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 촬영.
스타필드 건너편에서 북문 방향으로 가는 3번 버스를 타고 화서문 정류장에서 내려 수원성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아직 벚꽃이 남아 있었다.
옛 경기도지사 관사가 있는 곳을 지난다.
정조가 쌓은 수원성도 보였다.
성 앞에 군락을 이룬 제비꽃.
성 길에는 떨어진 벚꽃이 눈처럼 쌓였다.
즐겁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했다. 옛 생각도 나고.....
팔달산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낙화를 밟으며.....
팔달산에 숨어 있는 대승원이란 이름의 절도 보았다.
화성행궁 앞 광장으로 내려와 미술관도 들렀다. 이길범 화가의 "긴 여로에서"란 작품전(2024년 6월 9일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 모습.
길일(吉日) /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색, 47 x 38cm.
영모 화조화는 새와 짐승, 꽃을 소재로 그린 그림입니다. 영(翎)은 새의 날개 깃털을, 모(毛)는 짐승의 털을 뜻하고
꽃과 새를 의미하는 화조(花鳥)는 나무와 풀, 곤충을 표현한 그림을 아울러 이르는 말입니다.
붉은 노을과 수원 화성을 배경으로 한 쌍의 까치가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다정스럽게 앉아있습니다.
까치는 예부터 전설과 설화, 예술작품 속에서 반가운 소식이나 손님이 오는 것을 알리는 길조(吉鳥)로 여겨집니다.
작가 역시 긴 겨울을 견딘 까치가 전하게 될 봄의 소식을 기다리며 기쁜 날을 의미하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화조(花鳥) / 1981, 종이에 먹, 색, 8폭 병풍, 106.5 x 33cm(x 8).
화조는 두루미, 참새, 제비, 물총새, 오리, 연꽃, 소나무, 석류 등 길상적 의미를 가진 화제로 구성된 8폭 병풍입니다.
작가는 수묵과 담채를 기반으로 꽃과 나무, 새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변화하는 사계절의 분위기를 담았습니다.
첫 번째 폭의 소나무와 두루미처럼 정성스러운 묘사와 농담을 활용한 열매와 꽃, 잎사귀의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각각의 화폭에는 그림을 그린 시기인 신유청하(辛酉靑夏)와 작가의 낙관이 새겨져 있습니다.
춘설(春雪) /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색, 52 x 69cm.
작가는 눈이 녹지 않은 이른 봄, 한 쌍의 두루미가 날개를 길게 뻗고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장면을 그림의 소재로 삼았습니다.
과거부터 신령스러운 존재로 여겨졌던 두루미는 다양한 예술 작품에서 발견되는 길상(吉祥)의 상징입니다.
두루미는 불로장생의 상징물인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장수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문관이 착용하는 관복의 흉배에 사용되며 입신양명과 출세를 뜻하기도 합니다.
호분동자(虎賁童子) /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색, 84 x 92.5cm.
호랑이는 벽사 그림의 대표적인 소재로, 오랫동안 힘과 용맹을 상징하는 신령스러운 영물로 여겨졌습니다.
이길범은 청량한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호랑이 등에 올라탄 소년을 그리고 호동분자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소년의 표정에서 두려움과 기대가 느껴지는 반면, 호랑이는 앞발을 우아하게 내디디며 매서운 눈빛으로 화면 밖을 응시합니다.
작가는 두 존재를 타고 흐르는 밝은 빛으로 늠름한 기세를 표현하고 대상에 비해 소략된 배경을 부드럽고 옅은 선염으로 처리하였습니다.
기쁜 날 / 2016, 종이에 먹, 색, 70 x 54cm.
수원 화성 /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색, 84 x 92.5cm.
작가는 산수풍경화를 그리기 위해 주로 현실 풍경에서 영감을 얻지만,
화폭 속에서는 실제 세상의 물리적인 크기와 관점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그가 포착한 대상과 장소, 이들은 모두 재조합되거나 희화화되어 작가적 상상력 속에서 새롭게 소화됩니다.
하늘 위로 높이 뻗어 나가는 소나무와 단순화된 수원 화성의 형태는
정확하고 사실적인 묘사가 전달하지 못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담뿍 안고 있습니다.
여성 인물화(데생) / 1949, 종이에 연필, 32 x 22.2cm.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이길범의 수학기를 보여주는 두 점의 작품 중 하나로 낙청헌에 방문한 여학생을 묘사한 데생입니다.
이러한 데생은 사실적인 사생을 기초로 삼았던 낙청헌에서의 학습과 관련이 있습니다.
작가는 서명을 남기지 않았으나 화면의 오른쪽 하단부에 제작일을 가리키는 '1949년 5월'을 적었습니다.
여심 / 2017, 종이에 먹, 색, 96 x 66cm.
사계 / 1995, 종이에 먹, 색, 8폭 병풍.
<사계>는 1995년 여름, 작가가 사계절의 산수풍경을 그린 8폭 병풍입니다.
작가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감을 담은 산수를 각각 2폭씩 표현하고 그림에 어울리는 구절을 적었습니다.
그 가운데 늦여름 짙은 녹음을 가득 머금은 산수풍경과 함께 적은
"樂在其中(낙재기중)"은 <논어> 술이(述而) 편에서 인용한 것으로, 그 안에 즐거움이 있음을 의미하는 구절입니다.
여덟 폭의 화면을 아우르는 작가 특유의 청명한 채색과 세밀한 필치는 깊고 고요한 산수의 정취를 자아냅니다.
서장대에서 바라본 광교산 / 연도 미상, 종이에 먹, 색. 68 x 51cm.
정조는 1789년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양주 배봉산에서 수원 화산(花山)으로 옮기고 원호를 현륭원으로 바꾸었습니다.
이길범은 대한 교육연합회에서 삽화를 그리던 시기 예명으로 이화산(李花山)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수원 화성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애정을 보여줍니다. 서장대는 수원 화성의 건축물 중 하나로 팔달산 정상에 자리 잡은 군사 지휘소입니다.
작가는 서장대에서 바라본 광교산을 붉게 물든 노을 아래 우직한 색면으로 단순화하여 그렸습니다.
인계동으로 이동하여 유명한 백 청우 칼국숫집에서 해물칼국수를 먹었다.
작성자 : 칠복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