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의 추억 # 9, 담배가게 아들 소바더
부산의 사상이라는 곳, 지금과 비교하면 너무나 초라했지만 그래도 당시는 부산시내로 들어가는 시내버스와 서부경남으로 나가는 시외버스 정류소가 있었고 그 정류소를 중심으로 차표를 파는 점포며 빵집, 책방, 옷가게, 식료품점등 가게들이 사거리 정류소를 중심으로 즐비하게 늘어 서 있었다. 비록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였지만 서부경남 각 지역에서 김해, 구포를 거쳐 부산시내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곳이 이곳 사상이었다. 그 교통 요충지 버스정류소 사거리 한켠에 조그만 담배가게가 하나 있었으니 당시 한 가족이 충분히 먹고 살 수있는 그야말로 황금상권의 점포였다. 정부의 전매사업인 담배 가게를 아무나 낼 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담배 가게 주인에게 고등학생인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은 잊어 버렸지만 세칭 동방교에서 부르는 명명이 ‘소바더’라고 하는 동방교의 신자였다. 그러나 그의 부모님들은 동방교의 신자도 아닐뿐더러 동방교와는 아무 관련이 없었다. 나보다 두 세살 연배인 그는 내가 중학생이었을때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내가 늘 ‘형’이라고 부르며 따라 다니기도 했었다. 그는 공부에 그리 취미가 없었던지 학교를 다녀와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가게를 지키면서 담배 파는 일을 도맡아 하다시피 했는데 부모님들이 시켰는지 자진해서 담배 파는 일을 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하튼 이 고등학생 신자가 동방교에 지성(헌금)을 엄청 많이 했다.
담배 판 돈을 빼 돌려서 동방교에 갖다 바친 것이다. 그의 부모님들은 가게일을 도우는 아들을 대견스럽게 여겼을지 모르나 아마도 동방교에 낼 지성(헌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진해서 담배 가게에 나왔던 것이 아닐까? 그도 나처럼 온 세상이 3년안에 불바다로 변하고 멸망하는데 우리 성민들만 구원받아 휴거해서 하늘나라로 끌려올라가 천년왕국에 이른다고 굳게 믿고 있었고 그때 우리의 공덕으로 부모, 형제, 가족들까지 구원시켜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을 한몸에 부여받고 있는 성민이 아니던가, 이런 마당에 공부가 무슨 대수였으랴.
세칭 동방교에서는 매주 단위로 각 지교회에 할당된 지성(헌금)목표가 있었는데 매주 마다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매주 목표를 달성해야 할 뿐 아니라 그보다 더 초과해야만 믿음이 솟아나는 성민들이 되고 충성스러운 지교회가 되어 이래 조부님(자칭 하나님인 교주 노광공)으로 부터 잘 했다는 칭찬 지시가 내려오는 것이다. 이 고등학생 신자 ‘소바더’가 어떻게 동방교에 발을 디디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나와 비슷한 전철을 밟은것이 아니었을까.
'사상 8교회'의 지성(헌금) 목표가 미달되면 김인경 입다목사가 누군가를 시켜서 ‘소바더’에게 갔다 오라고 심부름을 보냈다. 가끔은 나도 다녀왔다. 명을 받은 누군가가 담배가게에 가서 그안에 앉아 있는 ‘소바더’를 만나 지성(헌금) 이야기를 하면 담배 판 돈을 미리 빼 돌려 놓았다가 지성(헌금)하라고 곧잘 내 주곤 했다. 동방교에서는 개인별 명단에다 각각의 지성(헌금)이 얼마라고 점수로 표기하는데 1점은 100원이었다.
그때 100원짜리 지폐는 당시의 최고액권이었다. 이 고액권 지폐를 약간의 증기를 뿌려 다리미로 빳빳하게 다려서 깨끗한 흰 봉투에 넣어 정성스럽게 바치곤 했다. 개인별로 바친 지성(헌금) 점수의 합계가 그 주일 목표치를 상회해야 하는 것이다. 매주일 지성(헌금)의 목표치에서 점수가 부족할 때 마다 이 고등학생 신자 ‘소바더’가 목표치를 넉넉하게 채워주곤 했었다. 끝까지 그의 부모님들이 가게 돈이 빠져 나가는 것을 몰랐는지 궁금하지만 뒤탈이 낫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나의 기억으로 그 ‘소바더’라는 고등학생 신자는 선량하게 생긴 착하디 착한 학생이었다. 그도 나처럼 동방교에 빠져서 헤어나지 못하고 앞으로 불바다가 되는 세상에서 구원 받기 위해 부단히 부모님들의 가게 돈을 빼 돌려 갖다 바쳤지만 얼마후 그는 세상물정을 깨닫게 되어 동방교에 실망하고 이단사이비 교회를 떠나버리고 말았다. 3년만 있으면 하늘에서 불이 떨어져 온 세상이 끝난다던 그 세상의 끝은 오지않고 악착같이 돈을 긁어 모으던 자칭 하나님(?)이던 교주 이래 할아버지 노광공은 1965년도 8월15일을 기해 세상을 청산한다고 집에 있는 금붙이며 패물, 재산을 모두 팔아서 바치라고 한적이 있었다.
청산이라. . . , 세상은 곧 멸망할텐데 금붙이며 패물, 재산이 왜 필요했던지, 세칭 동방교를 위시한 이땅의 모든 이단사이비 종교가 가정과 인격을 파탄시키면서 까지 재물을 탐하는 이러한 행태는 정말 이해하기 힘들다. 지금 생각하면 몇 번이나 태어나고 다시 죽어도 다 쓰지 못할 그 많은 돈을 긁어모아 소유하고 있는 이단사이비 교주들이 그것으로 과연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참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전지전능한 자칭 하나님(?) 이래 할아버지 노광공도 당뇨합병증이라는 자기의 병 하나도 고치지 못한 채 그렇게 긁어 모았던 재산을 모두 놓아두고 너무나 아까운 54세라는 나이에 요절, 이승을 하직하여 한많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으니..., 멸망한다던 인류는 멸망하지 않고 세월은 흘러 세상은 날로 발전하고 있었으니 눈길 한번 돌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으로 바라보았다면 금새 알아차릴 수 있는 이단사이비 요설에 어찌 몸을 맡기고 있었던지...
그 착하던 담배 가게 아들 ‘소바더’의 그 이후 소식은 알길이 없으되 그도 지금은 환갑이 훨씬 지난 노년기에 이르렀으리라, 잘 살고 있는지 소식이 궁금타.
첫댓글
그나마 지교에서 지성이나 뜯기는 것은 다행일 겁니다. 수도원이라고 해서 간 제 친구나 선, 후배들이 술중독자가 되어 삶이 황폐한 사람들이 몇이 됩니다. 말이 수도원이지 별다른 교육이나 수련도 없고, 매일 무임금 노동으로 삶을 착취 당하다보니 회의가 생기고 술을 먹지 않고는 버티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래도 아무도 제지하지 못했던 것은 그들도 비슷한 심정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들의 망가진 삶은 누가 보상해 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