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관계의 채찍효과와 나비효과
하루 매출이 100±10개인 햄버거점이 있다. 평균치를 따지자면 100개지만 90개를 파는 날도 있고 110개를 파는 날도 있다. 이 햄버거점은 수요가 많을 때를 대비해 매일 110개의 햄버거 빵을 주문하게 된다. 10군데의 햄버거점에 햄버거 빵을 공급하는 제빵사는 하루 평균 1,000개의 빵을 만든다. 하지만 모든 햄버거점에서 동시에 수요가 상승 할 수 있다고 보고 매일 1,100개의 빵을 안전재고(safety stock)로 잡게 되며 그 만큼의 밀가루를 더 주문하게 된다. 밀가루 업체는 다시 평균 수요치 이외에 편차를 고려해 밀을 주문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해서 밀 공급상에까지 이르면 안전재고는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른바, 채찍효과(Bullwhip Effect)다. 황소를 몰 때 쓰는 채찍의 손잡이 부분(햄버거점)에 작은 힘(매출)의 변화가 생겨도 채찍의 끝(밀 공급상)에는 큰 파동(안전재고 증가)이 생기게 된다. 채찍효과란 공금사슬의 상위 단계, 즉 소비자에서 소매상, 도매상, 제조상, 자재부품 공급상으로 올라갈수록 수요의 변동폭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최종 소비자와 거리가 멀어질수록 정확한 수요예측이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 기업관리 분야의 한 축을 이루는 공급사슬관리(SCM:Supply Chain Management)는 공급상과 최종 소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정보와 물류, 현금의 흐름을 총제적인 관점에서 통합관리함으로써 채찍효과를 극소화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개념을 다룬다.
채찍효과가 하나의 사슬안에서 발생하는 연쇄반응이라고 한다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는 겉으로 보기엔 전혀 무관하지만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요인이 엄청난 결과를 불어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비효과는 미국 MIT 대학 기상학과 교수인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Lorenz)가 지난 1972년 Predictability : Does the Flap of Butterfly Wings in Brazil set off a Tornado in texas?(예측 가능성 : 브라질에 있는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텍사스에 태풍이 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아티클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버드 경제학 박사 출신의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UCI 교수가 출간한 'If it's raining in Brazil, Buy Starbucks(브라질에 비가 내리면 스타벅스 주식을 사라)‘ 에서도 나비효과의 예시를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주식 투자자가 브라질에 비가 왔다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토막기사를 보고 스타벅스 주식을 사 큰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비가 와서 가뭄이 해소되면 커피 생산량이 늘게 될 것이고 커피 원료값이 크게 떨어져 스타벅스의 이윤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나비효과의 또 다른 사계로 볼 수 있다.
대중국 의존도가 단기간에 급상승한 우리 경제도 채찍효과와 나비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채찍효과의 햄버거점이 중국 소비자라면 많은 우리 기업들은 밀 공급상에 해당한다. 대중국 수출품목에서 소비재보다 원부자재의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실적 가운데 줄잡아 70%는 원부자재라고 추정될 정도다. 중국 소비자들의 미세한 변화가 국내에선 자칫 과도한 안전재고를 야기할 수도 있고 현지 시장의 수요예측이 어려운 실정이다. 많은 기업들이 소비시장의 흐름을 감지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중국시장의 비중이 지난 10년새 6.5%에서 18.5%로 급격히 높아진 점이나 해외투자건수의 약 절반이 중국에 집중돼 있는 현실은 나비효과를 우려하게 한다.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조그만 날개 짓으로 미국 텍사스에 태풍이 불 수 있듯이 중국의 미미한 변화가 우리 경제에는 엄청난 충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산업공동화와 부메랑효과를 염려하는 시작이 커지고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대비해야할 것이 바로 채찍효과와 나비효과의 부작용이다. 산업공동화와 부메랑효과가 중장기적인 위협요인이라면 채찍효과와 나비효과는 지금 당장이라도 닥쳐올 수 있는 불안요인이다.
중국시장 점유율 확대도 중요하지만 채찍효과와 나비효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때다. 현지 투자기업에게 원부자재를 수출하는 B2B의 구조보다는 소비재를 가지고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B2C의 진출 전략이 더 긴요하다. 한국내 모기업과 중국내 자회사간의 관계도 공급사슬관리란 측면에서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을 보고 들어가기 보다는 시장의 변화를 관찰하고 들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무도 보고 숲도 볼 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