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3) - 역답사(구미역/김천역)
천안에서 시작하는 ‘역답사’의 첫 번째 장소는 경북의 중심지역 중 하나인 구미역과 김천역이다. 특히 구미는 한 번도 우연하게 지나거나 방문하지 않았던 유일한 지역이기도 하다. 천안에서 구미까지는 ‘새마을 열차’로 약 2시간 정도 걸렸다. 구미역은 두 개의 역방향으로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구미시장 쪽으로 이동하면 오래된 시장이 있고 북적거리는 거리 사이에는 굽어있는 허리를 하고 물건을 파는 할머니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시장 주변에 붉게 씌어진 ‘공가’라는 글씨는 이곳에 대규모 재개발의 시간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다. 혼잡하고 활기차지만 어쩐지 낡아가는 느낌이 구미역 한쪽 방향의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나가면 구미는 전혀 다른 얼굴로 나타난다. 구미역에서 금오천을 지나 금오산으로 오르는 둘레길은 하나의 거대한 테마공원을 떠오르게 하는 세련된 모습이었다. 특히 벚꽃철을 맞이한 3월의 말의 구미는 풍요함을 가득 품은 지역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금오산을 오르는 코스는 아름답다. 코스 주변에 조성된 인공호수는 서울의 ‘석촌호수’ 못지않게 깔끔하였고 금오산까지 오르는 길은 누구도 편하게 걸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금오산 입구의 안내문에는 약 2시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고 써있는 데, 오늘은 등산보다는 구미를 살피는 것에 초점을 맞춘 관계로 금오산 중턱에 있는 <금오산성>까지 올랐다. 단단한 돌로 만들어진 금오산성은 산성 그 자체의 단단함과 시간의 풍광 속에서 낡아져 가는 돌의 자취가 적당하게 어울려져 있었다. 산성 옆에 만들어진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 휴식을 취하고 다시 구미역으로 돌아왔다. 금오천 주변에는 사람들의 흐름으로 넘쳐났다.
다음에는 바로 옆에 있는 <김천역>으로 이동했다. 김천역에서 내려 시청 방향쪽으로 걸었다. 특별한 인상이나 볼거리는 없었고 다만 상당한 규모의 도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약 1시간 30분 정도 걸은 후 김천역으로 돌아와 주변을 관찰했다. 특이한 점은 어느 곳에 가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숍이 없고 대신 몇 개의 ‘다방’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며, 역 주변 전통 시장 옆에 아직도 성매매 장소가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지역에서 성매매 장소는 사라지고 있으며 있더라도 은폐되어 있는데 이 곳에는 시장 바로 옆 주택가에 대규모로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더구나 성매매 공간은 허름하거나 좁은 주점 형식이 아니라 2층 주택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성매매 장소’의 공개성과 깔끔함, 김천에서 발견한 야릇하면서도 특이한 모습이었다.
첫댓글 - 지역 상황에 맞게 사는 모습도 제각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