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병영일기 - [알아뭐해]
"잘 좀 부탁해요~"
"예, 알겠습니다."
"서희원, 선생님 말 잘 듣고, 말썽 피우면 안된다."
"네에-"
"야, 폰 받기만 하고 절대 쓰지마. 문자도 안돼. -_-" -> 뚱땡이 언니
"엉-"
"어디 기스라도 한 군데 나면 죽을 줄 알아! -_-^"
"치... 알았어! -0-^"
이윽고 사모님과 뚱땡이 언니와 몽실이 -_-;; 의 뜨거운 배웅을 받으며 차가 출발하고...
"헤~ 신난다!"
이 자식, 서울엘 간답시고 차려입긴 했는데...
면바지는 발목에 짤뚱하여 군바리나 신을법한 검은색 양말이 다 보이고...
몸에 끼는 남방은 단추를 목까지 잠궈놔서인지 더 답답해보인다.
내가 이걸 데리고 어딜 가겠다고.... -_-;;
부대를 벗어나자마자 길가에 차를 세웠다.
"야... 목에 단추 좀 풀어. -_-"
"에..에?? -0-;;"
"....... -_-;;
너 그러고 서울 갈라면 여기서 내려."
"왜요! -0-"
"촌스럽게 그게 뭐냐? -_-"
"엄마가 단정하고 이쁘다 그랬는데..."
그거야 너네 엄마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라 그런 거고... -_-;;
"원래 엄마들은 자기 자식이 제일 이쁜거야. -_-"
"야.. 야하지 않을까요? -0-;;"
".... -_ㅡ+"
"예, 알겠슴다;;;"
"(목에 단추를 풀더니) 히... 어때요? -0-"
"무섭다. -_-"
"치! -0-"
"내가 그거 하지 말랬지. -_-^"
"아, 왜요! -0-"
"안 어울려. -_-"
".... -0-;;;"
"너 안전벨트 안 매고 그러고 있다가 사고 나면 유리 깨고 튕겨져 나간다.
그럼 어떻게 될까.... 음... 머리가 깨지겠군. -_-"
황급히 안전벨트를 매더니 눈이 찢어져라 씨익 웃는다.
참나.... 그저 좋대지... -_-;;
고속도로를 타고 한 10분 정도를 달렸을까...
어쩐 일로 조용하다 싶었더니 그 10분을 못 넘기고 입을 연다.
"선생님, 우리 휴게소 들릴꺼죠~?"
"휴게소? -_-"
"네에-"
"화장실 가고싶냐?"
"아니요~"
"..... 그럼? -_-"
"감자 먹어야죠!"
감자...??
아아.... 휴게소에서 파는 통감자를 말하는거군. -_-;;;;
"아침 안 먹었냐?"
"아뇨-"
"먹었단 소리야 안 먹었단 말이야.. -_-^"
"먹었어요. ^-^"
"근데 뭘 또 먹어. 출발한 지 얼마나 됐다고... -_-;;"
"그래도 서울까지 가는데 감자도 못 먹으면 안되죠! -0-"
"후우.... 알았으니까 잠이나 자."
"안 졸린데...."
"그럼 조용히 있어. -_-^"
"선생님, 딱 오늘이 선생님 여자친구 생일이에요?"
"아니, 내일.."
"어! 그럼 내일 갔어야죠! -0-"
"........... 그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_-"
"당연하죠!"
"근데 오늘이 입시박람회 마지막날이거든... -_-"
"....??"
"임마, 니 핑계 대고 가는건데 입시 박람회 일정을 맞춰야될 거 아냐. -_-"
"아아... 그렇구나..."
"그래."
"선생님, 선물 샀어요?"
"아니, 가서 사야지."
"뭐 살거에요?"
"글쎄....
뭐... 목걸이나 반지같은 거... 잘 모르겠다."
"우와... 선생님 돈 많은가보다!"
"돈이 어딨어. -_-;"
"왜요! 목걸이나 반지래... 우와...."
"...... -_-;;"
"앗! 선생님 휴게소요!!! -0-"
"시끄러."
"어..어.... 지나가버렸잖아요! ㅠㅠ"
"또 나와. 걱정 마. -_-"
"치...."
"책임 지고 사줄께. 됐냐?"
"핫바도요?"
"뭐??"
"핫바도 사주실꺼에요? >_<"
"야!!! -_-^"
"네? -0-"
"........... 에혀... 알았다. 사줄께.
다 사줄테니까 지금부터 입 꼭 다물고 있어. 알았어? -_-^
"네! 오예~ 신난다~~ ^-^"
또 언제 울상을 지었느냐는 듯 헤헤거리고 저 혼자 웃는다.
어떻게 보면 바보같고 어떻게 보면 순진한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이 뚱땡이라 같이 있으면 귀찮긴 해도 심심하진 않지.
졸음 운전은... 안해도 되겠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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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냐..? -_-"
"흐으.... 네에- >_<"
"......... -_-;;"
"선생님도 줄까요? -0-"
"드릴까요- -_-"
"드릴까요?"
"됐어."
"치... 맛있는데...."
"불량식품 안 먹어. 식중독 걸려. -_-"
"이거 불량식품 아니에요! -0-"
"시끄러. 야, 서울 다 왔다."
"어?? 벌써요?"
"그래."
"우와... 대빵 빨리 왔네에.."
"원래 한시간 반정도밖에 안 걸려. -_-"
평일 낮이라 그런지 거리가 꽤 한산하다.
"넌 내가 입시박람회 내려줄테니깐 거기서 증거물이나 열심히 수집하고 있어라."
"치, 나도 선생님 여자친구 보고싶은데..."
"내 여자친구가 무슨 동물원 원숭이냐? 보고싶다고 보여주게?"
"보여주세요~~ 네? -0-"
"안돼. 닳아. -_-"
"와, 진짜 너무한다.. 치.."
"야, 치치거리지마. 안 어울려. -_-"
"씨이 맨날 이래."
"것도 하지마. -_-"
이윽고 박람회장 앞에 도착하고...
마지막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한 게 정신 없다.
"야, 다 왔다. 내려-"
"선생님, 진짜 저 혼자 가요?"
"당연하지. -_-"
"............."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릴 생각을 안 하네, 얘가...
백화점도 들려야되고 바빠죽겠는데...
"야, 빨리 내려. -_-^"
"점심은요..?"
"근처 어디서 사먹던가 해. 안 내려?? -_-^"
머뭇 머뭇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꽝!!! 차가 부서져라 문을 닫는다. 으유... 저걸.. -_-^
"선생님 아마 3시간쯤 후에 올거야.
이따 와서 전화할테니까 핸드폰 켜놔라. -_-"
".........."
"알았어?"
".............."
"서희원, 알았냐고! -_-^"
"네에..."
볼이 뚱하게 부어서는 모기만한 소리로 대답하는 뚱땡이.
한 번 싸늘하게 바라봐주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한참을 운전했을까.....
기분이 답답한 게 이상하다.
뚱땡이 그 자식, 매정하게 내려놓고 오긴 했지만....
정확히 어디가 박람회장인지 어떻게 관람해야 하는 지 그런 건 하나도 모를텐데....
후우......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다시 차를 돌리고 만다.
내가 미쳤지.
뚱땡이 자식이랑 같이 서울에 올 생각을 하다니.... -_-;;
차라리 한 달 후에 휴가를 내는 게 나았지.
11. 병영일기 - [알아뭐해]
헉... 허억.....
이 뚱땡이 자식, 어디로 사라진거야.
박람회장서부터 근처 음식점, 공원까지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애가 안 보인다.
- 뚜르르르릉..
- 뚜르르르르릉.....
이 자식 아까부터 전화도 불통이고 대체 어디 간거야!!
.............. 어떡하지..??
생일이고 이벤트고 당장 이 녀석을 찾아야 할텐데....
그 덩치에 어디 잡혀가진 않았을 거고...
그 성격에 고삐리들이랑 시비 붙다 끌려가 맞을 일도 없을 것이며...
어디 가서 자빠져 자고 있는건지...
무슨 사고를 당한 건 아닌지.......... 걱정되 돌아버릴 지경까지 갔을 때....
................!!!!!
"야!!!"
불러도 못 듣고... 아까 내려준 장소에 거의 울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뚱땡이를 발견했다.
온 몸에 긴장이 풀리면서 동시에 복장에서 울컥 열이 치밀어 올랐다.
대체 뭘 하고 있는거냐고, 거기 서서....
뚱뚱한 자식이 옷도 촌티나게 입고 한 자리에 멀뚱 서 있는 폼이.....
가슴이 시릴 정도로, 코가 시큰할 정도로 화가 나는 것이었다.
"야! 서희원!!!"
"........!!"
두리번 두리번 하다 이 쪽을 발견하고는 세상에서 제일 서러운 표정으로 대답한다.
"....... 선생니임...! ㅠㅠ"
"(저벅저벅 다가가서) 야! 너 어디갔었어!!"
"......... 길을 모르는데 어딜 가요... ㅠㅠ"
처음 내려준 장소에서 한 발도 꼼짝 안하고 그대로 있었다는 거잖아, 이 바보자식...
하아.... 속이 답답하다.
"............. 후우... 너 ... 계속 여기 있었어?"
"네, 선생님이 내려놓고 그냥 갔잖아요. 씨잉... ㅠㅠ"
우는 걸 보고 있자니...... 속상하다.
마치 호되게 멀미를 하는 기분이 되어 그저 바라볼 밖에...
목이 메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은 녀석과 함께 초스피드로 박람회장을 둘러본 후 함께 백화점으로 향했다.
"선생님, 우리 지금 어디 가요?"
"........"
"선생님 여자친구 선물 사러가요?"
".......... 어.."
"우와~ 신난다! ^-^*"
뚱땡이, 금새 또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네.
후우.....
한편 난 더할 수 없이 찜찜한 기분으로 말 없이 핸들만 붙잡고 있을 뿐이다.
두 시간동안이나 내려준 그 자리에 박힌 듯이 서 있었을 뚱땡이 자식의 표정이...
처연하게 서있던 녀석을 본 순간 목 어딘가에 가슴팍 어딘가에 따끔하게 느껴지던 무엇인가가
계속해서 뇌리를 떠나지 않고 맴도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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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카드 없이도 돈 뽑을 수 있어요??"
"어, 계좌번호로..."
백화점에 도착하자마자 현금 지급기로 가 돈을 뽑는데, 뚱땡이 또 나불댄다.
"선생님 그런 것도 외우고 다녀요?"
"그래. -_-;; 야, 너 저리 가."
"....??"
"비밀번호 누출되면 안돼. 저리 가. -_-"
"치!!"
"시끄러, 비켜. -_-"
피같은 50만원을 수표로 뽑아 품 속에 고이 넣고는 백화점 1층으로 향했다.
"이게 가장 잘 나가는 상품인데요~ 요즘은 큐빅 대신 지르콘이라구요, 훨씬 더 고품질의....."
입 큰 점원 언니 -_- 유행이라며 이상한 걸 잔뜩 꺼내들고는 신났다.
"어때요? 굉장히 고급스럽죠? ^-^"
"별로.. -_-"
"어머나~ 손님 눈이 굉장히 높으시구나아~! 호호호;;
그럼 이건 어때요? 이것도 출시된 지 얼마 안되는 신제품인..."
"이건 뭐죠? -_-"
"아.. 네~ 그건 자수정인데요. 시중에 나오는 것보다 훨씬 더 순도가 좋.."
"얼마에요?"
"삼십오만원인데요, 지금 행사중이라 상품권 나오는 거 계산하시.."
"포장해주세요. -_-"
"네, 손님.. ^-^;;"
"여기 돈..."
"어머, 카드 안 하셔요? 지금 행사 기간이라 XX카드 이용하시.."
"여기요. -_-"
"네..네, 손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
하더니 포장하다 말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짜증나, 시끄럽게 주절대기는.... -_-
"선생님, 돈 진짜 많다...! -0-"
"시끄러, 이게 전 재산이야. -_-"
"에이, 거짓말...."
".... -_-^"
"오래 기다리셨죠? 여기 거스름돈이구요~ 카드 만들어드릴.." -> 점원
"빨리 포장해주세요. -_-^"
"아 예, 손님. 죄송합니다. ^-^;;"
포장하는 데도 한참이 걸린다.
밍기적거리기는..... -_-^
아무튼 선물을 사들고 서둘러 세린의 학교로 향하는 차 안.
"저.. 선생님....;;"
"........."
"선생니임~"
"왜? -_-"
"............... 배고파요.."
"뭐? 너 아까 감자랑 잔뜩 먹었잖아. -_-;;"
"그걸로 어떻게 점심을 해요! -0-"
".......... 후우...
이따가 일 다 끝나고 사줄테니까 좀 참아라. 엉?"
"지금은 안돼요?"
"어. -_-^"
"왜요~ -0-"
"지금 선물 주러 가잖아! -_-^"
"어! 어디 가는데요??"
"........... 학교.."
"선생님 여자친구 학교요??'
"그래."
"만나기로 했어요?"
"아니. 훗... 그런 게 있으시다."
12. 병영일기 - [알아뭐해]
학교 앞, 꽃집에 들렀다.
뚱땡이, 차 안에 있으라는데도 기어코 따라 들어오고....
"어서오세요! ^-^" -> 아줌마
"장미꽃 백송이 얼마에요?"
"헉! 백송이..!! -0-" -> 뚱땡이
"요기 잔잔한 건 삼만원이구요, 송이가 굵은 건 오만원이에요. ^-^"
"오만원치 포장해주세요. ^-^"
"네~
호호호, 여자친구 주려고 그러나보네... 휴가 받았어요?"
".... 네.."
"휴가 아니면서! -0-" -> 뚱땡이.
"시끄러워. -_-"
".... 동생?"
"에..에?"
"호호.. 남매가 안 닮았네. ^-^;;"
"아 네.. 뭐... -_-;;"
탐스러운 붉은 장미 100송이가 화려하게 포장되는 걸 한참 보고있던 뚱땡이,
"...... 선생님 여자친구 대빵 좋겠다."
장미꽃 처음보는 애마냥 포장하는 데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모른다.
후우....
"아줌마, 장미 네송이 따로 포장해주세요. -_-"
"네에~"
빠른 손놀림으로 장미 네 송이를 추려 깔끔하게 포장해주신다.
힐끔 한 번 쳐다보고, 뚱땡이에게 건냈다.
"자- -_-"
".........??"
"안 받냐? -_-"
"...... 저 주시는거에요?? -0-"
"그래, 임마. -_-"
조심스럽게 받아들더니... 얘 입 찢어진다. -_-;;
"고맙습니다~! -0- 헤에..."
"오냐-"
"어?? 선생님 근데 왜 하필 네송이에요??"
"한 개에 100점씩 400점 만점. -_-"
"..... -_-;;"
"알았냐, 서희원? -_-"
"네- ^-^;"
그래도 좋다고 웃네...
떨리는 가슴과 커다란 장미꽃다발을 안고 애들을 시켜 알아낸...
그녀의 강의실로 힘차게 발길을 돌리다.
오늘은 오세린 생일 - 1일....
"우와... 대학교 너무 이쁘다~ ^-^ 근데 왜 여자가 이렇게 많아요?"
"여대니까.. -_-;;"
"우와... 신기하다."
아무거나 다 신기하대요... -_-;;
한눈에 딱 봐도 군바리같은 놈이 왠 뚱땡이랑 같이 캠퍼스를 누비니...
누가 봐도 우리가 더 신기하지, 이 바보야... -_-;;
여기저기에서 뜨거운 시선이 날아와 박히는데, 이 자식은 왜 이렇게 느려 터진건지...
품안에 장미꽃을 소중히 들고는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던 뚱땡이 갑자기 한다는 말이
"선생님, 선생님 여자친구요~ 쩌어기 저 언니보다 이뻐요?"
가리키는 델 보니 공주병 환자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을만큼 화려하게 차려입은 애가
비슷한 종류로 추정되는 애들과 무지막지하게 박장대소하고 있다. -_-;;
"댈 게 없어서 저런 걸 대냐? -_-"
"엇! 그럼 저 언니보다 훨씬 더 이쁘단 말이네?"
"요-"
"-요?"
"당연하지. -_-"
"공주같이 생겼어요?"
"공주보다 더 이쁘게 생겼다. 됐냐? -_-;;"
"치... 공주같이 안 생겼어봐라.."
"시끄러. -_- 어??"
".....??"
"야, 서희원..."
"에??"
"그러고보니 니가 왜 여기까지 따라왔냐? -_-"
"선생님이 데려왔잖아요. -0-"
".... -_-;;"
실컷 같이 와놓고선 강의실 앞에 당도하고나서야, 녀석을 데려왔단 걸 깨닫다니...
"아무튼... 너 여기 꼼짝 말고 서 있어. 알았냐? -_-^"
"네- 저 길 모르면 어짜피 움직이지도 못하잖아요~ ^-^"
"........ -_-;;"
"꼼짝도 안하고 서서 문틈으로만 살짝 볼께요. 안 들키고..."
참나... 그 덩치에 잘도 안 들키고 살짝 보겠다. -_-;;
"보지도 마. -_-"
"치... 맨날 자기 맘대로야. -_-"
"뭐, 자기? -_-^"
"아뇨, 선생님 맘대로요. -0-"
"...... -_- 야.."
"네?"
"나 어때보이냐.. -_-"
"음... 멋있어요! ^-^"
............. 나 원...
그래도 좋다고 웃네, 이 자식... 쿡...
그래, 나도 용기를 내서!!
- 똑.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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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5.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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