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질환의 씨앗, 이상지질혈증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콜레스테롤(기름기) 수치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콜레스테롤에는 나쁜 콜레스테롤, 좋은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이를 모두 합친 총 콜레스테롤 수치가 있다. 따라서
1)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2) 중성지방이 높은 경우
3) 총 콜레스테롤이 높은 경우
4) 좋은 콜레스테롤이 낮은 경우
각각 모두 이상지질혈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이상지질혈증이 중요한 이유
심혈관 질환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망의 원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율은 2022년 기준 인구 10만명 당 65.8명으로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여 국민 건강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수도관이 오래되면 녹슬고 각종 이물질과 찌꺼기가 들러붙으면서 공간이 점점 좁아지듯이, 심혈관질환은 혈관 안쪽에 콜레스테롤과 같은 기름 성분이 끼고 플라크를 만들어 이것이 파열되면서 유발된다. 결국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의 증가와 밀접한 관계에 있어서, 이상지질혈증은 흡연, 고혈압과 함께 심혈관 질환의 3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한 국내 연구에서 한국인의 심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중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흡연, 당뇨병과 함께 무려 64%를 기여도를 차지한 바가 있었다. 특히 이상지질혈증은 국내 유병율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여서 적절한 관리가 촉구된다. 다행히 이상지질혈증을 인지하고 치료받는 비율과 잘 조절되는 비율 등의 관리 지표가 개선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30대, 40대 성인들의 이상지질혈증 인지율과 치료율은 낮은 편이기에 좀 더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60대를 기점으로 남성에 비하여 여성의 이상지질혈증 유병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점을 미루어보아, 전 세계적으로 유래 없이 급속한 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성별, 연령별 이상지질혈증 예방과 관리에 더욱 힘써야 한다.
어떻게 진단되는가?
증상으로는 이상지질혈증을 진단할 수 없다. 검사를 통해서 치료 대상자를 찾아내야 한다. 20세 이상의 모든 성인은 적어도 매 4–6년마다 선별 검사를 통한 이상지질혈증 평가를 받아 보기를 권장한다.
검사 항목은 혈액 채취를 통한 총콜레스테롤, 중성지방, HDL 콜레스테롤, LDL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400 이하일 경우는 공식으로 계산 가능하고 혹은 직접 측정한다) 평가를 권장하며, 많은 연구들에서 총콜레스테롤보다는 LDL 콜레스테롤이 심혈관질환의 강력한 위험인자임이 관찰되었다.
이상지질혈증의 치료
이상지질혈증으로 진단되었다면, 이상지질혈증 그 자체의 단독적인 평가보다는 동맥경화를 일으키게 되는 위험 요인들을 총체적으로 평가하여 그 정도에 따라 관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혈액검사를 통한 LDL-콜레스테롤 외에 평가해야 할 항목으로는 연령 (남자 45세 이상, 여자 55세 이상), 흡연 여부, 고혈압 여부 (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또는 이완기 혈압 90mmHg 또는 항고혈압약제 복용), 관상동맥질환 조기 발병 가족력이다. 이러한 위험 요인들의 강도에 따라 LDL-콜레스테롤의 목표 수치를 세운 다음, 여기에 도달하도록 약물치료 시행 여부를 결정하고 치료 계획을 세운다. 관상동맥 질환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거나 그에 상응하는 위험을 가진 당뇨병, 말초혈관 질환 등이 있는 사람에서는 대부분 생활요법과 함께 이상지질혈증 약물 치료를 필요로 한다.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기본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따라서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사요법, 운동, 금연, 절주 등의 생활습관 개선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은 지질 수치를 낮추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체지방을 감소시키고 혈압을 낮추며 인슐린저항성을 개선시키고 혈관내피세포 기능을 향상시킨다. 궁극적으로 이상지질혈증으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죽상 경화 합병증을 예방하는데 중요하므로 단순한 이상지질혈증 수치상의 개선보다 훨씬 더 큰 건강상의 이득을 볼 수 있다. 식사는 음식 별 콜레스테롤 함량을 따지기보다는 에너지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에너지 섭취를 조절하고, 비만한 사람들의 경우 현재 체중의 5-10% 정도를 감량하면 이상지질혈증이 개선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지방 식이는 대체적으로 에너지 함량뿐 아니라 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혈중 지질 수치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지방 섭취량을 지나치게 줄이는 것은 오히려 탄수화물 섭취를 증가시켜 중성지방과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콜레스테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총 지방 섭취량을 전체 에너지 섭취의 30% 이내로 유지하고, 포화지방산 및 트랜스지방산 섭취를 줄이는 것이 권고된다. 무엇보다 트랜스지방산 섭취는 전체 에너지 섭취량의 1%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은데, 전통적인 밥, 국, 야채 위주의 식사 습관에서 점점 가공식품 이용, 고지방 식이, 외식 등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치료하지 않은 이상지질혈증의 합병증
적절한 이상지질혈증 관리는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심뇌혈관 질환 발생 및 그로 인한 사망 위험을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으므로, 미처 이를 인지하지 못하였거나, 알더라도 무심히 넘기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였을 때 가장 치명적이고 중요한 이벤트는 심뇌혈관 질환 발생 가능성으로 대표적으로 급성 심근경색, 뇌졸중, 말초혈관질환이 있다.
#한양대학교병원, 박계영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