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피아노연주, 협주곡 황제 3악장 론도 알레그로 임윤찬

[우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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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톨릭 성 음악, 그 중에서도 요즘은 합창음악을 좋아한다. 그 애착이 갈수록 더하다 할 수 있는데,

작년 가을 서울가톨릭싱어즈(서가싱)의 유튜브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부터 음악 시청의 대부분이

가톨릭 합창 음악이고, 예의 필립 자루스키(카운터테너)를 여전히 애청하고 있다.

나의 현재 음악시청 방식은 대부분 차 안, 사무실 데스크탑, 콤팩트 CD플레이어 그리고 잠자리 베개머리에서는

아이폰이다. 좋은 오디오기기를 세팅하고 각 잡고 들을 기회는 거의 없다. 아쉽지만 예전의 오디오기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최신 디지털 매체의 성능이 워낙 뛰어나서 꽤 들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승용차의 스피커도 좋아서

휴대폰과 연동시켜 유튜브로 통하는 무한한 음악 소스를 경험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다.

서울가톨릭싱어즈가 부르는 성가 반주는 거의 피아노. 이전까지는 느끼지 못했던… 피아노 반주, 그 음색이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보통 성가 반주는 오르간 때로는 파이프오르간으로 하는데,

유독 서가싱은 대부분의 성가를 피아노로 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전주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서 감동할 때가 많고,

어떤 노래들은 베갯머리에서 들으며 잠을 청할 정도로 심신이 크게 위로 받는 느낌이 든다.

고등학생일 때 약 일년 반 정도 서울 성북구 정릉교회에 다녔다. 거기서 하계수련회도 가고 성탄절을 앞두고

헨델의 메시아 중 합창곡 할렐루야을 배우기도 했다. 이 교회에 같이 다니던 동급생 중에는 피아노를 잘 치던

여학생과 남학생이 있었는데, 그 시절만 해도 남학생이 피아노를 전공하는 예는 드문 편이어서 틈만 나면

동급생 모두들 그 아이에게 피아노연주를 종용했으나 딱 한 번 연주를 들을 수 있었으니 그 연주 곡이 바로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 3악장이었던 것.

본당 아래 소강당에 놓인 피아노 앞이 앉아 피아노 건반 위에 두 손을 올리고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폭풍처럼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지금도 선명하게 남는 건 연주보다도 그 아이의 모습이었다.

그 당시 기억만으로도 꽤 격렬한 곡이었는데, 키가 큰 편이었던 그는 피아노 건반을 두두리는 동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단 한 번도 등을 구부리지 않았으며 몸을 좌우로 흔들지도 않은 채 연주를 마쳤고,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내 기억 속의 선명한 잔영은, 그 아이의 얼굴 볼 살이 위 아래로 출렁거리는 모습이었다.

https://youtu.be/x-OwtWX1AbA

최근 SNS에서 알고 지내는 분이 천재 피아니스트로 통하는 임윤찬의 연주를 소개한 글을 보고 링크를 따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황제 3악장을 여러 번 듣고 보았다. 연주에 내가 더 보탤 말은 없다. 함께한 광주시향도 덩달아

국제수준급으로 잘했다. 연주 실황을 직접 볼 기회는 없어도 영상으로는 얼마든지 볼 수 있으니 이게 어딘가!

나는 임윤찬의 연주 못지 않게 그가 연주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는데, 간간이 피아노를 치던 손이 마치

건반의 강한 반동인 듯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며, 오랜 기억 속 월광을 연주하던 가녀린 고등학생을

떠 올렸던 것이다.

“그 아이는 건반의 반동을 온 몸으로 견디느라 볼 살 만을 실룩거렸던 것일까?” – 아님^^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그 아이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하며) 살고 있을까! 그리고 대일고 다니다가 미국으로

유학간 놈, 지 아버지 이름이 나와 같다고 내 이름을 잘 부르지 않던 덩치 큰 아이, 중앙여고 다니던 여학생 모두들

잘 살고 있는지… 지금이라도 정릉교회에 가면 기록이 남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