밥에 미역 나물을 비롯한 다양한 나물, 삶은 두부 약간 및 달걀 프라이를 곁들인 비빔밥으로 섬유소와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