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휴] 자, 내 이름은 마왕 #104

[강휴]

 자, 내 이름은 마왕 #104

 104 마왕의 장 : 마족의 계약 4

 소녀ㅡ 아니, 소년이 천천히 후드를 벗었을 때 쥬피아는 잠시간 숨을 멈춰야 했다. 커다란 방망이로 뒷통수를 세게 얻어 맞은 기분이었

다.

 같은 이였던 건가! 은발에 금안으로 케시오라 오해했던 소년과, 군중 들 앞에서 자신을 매섭게 꾸짖던 소녀가 같은 이였던 건가! 하얀 후

드의 천사가 로브를 벗어 던졌을 때 쥬피아는 그 천사가 하는 말이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한올 한올 정성을 들여 뽑아낸 은빛 실타래와 순금을 녹여 만든 듯 빛나는 금안. 도저히 인간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외모. 태생부

터가 고귀하다는 것이 들어나는 기품.

 티클 하나 묻지 않은 맑고 투명한 금색 눈이 슬프게 반달로 일그러졌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얼굴로- 소녀, 아니 소년이 쥬피

아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인간도 아니야."

 소년은 망설임 없이 엎드린 쥬피아를 일으켜 세웠다. 쥬피아는 소년에게 이끌려 일어나며 그 무슨 당연한 소리냐는 듯 미소 지었지만, 그

의 목소리는 상당히 떨리고 있었다.

 ".하.. 하하. 다, 당연히 인간이 아니겠죠- 게다가 천사도, 신의 대리자도 아니었겠죠!"

 아, 이제야 좀 말을 들어먹었는 갑다. 하고 소년이 미소를 지으려는 차, 쥬피아는 울부짖었다.

 "당신이 바로 케시오 그 자체였으니까!!!"

 "..이봐, 교황."

 "처음 뵌 때, 왜 그냥 말씀해 주지 않으셨나요? 왜 범인인 양 행세를 하신 거죠?! 우를 범하고 있는 당신의 종에게 왜- 왜.! 제대로 된 길을

가르쳐 주지 않으신 거죠?!"

 "....하."

 "왜.. 왜 이제야 나타나는 건데!! 왜 이제야..!!"

 이제까지의 설움,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에게서 받은 핍박에 대한 분노, 울분, 열분, 울화 모두가 뒤섞여 쥬피아는 급기야 소년- 아니,

고대하고 고대해서 만나고 싶었던 신의 멱살을 부여잡고 짤짤짤 흔들기 시작했다.

 뻐억!! 소년의 주먹이 망설임 없이 쥬피아의 얼굴을 강타한 것이 그때였다. 가녀린 체구와 여려보이는 금빛 눈망울과 달리 주먹에 담긴

힘이 상상보다 훨씬 강해, 곱게 자란 쥬피아는 그 충격에 다시 바닥으로 쓰러져 버릴 뻔 했다.

 당연히 붙잡고 있던 소년의 로브자락을 놓치고 간신히 버티고 선 쥬피아가 입안이 터져 피가 흐르는 입술로 떠듬떠듬 신음을 뱉어냈다.

하지만 그가 소환한 존재, 어쩌면 신일지도 모르는 소년의 분노는 쥬피아 이상이었다.

 "윽! 이, 이게 무슨-"

 "..어이 너, 남의 말이 말 같이 안들리냐?"

 소년은 은쟁반에 옥구슬 흘러가듯 예쁜 미성을 화가나 악다문 이 사이로 흘려보내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여태껏 상황 파

악 못하고 길이길이 날뛰던 쥬피아가 당황한 목소리로 되묻자, 여전히 살기를 풍기며 소년은 으르렁거렸다.

 "...예?"

 "신성제국에서 무려 교황이나 해먹던 놈이 속고만 살았어? 엉? 니놈 자식은 속고만 살았냐고."

 "....케, 케시오시여-?"

 "너 말야. 사람- 아니, 누가 너보고 난 신도 아니고, 천사도 아니고, 신의 대리자는 더더욱 아니다. 라고 두번 이상 말해주면 믿는 게 정상

아니냐?"

 "하, 하지만 케시오께선-?"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쥬피아에게 어쩌면 신일지도 모르는 소년- 그래, 이것도 귀찮으니 관두도록 하자. 류이는, 고귀하고 고귀한 마왕의

이름을 가진 은발의 마족은 또박또박, 한글자 한글자를 제대로 발음해 친절하게 쥬피아에게 알려주었다.

 그의-

 "난. 마.족.이.라.고!!! 제기랄!!"

 정체를.

 *

 어이쿠나, 골이야. 내 입으로 내가 마족이라고 부는 날이 올줄이야. 굳잡, 유카르트. 너의 교육의 성과가 봐.

 "나, 류이·헤로스·드·유마르!! 유마르의 마왕 후계자다!!"

 콰과과과과광!! 하는 배경음악이라도 나와줘야 할 것 같은 순간이었다.

 쥬피아는 내 로브 자락이 구명줄이라도 되는 양 관절이 하얗게 질리게 붙잡던 것을 관두고, 툭, 하고 손을 떨궜다. 믿을 수 없다, 라는 얼

굴로 꼬마교황은 나를 쳐다보았다. 아니, 쳐다보았다고 말하기도 힘들었다. 녀석의 금빛 눈동자는 급격히 흔들리며 갈피를 못 잡고 있었

으니까.

 "류, 류이라고요?"

 "그래. 류이다."

 어쩔래 짜샤! 왜 이렇게 이름에 딴지를 거는 놈들이 많은 걸까. 짜증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으나, 쥬피아 녀석은 온

통 자신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그, 그렇지만.. 은발에 금안..! 하지만 역시 류이라는 걸 보면 거짓말일리는..... 그 어느 부모가 그런 이름을..! 하지만.. 하지만!! 시, 신탁

에서는 분명히..! ....당신이.. 마... 왕.. 이라고요?"

 "......."

 아니, 마왕 후계자라니까?

 그러나 그렇게 딴지를 걸수는 없는 노릇이라, 피곤한 얼굴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아까까지만 해도 라르크녀석과 이프리트 형놈(?)이 준 충격에 휩쌓여 있었는데, 그 충격에 마음껏 아파하기도 전에 이런 일들이 줄

줄히 터지다니. 골이 아프다 못해 빠개질 것만 같았다. 그것은 느낌만이 아니어서, 나는 이마에 손을 댓다가 불에 타는 듯한 감각에 화들

짝 놀랐다.

 그것은 쥬피아도 마찬가지였으리라.

 "하.. 마왕? 당신이 마왕이라고요?"

 "........"

 "하.... 마왕...!"

 녀석 역시 믿을 수 없는 듯 보였다. 저래봬도 쥬피아는 교황이다. 샤프란 전체의 추앙을 받는 천신 케시오의 대리자. 신의 대리자라면 교

황 쪽이 더 어울리겠지. 태어날 때부터 교황으로 정해져 태어나 교황으로 키워진 녀석이 마족을, 그것도 마왕을 소환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사실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

 우리 둘다 금기를 깬 것이지.

 게다가 놈의 사정은 좀 더 나빴다. 눈이 오지 않는 케시오의 신성교황 역활을 하면서 눈이 오게 만들것을 강요받은 녀석 쪽에서, 케시오

제국에서 신성력의 원천인 빛의 눈물이 사라진 것을 감추기 위해 얼마나 급급했을까. 7일간 밤낮으로 기도하고 제사를 드렸는데, 오늘 눈

이 오지 않아서 얼마나 절망했을 까.

 그런 때에 은빛 머리칼에 금색 눈을 한 내가 출현 했으니(그것도 성전 안, 환한 빛무리와 소환진 속에서) 놈의 오해도 당연했다. 물론 당

연한 것 뿐이지, 오해는 오해.

 이제야 케시오가, 그리고 전(全) 샤프란이 구원 받는다고 철썩 같이 믿고 교황의 꼿꼿한 자존심을 버리고 엎드려 빌었는데... 알고보니 철

전지원수나 다름없는 마족이라고 하니....

 쯧, 풀이 잔뜩 죽어 버린 모습이 가여워서 동정이 갔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어서 나는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걸수 밖에 없었

다.

 "... 흠... 저, 내가 천신이 아니라는 걸 알았으면. 나 좀 가도 될까?"

 "아니오."

 "...응?"

 그러나 그에 대한 대답이 의외로 빨리, 그것도 부정사로 이루어져 있어서 나는 멍청하게 반문했다. 그러나 빨리 도망치려는 내 팔뚝을 사

납게 움켜쥔 교황 녀석이 숙였던 고개를 든 것도 순간이었다.

 "나와 계약해요."

 "...앙?"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나.....

 "나와 계약하자고요, 마왕씨."

 .....교황한테 계약하자는 소리 들은 거 맞지? ...하.. 하.. 하하하......

 "....너 미쳤냐?"

 "..아뇨. 정상입니다."

 아니, 내가 보기엔 넌 비정상이야. 확실히 미쳤어!!!!!

 "이. 이런 미친.. 놔, 놔!"

 "그렇게는 못해요!!"

 아무리 내가 지금 반지를 끼고 있기로서니 깡마른 16살짜리는 가뿐히 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팔에서 떼어 놓으면 다른 팔에 매

달리고, 양 팔에서 떼어 놓으면 다리에 매달리고. 이제는 로브에 달린 주머니에 손을 깊숙히 집어 넣고 죽기살기로 매달리기 시작하는 것

이다. 나 역시 미친듯이 놈을 떨궈내려고 다리를 흔들면서, 발악하듯 소리치기 시작했다.

 "이 놈의 교황이 미쳤나!! 야! 내가 말했지, 나 마족이라고!!!"

 "예, 알고 있습니다!"

 "와아아악! 그럼 쪼옴~ 놔!! 나 좀 가자!!"

 놈이 다리에 매달려 비련의 여인네가 떠나가는 남정네 붙잡는 꼴을 연출 한 때부터 이 소설은 다시 시리어스에서 개그로 전환해 버린 것

이다(두둥). 한참을 녀석과 실랑이를 하자 호흡이 고르지 못할 수준까지 왔다.

 "하아, 하아! 이 끄. 끈질긴 자식!!"

 "계약.. 헉, 허억! 계약 해 주세요!!"

 "너 그거 알고 있어?! 빛의 눈물을 훔쳐간 그 놈이 바로 마족이야!"

 "알고 있다고요! 젠장, 내가 정하면 마족한테 계약하자고 하겠습니까?!"

 와아, 이 교황이 이제 막나가네?!

 도저히 이 말라비틀어진 녀석을(나도 만만치 않지만... 쩝) 때려눕히고 가는 건 마음에 안내켜서, 나는 살짝 땀이 나는 이마를 훔쳤다. 그

리고 팔짱을 끼고선 놈을 차갑게, 최대한 차갑게 내려다 보았다.

 "너, 그거 진심이야?"

 내가 생각해도 잔인하다 싶을 만큼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싸늘한 내 목소리에 녀석이 움찔하는 걸 느꼈지만 나는 팔짱을 풀지 않

은체 차가운 눈초리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진심이냐고."

 "....진심이죠, 물론. 진심이 아니고서야, 아니면 미치지 않고서야.. 교황이 마족에게 계약 소리를 나불거리지 않겠죠."

 내 말이 그거 라니까!! 차마 '그럼 너 돌았니?' 하고 물을 수도 없어서 입술만 잘근잘근 뜯었다. 젠장, 내 평생 소원이 뭐였는지 기억하시

는 분?! -그래, 내 소원은-! 제발 좀 평범하게 살자였다고, 평범하게!!!

 그런데 어째서! 왜 어째서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는 거냐고오오오오~

 "대가는 뭘로 지불 할거지?"

 "....내 목숨."

 "뭐?"

 하, 참. 기가 차서 말이 안나온다.

 "어이, 교황씨. 너, 마족에게 있어서 천족이 어떤 존재인 줄 알아?"

 "......."

 "찢어 발겨 죽여도 시원찮아. 그런 우리들에게, 천신의 교황이 어떤 존재일까나?"

 "......."

 "비슷해."

 어깨를 으쓱였다.

 "딱히 내가 널 찢어 발기거나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 그렇게 나쁜 녀석도 아니고."

 "......."

 "게다가, 여러말 하긴 싫지만- 난 말야. 그 놈의 빛의 눈물을 훔쳐간 마족들의 수장이라고."

 "......"

 하아, 이 녀석 요지부동이네. 나는 아파오는 이마를 짓눌렀다. 이상할 정도록 통증이 심했다. 제기랄. 나도 미친거다 미친거야. 유카르트

미안. 네가 해준 교육은 전혀 성과가 없었나봐.

 "좋아, 계약해. 젠장. 계약하자고!"

 내가 교황녀석에게 이런 소리를 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야... 내 말이 자기가 생각해도 의외였는지 잠깐동안 멍청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

다가, 반색을 하며 내게 확인사살을 해 왔다.

 "저, 정말로요?!"

 "그래.. 그래... 하지만 그 전에!"

 "?"

 나는 그 순진한 얼굴로 두 주먹을 주무르며 활짝 핀 꽃처럼 미소 지었다.

 "너 몇 대 좀 맞자."

 "네? 우, 우아아아앗!!"

 퍽퍽퍽! 미친 듯이 놈의 등이고 팔이고 엉덩이고 걷어차는데,

 짝짝짝~!!

 난데없이 옆에서 박수소리가 들려와 나는 교황 녀석을 줘패던 손을 멈춰야 했다. 깜짝 놀란 내가 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다.. 당신은?!!"

 자, 여러분들이 고대하고 고대하던... 옛날 캐릭 한명이 등장합니다.<- 그리워하시는 분들이 있을까나 모르겠네.. 누굴까요?(히죽) 제가

편애하는 캐릭 중 한명이라죠.

 맞추시는 분께는 상이!!!!!!!!!!!!!!!!!!!!!!!!

 ......있을리가 없겠지만, ㅜㅜㅜㅜ 한번 맞춰나 보세용..

쪽지를 바라시는 분들은 언제나처럼 ●표시를 달아주세요^^ 감사드립니다.

[레이레인린]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또 있더라고요..ㅋㅋ 그 분이 누군지 궁금해여^^

[강휴]

앗~ 또 있으니 좋으셨죠(반짝반짝)

[플레이스]

●꺄욱~ 휴가다녀와서 들어오니... 한편이...나왔군요오~~ㅋㅋ 근데... 누굴까요오~~ 난 진짜 마왕이였으면....좋겠는데... 류이의 아빠...ㅋㅋ암튼 재미있구요오~~~담편 기대할께요오~~~그럼 담편에두우~~ 쪽지주세요오~~~ㅋㅋ

[강휴]

휴가 재미나게 다녀오셨나요? 저는 방콕했는데ㅜㅜㅜㅜㅜ 으흐륵

[세이안 B.]

● 휴리안인건가요?! 아님 현 마왕님이라던가?< 으음, 그래도 휴리안이 나왔음 좋겠는데요.. 불쌍하잖아요.. [?]<

[강휴]

헉 휴리아 불쌍한가요? ..그녀석 비중있는 녀석이에요!!!!<-

[하늘 말나리]

●류이를 교황(?)으로 오해했던 성기사인감??

[강휴]

훗, 누굴까요?!<-

[테디~♡]

.........설마... 사실 2대 류이와 지금 류이는 다른 인물이고 .. 다른인물임으로 같은시대에 존재할수 있었으며 2대 류이가 샤프란의 눈물을 가지고 있다는걸 마치 '니 목에 빛의눈물이...' 라면서 나오자 류이가 분노에 휩싸여 반지를빼고 마계로 돌아가 아버지를 패는건가?

[강휴]

와아 펴, 평행세계인가요..? 흥미로운데요!!!!!!!

[단지냥]

크아 강휴님..못읽고 있습니다!![슬픔] 지금도 생존 댓글만 달고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슬픈 냥이입니다..[엉엉] 빨리 올해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엉엉]

[강휴]

ㅜㅜ새, 생존 댓글.ㅜㅜㅜㅜ 전 방학이라서<- 좋아요 ㅜㅜㅜ 어허헝ㄱ

[테디~♡]

많은분들이 카인이 오길 바라고있어요 카인이여 오라[?]

[강휴]

아하하핫, 누굴까요?

[별무지개]

다음편빨리오길....

[강휴]

아이쿠,ㅜㅜ 기다리셨구나ㅜㅜ 지금 업데이트 됩니다아~!!!

[소설짱짱짱&]

● 다음편 기대합니다

[강휴]

억 감사해요ㅜㅜㅜㅜㅜ

[올happy데이]

휴리안이나 유카르트아닐까요? 개인적인 바람으로 카인이 오기를 바라고있어요~

[강휴]

흐흐후흐흣 누굴까요?!<-이런다

[하늘아래☆]

박수 친 사람이 천신인것 같다는 생각이....

[강휴]

앗, 천신인가요오오~~~~~?

[지선우]

역시 류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