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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장소 : 2015. 12.27(일) / 3,4호선 충무로역1,2번출구 대한극장 (10시30분)
▣ 참석자 : 26명 < 산행시 참석 20명(정남, 종화, 양주, 창수, 재홍, 윤환, 경식, 승열, 원무, 재웅, 삼환, 용복, 전작, 정한, 해황, 문형, 영훈, 광일, 근호, 양기) + 납회때에 참석 6명(갑무, 세환, 계신, 종진, 동준, 일화) >
▣ 산행코스 : 충무로역(대한극장)-남산한옥마을-남산둘레길-성곽탐방로-N서울타워-석호정-동대입구역
▣ 동반시 : "섬" / 박지영
▣ 뒤풀이(납회) : 넙치 등 모듬회, 오징어 등에 소,맥주 / "대청수산"(종로5가)
오늘 날씨가 영하 7˚C까지 내려간단다. 요 근자의 따뜻했던 날씨를 감안하면 차가운 날씨다. 산행지가 남산 정상(270m)이라 별 부담은 없지만 적지 않은 나이고 또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어 춥지 않게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차인 지하철을 타고 충무로역 인근에 위치한 대한극장 1층에 약속시간인 10시 30분이 다되어 도착하니 대부분의 친구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반가운 얼굴들과 수인사 후 곧장 영화 ‘희말라야’를 관람하기 위해 상영관으로 갔다. 실화를 바탕으로 산사나이들의 뜨거운 우정과 의리를 그린 영화로 우리같이 산행을 목적으로 구성된 산악회원들에겐 특별히 권한만한 영화라 생각한다.
본 영화에서 나오는 나마스떼(히말라야 부근 사람들이 합장을 하면서 서로 인사를 할 때 쓰는 말로 “내 안의 신께서 당신 안의 신께 인사를 드립니다.”라는 뜻임)라는 대사와 산은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산이 허락할 때 잠시 머무는 곳이라는 엄홍길 회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영화 속 배경은 심한 눈보라와 혹독한 추위 그리고 분위기는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결코 춥지만은 않은 따뜻한 인간애를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1980년 초 산악인 김정섭씨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30여년이 지났는데도 그 내용이 기억이 남는다. 자신은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경기고를 마치고 50년대 말 프랑스로 유학을 가 유학 중 인근국가들을 많이 여행하였는데 약소국 사람이라 하여 많은 무시를 당했다 한다.
그는 바이킹족의 후예인 덴마크를 예로 들면서 덴마크의 국보는 5대양 6대주를 누비고 다녔던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이 깃든 조그만 전마선이라 하면서 덴마크인들의 선조는 개척정신과 모험정신을 바탕으로 피와 땀을 흘릴 때 흘렸지만 우리선조는 개척정신이나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주입식교육에 불과한 공자 왈 맹자 왈만 열심히 외쳤던 탓에 후진성을 면치 못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한다.
그래서 귀국 후 우리 국민들에게도 개척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1970년 초 자신이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8천 미터 이상의 고지 등반을 목표로 한 등반대를 조직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힘들지도, 위험하지도 않은 일만 선호하여서 인지 8천 미터 이상급 산을 등반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 씁쓸하다.
2시간여의 영화 관람 후 20인의 시산회원들은 인근 통영굴밥집에서 점심을 해결 하였다. 식사 후 곧장 목적지인 남산타워를 가기위해 들머리인 남산 한옥마을에 들어섰다. 남산 한옥마을은 1993년부터 4년여에 걸쳐 서울 각처에 있던 한옥 다섯 가구를 옮겨와 전통 한옥의 아름다운 모습과 선조들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게 조성되었다고 한다.
한옥마을을 빠져나와 4차선 도로를 10여분 걸으니 중부공원 녹지사업소가 나왔고 버스가 다니는 길을 20여분 더 걸으니 샛길이 나왔다. 여기서 절반의 친구들은 비록 공기는 좋지 않지만 군자지 대로행이라 하여 큰길로 곧장 올라갔고 본인을 비롯한 10여 친구는 샛길로 올라갔다.
30여분을 더 걸으니 팔각정이 나와 그곳에서 종화 친구가 정성스레 마련해온 과메기무침에 막걸리를 한잔하였다. 한참을 걸은 후 마시는 술이어서 인지 아니면 사키린을 많이 넣어서인지 아무튼 술이 달았다. 팔각정휴게소를 뒤로하고 성곽을 끼고 20여분을 걸으니 오늘의 목적지인 남산타워광장이 나왔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광장에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재웅 친구가 노랑머리 여자에게 영어로 사진 한 컷을 부탁했는데 그 여자 웬만한 한국말은 다 알고 있는지 유머스럽게 하나 둘 하면서 셔터를 눌러주었다. 국제화시대에 접어든 지금 국적이나 민족의 의미는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4시가 되었다.
뒤풀이 장소인 대청수산을 가기위해 동국대 입구역으로 향했다. 대청수산은 작년 이맘때 시산회 납회를 위해 갔었고 이번도 납회를 위해 가니 1년여만의 재방문이다. 1년이란 세월이 덧없이 흘러간 것 같다. 식사도 작년과 같은 회정식이다. 산행에 참석하지 못했던 친구들까지 합세하니 대 부대다.
순서에 따라 회장과 총무의 말씀이 있었고 본인이 박지영 시인의 "섬"이란 시를 낭송했는데 내용이 난해해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본인에 이어 조문형 회원의 어부인인 이행숙 시인의 자작시("꽃받침 사랑") 낭송도 있었다.
이후 2016년 시산회 총장으로 염재홍 산우가 선출되었다. 신임총장의 힘이 넘치는 취임 인사말을 들으니 내년 시산회 활동이 많이 기대된다. 신임총장은 내년행사는 우리 나이도 고려해 험산보다는 둘레길 같은 쉬운 코스를 주로 선택하겠고 장거리여행은 국외보다는 울릉도 여행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300회 산행에 대비해 산행기 발간에 대한 언급도 하였다.
조문형 산우가 시산제를 엄동설한이 아닌 날씨가 풀린 3월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제시하니 반론도 있어 즉석에서 거수로 의견을 물으니 연기하자는 의견이 더 많아 앞으로 시산제는 3월에 실시하기로 하였다.
헤어져야 할 시간이 되니 많이 아쉬워서 인지 어떤 친구는 여기서 새로 상을 차려 한잔 더하자 하고, 또 어떤 친구는 노래방에 가자하고 술과 노래보다는 당구가 더 좋은 본인은 당구장에 가 큣대를 잡으니 오늘 하루가 너무나 행복하였다.
2016년에도 안전하게 산행하고 서로 우의를 다지며 잘 지내기를 기원한다. 고된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임삼환 회장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6년 1월 4일 정해황 씀.
※ 동반시
"섬" / 박지영
몇 번이고 바다가 뒤집히는
긴 세월없이도
아픔이 자라면 섬이 된다
낡고 찢어진 바지가 흘러내려
반 쯤 엉덩이가 드러난 노인이 사는 곳은
오늘도 청계천 벤치
신림동 좁은 방 고시원 박씨
커피 마시게 이백 원만
아니면 담배 한 개비
버릇처럼 내뱉던 어느 날
남의 심장을 빼앗는 일 따위는
별것 아닌 것이 되어버린 옆 방 청년 윤에게
광화문 차가운 천막 안에는
아직도 가라앉은 배보다 깊은 슬픔
얼마나 많은 섬을 지나갔을까
보고도
듣고도
못 본 척 못 들은 척
명동성당 가장 낮은 게단 아래
휠체어에 몸을 실은 걸인의 바구니
그 섬을 그냥 지난다
아픔을 외면하는
나도 오래 전부터 섬이었다
"꽃받침 사랑" / 이행숙
잊고 살았지
둘이서 하나인 것을
꽃받침 사랑 없이
저절로 피고 지는 꽃이라
어느 누가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꽃잎 지고서야 꽃받침이 보이듯이
어여쁜 꽃봉오리
조용히 받쳐주고
자신의 목마름을
참아낼 줄 아는 겸손의 손길이여
계절 따라 유한성의 무한 순환
꽃잎은 늘 떠날 준비를 하고
꽃물 스며든
그 자리에 서서
다시 찾아올 그대
기다리는 사랑이여
※ 이행숙 시인: 시인, 수필가. 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원, 시인촌 동인으로 활동 중임. 시집으로 『꽃받침 사랑』이 있으며 조문형 산우의 마나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