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白翎島)의 추억<3>
백령도 특색 음식
짠지떡 / 백령 칼국수 / 백령 냉면
백령도에는 고유한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짠지떡을 들 수 있는데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음식으로 북한 황해도 음식이라고 한다.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서 두툼하고 넓적하게 전(煎)처럼 붙인 다음 김치를 넣어서 만두모양으로 만드는데 손바닥보다도 더 큼직한 모양으로 몹시 투박한 맛이라고 할까... 맛은 별로이다.
그런데 명칭이 떡이라니.... 아무리 보아도 만두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백령 칼국수는 밀가루가 아니라 순전히 메밀가루로 만드는 국수인데 굴을 많이 넣고 들깨가루를 듬뿍 얹어주는 것이 특징이다. 맛으로 말하면, 면발이 민적민적 끈기가 없고 그냥 구수한 맛이라고나....
신기한 것 중의 하나가 백령냉면인데 일반 냉면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먹을 때 냉면사리 위에 얹어주는 삶은 계란을 집어내어 흰자는 먹고 노른자는 접시에 담아 옆에 놓아둔다.
냉면을 다 먹은 후 남겨 놓았던 냉면국물에 계란 노른자위를 넣고는 옆에 있던 까나리 액젓을 몇 숟갈 넣어서는 노른자를 풀어 저어서 그 물을 마시는데.... 나는 도저히 액젓냄새 때문에 먹을 수 없었다.
백령도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냉면을 먹고 그 계란노른자와 까나리 액젓을 푼 냉면국물을 맛있게 먹는다.
인천 시내에도 백령냉면을 파는 집이 몇 군데 있는데 먹는 방법이 똑 같다.
반찬이나 거의 모든 백령도 음식에는 까나리 액젓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해병대(海兵隊) 체육대회
9월 27, 28일은 이곳 해병여단이 주관하는 “민·관·군 체육대회”가 열렸다.
이곳 해병여단의 4개 대대와 7~8개의 직할부대(중대규모)는 묶어서 직할대 A, B로, 또 대청부대와 공군부대(레이다 기지의 1개 대대가 있음)가 팀을 만들어 대항전을 치른다.
축구, 농구, 족구, 총력전(줄다리기), 씨름, 릴레이 6종목은 부대대항이었고, 그 밖에 하프마라톤, 피구, 단체줄넘기, 낚시게임, 과자파티 등은 군 가족 및 일반인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곳 해병 6여단은 별칭으로 ‘흑룡(黑龍) 부대’라고 하는데 우리 아들이 군 생활을 했던 부대이다.
내가 해병 여단 바로 앞에 있는 북포초(北浦初) 교장으로 부임하던 첫날, 아들이 근무했다는 2대대를 찾아가서 대대장께 인사를 왔다고 했더니 너무나 감격해 하며 아들이 해병이었으면 우리는 같은 가족이라며 얼싸안는다. 나중 여단장(准將)에게 이야기를 했던지 여단장 또한 나한테 너무나 친절하게 대하며, 체육대회 날 운동장 가운데 아무데나 다니면서 사진을 찍어도 좋다고 했다. 운동장 가운데를 휘젓고 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찍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아, 아~~ 총력전....
나는 줄다리기를 보고 감격할 줄은 정말 몰랐다. 대대 대항 줄다리기 게임은 8팀이 참가했는데, 한 달쯤 전부터 특별 훈련에 돌입한다는 해병대 줄다리기인 총력전은 특별훈련으로 통나무 끌기, 나무 통째로 뽑아내기, 산악 달리기, 많이 먹고 체중 불리기 등으로 거의 필사적이라고 한다.
한 팀이 30명씩인데 간부(副士官)가 5명씩 꼭 끼어야 한다. 얼굴은 온통 회색과 붉은색으로 악마처럼 분장을 하였는데 얼굴에서는 살기(?)가 넘치고, 구령에 따라 일사 분란한 동작으로 진행된다.
아, 아... 저 굵은 팔뚝, 떡 벌어진 두꺼운 가슴팍하며, 거친 숨소리.. 젊음이 용솟음친다.
시작 전, 먼저 부사관이 두 명씩 나와서 한 명 한 명, 상대방 선수들의 상의는 물론 바지주머니와 가랑이 등을 샅샅이 뒤진다. 혹여 돌멩이라도 집어넣어 체중을 불릴까 하여... 이상 없음이 확인되면 곧 이어 경기가 시작 된다.
첫 번째 구령- 발뒤꿈치로 땅을 파서 발받침을 만드는데 연병장은 온통 뽀오얀 흙먼지로....
두 번째 구령- 앉으며 풀어헤친 상의 앞섶을 꼬아 줄에 감을 준비를 한다.
세 번째 구령- 재빨리 앞섶을 줄에 감고 발받침에 뒤꿈치를 박아 넣으며 줄을 움켜쥐고
네 번째 구령- 일제히 몸을 일으켜 몸을 뒤로 30도 각도로 젖히며 줄을 당긴다.
악문 이빨, 터질 듯 부풀어 오른 근육, 우렁찬 함성과 응원소리......
우리 아들이 근무하던 2대대 근처 연화리 교회의 부녀회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출전 해병들을 데려다 돼지머리에 감자를 넣고 푹 삶아서 먹여 체중을 불렸다는데 결국 결승전에서 포병대대에 지고 말았다.
예전에는 경기에서 지면 대대본부까지 2~3km를 낮은 포복으로 기어가기도 했다고 한다.
전복 해삼 잡기
10월 중순 경 교직원 다섯 명을 데리고 북쪽 해안인 ‘사항포’로 삐뚤이(소라 사촌)를 주우러 갔다.
사항포는 두무진에서 멀지 않은 북녘 해안 가을리로, 북한이 빤히 건너다보이는 포구이다.
물때가 좋아(여덟 물) 가까운 해병성당(청룡성당)에서 10시 30분에 시작하는 미사를 마치고 정오에 해삼과 전복이 많다는 사항포 부근 바다로 향하였다. 어촌계에서 물론 잡지 못하게 하지만 동네사람들이 몇 마리씩 건져다 먹는 것은 눈감아 준다고 한다. 언젠가 어촌계장이 나한테 ‘에이, 교장선생님이 잡으면 몇 마리나 잡겠어요. 마음대로 잡아 잡수세요. 내가 어촌계원들한테 일러 놓을게요... ㅎㅎ’
직원들과 해안으로 떠나며 라면과 버너, 소주 등을 준비한 것은 물론이다.
포구로 들어가서 썰물 때 1km쯤 해안을 걸어가야 많다는데 물론 철책선 안쪽은 민간인 통제구역이다.
통제하는 까닭은 군사작전 때문이라기보다는 장마 때 산에서 떠내려 온 발목지뢰 때문에 해변에서 잘못 걷거나 이상한 것을 줍다가 건들면 발목이 부러지거나 죽은 사람도 많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철책선 안쪽, 인적이 끊긴 해안 해병대 초소에는 초병(哨兵)들의 서슬 푸른 눈동자...
북한선박(상륙정) 저지를 위한 시멘트 말뚝(용치:龍齒)이 비스듬히 북녘을 향하여 물속에 꽂혀 있고 산마루 위에는 심청각(沈淸閣)이 날렵하게 서 있는데 근처 풀숲 흐드러지게 피어난 들꽃 밭 굴속에는 155mm 대포와 탱크의 거대한 포신이 싸늘하게 북녘을 겨냥하고 있다.
언덕 위의 해병 초소를 못 본 척 걸어갔더니 스피커로 당장 나오라고 악을 써서 할 수 없이 더 이상 못 가고 그 부근 바위에 짐을 풀고 홍합을 땄다.
물이 빠지기 시작한 해변의 바위 위는 온통 다시마와 굴과 홍합 밭이었다. 제법 큰 홍합을 따서는 삶다가 그 국물에 라면을 넣어 끓였는데 그 맛이 기가 막혔다. 아직 물이 차지 않아 물속에도 들어가서 얕은 곳을 뒤졌는데 성게와 삐뚤이가 제법 잡힌다.
오후 1시 쯤 조금 늦게 합류하는 학교 방호원 부부가 잠수 장비를 갖추고 우리 곁을 지나 해삼이 많은 쪽을 향하여 걸어가며 따라 오라고 손짓을 한다. 냉큼 따라 나섰는데 또 확성기 소리... 못들은 척 계속 갔더니 초병이 총을 철거덕거리면서 쫓아온다.
*해병 : “가시면 안된다 말입니다!”
*방호원 : “자네 몇 기야?”
“넷, 해병 제1021기입니다.” “어~ 나 409긴데~~~”
“피~~일 씅!” “너두 상부의 명령이니 헐수 없겠지만서두 한 30분만...”
“넷, 알겠습니다. 한 시간 정도만 잡고 나오십시오. 피~~일 씅!!”
“필승!”
방호원이 준비한 물안경을 쓰고 맨몸에 팬티만 걸친 채, 나도 따라 들어갔는데 바다 속은 환상 그 자체라고나 할까, 무성한 다시마 숲 사이로 노래미(놀래기)가 바위틈에서 수줍은 듯 바라보고, 바닥에는 손바닥만 한 팔랭이(간재미-가오리)가 엎드려 있다가 손가락을 대니 모래먼지를 날리며 도망을 간다.
깊이는 2~3m 정도인데 바위틈으로 해삼과 전복이 숨어있다. 전복과 해삼 잡는 방법을 배워가며 잠시 동안 잡았는데 아마추어인 내가 전복 여섯 마리, 해삼을 여덟 마리나 잡았고 성게는 수도 없이 많이 잡았다. 방호원과 내가 잡은 전복, 해삼이 2~3kg 쯤, 또 수많은 성게도 함께...
다른 직원들과 방호원 부인은 해안에서 고동, 다시마, 홍합, 삐뚤이를 잡았다.
턱을 후들거리며 해변에 나와서는 바로 건저 올린 전복과 해삼을 썰었다. 아, 입에 착착 달라붙는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꼬... 이곳에서 자연산 전복은 1kg에 13만원, 해삼은 1만 5천 원 정도 한다.
돌아온 후, 저녁에 방호원 부인이 전복죽을 쑤어 사택으로 가지고 왔는데 아~, 그 고소한 맛이란....
바로 이런 곳이 ‘파라다이스’, 혹은 ‘샹그릴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