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소개 : 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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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많은 구단이 ‘명문 구단’을 자처한다. 하지만 그 중 정말로 ‘명문’이란 말이 어울리는 팀은 몇이나 될까? 명문 구단이 되려면 적어도 오랜 역사와 전통, 열성적인 팬들의 성원, 지속적인 좋은 성적, ‘레전드’급 스타플레이어, 불멸의 대기록, 그리고 프로야구 발전에 대한 공헌과 같은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삼성 라이온즈는 이와 같은 까다로운 명문의 조건을 고루 충족하는 팀이다. 프로 원년부터 시작된 30년의 구단 역사에서, 삼성은 단 한 번도 연고지나 팀 이름, 구단주가 바뀌는 일 없이 전통을 유지해 왔다. 또한 사상 최초 팀 통산 2,000승과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선보인 레전드 행사에서 드러나듯, 좋은 성적과 무수한 스타 배출로 명문의 요건을 충족해온 팀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앞서가는 팀 운영으로 프로야구 판을 선도하는 구단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성이 처음부터 지금처럼 명문의 조건에 걸맞은 구단이었던 것은 아니다. 삼성이 진정한 명문으로 도약하기까지는, 오랜 고난과 시행착오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부끄러운 사건도 많았고, 만년 2인자의 설움도 길었다. 수많은 시련을 거치고 극복한 끝에, 지금의 삼성 라이온즈라는 강철이 단련된 것이다.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지금부터 살펴보자.

1982년 2월 3일 정오, 서울 신라호텔에서 삼성 라이온즈 프로야구단의 창단식이 열렸다. 삼성 그룹의 창업 발상지인 대구·경북 지역을 연고로 하고, “신사도를 아는 중후함을 팀 이미지로 부각시키고 늠름한 사자의 기상으로 프로야구의 선구자적인 팀이 되기 위해서(삼성 관계자의 말)” 백수의 제왕인 사자를 팀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창단 감독에는 경북고와 대구상고에서 무수한 우승을 일궈낸 ‘대구 야구의 대부’ 서영무 씨가, 코치로는 경북고 출신으로 실업 한일은행 감독을 지낸 임신근과 대구상고 출신의 우용득 한일은행 코치가 선임됐다. 선수 22명에 ‘코치 겸 선수’로 등록한 임신근-우용득 코치까지 합한 전체 선수단 수는 24명이었다.

1982년 2월 3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 창단식. 임신근 투수코치의 모습은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서영무 감독은 삼성 사령탑에 임명된 뒤 김성근, 조창수 등 여러 인사에게 코치직을 제안했지만 모두 고사했다. 우용득 코치와 임신근 코치의 영입도 결코 순조롭게 이뤄지지는 못했다. <출처: 삼성 라이온즈>

삼성 창단 멤버
감독: 서영무
코치: 임신근, 우용득
선수: 황규봉, 이선희, 권영호, 성낙수, 박영진, 송진호 (투수) 이만수, 박정환, 손상득, 손상대 (포수) 함학수, 배대웅, 김한근, 서정환, 오대석, 천보성 (내야수) 장태수, 허규옥, 정현발, 정구왕, 박찬, 김휘욱 (외야수)

‘스타 군단’ 삼성의 역사는 프로 원년부터 시작됐다. 1970년대는 대구·경북 지역 아마추어 야구의 최고 전성기였다. 경북고와 대구상고를 중심으로 각 팀마다 국가 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했다. 경쟁에서 밀려난 몇몇 선수들은 주전 자리를 잡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갈 정도였다. 이런 선수들이 고스란히 삼성의 창단 멤버로 합류하면서, 삼성은 막강 전력으로 프로 원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만 전국구 에이스 김시진과 천재타자 장효조가 팀에 합류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당시 김시진은 당시 군복무 중인 상태였고, 장효조는 세계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차출되어 데뷔가 한 시즌 뒤로 늦춰진 것이다. 만일 두 선수의 합류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원년 한국시리즈의 결과는 정반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삼성의 창단 첫 해는 만루홈런으로 시작해 만루홈런으로 끝이 났다. 공교롭게도 두 번 다 삼성 에이스 이선희가 희생양이었다. 시작은 1982년 3월 27일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MBC와의 개막 경기. 이날 삼성은 MBC와 시종일관 쫓고 쫓기는 접전을 펼쳤다. 삼성은 경기 초반 이만수의 프로야구 1호 홈런을 포함해 타선이 폭발하며 7-3으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MBC는 홈런 세 방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6회말 백인천의 솔로홈런, 7회말 유승안의 동점 3점포가 터졌고 연장 10회말에는 이종도가 2사 만루에서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전기리그 우승팀 OB 베어스와 벌인 한국시리즈도 마지막은 만루홈런이었다. 삼성은 1차전 3-3 무승부에 이어 2차전에서 9-0 대승을 거두며 먼저 앞서 나갔다. 하지만 서울운동장으로 장소를 옮겨 치른 3차전에서 3-5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4차전과 5차전을 연달아 한 점차로 패하며 분위기가 OB 쪽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6차전. OB는 허리부상 중인 박철순을, 삼성은 3차전을 제외한 전 경기에 나와 던진 이선희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의 역투 속에 8회까지 경기는 3-3 동점으로 팽팽하게 이어졌다. 승부가 갈린 것은 9회초. 이미 한계에 달한 상태였던 이선희는 2사 만루에서 신경식에 몸에 맞는 공으로 역전을 허용한 뒤, 5번 김유동에게 초구에 쐐기 만루홈런을 내주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4승 1무 1패로 OB의 우승. 삼성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패배였지만, 두 방의 만루홈런은 사람들에게 ‘프로야구는 뭔가 다르다’ ‘프로야구는 재미있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심어주었다. 시작과 끝을 장식한 짜릿한 명승부가 이후 프로야구 흥행에 기폭제가 된 것은 물론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다 : 서영무 감독의 비극

스포츠의 세계에서 이기고 지는 일은 흔히 있는 법이다. 후기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면 결코 나쁜 성적도 아니었다. 하지만 ‘일등주의’를 표방하는 삼성에게 원년 우승 실패는 치욕으로 여겨졌다. 바로 이 때부터였다. 삼성이 구단 운영의 단추를 잘못 꿰기 시작한 것은.

한국시리즈 패배 뒤 삼성 구단은 임신근 투수코치를 해임하고 일본 프로야구 한큐 브레이브스 출신의 재일교포 이충남을 새로 영입했다. 이충남은 김응룡 감독의 귀국 선언 전까지만 해도 해태 감독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 데이터 활용에 능하고 고급야구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를 영입하기 위해, 삼성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액수의 계약과 ‘조감독’이란 자리를 보장했다.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벌어진 코치 인선에 위협을 느낀 서영무 감독은 실업야구 명투수 출신인 김호중을 새 투수코치로 끌어들였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이충남 조감독과의 의사소통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팀 내에서 이 조감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이미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코칭스태프 내부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즌이 시작되자마자 구단에선 본격적인 ‘서영무 감독 흔들기’에 나섰다. 해태와의 원정 개막 2연전을 1무 1패로 마친 뒤 한 구단 고위 인사가 공개적으로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한 게 그 시작. 이어 롯데와의 홈 개막전에서도 6-7로 역전패를 당하자, 마침내 구단에서 칼을 빼들었다. 4월 11일, 삼성은 서영무 감독의 작전권을 박탈했다. 그리고 경기 운영과 작전의 모든 권한을 이충남 조감독에 넘겼다. 그때까지 삼성의 시즌 성적은 2승 1무 2패. 총 100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에서 불과 5경기를 치른 시점에 감독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월권을 저지른 것이다. 게다가 선수들과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인사에게 감독 권한을 준 것은 더욱 큰 문제였다. ‘이충남 체제’는 일주일 만에 끝이 났다. 조감독에 작전권을 준 뒤 치른 5경기에서 삼성이 5연패를 당하자, 구단내 책임자 교체와 함께 작전권이 다시 서영무 감독에게 돌아간 것. 그러나 한번 망가진 팀 분위기는 좀처럼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서영무 감독 복귀 이후에도 팀 성적이 부진을 보이자, 구단에서는 아예 서 감독을 해임하고 ‘총감독’이란 이름뿐인 자리로 물러나게 했다. 다시 이충남 조감독이 감독 대행으로 임명됐다. 대구 야구의 기념비적 존재였던 서영무 감독은 이듬해 OB 베어스 관리이사로 자리를 옮기고 얼마 뒤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리고 3년의 투병 끝에 쓸쓸하게 유명을 달리했다.

사실 선수 구성만 놓고 보면 1983년은 삼성의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았던 시즌이다. 전년도 준우승한 멤버에 김시진과 장효조가 팀에 합류하며 투타에 확실한 기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단의 감독 흔들기와 코칭스태프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는 팀이 제대로 된 시즌을 치르기란 불가능했다. 게다가 마운드에서는 김시진, 타선에서 이만수와 장효조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집단으로 노쇠화와 슬럼프에 시달린 것도 큰 타격이었다. 결국 말도 많고 탈도 많던 1983년 삼성은 전기리그 5위, 후기리그 공동 2위로 종합 4위를 하는 데 그쳤다. 우승 조급증, 야구를 모르는 인사의 현장에 대한 지나친 간섭, 노골적인 감독 흔들기 등 야구단 운영에 있어 온갖 부정적인 모습은 한꺼번에 다 보여준 1983년 시즌이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째 단추도 잘못 꿰다 : 프로야구 역사의 오점, 져주기 게임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든 1983년 시즌이 끝난 뒤 삼성은 코칭스태프 대수술에 돌입했다. 원년 OB 우승을 이끈 김영덕 감독을 새 사령탑에 선임하고, 롯데 감독에서 물러난 박영길씨를 타격코치로, 대구상고 감독을 지난 정동진 코치를 수석코치 자리에 각각 임명했다. 문제는 김영덕 감독이 OB 감독에서 물러난 지 불과 11일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것. 구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일본 유학’을 내세워 사임했던 김 감독이 곧장 삼성으로 자리를 옮기자, OB 측에서는 강한 불쾌감을 표했다. “사전에 삼성으로 옮기기로 얘기가 되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긴 삼성과 OB 구단 간의 갈등은 시즌 내내 양 팀 간의 맞대결에서 각종 빈볼시비와 벤치 클리어링을 통해 표출됐다. 그리고 결국에는 시즌 막판 ‘져주기 게임’이라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오점을 남겼다.

전기리그 우승은 삼성의 차지였다. 타격 3관왕을 차지한 이만수와 마운드의 김시진-김일융 듀오를 앞세운 삼성은 라이벌 OB를 따돌리고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확보했다. 이제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후기리그 우승팀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 그런데 시즌 막판까지 롯데와 OB가 0.5게임차로 1위 다툼을 벌이면서 삼성의 계산이 복잡해졌다. 롯데와의 마지막 2연전. 만일 여기서 삼성이 승리하면 OB가 역전 우승할 가능성이 높았다. OB의 마지막 2연전 상대는 해태였고, 제과업계 라이벌 롯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달갑지 않은 해태 입장에선 전력을 다하지 않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으로서는 전기리그 우승을 놓고 다툰 OB는 최동원의 원맨팀인 롯데에 비해 훨씬 까다로운 상대였다. 게다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두 팀 간의 감정 대립은 OB의 후기리그 1위를 삼성이 허락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삼성은 롯데와의 2연전에서 고의적으로 최악의 졸전을 펼쳤다. ‘잡을 수 있는 타구도 잡지 않고, 쳐낼 수 있는 공도 치지 않는’ 삼성의 플레이는 TV 중계방송을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됐고, 언론과 야구팬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중계방송이 되지 않아서 덜 이슈가 되었다 뿐이지 제주에서 열린 해태와 OB의 경기도 ‘져주기 게임’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우승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프로야구 전체 인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스캔들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의 계획은 한국시리즈 4승을 혼자 따낸 최동원의 투혼 앞에 무위로 돌아갔다. 삼성은 7차전까지 가는 혈전 끝에 롯데에 우승을 내주고, 또 한 번 한국시리즈에서 쓴 잔을 들이켜야 했다. ‘져주기 게임의 저주’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뼈아픈 결과였다.

세 번째 잘못 꿴 단추 : 통합우승을 인정하지 않다

막강 전력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한국시리즈에서 실패를 맛본 삼성은, 이듬해인 1985년에는 아예 조그마한 빈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전기리그 초반부터 11연승을 구가하며 독주한 끝에 2위와 11게임차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고, 후기리그에서도 막판 14연승을 달리며 롯데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후기 통합우승. 김시진-김일융 듀오는 똑같이 25승씩을 합작하며 최고의 활약을 보였고 타선에선 장효조-이만수-김성래의 중심타선이 맹타를 휘둘렀다. 팀 평균자책과 팀타율 모두 독보적인 1위. 개인타이틀도 대부분 삼성 선수들의 차지였다.

삼성의 타선은 언제나 강력했다. 사진은 한때 삼성의 중심타선을 이룬 이만수, 김성래, 김용철의 모습. <출처: 이만수닷컴>

삼성의 1985년 통합우승은 역사상 가장 ‘완벽한’ 우승이었다. 야구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들다는 7할 대 승률(.706)로 아예 한국시리즈 자체를 무산시켜 버린 삼성의 우승은, 어떤 면으로는 한국시리즈 4전 전승으로 따내는 우승보다도 더 완벽했다.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한 위업이었다.

문제는 삼성이 통합우승 뒤에도 여전히 ‘한국시리즈 우승’에 집착했다는 점이다. ‘한국시리즈 우승만이 진정한 우승’이라는 고정관념은 삼성이 1985년의 우승을 ‘진정한 우승’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 야구 원로는 “만일 삼성이 통합우승을 우승으로 여기고 인정했다면, 그 이후 한국시리즈에서 결과는 전혀 달라졌을지 모른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안타깝게도 삼성 구단에선 통합우승은 진짜 우승이 아니라는 식의 견해를 가진 이들이 많았다. 그 결과 선수들은 우승 뒤에 열린 1986년, 87년의 한국시리즈에서도 ‘반드시 진짜 우승을 해야 한다’는 부담 속에 경기를 치러야 했다. 만일 그와 반대로 구단이 ‘우승은 이미 한 차례 했으니 편하게 경기하라’는 기조로 한국시리즈에 임했다면, 선수들이 부담감을 벗고 훨씬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02년의 기쁨은 그보다 훨씬 전에 누릴 수 있지 않았을까.”

1986년과 1987년의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은 2년 연속으로 해태와 상대했다. 그리고 1986년에는 1승 1패 뒤 내리 3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내줬고, 이듬해는 4전 전패로 고개를 떨어뜨려야 했다. 기량 이전에 분위기 싸움에서 완전히 밀린 시리즈였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다. 삼성 선수들은 시리즈 내내 여유가 없었고, 쫓기는 모습을 보였다.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는 중압감은 삼성 선수들이 제 기량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였다. 거듭된 승리에 해태 선수들은 ‘절대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반면 원년부터 계속된 한국시리즈 패배의 기억은 삼성 선수들이 ‘못 이길 것 같다’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하게 만들었다. 먼저 점수를 내고 앞선 상황에서도 불안한 건 해태가 아닌 삼성 쪽이었다. 일단 한번 승기를 빼앗기고 나면 무기력했다. 사람들의 말처럼 삼성의 준우승 징크스가 ‘저주’였다면, 그 저주는 다른 누가 아닌 삼성이 스스로에게 건 주문이나 마찬가지였다.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친 삼성은 1988년에는 플레이오프에서 빙그레를 만나 3전 전패로 또 다시 탈락하며, 아예 한국시리즈에도 가보지 못했다. 시즌 뒤 삼성은 롯데와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하며 야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1월 22일, 간판 스타인 김시진과 최동원이 포함된 4:3 트레이드를 터뜨린 것이다. 이어 12월 20일에는 장효조를 보내고 김용철, 장태수, 이문한을 받는 1:3 트레이드까지 성사됐다. 표면적으로는 “큰 경기에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지만, 실제로는 선수협회를 추진한 주역들을 맞바꿔서 영향력을 축소하는 게 목적이었다. 이 때 트레이드된 선수들은 대부분 새로운 팀에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쓸쓸하게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뿐만 아니라 감독들의 무덤이기도 했다. 실제 2000년대 이전까지 역대 삼성 감독 중에 3년 이상 팀에 머문 사령탑은 매우 드물었다. 역대 삼성 감독 중 5할 이하 승률을 기록한 이가 이충남, 백인천 두 명에 불과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팀에서는 만족스런 성적으로 여길 만한 준우승이 삼성에서는 감독 경질의 사유였다. 3대 김영덕 감독이 1986년 준우승 뒤 재계약에 실패한 것을 시작으로, 박영길 감독도 플레이오프 탈락 뒤 곧바로 옷을 벗었다. 정동진 감독은 1990년 한국시리즈에서 LG에 4전전패한 뒤 물러났고, 김성근 감독은 1992년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끝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후에도 서정환 감독, 김용희 감독이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고 자리에서 물러난 사례가 됐다. 감독의 잦은 교체는 감독과 함께한 코치진의 물갈이를 의미했다. 이는 선수들에게 혼란을 가져온 것은 물론, 팀 내에서 감독의 권위를 크게 약화시키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삼성의 숱한 한국시리즈 도전이 실패로 돌아간 또 하나의 이유다.

	이름	재임 기간	경기 수	승리	패배	무승부	승률	비고
1대	서영무	1982.02.03~   1983.05.25	110	69	40	1	0.633
2대	이충남	1983.05.27~ 1983.10.31	70	31	36	3	0.463
3대	김영덕	1983.11.11~ 1986.10.20	308	197	109	2	0.644
	정동진	1986.04.25~ 1986.05.09	10	5	5	0	0.5	감독 대행
4대	박영길	1986.11.24~ 1988.11.13	216	120	94	2	0.56
5대	정동진	1988.11.14~ 1990.11.01	240	123	110	7	0.527
6대	김성근	1990.11.02~ 1992.10.04	252	137	112	3	0.55
7대	우용득	1992.10.05~ 1995.09.28	378	193	172	13	0.528
8대	백인천	1995.09.29~ 1997.10.29	211	98	103	10	0.488
	조창수	1997.06.24~ 1997.07.31   1997.09.04~ 1997.10.29	41	22	17	2	0.561	감독 대행
9대	서정환	1997.10.30~ 1999.11.10	258	139	115	4	0.547
10대	김용희	1999.11.11~ 2000.12.01	133	69	59	5	0.539

2000년대 이전 삼성 역대 감독과 성적.

구경백 OBS 해설위원은 “만약 삼성이 좀 더 일찍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면 프로야구가 더 발전했을지도 모른다”며 아쉬움을 표한다. 창단 초기만 해도 삼성은 OB와 함께 선진적인 운영으로 본보기가 되는 구단이었다. 1985년 국내 최초로 미국 LA 다저스의 베로비치 캠프에 선수단을 보내 선진 야구를 배워오게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해 삼성은 수비 전술을 물론 주루플레이에서 한 차원 높은 야구를 펼치며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프로야구 전체의 수준이 향상되는 결과를 낳았다. 선수단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와 지원도 돋보였다. 하지만 우승은 늘 삼성이 아닌 해태나 롯데 등 ‘인색한’ 구단의 차지였고, 이는 다른 구단들이 투자의 필요성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프로 초기에 우승했다면 지금쯤 대구구장 대신 번듯한 야구전용구장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얘기한다. 실제로 1981년 창단작업 당시 삼성 관계자는 “대구 시민은 물론 김천, 경주, 구미 등 위성도시 야구팬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적절한 곳을 물색”해서 야구“전용구장을 오는 83년 착공, 85년에 완공하겠다”고 언론에 공표한 바 있다. 하지만 번번이 한국시리즈에서 물을 먹으며 구장 신축 계획은 없던 이야기가 되었고, 그 결과 대구시민운동장이 지금까지도 홈구장으로 쓰이는 비극이 벌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암흑기의 도래

1993년 삼성은 또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회를 맞이했다. 이 해 삼성은 기존의 김상엽과 성준에 2년차 좌완 김태한과 신인 박충식이 각각 14승을 따내며 강력한 마운드를 구축했다. 여기에 기존의 베테랑에 양준혁, 동봉철, 정영규 등 젊은 타자들이 가세한 타선도 막강했다. 시즌 순위는 해태에 7게임 뒤진 2위.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4차전까지 2승 1무 1패로 먼저 앞서 나갔다. 1차전을 내준 삼성은 2차전에서 김태한이 완봉역투를 펼치며 지긋지긋한 한국시리즈 12연패 사슬을 끊었고, 3차전에서는 신예 박충식이 연장 15회를 혼자 버티며 무승부를 기록했다. 4차전도 삼성의 8-2 완승. 하지만 삼성의 우승 꿈은 잠실로 장소를 옮긴 5~7차전에서 물거품이 됐다. 나갔다 하면 뛰는 해태 신인 유격수 이종범의 빠른 발에 내야가 완전히 유린당한 것. 결국 삼성은 통산 여섯 번째 준우승에 머물며, 지독한 징크스를 또 한 번 확인했다.

그리고 암흑기가 찾아왔다. 이듬해인 1994년, 삼성은 주전들의 잇단 부상과 부진 속에 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6팀 중 4위에 그친 1983년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삼성에게 5위라는 성적은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1995년 정확히 5할 승률을 기록하고도 또 다시 5위에 그친 삼성은, 1996년에는 54승 5무 67패(승률 .448)로 창단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기에 이른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 1994~6년의 3년간은 삼성 라이온즈 역사상 가장 암울했던 시기로 지금까지 남아 있다. 

1990년대 중반은 삼성의 세대교체가 서서히 진행되던 시기다. 사진은 삼성의 새 중심타자로 떠오른 양준혁, 특급잠수함 박충식, 그리고 은퇴를 준비하던 이만수의 모습. <출처: 이만수닷컴>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문제는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 삼성을 이끈 주전 멤버들의 노쇠화였다. 1993년 준우승 당시에도 김성래, 류중일, 이만수, 이종두 등 베테랑들 대다수가 30대를 훌쩍 넘긴 노장 축에 들었다. 분명 세대교체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하지만1990년대 초반 대구와 경북 지역 아마야구의 침체로 삼성에는 쓸 만한 신예가 드물었다. 실제 1991년 이후 삼성의 1차 지명 선수 명단을 보면 이영재(1991년), 감병훈(1994년), 안윤호(1995년), 황성관(1997년), 정성열(1999년) 등 1군에서 별다른 보탬이 되지 못한 선수가 대부분이다. 1996년부터 도입된 고졸 우선 지명에서도 김헌수, 김성훈, 권영철(1996년), 설재호, 황영구(1997년), 이준민(1998년), 이성훈(1999년) 등 실패의 연속이었다. 특히 타선에 비해 마운드 쪽에서는 쓸 만한 선수가 아예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삼성은 미국으로 눈을 돌려 최용희, 최창양 등을 영입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긴긴 암흑기 속에 삼성 팬들에게 유일한 낙은 이승엽과 양준혁 등 새로운 스타들이 선보이는 활약이었다. 양준혁(1993년), 김한수(1994년), 이승엽(1995년), 정현욱, 정경배(1996년) 등이 이 시기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1997년에 주전으로 발돋움할 최익성, 신동주 등도 비슷한 시기 연습생으로 입단해 2군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또한 1996년에는 최신식 전용훈련장 ‘경산볼파크’가 개장하며 2군과 신인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 가속도가 붙었다. 스타 군단이던 삼성이 뒤늦게나마 선수 발굴과 육성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실제 삼성은 경산 개장 이듬해인 1997년부터 2군에서 좋은 선수들을 계속 배출하며 2008년까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수확을 거뒀다. 현재 삼성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 대부분은 신인으로 입단한 뒤 여러 해 동안 경산에서 훈련을 받은 ‘경산팜’ 출신이다. 

1997년, 삼성이 긴 암흑기를 벗어나 4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기존의 이승엽과 양준혁, 김한수는 물론 연타석 만루홈런의 주인공인 정경배와 동반으로 20-20 클럽에 가입한 최익성, 신동주 등의 활약이 돋보였다. 플레이오프에서 LG에 2승 3패로 패하면서 한국시리즈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젊은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이룬 것은 분명한 성과였다. 이듬해인 1998년에도 삼성은 시즌 순위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점점 강해지는 전력을 확인했다.

‘쩐’의 전쟁

하지만 1998년, 삼성의 참을성을 시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재계 라이벌 현대가 팀을 창단한지 불과 3년 만인 1998년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현대는 창단 초기부터 과감한 투자와 공격적인 선수 영입으로 프로야구 판을 뒤흔들었다. 특히 1998년에는 자금난에 시달리는 쌍방울의 주축 선수들을 현금 트레이드로 대거 영입, 막강 전력을 과시하며 정규시즌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프로야구는 재벌 대기업의 대리전과도 같다. 아침 신문 표지에 ‘현대, 삼성에 완승’이란 제목이 큼지막하게 나와 있을 때 그룹 고위층과 직원들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면 된다.” 현대 유니콘스 전성기를 코치로 함께 한 모 아마야구 지도자의 말이다. 이에 삼성은 유망주를 육성해서 팀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장기적인 목표를 뒤로 하고, 자금력을 앞세운 현대의 방식을 뒤따르게 된다. 간판타자 양준혁을 해태 임창용과 3:1 트레이드로 맞바꾼 것을 시작으로, 그해 12월 25일에는 쌍방울 간판타자 김기태와 20승 투수 김현욱을 현금 20억 원+선수 2명과 맞바꿨다. 삼성과 현대의 경쟁적인 현금트레이드로 쌍방울은 핵심 전력을 전부 잃고 최약체로 전락했다. 또한 두 팀의 무분별한 현금트레이드는 프로야구 팀간 전력 균형이 무너지면서 리그의 근간이 흔들리는 폐해를 남겼다.

‘쩐’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쪽은 현대였다. 같은 현금트레이드라도 현대는 박경완, 이명수 등 팀에 꼭 필요한 선수들을 적절하게 영입한 반면, 삼성의 영입은 ‘잘하는 선수는 무조건 데려오고 본다’는 식에 가까웠다. 이는 포지션 중복과 수비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1루수만 세 명(이승엽, 김기태, 스미스)이던 1999년이 대표적인 예다. 중심타자 셋이 포지션이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생전 외야 수비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스미스가 좌익수를 봐야 했고, 삼성은 수비에서 엄청난 손해를 봐야 했다. 또한 전력 보강이 주로 타선 쪽에 집중된 반면, 마운드는 임창용, 김현욱이 가세했는데도 여전히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 결과 임창용은 마무리투수로 주로 나서면서도 1999년 138.2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혹사에 시달렸고, 이는 롯데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00년 10월 30일 김응룡 전 해태 감독이 삼성 사령탑에 취임했다. 김응룡 감독은 2001년부터 2004년까지 4년간 세 차례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고, 2002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출처: 삼성라이온즈>

김용희 감독을 영입한 2000년에도 우승과는 연을 맺지 못한 삼성은, 시즌 뒤 해태에서 9차례 우승을 거둔 명장 김응룡 감독을 제11대 사령탑에 선임했다. 김 감독은 해태에서 삼성의 우승 도전을 수없이 가로막은 장본인. 어제의 ‘적’을 감독 자리에 앉힐 만큼 삼성의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강했다. 김응룡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01년 팀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이끌며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두산과 난타전을 벌인 끝에 2승 4패로 패배, 자신의 감독 생활에서 첫 한국시리즈 실패를 맛봤다. 당시 두산에서 한국시리즈를 경험한 안경현 SBS 해설위원은 “1차전 삼성이 이긴 뒤 비가 와서 2차전이 하루 연기된 것이 두산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회상한다. 또한 삼성이 외국인 선수 갈베스의 관리에 실패했던 것도 패착이었다.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김응룡-김성근 감독. 한국시리즈 9회 우승의 명장과 ‘야신’의 대결은 결국 강한 전력이 뒷받침된 삼성 김응룡 감독의 승리로 끝났다. <출처: 삼성라이온즈>

시즌 뒤 김응룡 감독은 SK에서 브리또와 오상민을 영입하고 김상진, 김태한 등 선수 6명을 보내는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팀에 꼭 필요한 유격수와 좌완 불펜을 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선수진 운영에 숨통이 트였다. 또한 LG에서 FA로 풀린 양준혁을 다시 삼성으로 영입해 팀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결과는 달콤했다. 삼성은 전년도의 실패를 딛고 또 한 번 한국시리즈 직행에 성공했다. 또한 한국시리즈에서는 ‘야신’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LG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4승 2패로 우승, 숙원이던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특히 마지막 6차전에서는 9-6으로 뒤진 9회말, 시리즈 내내 18타수 1안타로 부진하던 이승엽의 동점 3점 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 홈런으로 역대 한국시리즈 중 가장 극적인 승리를 맛봤다. 경기를 지켜본 대구 팬들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2003년에는 이승엽이 시즌 56홈런의 최다홈런 신기록을 달성했다. 이승엽의 신기록 달성이 다가오면서 삼성이 가는 구장마다 외야에는 홈런볼을 잡으려는 관중들의 경쟁이 치열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이승엽 한 사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탓인지, 삼성의 팀 분위기는 시즌 내내 어수선했다. 3위로 진출한 준플레이오프에서도 SK에 제대로 힘 한번 쓰지 못하고 무너졌다. 당시 한 선수는 취재진이 있는 앞에서도 노골적으로 “우리 팀이 승엽이 팀입니까?”라고 불만을 표할 정도였다. 이승엽은 시즌 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로 진출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대기록을 남긴 채.

명문 구단으로의 도약

2004년은 삼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현대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해다. 삼성은 시즌 초반만 해도 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새로운 에이스로 등장한 배영수의 호투에 힘입어 결국은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현대와의 한국시리즈는 무려 세 차례나 무승부가 나오면서 9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4승 3무 2패로 현대의 우승. 시즌 뒤 김응룡 감독은 야구인 최초 구단 사장으로 승진했고, 선동열 수석코치가 새 감독에 선임됐다. 프로야구 사상 최고 스타 감독 탄생에 삼성 구단은 FA로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하면서 큰 선물을 안겼다.

선동열 신임 감독은 부임 초기 막강 공격력에만 의존하던 삼성의 팀 컬러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지키는 야구’를 표방한 선 감독의 야구는 화끈한 타격에 익숙한 기존 삼성 팬들에게 ‘재미없는 야구’라는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결과는 2005년과 2006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확실한 성공으로 나타났다. 실제 두 번의 우승 동안 삼성이 보여준 경기 내용은 허약한 투수력 때문에 큰 경기 때마다 무너지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특히 마무리 오승환, 권오준, 권혁, 정현욱, 안지만 등 막강한 불펜의 힘을 앞세운 삼성의 야구는 프로야구 전체 판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팀이 불펜의 중요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구원투수진 강화에 나선 것이다.

불세출의 스타, 선동열 전 삼성 감독의 취임식 장면. 김응룡 감독 아래서 수석코치로 1년을 보낸 선동열은 2005년부터 6년간 삼성에 머물며 역대 삼성 최장수 감독이자 최다 우승(2회) 감독이 됐다. <출처: 라이온즈>

또한 선동열 감독은 가급적 FA를 통한 선수 영입보다는 자체적으로 육성한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는 쪽을 선호했다. 그 결과 2005년 이후 삼성은 외부 FA 영입에서 완전히 손을 뗀 모습이다. 히어로즈에서 현금 트레이드로 영입한 장원삼을 제외하면, 현재 삼성의 주력 선수 대부분은 드래프트로 삼성에 입단해 2군에서 실력을 쌓은 ‘팜 출신’이다. 삼성은 현재 프로야구에서 가장 선수층이 두터운 구단 중 하나로 손꼽힌다. 또한 1998년 양준혁 트레이드로 팬들의 질타를 받은 뒤에는 프랜차이즈 스타 관리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그 결과 김한수, 김재걸 등 2000년대 이후 삼성에서 은퇴한 스타들 대부분이 현재 삼성에서 1, 2군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다. 2010년에는 대구 올스타전 식전행사에서 이만수, 김시진, 김성래, 강기웅 등 한때 구단과 관계가 소원했던 레전드를 대거 초청해 올드팬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을 여러 차례 이뤄낸 삼성에 남은 과제는 딱 하나. 낙후된 대구구장을 떠나 명문 구단의 이름에 어울리는 최신식 구장에서 팬들을 맞이하는 것이다. 다행히 프로야구 열풍에 힘입어 대구시와 삼성 구단이 새 구장 건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약 1500억 원 규모의 최신식 야구장이 수년 내로 선을 보일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선동열 감독이 지난해를 끝으로 사임한 뒤 삼성은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류중일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류 감독은 전임 감독의 유산을 훌륭하게 계승하면서 팀을 정규시즌 1위로 이끄는 좋은 지도력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삼성은 9월 11일 LG전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팀 통산 2000승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그 외에도 팀 통산 최다 홈런, 최다 안타 등 대부분의 기록을 삼성이 보유하고 있다. 오랜 시련과 시행착오를 거쳐 진정한 명문 구단으로 발돋움한 사자 군단의 질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술취한호랑이]

돈성이라는 말이 들리긴 했지만 프로의 세계에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였죠
2002년 명승부를 연출하면서 만년 2인자의 틀을 깨더니 완전 2000년대의 팀으로 거듭나고 있는 무서운 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