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력·외국어 갖춘 '고급 인력' 필요한데… 연봉 많이 주고, 복지 신경쓰는데도 안와요"
휴대전화 단말기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경영하고 있습니다. 설립한 지 10년 정도 됐고, 지난해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매출액의 98%를 수출에서 얻고 있으며, 최근 3년간 매년 30% 정도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2012년 매출액 1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 품목을 좀 더 다양화하고, 품질도 더욱 고급화해야 합니다. 이처럼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회사 각 분야에서 고급 인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런 인재를 구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 인력 구성을 보면 마케팅이 50여명, 엔지니어가 380명, R&D(연구개발)가 200명 정도 됩니다. 이들은 서울 본사와 중국 칭다오 R&D 센터에 나뉘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기술력은 비슷한 규모의 경쟁업체에 비해서는 뛰어난 편입니다. 하지만 핵심 인력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기업보다 떨어집니다. 기업 규모를 획기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현재 경쟁 대상 기업이 아닌, 대기업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한데, 좋은 대학을 나온 석·박사급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또한 주로 해외 기업과 거래를 하다 보니 기본적인 기술력 이외에 외국어 능력도 갖추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를 모두 겸한 인력은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어가 가능한 사람이 해외 거래처와 접촉을 한 후, 다시 국내 직원에게 그 내용을 전하는 실정입니다. 시간이 낭비되고 국내 직원에게 거래처의 요구 사항이 정확히 전달되지 않는 등 업무상 비효율이 자주 발생합니다.
저희 회사 직원의 연봉은 경쟁 기업보다는 평균 15% 정도 많고, 대기업에 비해서는 80% 정도 선입니다. 성과급 비중이 30% 정도 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대기업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어떤 직원은 30대 중반의 나이에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연봉을 많이 주는 것만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올해 초 R&D 신규 직원 10명을 채용하려 했는데, 마땅한 사람이 없어 7명만 뽑았고, 그나마 2명은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연봉뿐 아니라 직원들의 근무 환경이 좋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기업 못지않은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까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자기 계발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회사 조직도 바꾸었습니다. 1년 전부터 대리 이상은 직책을 없애고, 파트장, 팀장, 그룹장으로 구별하고 있습니다. 능력에 따라 젊은 사람도 팀장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실제 입사 10년차 직원이 팀장을 맡고, 그 아래에 15년차 직원이 팀원으로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젊은 인재들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때는 당연히 연차가 짧은 팀장의 연봉이 더 많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젊은 사람들은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형편입니다. 특히 저희 회사는 비상장 회사이기 때문에 회사 이름을 외부에 알리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A 구학서 신세계 대표이사 부회장이 답합니다
우수한 인력을 구하는 어려움은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 PDP와 2차전지를 생산하는 삼성SDI가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회사이지만 소비재를 생산하지 않아 일반인들 사이에 회사의 인지도가 낮았고, 우수한 인재들을 뽑기가 어려웠죠. 그래서 삼성SDI는 2002년에 윤도현 밴드를 내세운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취업 시즌에 우수한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습니다.
중소기업도 회사를 알리고 인지도를 높이는 데 노력과 투자를 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물론,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이것이 필요합니다. 거액의 비용이 드는 신문·방송 광고가 어렵다면 업계 전문지나 잡지, 대학신문에라도 꾸준히 광고를 해서 젊은 인재들에게 회사를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어느 직장에 다니느냐가 결혼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화에서는 중소기업일수록 회사 지명도를 더욱 높여서 젊은 인재들이 선뜻 선택해 자부심을 갖고 회사에 다닐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직원들에게 회사의 미래가 밝다는 비전과 꿈을 심어주는 것도 우수 인력을 확보하는 필수 요건입니다. 중소기업이지만 잠재력이 높아 '내가 여기서 일하면 클 수 있겠다'는 확신을 직원들에게 심어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스톡옵션' 제도를 적극 권합니다. 우리나라에선 스톡옵션 제도가 대기업이나 은행에 널리 도입돼 있습니다만, 사실은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사원들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몇 년 후에 회사를 상장하면 큰 금전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불어넣을 수 있습니다. 기업에도 당장 부담을 주지는 않습니다. 대기업에 비해 급여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의 단점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성과급을 주식으로 나눠주는 것도 좋습니다. 최근 TV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도 식품회사 창업주가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내용이 나오는데, 중소기업 CEO들이 참고할 만합니다.
작은 봉제회사를 운영하는 친구 한 사람이 한번은 비행기를 전세 내서 직원들을 모두 태우고 제주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났더니, "휴가를 다녀온 후에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어. 그리고 주변에 전세기 타고 휴가 다녀온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니더군"이라고 했습니다. CEO는 이런 투자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CEO가 외부 활동을 통해 회사를 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 같은 데 참석해서 자기 회사나 공장 견학을 초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언젠가 '티맥스소프트'라는 회사에 견학을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유수한 대학을 나온 실력 있는 인재들이 벌집 같은 작업 공간에서 밤새워 일하고 있더군요. 견학하기 전엔 솔직히 티맥스소프트가 무슨 회사인지 전혀 몰랐습니다만, 직접 가서 보고 나니 굉장한 회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학의 교수님들도 기업을 직접 견학해서 좋은 인상을 갖게 되면, 학생들에게 취업 지도를 할 때 적극 추천하게 될 것입니다.
CEO가 대학에 가서 특강할 기회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응하길 권합니다. 신입사원 면접 때 지원 동기를 물어보면 1~2년 전 대학 특강에서 CEO의 이야기를 듣고 기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돼 지원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이런 지원자는 이미 회사에 대한 호감을 갖고 있어 입사해서 일을 할 때에도 적극적일 수 있습니다.
회사를 널리 알리고, 직원들에게 성취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좋은 인재를 구하는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중소기업의 경우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을 뽑을 것을 적극 권합니다. 신입사원은 능력에 비해 눈높이가 높습니다. 직장을 택할 때도 기업의 명성을 따집니다.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 우수한 신입사원을 뽑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흔히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3년까지는 회사의 돈과 시간을 까먹으며 일을 배우는 시기"라고 합니다. 입사 3년까지는 회사가 업무 교육을 하는 시기이고, 본격적으로 회사에 돈을 벌어주는 것은 입사 후 3년이 지난 다음부터라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IT업종의 경우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근무했다면 국내 최고의 기업 문화가 어떤지 이미 경험한 인력입니다. 중소기업에서 이런 인력을 헤드헌터를 통해 데려온다면 추가로 교육할 필요가 없이 곧바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중소기업에는 다행스럽게도,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대기업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조직의 간섭 없이 자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고 싶어 그만두는 직원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은 실력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이나 승진 등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바꾸게 된 것입니다.
이혼한 사람이 재혼을 할 때에는 눈높이를 낮추는 대신, 다시는 이혼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대기업에 다니다 이직(離職)을 하는 사람은 처음 직장을 구할 때와 달리 회사의 크기나 명성 같은 겉모습보다는 자신의 발전 가능성을 더 따집니다. 유통업계에서 신세계를 '유통 사관학교'라고 부릅니다. 많은 신세계 출신 직원들이 후발 유통업계에 경력사원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세계 입장에선 큰 손실입니다만, 후발 업체들로서는 우수한 인력을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둘째, 귀사는 중국 칭다오에 연구개발(R&D) 센터를 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일할 인력 또는 중국과 서울 본사 사이를 오가면서 일할 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 유학 온 중국 학생들을 채용할 것을 권합니다. 최근 국내 대학에는 중국 유학생들이 많습니다. 이들은 중국어뿐만 아니라 한국말도 잘하고, 전공도 아주 다양합니다. 중국 현지에서 채용하는 중국인들보다 한국에 유학 온 중국인들의 능력이 우수하고 한국 기업에 대한 인식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의 상당수는 졸업 후에도 한국 기업에서 일하길 희망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취업이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이들을 인턴사원으로 뽑아서 국내에서 교육을 시킨 다음 중국 현지에 근무하도록 한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봅니다. 신세계의 경우 최근 국내 대학에 유학 온 중국인 졸업예정자 80명을 인턴으로 뽑았는데, 처음 예상보다 능력이 우수한 인력이 많았습니다.
셋째, 여성 인력 채용을 적극 검토해 보십시오. 아직도 기업들의 여성 인력 활용 비율은 정부나 교육기관에 비해 크게 낮습니다. 상당수 기업 CEO의 마음속에 '과연 여성 직원이 이런 험한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하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성 인력의 평균적인 업무 능력이 남성에 비해 우수한 것이 대부분 조직에서 입증되고 있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직장을 구할 때 기업의 인지도를 크게 따지지 않습니다. 남성에 비해 취업이 어렵기 때문이죠. 여성 취업자들은 선배나 아는 사람들을 통해 입소문을 듣고 직장을 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인지도가 낮은 중소기업이라도 '그 회사는 여성 직원이 일하기 좋다'고 소문이 나면 우수한 여성 인력을 구할 수 있습니다. 지방 출신 여성 직원을 위한 기숙사나 기혼 여성을 위한 사내 보육시설 등 여성 인력을 위한 복리 후생 시설을 갖춘다면 여성 취업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기숙사나 보육시설은 생각만큼 그리 큰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 회사는 유아원이 뛰어나', 혹은 '그 회사는 여직원의 천국이야' 이런 소문이 난다면 기업 인지도를 높이는 데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끝으로 조직 관리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회사에 있는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고 열심히 일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조직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귀하는 회사 조직을 바꿔 능력에 따라 젊은 직원도 팀장이 될 수 있도록 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엔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처럼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조직 관리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이 방대한 대기업은 인사고과를 기준으로 연공서열을 파괴하면서 철저하게 능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서 연공서열을 파괴하면 직원들 사이에 위화감이 커져 조직이 깨지기 쉽습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직원 평가제도가 시스템화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이 어리고 경력이 짧은 직원을 팀장으로 발령하면 직원들은 '사장의 편견이 작용한 인사'로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또 경력이 짧은 팀장 밑에서 일해야 하는 고참 팀원에게는 '회사를 떠나라'는 말로 들립니다. 어제까지 후배였던 사람을 오늘부터 선배로 받아들일 직원은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아주 큰 대기업이 아니라면 연공서열에 따라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무난합니다.
질문을 보면 고학력자를 선호하시는 것 같은데, 이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력과 능력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학력 인플레가 있는 직원이 있는가 하면, 석사·박사는 아니지만 실력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제 경험으론 가방끈이 긴 석사·박사보다는 비록 학사 학위만 있더라도 경험 많은 사람이 회사에는 더 필요합니다. 연구소나 교육기관이라면 학력이 중요한 요소이겠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엔 굳이 학력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고학력자일수록 경력사원으로 받아들이면 좋습니다. 고학력자 중에는 대기업 문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해 중소기업을 선호하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조직 관리의 핵심은 보상과 평가를 확실히 해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보상은 미리 원칙을 정해놓고 그대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이익의 3분의 1은 회사 발전을 위한 유보금, 3분의 1은 주주 배당, 3분의 1은 직원들 몫'이라는 원칙을 세울 수 있겠죠. 회사에 이익이 많이 발생했는데도 직원들에게는 전혀 나눠주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할 필요가 없어지겠죠. 보상 기준을 미리 정해 놓으면 직원들은 분명한 목표 의식을 갖게 될 것입니다.
평가의 경우 업무 특성에 따라 개인적으로 평가할 것인지, 아니면 집단으로 평가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 둬야 합니다. 팀 전체가 열심히 한 일에 대해 팀장이나 특정 직원만 평가한다면 불만이 발생합니다. 개인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를 냈는데, 팀 전체의 공로로 평가해도 마찬가지입니다. 팀원들이 해마다 돌아가면서 근무 고과 A·B·C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평가제도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증거입니다. 반대로 특정인만 근무 고과를 높게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상사의 직관이나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겠죠.
인력 관리는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크게 신경을 쓰는 분야입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에 제시한 몇 가지 원칙과 방법을 적용한다면 우수한 인력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직원들도 신나게 일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