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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했다. 7월2일 일요일 아침 햇살이 유난스러웠지만 등산하는데 그렇게 힘들
것 같지는 않아 그러려니 하고 나섰다.
그러나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 내화부락
당산나무옆 버스정류소에 내리자마자 벌써 땀이 후줄근하게 전신을 감싸는 것 같았다. 아침 9시40분인데도 햇볕은 이미
여름 한낮의 따가움으로 대지를 들볶고
습기가 피부에 느껴질 정도인 후텁지근한 공기가 땀을 샘솟게 한다. 한 발짝 한
발짝 옮길 때마다 열기가 몰려와 앞가슴과 등어리를 용광로처럼 달구어 찜통더위나 한증막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저
쉽게 산을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은 첫단추를 잘못 채운 매무새처럼 그렇게 어설펐다. 한시간쯤 지나자 옷은 아예 물에 빠진 것처럼 땀으로 젖었고 정상에 오를 즈음엔
손가락 끝으로 땀이 뚝뚝 떨어진다. 산오르는게 힘든게 아니라 시간에 따른 체력소모가 너무나 엄청나 굉장히 힘든 하루였다.
양산시 원동면에 있는 토곡산(土谷山)은 해발 855m로 그렇게 높지 않은 산이지만 마주보는 천태산과 더불어 교통수단이 미비했던 70년대엔 가장 인기를 끌었던 산이다.
부산서 열차를 타면 손쉽게 도착할 수 있었던 곳이 원동이고, 천태산이 야유회나 하루놀이를 위한 산이었다면 토곡산은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부산근교 산 중의 하나였다. 지금은 악산(惡山)으로 소문만 무성한데다 함포동으로 오르던 주등산로가 마을의 식수원 보호 때문에 폐쇄돼 등산인들의 발길이 뜸하다. 이 산은 몇 개의 계곡이 있지만 수량이 빈약하고 산중턱부터는 아예 물이 없으며 산밑자리가 크게 자리잡은 것에 비해 사찰도 한두개 뿐이라 악산임을 증명하고 있다. 그 중 물이 풍부한 함포마을의 계곡길이 막히고 말았으니….
토곡산 등산은 원동마을의 동쪽 즉 토곡산 너머의 화제리 내화부락이 들머리로 적당하다. 물론 화제리까지의 교통편이 불편하지만 원동에서는 영업용 승용차나 승합차 등을, 물금에서는 버스를 이용해 복천암이 입구인 내화리에서 하차한다 (화제행 오전 6시40분, 8시, 11시, 오후 1시30분, 4시, 6시, 물금시외버스 (0523)84-4959). 필자는 원동서 버스를 1만5천원에 빌렸다. 내화리까진 20분. 내화리에선 왼편 즉 서쪽 산(토곡산)을 보면 중턱에 집이 있는데 이 집이 상복천암으로 마을에서 콘크리트 전주와 시멘트 포장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졌다. 10여분 정도 큰 길을 갈 경우 왼편에 절 같지않은
수수한 모양의 복천암이있고 길은 점차 비스듬히 치켜들면서 곳곳에 주차장을 만들었다. 4번째의 주차장을 지나고부터는 좁은 산길로 꽤나 비탈지지만 상복천암까진 25분거리 (복천암 ~ 제4주차장 50분).
상복천암은 토곡산 동쪽중턱에 자리한 아담한 암자로 아주 조용하다. 대웅전 뒤편 바위굴속엔 샘이 있고 천장의 물이 모여 샘을 채우는데 사시사철 물의 양이 같고 여름엔
이가 시린 물맛이 냉기마저 안겨준다. 대웅전을 향해 오른편의 산기슭을 빙돌아 10분이면 산길 4거리인 주능선 고개인데 정면은 사지목, 오른편은 매바위, 왼편은 토곡산
정상을 향한다. 숲속에 감춰진 외길은 꽤나 비탈진 몇 개의 작은 봉우리를 올라 정상바로 옆 봉우리와 연결된다. 이 때 산길이 세갈래인데 왼편은 하산길, 오른편이 정상으로
여기서 5분. 정상에 서면 서쪽에 낙동강이 유유히 흐르고 그 앞이 원동. 아래편 계곡
끝지점 마을이 함포동이고 그 건너에 천태산이, 강 건너 서남엔 무척산이 우람하다. 산과 산의 짙은 녹음이 여름열기를 유장한 낙동강에 드리우고 거대한 자연이 파도처럼
밀려와 도로와 촌락을 소꿉장난감으로 만들어 버린다. 정상의 돌비석(85년 부산 상봉산악회 세움)은 이런 풍광에 압도당해 너무나 초라해진다. 정상에서도 길은 세갈래, 원동쪽을 향해 오른편
![오봉산](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peacenet.co.kr%2Fsan%2Fimage%2Fphoto7.jpg)
▲부산 상봉산악회서 세운 토곡산 정상
돌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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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길은 함포동, 뒷길은 사지목, 왼편 즉 온 길을 능선을 계속 갈 경우 원동초등학교로
연결된다. 조금전에 온 길을 왼편에 두고 오른쪽으로 길게 휘어지는 능선 따라 하산은
계속된다. 정면 작은 봉우리앞에서 길은 갈래인데 어느 쪽도 무방하지만 왼편을 택할
경우 헬기장(5분거리)을 거쳐 원동초등학교~원동역의 1시간20분길은 숲이 적은 능선을 오기 때문에 또 한 번 땀을 흘릴 수밖에 없다. 오른편 산을 돌자마자 바로 왼편 사면으로 빠져 원동 초등학교로 향한다.
여름산행 땐 예비옷을 두 벌(러닝 팬티 포함)정도 준비해 산행 중이라도 옷이 완전히
젖었을 땐 갈아입고 하산한 뒤에도 목욕을 한 뒤 한 번 더 갈아 입으면 기분도 상쾌하고 옆사람에게 땀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요즘은 어지간한 시골에도 대중탕이 있어 한결 편리하다(흔히들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가 많은데 계곡물을 식수로 쓰는 마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조심하도록). 여름 물이 귀한 곳을 등산할 땐 수통 두 개가 적당하지만 한 개일땐 귀찮더라도 물이 있는 곳에서 꼭 수통을 채워야 한다. 덥다고 산을 오르내릴 때 짧은 바지나 윗도리를 입는데 숲길 바위길에서 부적당하므로 삼가야 하고 안전한 신작로에서나 산행이 끝난 뒤에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자는 꼭 써야 하고 오랜시간 햇볕을 바로 받지 않도록 조심하고 숲 그늘 길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릴 경우는 소금도 필수품이니 준비하도록. 또 한가지, 아침밥을 먹지 않은 사람은 여름산행을 나설
자격이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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