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열 동기회 여의도 포럼 동호회는 매월 둘째주 수요일 오후에 산책을하고 저녁식사를 즐긴다. 가을비가 촉촉히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회원 9명이 창덕궁 후원(后苑) 관람을 신청하였다. 후원 관람은 관람 희망일 6일 전부터 선착순 예약이 가능하나 인터넷으로 신청하여야 한다. 개인당 최대 10명까지 예약이 가능하며 후원입구에 20분 전에 도착하여야 한다. 후원은 왕의 휴식처이기도 하지만 왕은 농사를 짓고 왕비는 양잠을 하면서 백성들의 고충과 어려움을 생각하고 더 좋은 왕이 되어야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후원으로 가는 길은 진선문(進善門), 숙장문(肅章門), 성정각(誠正閣)을 차례로 통과하면 후원입구(함양문)에 당도한다. 후원입구에는 우산을 든 관람객들이 예상외로 많이 붐볐으며, 중국 관광객들도 눈에 띄었다. 해설사와 함께 동행하면서 설명을 듣지만 오늘은 비가오는 관계로 해설사 없이 관람하였다. 후원으로 가는 산책로는 얕은 오르막길로 붉게 물든 단풍숲으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가을 경치에 탄성을 자아내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시작에 불과하였다. 후원의 첫 만남은 부용지다. 이곳에서 부터 후원이 시작된다.
부용지 주변은 부용정, 영화당, 주합루가 자리하고 있다. 알록달록 붉게 물든 단풍과 어우러져 그림같은 풍경을 선사한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경치에 도취되어 샷터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부용정(芙蓉亭)은 열십자 모양에 네면 모두 팔각지붕을 한 독특한 평면 형태로 마치 연꽃과 같은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는 건물이다. 부용정 연못 중앙에는 소나무가 자라는 작은 둥근 섬이 떠있다. 네모난 연못과 둥근 섬은 '하늘도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부용정 정면에는 어수문과 주합루가 있다.
주합루(宙合樓)는 2층 누마루를 가르키는 것이고 1층은 규장각이다. 어수문(魚水門)은 주합루로 들어서는 문으로 왕과 신하들이 이용하였으나, 신하들은 어수문 옆 작은 협문을 통해 들어갔다. 영화당(暎花堂)은 교육과 과거시험을 치르던 장소로, 과거시험에 합격한 선비들에게 왕이 직접 주연을 베풀고 축하해 주기도 하였으며 신하들과 어울려 꽃을 즐기고 시를 읊기도 하였다. 영화당을 벗어나면 불로문(不老門)에 이른다. 불로문을 통과하면 우측에 애련지 연못과 애련정(愛蓮亭)이 있으며 좌측으로는 의두합(倚斗閤)이 있다.
연꽃을 좋아했던 숙종이 애련(愛蓮)이라는 이름을 붙여 생겨난 명칭으로 연못과 단풍, 그리고 애련정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다. 의두합(倚斗閤)은 효명세자(23대 순조의 아들)가 독서하던 곳이다. 불로문을 벗어나면 연못을 중심으로 제각각 멋을 자랑하는 관람정, 존덕정, 폄우사,승재정이 독특한 모양의 건물들이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부채꼴 모양의 관람정(觀纜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형태의 정자로 배 띠움을 구경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존덕정(尊德亭)은 겹지붕 정자로 인조 22년 1644년에 지은 건물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존덕정에는 정조의 '萬川明月主人翁自存)' 이란 글귀가 남아있다. '달은 임금인 나이고 시내는 곧 너의 신하들이다' 라는 뜻으로 시내(川)가 달을 따르는 것이 우주의 이치라는 강력한 내용이다. 존덕정 뒤편에는 25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정조는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던 곳인 행단(杏壇)의 예에 따라 은행나무를 심어 학문을 받들고자 하였다. 폄우사(砭愚榭)는 효명세자가 독서를 하던 곳으로 어리석음을 경계하여 고쳐준다는 뜻이다. 운치가 돋보이는 승재정(勝在亭)은 울창한 숲 가운데 가장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관람정을 바라보고 있다.
옥류천으로 가는 언덕 위에 취규정(聚奎亭)이 있다. 휴식과 독서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였다고 한다. 옥류천으로 접어들면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후원 북쪽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시내를 옥류천(玉流川)이라고 한다. 1636년, 거대한 바위인 소요암을 다듬어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였고 작은 폭포로 떨어져 옥류천이 시작된다. 바위에 새겨진 '玉流川' 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다. 옥류천일대에는 소요정(逍遙亭), 청의정(淸漪亭),태극정(太極亭), 농산정(籠山亭), 취한정(聚寒亭) 등 소규모의 정자를 곳곳에 세워 은밀한 정원을 이루었다,
취한정 아래 쪽 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소요정이 있다. 소요정은 옥류천과 소요암, 폭포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심산계곡의 운치를 느낄 수 있다. 취한정은 주변의 경관의 아름다움에 숙종과 정조는 각각 시를 지어 남겼다. 취한은 '푸르고 서늘하다는 의미로 이곳에는 소나무들이 많아 여름에도 한기를 느낄 정도라고 한다. 농산정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임금이 옥류천으로 행차시 다과를 마련했던 곳이라고 한다. 작은 논을 끼고 있는 청의정은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정자로 궁궐에서 유일하다.
옥류천을 빠져나오면 마지막 코스인 연경당(演慶堂)에 이르게 된다. 연경당은 사랑채, 안채, 행랑채, 서재, 후원, 정자및 연못을 완벽하게 갖춘 사대부 가옥이다. 연경당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장락문(長樂門)이다. 장락문은 즐거움을 오래오래 누리는 곳에 들어가는 문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리고 안채로 들어가는 수인문(脩仁門)은 여자들이, 사랑채로 들어가는 장양문(長陽門)은 남자들이 이용하였다. 연경당은 사랑채의 당호이며 독서, 휴식, 손님접대의 공간이기도 하다. 전인구 회장은 자가용을 옥수역에 주차하고 창덕궁에 왔는데 경찰관의 전화를 받고 옥수역으로 급히 뒤돌아갔다.
자동차 앞문 유리창을 닫지 않고 왔기 때문이었다. 경찰관은 혹시 잃어버린 물건이 없나하고 걱정돼 전화했던 것이다. 다행이도 잃어버린 물건없이 창문을 닫고 왔는데 공교롭게도 끝나갈 무렵인 연경당에 도착하여 합류하였던 것이다. 나이들면 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 한다. 나도 가끔 그럴 때도 있다. 후원의 가을 풍경에 넋을 잃고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1시간 30분이 훌딱 지나가 버렸다. 창덕궁 후원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꾸민 정원으로 아기자기하면서 한 폭의 그림처럼 보였다.
계절마다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특히 가을철에는 형형색색의 곱게 물든 단풍으로 더욱 아름답게 느껴진다. 가을비를 맞으며 산책하는 것도 낭만적이다. 여의도 포럼 회원들과 함께 가을색으로 곱게 차려입은 단풍과 정원을 감상하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연못과 정자 그리고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눈이 부실 정도로 황홀한 풍경이었다. 후원(后苑)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워 계절에 관계없이 또 다시 오고 싶어진다. 저녁식사 시간은 예약된 시간보다 1시간 30분이 이른 오후 4시 반경이었지만 재동 순두부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러다보니 식당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전인구 회장이 전화를 하여 식당문이 열렸지만 종업원들이 눈을 붙이는 시간대였다. 미안하기도 하였지만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두부전골에 녹두전과 막걸리로 권커니 잣커니하면서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여의도 포럼회원들은 안보속에서 자라온 세대들이라 사회의 잇슈가 '안보'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식사하면서 이야기가 오고 갔다.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동일한 생각이었다. 국민 누구나 자유민주사회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원할 것이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행복한 자유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길만이 우리가 지향해야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꼭 그러한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창덕궁 후원에서 산책하면서 보낸 가을 여행은 추억의 앨범속에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이다.
돈의문
진선문
숙정문
후원 입구
후원 입구를 지나서
부용지 연못에서
어수문과 주합루
영화당
불로문
애련지와 애련정
관람정으로 가는 길
우측에 보이는 건물은 관람정
뒤에 보이는 건물은 승재정과 관람지
관람정과 맞은편의 승재정
존덕정과 폄우사
옆면에서 찍은 관람정
은행나무(250년 수령)
취규정
옥류천으로 가는 길
취한정
소요정
소요정
청의정과 가을걷이한 볏짚
태극정
소요정과 소요암
주목
소요암 글씨 밑에 옥류천이라는 글씨가 보인다. 인조의 친필이다.
청의정과 소요암
마치 돌에 금을 새겨넣은 것처럼 보인다
연경당의 입구
연경당의 첫 관문 장락문
연경당 사랑채
연경당의 내부
연경당에서 비를 맞으며 포즈를 잡는 전인구 회장
750년 된 향나무
전인구 회장의 멋진 포즈
재동 순두부 식당
전인구 회장의 축배 제의
녹두전과 두부전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