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황마존 33
아아, 天魔淵 야인산(野人山)- 운남(雲南)과 중원의 경계에 자리한 그 험산의 깊은 곳에 는 한 곳 아주 신비한 절곡이 있었다 . 츠츠츠가! 늘 자색(紫色)의 운무에 뒤덮여 있는 곳, 그 운무는 강력한 자전강살(紫電 煞)을 띠고 휘몰아 천연적인 진세를 구축하고 있었다 . 만일 그 자전강살의 흐름을 꿰뚫어보지 못한다면 누구도 절곡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 그 자전마역(紫電魔域) 안에는 일남일녀가 흥분의 눈빛으로 서 있었다. 좌초백과 초대려, 바로 그들이었다. 두 사람은 십만대산으로부터 밤낮없이 닷새를 달려 이곳 야인산에 이른 것이다. 의복은 먼지와 땀으로 더럽혀졌고 얼굴은 피로로 가득한 두 남녀, 그러나, 지금 그들은 서로의 손을 꼬옥 움켜쥔 채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쓰고 있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자전마역의 중앙에는 하나의 그리 크지 않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었다. 직경 사오 장 남짓의 연못 , 기이하게도 그 연못에는 푸른 빛이 도는 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 츠으… 츠으… 푸르른 쪽빛의 그 연못의 수면 위로는 연신 자색의 운무가 뭉클뭉클 치솟고 있었다. 자전마역을 휘감고 있는 자전강살은 바로 그 연못에서 토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 <천마연(天魔淵)> 그 보잘 것 없는 연못이야말로 무림사천년의 풍운을 잉태하고 있는 천마의 무덤- 천마연(天魔淵)이었다. 일견 별 볼일 없는 연못으로 보이나 천마연은 이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더 엄청난 신비를 품고 있었다 . 먼저, 천마연은 그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 측정할 수가 없었다. 수직으로 뚫린 천마연은 마치 십팔층 지옥으로 이어지는 관문처럼 깊고도 깊을 뿐이었다. 두 번째 신비는 천마연을 이루는 물(水)에 있었다. 자전중수(紫電重水)- 이것이 천마연을 채운 물의 이름이었다. 물은 물이되 수은처럼 무거운 무게를 지닌 것이 바로 자전중수였다. 그 자전중수에는 아주 강력한 음양지기(陰陽之氣)가 서려 있었다. 달리 양극강살(兩極 煞)이라고도 불리는 그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가장 강한 기운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그 양극강살을 흡수하여 무공을 익힌다면 가공할 파괴력을 지닐 수 있을 것이다. 천마자전신강(天魔紫電神 )-! 고금제일마종, 천마(天魔)의 이름을 있게 한 그 무적마예가 바로 자전중수의 양극강살을 흡수하여 연마하는 파괴기공이었다. 천마연의 옆, 그곳에는 하나의 삼 장 높이 철비가 세워져 있었다. 천마철비(天魔鐵碑)라는 이름을 지닌 철비-! 오금(烏金)으로 만들어진 그것은 무려 일천 오백여 년 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 위에는 여러 명의 필체로 글이 적혀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철비의 창건자가 남긴 글이었다 . <천마(天魔)와 인연있는 후인을 위해 백년심득을 남긴다. 이것을 본좌는 천마자전신강(天魔紫電神 )이라 이름 붙였거니와 , 이는 연마하는 자의 의지력과 그 지닌 바 정신력의 차이에 의해 강약이 결정되리라 . 자전신강의 단계는 모두 삼 단계이니 부디 인연자의 건투를 빌 따름이다.> 그 같은 내용의 글 아래쪽에는 한 가지 아주 난해한 구결이 적혀 있었다. 마음을 둘로 나누어 음(陰)과 양(陽)의 기운을 따로 받아들인 뒤에 필요시에 이를 융합하여 자전신강으로 일으키는 상상 밖의 초기공- 그것이 바로 천마자전신강이었다. 천마자전신강에는 파천뢰(破天雷), 전륜벽(轉輪壁), 혼돈인(混沌印) 등의 삼 단계가 있다고 천마는 적고있다. 그러나, 천마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혼돈인의 경지에 이르지는 못했다 . 불패전마 초패강- 그 역시 제일 단계인 파천뢰(破天雷)에 입문한 상태에서 복수심을 이기지 못하고 무림으로 뛰쳐 나갔었다 . 그러나, 그 입문의 파천뢰 정도로도 당금 무림에 적수가 없지 않았던가? 천마자전신강의 구결 아래에는 모두 열 네 개의 서명이 새겨져 있었다. 그 중 열 셋은 모두 좌(佐)의 성을 지녔으며, 마지막 열 네 번째의 이름만이 좌씨가 아닌 초씨(超氏)였다. -무적전황(無敵戰皇) 좌천추(佐千秋). …… 첫번째 서명은 그러했다. 그가 누구인가? 사백 년 전, 단신으로 마교의 백팔마종(百八魔宗)을 도륙하여 무적의 신화를 쌓은 무적전막(無敵戰幕)의 창시자가 아닌가! 놀랍게도 그의 이름이 천마연에 남아있는 것이다. (아아! 나의 가문이 바로 천마(天魔)의 일맥이었다니…) 좌초백은 지금 심장이 터지는 듯한 희열에 잠겨 있었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가문, 무적전막- 그것이 바로 저 고금제일마종 천마에 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무적전황 좌천추도 아주 우연히 이곳 자전마역에 들어왔으며, 천마자전신강을 익혀 그 신위를 사해에 떨친 것이다. 그는 천마자전신강의 삼 단계 중 유일하게 제이단계인 전륜벽(轉輪壁)의 경지까지 이루었던 인물이었다. (그 분이 내게 사숙뻘이 된다고 하신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좌초백은 천마철비의 맨 아랫부분을 보면서 불패전마 초패강을 떠올렸다. 그의 부친 사자천존(獅子天尊) 좌무극- 그 이름 아래 바로 이어져 불패전마 초패강의 서명이 있었다. 비록 나이는 초패강이 오륙십 세나 많았지만, 배움에 있어서는 좌무극에 뒤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나이를 떠나 사자천존 좌무극을 사형(師兄)으로 섬기게 되었으니 좌초백에게는 사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아버님, 사숙…) 좌초백은 그리운 얼굴들을 떠올렸다. 다시는 보지 못할 얼굴들… 그러나 그 주인들은 영원히 그의 가슴에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지켜봐 주십시오! 초백은 기필코 천마일세(天魔一世)의 경지에 이르러 보겠습니다!) 좌초백은 입술을 굳게 다물며 천마철비를 올려다 보았다. 고오오오! 천마철비를 휘감고 몰아치는 자전강살- 천 년의 세월을 그래왔듯이 자전강살의 거대한 기운은 세상을 오시하며 그렇게 휘몰고 있었다. 마치 사황마존(邪皇魔尊)의 탄생을 재촉하는 거대한 채찍처럼-! * * * * * 대겁풍(大劫風)- 사상 유래없는, 그러나 이미 예견되었던 피의 소용돌이가 전무림을 휩쓸었다. 대륙의 일만군대에서 동시에 피바람이 일었으며, 하루만에 수십만을 헤아리는 인명이 살상되었다. -복종하라! 복종하라! 그리고 또 복종하라! 광오한 마성이 구천을 뒤흔들었으며, 마교가 무림에 선포한 피의 약속은 죽음과 공포로 이루어졌다. 마교는 이제 군림의 야망을 실현코자 하고 있으며, 누구도 그들의 뜻을 막지 못할 것이다. 구겁천(九劫天)의 다른 팔패세(八覇勢)를 합쳐 놓은 정도의 거대한 세력! 누가 있어 그 질풍노도에 대항할 것인가? 단 열흘이 못되어 대륙은 마교의 수중에 떨어졌다. 백만을 헤아리는 무림인들이 마교에 굴복하거나 제압당했으며 , 삼천의 문파가 괴멸되거나 마교의 분타로 전락했다. 이제 대륙무림자체가 곧 마교(魔敎)라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무림의 대종말은 그렇게 오는 듯했다. 상승무적(常勝無敵)-! 사람들은 마교의 거대한 해일과도 같은 기세를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옳은 표현이 아니었다. 마교는 모두 네 곳에서 좌절당한 것이다. 구궁산(九宮山) 철혈검호각(鐵血劍豪閣)- 첫번째의 좌절은 바로 그곳에서 있었다. 명실상부한 대륙무림의 심장부 , 마교지존(魔敎至尊)으로 등극한 지극마황 갈천사, 아니 십밀노야 신목풍은 그 철혈검호각을 병탄하기 위해 최대의 전력(戰力)을 투입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실로 참담한 좌절로 끝났다. 죽었다고 알려진 우내제일검종(宇內第一劍宗) 검황야(劍皇爺)! 놀랍게도 그가 한 명 파면(破面)의 청년에게 엎힌 채 나타났으며, 전설의 초극검예인 검벽신강으로 마교의 정예들을 짚단처럼 쓰러뜨렸다. 그와 함께 무저금마갱에서 아주 신비한 백 인(百人)의 고수자들이 뛰쳐나와 강력한 타격을 마교군단의 배후에 가했다. 마계백인중(魔界百人衆)- 스스로를 그렇게 지칭한 백여 명의 초고수자들, 그들을 인솔하는 인물은 거의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 가공할 경공술의 소유자였다. 몰영자(沒影子)라는 이름을 지닌… 북망산(北邙山) 천세유령부(千世幽靈府)- 마교의 두 번째 좌절은 그 곳에서 있었다. 천세유령부가 누군가에 의해 재건되었다는 소문에 마교의 무리는 북망산으로 몰려갔으며, 그리고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 일만의 정병과 수천 구의 활강시(活 屍)를 잃은 후에야 마교는 자신들의 적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유령삼미인(幽靈三美人)! 그런 이름으로 알려진 세 명의 미인이 북망산에 거대한 함정을 파놓고 있었던 것이다. 장한부인(長恨婦人), 모란선자(牡蘭仙子), 유령서시(幽靈西施)- 그녀들이 유령삼미인이라는 천세유령부의 새로운 안주인들임은 이제 비밀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삼극동맹(三極同盟). 마교의 가장 광범위하고 다대한 좌절은 그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뇌정마찰(雷霆魔刹), 지옥마전(地獄魔殿), 그리고 신월기사단(新月騎士團)으로 결성된 변황무림 최대의결사, 그들이 가공할 세력으로 서북(西北)의 변경을 넘어들어와 마교의 서북전단과 충돌한 것이다 . 구겁천 중 세 개가 모인 정도의 전력을 지닌 삼극동맹- 비록 마교의 전단이 강력하기는 하나 그 삼극동맹의 노도를 막을 수는 없었다. 부득불 마교는 애써 점령한 영토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으며 , 삽시에 감숙, 산서, 청해 등의 삼 개 성을 잃고 말았다. 다급해진 신목풍은 지극마가의 정예 일만을 급파하여 섬서의 장안성(長安城) 일대에 강력한 저지선을 구축하고 있었다. 삼극동맹과 마교삼가(魔敎三家) 중 일가인 지극마가(地極魔家)의 정면대결! 그 결과 어찌되든 양측이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연왕부(燕王府). 마교의 마지막 좌절은 그 곳에서 있었다. 후일의 영락제, 연왕(燕王) 주태(朱台)의 거성(居城)! 건문제의 요청으로 연왕부를 급습했던 마교의 일단은 한 명 여전사가 이끄는 은사(隱士)의 집단에 무참히 괴멸당했다. 무영호황천(無影護皇天)- 중원의 황실을 수호하는 장막 속의 비밀결사, 그들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던 것이다 . * * * * * 네 번의 좌절, 이제 마교가 절대무적이라는 신화는 퇴색해 버렸다. 마교의 힘으로도 불가능한 일이 있음이 입증됨으로써 절망하던 뭇무림인들의 가슴에도 서서히 투혼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저항이 시작되었다. 물론 그 강도는 미약하여 대세에 영향을 주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한그루의 거목(巨木)도 한 알의 씨앗에서 발아하고, 거화(巨火)도 한 톨의 불씨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수호사천세(守護四天勢).> 무림인들은 마교를 좌절시킨 네 개의 문파를 그렇게 불렀다. 수 많은 무림인들이 그들 사파(四派)의 막하로 몰려들었으며 , 덕분에 사파의 세력은 욱일승천해갔다. 그와 함께 마교도 수호사천세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최후의 결전은 수호사천세와 치루어질 것이기에 그들은 여타의 영토에서 대부분의 전력을 수호사천세로 끌어들인 것이다. 그 덕분에 대륙의 다른 곳은 다시 평온을 되찾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평호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저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일시적인 고요함인 것을 모르는 이 없었다. 풍운은…그렇게 무르익고 있었다. 천하의 네 곳에 전 무림인들이 집결한 상태였으며, 그러는 중에도 무심한 대자연의 변화는 계속되어 어느덧 폭염의 계절로 접어들고 있었다. * * * * * 천마연(天魔淵)- 세벽 무렵의 천마연 일대는 더욱 짙은 자색운무로 뒤덮여 있었다. 그 천마연의 연못 가에는 최근 한 채의 모옥이 세워졌다. 그리 크지 않으나 아담해 보이는 모옥, 그것은 좌초백이 초대려를 위해 지어준 것이었다. 초대려는 모옥 밖을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그녀가 이른 새벽부터 정성들여 마련한 소반이 놓여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초대려는 머릿결로 반쯤 가려진 얼굴을 도화빛으로 물들였다. 그녀의 시선 끝에는 천마연의 수면을 내려다보고 있는 헌앙한 미장부가 한 명 서 있었다. 마치 태산처럼 미동도 않고 서있는 그는 바로 좌초백이었다. 그는 밤새 그렇게 그곳에 서 있었다. (아아! 나의 능력으로도 이것이 한계란 말인가?) 좌초백의 두 눈은 절망의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홉 번의 시도… 천마자전신강(天魔紫電神 )의 구결을 이해하는데 한 달을 소비한 그는 지금껏 모두 아홉 차례 천마연에 들어갔었다. 내장이 으스러지는 듯한 자전중수(紫電重水)의 수압, 그것을 견디어 내며 그는 자전신강을 얻을 수 있었다. 지금 그의 경지는 파천뢰를 지나 전륜벽의 단계를 완성한 상태였다. 그러나, 과인한 그의 자질로도 그 정도가 한계일까? 좌초백은 최후의 단계, 혼돈인(混沌印)에는 끝내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포기해야만 하는가?) 좌초백의 악다문 이 사이로 앓는 듯한 신음이 배어흘렀다. 격렬한 심마(心魔)의 엄습- 지금쯤 무림은 피에 잠겨있을 터인데 너는 지금 한가로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좌초백의 마음 속에 숨어있는 악마는 그렇게 그를 유혹하고 있었다. (전륜벽의 경지로도 충분히 십밀노야를 응징할 수 있을 것이다 . 나는 너무 그자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좌초백의 눈빛이 어지러이 흔들렸다. 그는 지금 가장 위험한 관문에 이르러 있었다. (그래서는 안돼, 초백!) 초대려의 아미가 파르르 떨렸다. 일심동체인 부부만이 느낄 수 있는 영감이랄까? 그녀는 자신의 어린 정인이 지금 심각한 기로에 서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었다 . (이제…내가 나설 차례다.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진 이 계집을 마다 않고 받아준 나의 어린 정랑을 위해서…) 초대려는 입술을 꼬옥 깨물었다. (나에게는 천 명의 사내에게서 정혈을 갈취해 모은 십 갑자의 내공이 있다. 그것을 초백에게 준다면 자전중수의 벽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사라락- 초대려는 천천히 자신의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흘러내리는 저고리 , 백설같이 새하얀 피부와 육중한 무게로 매달린 한 쌍의 육봉이 출렁이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치마의 끈을 풀며 초대려의 손길이 바르르 떨렸다. 그녀는 초야를 치루는 신부와도 같은 심정이었다. 사르르…! 치마와 속곳이 함께 그녀의 발치로 흘러내렸다. 한 줌의 세류요 , 드넓고 풍요로운 둔부, 미끈한 백옥기둥 사이로 방초 무성한 둔덕이 부드러운 모습을 드러내였다. 조물주의 걸작이라고 할까? 초대려는 홍조를 띤 얼굴로 미려한 자신의 육체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는 조용조용 걸음을 옮겨 모옥 밖으로 걸어나갔다. "누님…" 인기척을 느끼고 돌아보던 좌초백의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전라의 모습으로 수줍게 서있는 초대려의 자태가 그의 눈을 가득 메우며 들어찬 것이었다. 스으… 스으… 아침 안개에 휩싸인 초대려의 나신은 너무나도 신비롭고 매혹적이었다. (으… 음!) 좌초백은 자신의 하체 일부가 무쇠처럼 단단해져오는 것을 느끼고 신음했다. 무저금마갱에서 초대려를 안아본 것이 어느덧 일 년 이상 전의 일이었다. 비록 단 한 번이었으나 격렬하게 자신을 받아들이던 그녀의 육체의 감촉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 후 불패전마 초패강의 죽음을 전후해 다시 만났으며 사실상의 부부로 두 달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좌초백은 늘 천마자전신강의 연마에 몰두하여 자신의 옆에 방중술의 달인인 희세의 염부가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다. 또한 초대려도 행여나 그의 수련을 방해할까 두려워 몸가짐을 삼가해 왔었다. 한데, 그 초대려가 지금 자신을 유혹하고 있는 것이었다. "누님…" 좌초백은 자포자기의 심정과 오랫동안 참아온 욕정의 충동에 그대로 자신의 몸을 맡겼다. 그는 흡사 짐승처럼 초대려를 덮쳐갔다. 마치 강간을 하듯 그는 거칠게 초대려를 다루었다. 그런 그의 횡포를 초대려는 말없이 감수해 내었다. 삽시에 천마연 일대는 뜨거운 열풍에 휩싸였다. 보드라운 잔디 위에 눕혀진 초대려의 몸 위에서 좌초백은 광포하게 몸부림을 쳤다. 그의 거대한 힘은 초대려를 몇 번이고 혼절 직전까지 몰고갔다. 그러나…결국 진 쪽은 좌초백이었다. 그는 연이어 몇 차례 초대려의 몸에 폭발한 후 탈진하여 그녀의 몸 위에 널브러졌다 .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것 같은 탈진감, 한데 바로 그때였다. 좌초백은 자신의 실체를 감싼 초대려의 따뜻하고 보드라운 속살이 미묘한 율동을 일으키는 것을 감지했다. 그와 함께 그의 일부는 그의 의지와 달리 재차 굳강하게 변했으며, 결합된 그 부분으로부터 갑자기 노도와도 같은 잠경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쳐 들어오지 않는가? "누… 누님!" 그제야 좌초백은 초대려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고 질겁을 했다. 그는 다급히 초대려의 몸 속에서 자신의 일부를 이탈시키려 했다. 그러나, 초대려의 옹달샘은 그의 일부를 사로잡은 채 미동도 못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냥… 받아줘!" 초대려는 당혹해 하는 좌초백의 뺨을 섬섬옥수로 쓰다듬었다. "초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 하물며 내공 따위야…!" 초대려는 좌초백의 몸 아래에서 그윽히 미소지었다. 그것은 너무도 자애로운 시선이었다. "누님…!" 좌초백은 뜨거운 신음을 토하며 초대려의 교구를 으스러져라 끌어안았다. 그런 좌초백의 몸을 초대려는 드넓은 가슴으로 마주 안았다. 우르르…! 그 사이에도 초대려의 거대한 내공은 물밀 듯이 좌초백의 몸에 수용되고 있었다. 바야흐로 천 년의 내공을 지닌 고금제일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 * * * * 수면으로부터 사백여 장을 내려간 천마연의 바닥, 그곳에 미치는 자전중수(紫電重水)의 수압은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것이다. 만년한철도 그곳에서는 순간적으로 가루로 변해 버린다. 한데, "……!" 언제부터인가 한 명의 사내가 천마연의 바닥을 딛고 우뚝 서 있었다. 거대한 수압 때문에 입고 있던 의복은 이미 가루로 변한 상태였다 . 건장한 체격의 청년, 그는 한 여인의 희생으로 천년내공을 지니게 된 좌초백이었다. 천 년의 내공- 그것은 인간의 몸으로는 수용할 수 없는 분량의 잠력이라고 할 수 있다. 불사강시가 된다든지하여 특별히 몸을 단단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천년내공이 지닌 잠경에 전신이 폭발해 죽고 말 것이다. 한데, 좌초백은 천년내공을 지니고도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천마자전신강을 지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마자전신강의 두 번째 단계 절륜벽은 바로 몸을 불사강시 만큼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묘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러나, 지금 천년비공을 지닌 좌초백도 자꾸만 허리가 꺾이려는 것을 겨우겨우 참고 있었다. 천마연의 수압은 그 만큼 무서운 것이었다. (과연… 고금최강이라 불릴만한 분이었다!) 좌초백의 두 눈은 지금 경탄의 빛을 싣고 앞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삼 장 앞, 하나의 석벽이 있고 그 석벽에 반쯤 몸이 파묻힌 시체 한 구가 좌초백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일천 수백 년 전에 죽었으되 아직도 살아있는 듯이 보이는 인물, 보통 사람이 그 앞에 섰다면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당해 혼절하고 말리라. 그 만큼 석벽 속의 인물은 압도적인 기도를 지니고 있었다. -천마(天魔). 가장 위대한 무인. 정(正)도 사(邪)도 아니고, 다만 너무 강해 하늘의 마신(魔神)이라는 이름을 얻게된 그가 지금 좌초백 앞에 있는 것이다. 머리에는 자색의 두건, 일신에도 역시 빛 바랜 자색의 전포… 천마는 그렇게 좌초백의 눈 앞에 살아있는 듯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난 것을 저주한다. 부모는 핏덩이인 나를 버렸고 , 가장 사랑했던 계집은 내게 독검을 들이 대었으며, 믿었던 친우는 나의 목을 바라고 있다니… 세상을 저주한다. 내게 뛰어난 능력을 준 하늘을 원망하며, 그 능력으로 저주하는 세상을 피로 쓸어 버리지 못하는 나의 나약함을 한하노라… 신(神)이라도 나를 죽이지 못한다 . 나를 죽일 수 있는 것은 하늘과 땅 사이에 오직 나 자신 뿐이고… 그래서 이제 스스로를 자전중수에 묻어 죽고자 하는 바다… 이 글을 본 자라면 나의 후계자라 할만하다. 그대에게 노부의 상징인 천마건(天魔巾)과 지존천의(至尊天衣)를 남긴다. 부디 무정(無情)해 져라, 나의 후예여! 진정한 강자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바로 정(情)이기 때문이다 . 나의 후예, 이세천마(二世天魔)여!> 천마의 시신이 박혀있는 석벽에는 그 같은 글들이 적혀 있었다 . 사생아로 태어나 가장 믿었던 친인들에게까지 배신당했던 비운의 절대자, 그의 구구절절한 심한이 석벽에 유언으로 남아 있었다. (후훗, 저는 결코 무정(無情)한 놈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일세천마(一世天魔)시여!) 좌초백은 고소를 지으며 천마의 유해에 천천히 절을 했다. 수천만 근의 무게로 찍어 누르는 자전중수의 수압, 그것을 등에 지고 절을 한다는 것은 천년비공을 지녔더라도 금방 전신이 으스러져 나갈정도로 힘든 일이었다 . 그러나 좌초백은 묵묵히 절을 올렸다. 한 번, 두 번… 모두 아홉 번의 배사지례를 하며 그는 칠공으로 꾸역꾸역 선혈을 토해냈다. 그러는 사이에 좌초백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한 번 절을 할 때마다 천년내공에 버금가는 거대한 잠경이 자신의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것을… (이것이 혼돈인(混沌印)을 수련하는 방법이었다.) 좌초백은 희열에 몸을 떨었다. 천마철비에는 구체적으로 천마자전신강의 최후단계, 혼돈인의 수련방법이 기재되어 있지 않았었다. 그것을 좌초백은 지금 깨달은 것이다. 한 번 절을 하자면 전신의 모든 내공을 소모해야 한다. 그 빈틈으로 자전중수의 거대한 잠경이 밀려 들어와 가득 채워지는 것이다. 천마는 자신을 진정으로 공경하는 자만이 천마자전신강의 정수를 얻도록 배려해 놓았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사부님!) 좌초백은 무릎을 꿇고 천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천마의 모습은 이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좌초백이 아홉 번 절을 하는 동안 자전중수의 파문이 천마의 몸을 형체도 없이 흩어 버린 것이다 . 흩어진 천마의 정기는 자전강살과 함께 좌초백의 전신으로 스며든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좌초백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바닥에서 두 가지 물건을 수습했다. 천마건(天魔巾)과 지존천의(至尊天衣)! 천마(天魔)가 양도하기로 한 이상 그것들은 이제 좌초백의 것이었다. (편히… 잠드소서!) 좌초백은 칠흑 같은 주위를 따뜻한 눈으로 돌아 보았다 . 스- 읏! 이어 그의 몸은 강력한 암경을 일으키며 부상하기 시작했다. 아득한 삼백 장 저위의 수면에서 근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는 한 명 여인을 향해서… * * * * * 십만대산(十萬大山)의 북쪽 어느 산곡, 콰콰쾅! 꽈르르릉! 천지개벽하는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 두부처럼 으깨어져 나가는 바윗덩이들 , 아름드리 거목들을 뿌리째 날려보내는 강풍의 소용돌이, "카카캇!" "흐윽!" 꽈르릉! 산곡의 끝에서 한 명 노파와 세 명의 괴인들이 맹렬히 뒤엉켜 돌아가고 있었다. 한 번의 손짓으로 수십만 근의 거석들을 공기돌처럼 날려 버리는 초고수자들, 그들의 충돌로 산곡은 이미 본래의 형태를 잃고 있었다. 아주 자애로운 인상의 그 노파는 한 자루 용두철장을 무기로 쓰고 있었다. -고독모모(孤獨母母). 노파는 바로 고독모모였다 . 마교삼가(魔敎三家) 중 겁황마가(劫皇魔家)의 원로, 겁황마모(劫皇魔母)중 유모이기도 한 그녀의 무공은 십대천마를 능가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그 고독모모는 아주 위태로운 지경에 몰리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상대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마물(魔物)들이기 때문이었다. 활강시(活 屍)- 금강불괴의 몸을 지녔다는 천세유령부의 마물들, 그것이 한 구도 아닌 세 구가 고독모모를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도검이 불침하고 아무리 때려도 끄떡없는 마물들… 그러니 아무리 고독모모라고 해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다. "아악!" 따다당! 한순간 고독모모의 입에서 비명이 터지며 용두괴장이 박살나 날아갔다. 안색이 하얘져서 쓰러질 듯이 물러서는 고독모모의 모공으로부터 꾸역꾸역 선혈이 토해져 나왔다. "잡아랏!" 비틀거리는 고독모모를 보며 냉혹한 일갈을 토하는 자가 있었다. 멀찍이 서서 음험하게 눈을 빛내고 있는 자, 그자는 마치 해골에다 옷을 입혀 놓은 깡마른 체격의 인물이었다. -시마(屍魔). 바로 십대천마의 일 인인 시마 호불귀라는 자였다 . 천세유령부에서 일만 구의 활강시를 훔쳐낸 자, 그 자가 십밀서원의 십대가신 중 일 인인 고죽천사(枯竹天邪)임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카아아!" "크크크…!" 시마의 명령이 떨어지자 세 구의 활강시들은 득달같이 고독모모를 덮쳐들었다. 고독모모는 다급히 몸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나 중상을 입은 그녀의 몸 놀림은 전만 못했고 , 그대로 팔 다리가 활강시들에게 제압되고 말았다. "흐- 윽!" 고독모모는 비통하게 신음하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것은 무쇠 같은 활강시들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기에는 너무도 무기력한 것이었다. "흐흐, 드디어 잡히셨군, 고독모모!" 시마가 히죽 웃으며 고독모모에게 다가섰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순순히 겁황마모(劫皇魔母)를 숨긴 곳을 말하면 살려주겠다!" 시마는 두 눈을 음험하게 번뜩이며 고독모모를 내려다 보았다. "퉤!" 그런 시마를 향해 고독모모는 세차게 침을 뱉았다. "바득! 꿈도 꾸지 말아라, 십밀서원의 괴뢰! 네놈들은 마모님을 영원히 찾지 못할 것이다!" 고독모모는 이를 갈며 시마를 노려보았다. "흐흐… 그래?" 시마는 음험한 눈길로 고독모모의 몸을 쓸어보았다. 찢긴 치맛자락, 그 사이로 나이답지 않게 통통하고 매끈한 허벅지의 일부가 들여다 보였다. "흐흐… 모모는 결국 입을 열게 될 것이오!" 찌- 익! 말하며 시마는 거칠게 고독모모의 치맛자락을 찢어내었다 . 순간 한 번도 사내에게 보이지 않았던 고독모모의 새하얀 허벅지 속살이 그대로 드러났다. "네… 네놈, 무슨 짓을…" 꿈에도 생각 못한 만행에 고독모모는 두 눈을 부릅떴다. "흐흐…이걸 보면 본좌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게 될 거요, 모모!" 시마는 히죽 웃으며 자신의 바지를 벗어 버렸다. 순간 불쑥 튀어 나오는 검푸른 사내의 흉기, (흐으윽!) 허공을 향해 꺼덕이는 그것을 본 고독모모의 두 눈이 찢어질 듯이 커졌다. "흐흐…" 그때 시마는 거침없이 고독모모의 속곳을 움켜 쥐었다. "안… 돼!" 찌- 익! 고독모모가 다급히 외쳤으나 그녀의 은밀한 곳을 가린 속곳은 그대로 색마의 손 아래 찢겨 나갔다. 포동포동한 허벅지… 고독모모의 속살은 마치 중년 여인의 그것같이 탐스럽고 탄력이 있어 보였다. 그 사이로 아주 무성히 나 있는 방초의 숲이 자리하고 있었고, 방초의 둔덕 아래로는 길게 파여내려간 계곡이 언듯 들여다 보였다. "흐흐… 역시 아직 쓸만하군!" 시마는 히죽 웃으며 손을 고독모모의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고독모모의 두 눈이 하얗게 치켜졌다. 은밀한 동굴입구에 닿은 사내의 손길, 고독모모는 너무도 어이없는 현실에 비명을 지를 정신마저도 없었다. "흐흐…!" 그런 고독모모의 비밀스런 곳을 시마의 음탕한 손이 제멋대로 주무르고 후벼대었다. 그러자 믿어지지 않는 변화가 그녀의 몸에서 일어났다 . 붉디붉은 옹달샘의 꽃잎들이 급격히 촉촉한 온천수로 젖어드는 것이 아닌가? 쾌감이 느껴지는 것일까? 고독모모의 몸이 퍼득퍼득 간헐적인 경련을 일으켰다. "흐흐… 본좌의 이 훌륭한 물건을 한 번 맛보고나면, 입을 열 마음이 생길거요, 모모!" 시마는 히죽 웃으며 고독모모의 한쪽 다리를 위로 들러올렸다. 흐드러진 허벅지가 치켜올려지며 그녀의 은밀한 곳이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그리고 그 중심부는 이미 흥건히 젖어들어있었다. 시마는 히죽이며 슬슬 고독모모의 은밀한 곳을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굳강한 자신의 실체를 그 곳으로 가져가 잇대고는 서서히 밀어넣었다. 퍼- 득! 벌거벗겨진 희멀건 고독모모의 허벅지에 한 차례 세찬 경련이 일었다 . 보드라운 여체의 동굴을 가득 메우며 들어차는 사내의 실체, "……!" 고독모모는 자신의 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현실로 받아들여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가장 예민한 그 부분에 느껴지는 둔중한 이질감은 그것이 결코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약간의 통증과 함께 아랫도리를 가득 메우며 밀려드는 사내의 흉기… (자결… 하자!) 고독모모는 처절한 눈빛이 되어 혀를 깨물려 했다. 어느덧 시마의 흉칙한 일물은 뿌리까지 그녀의 비동에 들어차 있었다. "흐으…" 시마는 고독모모의 그곳에서 느껴지는 뜻밖의 탄력에 희열의 신음을 토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자가 이승에서 느낀 마지막 감각이었다. 퍼- 억! 우두둑! 한 가닥 강맹한 잠력이 어디선가 일어났고, 다음 순간 고독모모를 능욕하던 시마의 상체가 그대로 으스러져 날아갔다. 쿠- 웅!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짓뭉개진 그 자의 몸뚱이는 고독모모의 몸에서 떨어져 나가 오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막 혀를 물려던 고독모모는 돌변한 사태에 멍하니 눈을 치떴다. "크크크…!" 그녀의 팔다리를 움켜쥐고 있던 활강시들이 순한 양처럼 떨어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휴! 괜찮으시오, 모모?" 한 명의 청년이 우울하게 한숨을 쉬며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자색의 두건을 이마에 두른 아주 영준한 청년, "그…그대는…!" 고독모모의 초점없던 눈에 파문이 스쳤다. 그녀는 청년을 알고 있었다. 두 달 전이었던가? 무언가 이상한 예감에 겁황마모의 침실을 훔쳐본 그녀는 바로 이 청년이 자신의 여주인을 능욕하고 있는 것을 보았었다. 그녀는 대경실색하여 침실로 뛰쳐들어 가려했다. 그러나 그 직후 그녀는 자기의 여주인의 희열에 찬 표정을 보았으며, 이에 그 일을 모른척하기로 했던 것이다. 겁황마모(劫皇魔母)의 어린 정인, 그가 지금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 미친 개에게 물렸다 여기고 잊어버리세요!" 격동하는 고독모모의 벌거벗겨진 아랫도리를 그녀도 잘 아는 한 명 미인이 가려주고 있었다. 전보다 더 젊어지고 아름다와진 십대천마의 일인자, 적신화모(赤身花母)라 불리던 희대의 요녀가 그 미인이었다. 하지만 고독모모는 그녀를 보고 있지 않았다. 고독모모는 몸을 가리는 것도 잊고 털썩 좌초백앞에 무릎을 꿇었다. "마모님을… 구해주게. 그 분은 독종독인(毒宗毒人)과 싸우다 중독되어 쓰러지셨네. 이 뒤의 산도에 그 분을 숨겨 놓았으니… 으음!" 다급히 말하던 고독모모의 몸이 힘없이 늘어졌다. 좌초백이 그녀의 수혈을 짚어 버린 것이다. 그녀가 행여나 시마에게 능욕당한 것을 부끄러워 하여 자결할 것을 막기 위함이었다. (더 이상 불행해지는 사람은 없어야 한다.) 좌초백은 우울하게 한숨을 몰아쉬었다. "이 분 할머니를 부탁드립니다." 좌초백은 초대려를 돌아보며 말했다. 장차 혈전마모(血戰魔母)라 불리게 될 불패전마 초패강의 양녀, 그녀는 전보다 두 배 강해진 상태였다. 십 갑자의 내공을 모두 좌초백에게 주었으나 그 대가로 좌초백이 그녀에게 천마자전신강을 익히도록 도와주었던 것이다. 그 결과 지금 초대려는 천마자전신강을 전륜벽의 경지까지 연마하고 있었다 . 그것은 저 겁황마모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실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겁황… 마모!) 좌초백은 아주 복잡한 시선으로 고독모모가 말한 산등성이를 바라보았다. 신목풍을 도와 자신의 부모를 해친 원수, 그러나… 좌초백은 더 이상 그녀를 미워할 수 없었다. (가보자. 독종독인에게 부상당했다면 심각한 상태이리라!) 좌초백은 한숨을 쉬며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 순간 좌초백의 모습은 이미 산등성이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겁황마모…) 좌초백이 사리진 곳을 바라보며 초대려의 눈빛도 아주 복잡해졌다. 양부인 초패강의 유언대로라면 장차 그녀와 함께 좌초백을 섬겨야 하리라. (그 도도한 계집아이와 잘 지낼 수 있을지…) 초대려의 옥용에 곤혹한 빛이 스쳤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행복한 고민이라고 해야 옳으리라. 그녀는 장차 사황마존의 여인으로 알려지게 될 고귀한 신분이므로… 계 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