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대화 채플 전문 (2016.5.25)> 최철호 대표(밝은누리) 연세영상제작센터 YVAC 심성주 연세교육방송국 YBS 최은지 연세춘추 권아랑 연세애널스 김연승 <*Opening> 은지: 은지: 안녕하세요, 오늘 대화채플 진행을 맡은 연세교육방송국 YBS 아나운서 최은지입니다. 오늘 대화채플의 주제는 “공동체와 참된 목회자의 길”로, 밝은누리 최철호 대표님 모셔서 진정한 기독인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저희가 모신 게스트 최철호 대표님 소개에 앞서, 패널 소개가 있겠습니다. 먼저, 연세춘추 권아랑 기자님이십니다. 아랑: 안녕하세요, 연세춘추 기자, 언론홍보영상학부 권아랑입니다. 은지: 연세애널스 김연승 기자님이십니다. 연승: 안녕하세요, 연세애널스 김연승입니다. 은지: 연세영상제작센터 와이벡 총괄팀장님이십니다. 성주: 안녕하세요, 연세영상제작센터 총괄팀장 심성주입니다. 은지: 네, 앞서 말했다시피 오늘 저희가 모신 분은 최철호 대표님이십니다. 최철호 님은 신앙 공동체, 밝은누리의 대표로 이 시대에 신앙인은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좋은 말씀 해주시기 위해 오늘 자리 하시게 됐습니다. 박수로 환영 부탁드립니다. 은지: 그럼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에 앞서서, 대표님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대표님을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최철호: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공동체 사역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목회를 하고 있어요. 대학교 4학년이라는 것이 어찌보면 순수한 열정이 있는 거고 어찌보면 잘 모르니까 담대하게 시작한 거죠. 아무튼 그렇게 공동체를 시작하고 나서 잠시 군대에서 군목활동을 했어요. 그 이후 계속 공동체에서 목회를 하고 있고요. 지금은 서울과 홍천을 오가며 사역해요. 서울에서는 주로 청년들, 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목회자들이나 신학생들을 교육하는 일을 하고 홍천에서는 주로 청소년들 교육하고 건축하고 농사하는 것을 같이 진행하고 있어요. 이후 우리 삶의 문명의 대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농촌과 도시가 더불어 사는 삶, 그런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어요. <# 공동체 만들게 된 계기, 문제의식> 은지: 네, 이건 좀 개인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요. 대표님은 그럼 어떤 계기로 목회자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최철호: 두 번 있어요. 왜 두 번 있냐면 제가 대학 다니면서 교회를 떠난 적이 있어서, 고등학교 때 미션스쿨을 갔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교회를 안 갔어요. 어릴 때 엄마 손 잡고 교회를 몇 번 간 게 다였고, 교회를 좀 싫어했었어요, 정서적으로 괜히 사춘기 때 교회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있었던 것 던 거죠.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미션 스쿨이라는 것 때문에 눈물이 날 정도로 그냥 정서적으로 싫어했죠. 근데 그 학교 다니면서 예배드리고 기도하면서 신앙을 갖게 됐어요. 그러다가 2학년 때 목사가 되겠다 서원을 했어요.
신학교 가서 방황을 좀 했어요. 대학 다닐 때. 현실 교회 모습과 성경에서 전하는 교회가 너무 달랐어요. 이게 어린 저에게는 잘 정리가 안됐어요. 정리가 안 되고 분노도 있고. 이런 것들이 얽히면서 교회를 안다니고 한동안 좀 방황을 했어요. 한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단 교회에서 자랐는데, 교회를 안 간다는 게 저에게는 굉장히 큰일이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어요. 교회를 한 6개월 이상 안 갔어요. 방황은 1년 정도 했는데, 교회를 안 다니면서까지 방황한 건 6개월이었어요. 우리 민족이 처한 현실에 대한 고뇌도 있었고, 교회가 보여줬던 여러 가지 부패한 모습이라든지 비합리적인 모습이라든지 이런 모습들이 정리가 잘 안됐고 힘들었어요. 그러다가 어느 날 성경 말씀을 읽다가 하박국 선지자가 있었는데, 하박국 선지자가 막 고뇌를 해요.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이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같았어요. 그래서 하박국 선지자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 지를 관심 있게 보게 되었고, 질문을 포기하지 않고 믿음으로 고뇌를 해결해가는 것을 선지자들에게 배웠어요. 그걸 계기로 해서 잃어버렸던 목회자가 되어야겠다는 꿈을 다시 되찾았어요. 그 때부터는 그냥 단순히 자신만의 구원이라든지 이런 것보다 약간 더 넓어져서, 소외 된 사람들이 처해져 있는 어려움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삶을 통해 하나님나라를 어떻게 증언할 것인가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러면서 ‘아 예수의 하나님나라’를 증언하는 삶을 더욱 철저히 살아야겠다, 이것저것 현실에 대한 핑계 대지 말고 그런 삶을 살고 그런 삶을 교육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아랑: 대표님께서 방황을 하다가 성경 말씀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방황을 끝내셨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도시와 농촌을 연결 지어서 같이 공동체를 이뤄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도 성경 말씀 중에 있었던 건가요? 최철호: 네 그렇죠, 하나님은 생명의 영이세요. 성경은 영의 생각이 생명과 평화라고 해요. 생명이 생명으로 존중받고 생명이 서로 평화를 누리는 겁니다. 생명순환하는 삶인 거죠. 농촌마을과 도시마을이 생명순환하며 서로 살리는 삶을 사는 게 생명의 존재방식인 거죠. 성경에 보면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성령 사건 이후에 아주 구체적으로 역사적으로 전개가 되는데 그게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였어요. 초대교회 공동체는 말씀과 성경이 가장 구체적으로 순수하게 역사 속에 현존했던 모습이에요. 물론 시대마다 형태는 다양해 질수 있지만, 그 원형이 항상 초대교회 공동체에 토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경에 희년이라는 것이 있어요. 예수님이 처음 설교를 하실 때, 구약에서 희년을 인용하셨어요. 그 토대 속에서 사역을 하신 거죠. 우리도 공동체 삶을 살면서 늘 염두에 두는 것이 구약의 희년 사상,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입니다. 이런 것들이 중요한 토대가 되었어요. 연승: 밝은누리라는 신앙 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조직 구성이나 운영 방식 같은 부분이요. 최철호: 지금 서울에 인수마을 공동체가 있고 홍천에 농촌 마을 공동체가 있어요. 강원도 횡성과 경기도 두 곳에서도 마을공동체를 일구기 시작했구요. 농촌 마을과 도시 마을이 서로를 살리는 생활양식을 만들면서 밝은누리를 이뤄나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마을 공동체가 도시에서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 농촌에서는 어떤 형태를 띠게 될지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면서 하고 있고요. 청년들은 자율적으로 공동생활을 합니다. 결혼한 가정은 밤에 아이 데리고 마실 갈수 있는 거리에서 마을을 이루고 살아요. 테두리 쳐져있는 공동체가 아니에요. 표지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마을에서 하나님나라 공동체의 가치를 가지고 함께 사는 거예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생명평화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더불어 사는 삶을 확산해 가는 거예요. 7~8명 정도로 구성된 기초 공동체가 있는데, 함께 예배하고 깊게 사귀고 돌보는 관계입니다. 우리 옛 마을공동체를 지탱했던 두레와 같은 거예요. 두레 같은 작은 공동체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해서 다양한 일들을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입니다. 마을밥상에서 점심과 저녁 밥을 함께 먹어요. 출근하는 사람들은 저녁을 함께 먹죠. 그러니 집집마다 큰 냉장고나 김치냉장고가 필요 없어요. 그리고 마을도서관이 있는데, 자기가 보던 책을 모아서 마을도서관을 만들었어요. 각 집집마다 서재가 없어지죠. 방 한두 개가 줄어드니 주거비가 줄어들죠. 그리고 자동차를 같이 타요. 이렇게 되면 집집마다 차가 있을 필요가 없어요. 출퇴근은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차를 이용 안할 때 누군가는 이용을 할 수 있는 거죠. 그 외에도 필요한 물품들, 가끔씩 쓰는 것들은 대부분 공유를 해요. 이렇게 되면 도시에서 사는 생계비 부담이 크게 주는 겁니다. 이런 삶을 통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더불어 사는 삶이 주는 유익과 행복을 키워가는 거죠. 마을신문을 만들어 이런 삶을 지역 주민들이나 다른 교회들과 공유를 해요. 청년을 위협하는 결혼 혼수자금, 도시생계비 부담 등이 크게 주는 겁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회복하는 것은 조작된 욕망, 조장된 불안에서 해방되는 매우 중요한 지혜라고 생각해요. 홍천마을에서는 공동체 학교의 교육, 생명순환농사, 생태건축, 영성수련 등을 중심으로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어요. 교육은 품앗이 육아, 공동육아 어린이집, 초중고대학 과정까지 통합된 공동체 학교를 운영해요. 공동체 자녀들이 반 정도 되고, 반 정도는 대안교육을 원해서 찾아오는 분들의 자녀에요.
모든 사업은 각 사업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됩니다. 전체를 총괄하는 행정기구 없이 필요한 대로 자율적으로 협의하고 연대하는 구조에요. 개별적으로 독립된 사업들이 서로 필요한 데로 연대하는 거예요. 불필요한 행정력, 인력 소모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도 간결하고 역동적이에요. 아까 말했던 기초 공동체, 기본 단위도 다 독립되어 있어요. 작은 공동체 단위로 깊은 사귐과 나눔을 갖고, 협력이 필요한 선교사역은 함께 하는 겁니다. 성주: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중점을 두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최철호: 구약에서는 희년 사상입니다. 희년은 약자들을 쉬게 하는 거에 관심이 있어요. 왜곡되어 있는 경제적인 사회적인 구조를 회복시켜주는 것, 이것이 구약의 율법에 있어서 핵심이에요, 신약에서는 예수의 하나님나라운동과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에요. 하나님나라, 희년, 생명평화가 저희 목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가치들이에요. 아랑: 계속해서 공동체를 강조하셨는데, 교회가 개인이 아닌 공동체에 초점을 두어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최철호: 생명은 모두 공동체로서 생명입니다. 어떤 생명도 개체로서는 생명현상을 유지할 수 없어요. 성경은 교회를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이라고 가르칩니다. 개인의 개체성은 한 몸이라는 관계성에 토대한 자각입니다. 팔이 다리와는 다른 뚜렷한 특이성이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한 몸 속에서의 특이성인 거죠. 잘려진 팔과 몸에 붙어 있는 팔이 다른 겁니다. 예수 믿는 삶의 근원적 정체성은 특정 개인이 특정 제도에 소속되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를 머리로 하는 새로운 몸이 되어, 예수사건에 나타난 생명현상을 지금 우리 삶의 현장에서 구현하고 증언하는 것이 본질이죠. 성경 자체도 개인이 개인에게 쓴 책이 아닙니다. 하나님 사건을 경험한 신앙공동체가 공동체에게 증언하고 전한 글입니다. 은지: 네, 대표님이 운영하시는 공동체에 대한 얘기들 들어봤는데요. 그렇다면 공동체를 이끌어 가시면서 가장 보람 있었을 때와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인가요? 최철호: 관계가 깊을수록 믿음을 저버리는 사람들이 생겼을 때 받는 아픔이 커집니다. 그러나 그런 아픔 때문에 속 깊은 사귐을 포기할 수는 없겠죠. 91년에 공동체를 시작했는데, 99년과 2008~9년경에 공동체 전체가 회개하고 침묵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요. 나름 열심히 살는데, 지적 유희와 자기 의에 빠지고, 이를 틈타 정결하지 못한 생활문화가 공동체에 자리 잡게 된 거죠. 공동체 사역들을 중단하고 침묵하며 돌이키는 시간을 가졌어요. 성숙한다는 것은 열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분별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힘들고 아픈 시기였지만, 새로운 소명을 발견한 사건이 되기도 했어요. 하나님은 거룩하라, 정결하라는 명령과 새로운 소명을 동시에 주신다는 걸 경험했어요. 농촌과 도시에서 생명평화를 구현하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일을 하다 보니, 농촌과 도시가 처한 아픈 현실이 더욱 주목해서 보여요. 하나를 알면 또 하나가 보여요. 도시문명은 스스로 생존이 불가능한 문명이에요. 밀양 할머니들의 삶을 파괴하지 않고는 전기를 공급할 수 없고, 도시 주변에 쓰레기 매립지를 만들지 않고는 존속할 수 없는 근원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요. 도시소비자들의 식의주락 생활양식은 질병을 양산하는 문화에요. 농촌까지도 이미 도시문명이 초래한 문제가 확산되었어요. 화학비료, 제초제 등으로 농토는 생명력을 잃어가고, 도시인들의 투기로 농사지을 땅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현실이에요. 근데 교회들은 이런 근원적인 생명의 위기에 관심이 없고,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청년들도 고통 속에서 있으면서도 이런 현실에 무감해요. 문제의 고리가 보이는데, 눈감고 있는 듯한 현실을 계속 주목하는 것에서 오는 안타까움이 커요. 공동체로 사는 행복과 보람은 생명을 생명으로 자각하고 대하는 생명감수성을 잘 키워갈 수 있다는 거예요. 교인들조차 익명화 된 대중으로 만나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죠. 함께 기도하고 공부하고 함께 노동하고 노는 관계를 한 몸으로 느끼고, 이를 통해 타자와 교감하는 능력을 키워가는 보람이 있어요.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신비를 더욱 풍성하게 누리며 사는 보람이죠. 자연에는 많은 생명이 있어요. 이렇게 보고 있으면 배울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생명순환하는 삶을 살면서 생명 감수성을 풍성하게 키우고 그 신비로움과 깨달음을 함께 배우고 가르치는 삶을 사는 것에서 오는 기쁨과 평화가 참 커요. 연승: 대표님이 이끌어 가시는 마을 공동체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최철호: 패러다임 전환의 특징이 있어요. 새로운 삶, 새로운 패러다임은 기존 패러다임의 코드로는 포착되지 않는 특징이 있죠. 기존 익숙한 코드와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만나면, 그 코드에 끼워 넣기 위해 왜곡을 하거나 의도적인 오해를 하게 되죠. 패러다임 전환과정에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해요. 생명력에서 중요한 것은 창조성입니다. 새로워지는 것이죠. 원래 갖고 있었던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우리 사회는 일제식민통치와 분단, 전쟁, 냉전 등 매우 가슴 아픈 역사를 살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적대적 이원론이라는 정신 현상이 강화되었어요.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적 습관이 합리적인 소통을 가로막죠. 현재 우리사회는 여러 부분에서 동시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발생하고 있어요. 도시화 산업화 근대화 전체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에요. 이 과정에서 기독교는 중심적인 역할을 했기에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 냉철하게 때론 과도하게 이뤄지는 거죠. 이 거대한 전환기에 교회는 교회다워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해요. 교회 본질을 회복하는 것이죠. 근원으로 돌아가 새로움의 영감을 부여잡는 겁니다. 특정 교단이나 교파적 문화가 아니라 예수의 하나님나라 운동 그 자체로 돌아가는 겁니다. 그 근원적 형태인 초대교회 성령공동체에 주목하는 겁니다.. <# 한국 교회, 한국의 신앙인들이 나가야 할 모습> 은지: 네, 그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구요. 조금 다른 주제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참된 목회자의 길, 참된 신앙인의 길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요즘 한국 교회들이 부패된 모습을 많이 보여서 한국의 교회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잖아요. 대표님이 보시기에는 왜 그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나요? 최철호: 목회자 개인이나 개별 교회의 타락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교회가 세속화 되었어요. 일종의 제국교회가 된 거죠. 그래서 구조적으로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겁니다. 예수는 로마제국의 평화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평화를 얘기했어요. 근데 지금의 교회는 제국교회가 되어 버리면서 제국의 세속 문화와 습관이 교회의 존재방식을 규정하는 틀이 되었어요. 그러니 당연히 세속권력과 부를 신학적으로 정당화 하는 겁니다. 예수는 하나님과 재물, 권력을 함께 섬길 수 없다고 명확하게 말씀하셨지만, 제국교회는 오히려 겸하여 섬기는 것을 지혜이고 능력이라고 선전해요. 국가교회 문화에서 그리스도인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방법은 등록이에요. 주민등록하듯이. 원래는 신앙 고백을 토대로 살아가는 것이 중심이고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인데, 특정 종교제도나 교파에 등록하는 것이 정체성을 확인하는 핵심이 되어 버린 거죠.
그런 교권체계 속에서 목회자들은 관료 같은 역할을 하죠. 시장질서에도 편입되어 교회에 취업을 해야 되는 거예요. 몸 된 지체로서 목회 은사와 소명을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취업해서 관료처럼 사는 목회자로 전락하는 거예요. 목회자에게 몸 된 교회가 없는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거예요. 이런 근원적 괴리와 불안이 목회자와 교회를 더욱 세속적이게 만들어요. 목회자와 교인들 간의 참되고 지속적인 사귐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는 거예요. 하나님 사건을 믿는 것이 아니고 그 사건을 설명하는 언어나 교권체계를 믿는 종교가 되어버렸어요. 신앙고백대로 살아가는지를 홀로 판단하고 지켜가기는 어려워요. 서로 비춰줘야 해요. 성령의 사귐 속에서 서로 비춰주는 관계, 그 속에 교회의 신비와 힘이 있어요. 성주: 그렇다면 한국교회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바람직한 교회의 모습은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최철호: 근원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이 증언하는 교회의 근원적인 모습에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겁니다. 교회조차 익명의 대중문화, 소비문화에 젖어 있는 가슴 아픈 현실을 깊게 회개하고,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고 하신 하나님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려 힘쓰는 겁니다. 교회는 생명입니다. 교회에서 문화센터를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현상을 경험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교회 자체를 새로운 자기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해요. 교회 속에서 생명감수성이 커지고, 생명순환하는 삶의 양식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신음하는 모든 생명이 하나님의 생명평화를 누릴 수 있도록 증언하고 함께 하는 것이죠. 교회의 증언, 선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어요. ‘가서 전하라’, ‘와 보라’ 하는 것입니다. 와 보라해서 교회 갔는데, 교회가 세상과 다를 것이 없으면, 어떻게 거기서 희망을 찾을 수 있겠어요? 예배 끝나고 나누는 대화나 문화센터 갔다가 나누는 대화나 학벌, 부동산, 재물 등 우리시대 우상과 관련한 대화의 기준과 결론이 다르지 않다면 교회가 어떻게 복음을 진정성 있게 전할 수 있겠어요? 교회됨의 본질은 특정 공간, 특정 예식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 믿는 바 하나님의 주권이 결혼임신출산육아 소비와 교육, 먹고 입고 자고 노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서 정직하게 고백되는 삶, 그 고뇌와 기쁨에 있는 거죠. 아랑: 이런 환경 속에서, 참된 신앙인이라 함은 어떤 모습일까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신앙인의 모습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최철호: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하는 삶입니다. 현실을 지배하는 힘을 핑계하지 않고 하나님의 다스리심을 철저히 믿고 따르는 겁니다. 뭔가를 잘 해내야한다는 게 아니에요. 말씀에 철저하게 순종하려 하면 우리는 연약하기에 마음이 가난해지고 애통해져요. 예수님은 그 애통한 마음에 복이 있다고 하셨어요. 늘 그 간절함으로 기도하고 섬기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해요. 종교적으로는 기독교인인데, 실제 일상의 삶에서는 학벌, 재물, 권력, 부동산 등 시대우상을 섬기는 ‘집단 최면적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야 해요. 성경은 먼저 하나님나라와 의를 구하라고 가르쳐요. 먹고 입고 자고 노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에서 하나님의 생명평화를 증언하는 삶을 살라는 거예요.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당연히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순환하는 삶을 회복하려 애쓰는 겁니다. 결혼임신출산육아, 교육과 소비 등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 현장에서 생명이 존중받고 생명이 서로 평화를 누리는 세상이 되도록 노력하는 겁니다. <# 대표님의 목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은지: 네, 지금까지는 앞으로 한국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 신앙인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대표님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궁금합니다. 앞으로 목회활동을 하시면서 목표로 하는 건 뭔가요? 최철호: 세상을 핑계하지 않고 살고 싶어요. 하나님의 생명평화가 몸과 마음, 마을, 온누리를 통해 이루어지는 꿈을 꾸고 기도해요. 마음에 담긴 신앙고백, 철학, 가치 등은 몸을 통해 현실화 되죠. 공동의 마음을 현실화 시키는 공동의 몸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바로 마을입니다. 집단 인격인 교회의 마음이 신앙고백입니다. 그 공동의 고백과 가치는 공동의 몸인 마을을 통해 드러나는 겁니다. 신앙고백이나 가치 신념이 관념으로만 존재하고 현실화 하지 못하는 것은 교회가 마을을 상실했기 때문이에요. 이건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을을 파괴한 문명 전체의 문제입니다. 복지, 교육, 문화, 정치 등 어떤 영역도 마을이라는 삶의 근원적 토대가 상실된 상태에서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겁니다. 한 생명을 키우고 교육하고 돕는 데 마을의 모든 생명이 함께 하는 겁니다.
도시와 농촌, 한반도 곳곳에서 마을공동체가 회복되고, 그런 마을공동체들이 자율적으로 연대해서 생명순환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꿈이 있어요. 지역 교회를 통해 시작되기도 하고, 풀뿌리시민단체들의 헌신을 통해 시작되기도 하죠. 결국 함께 일구는 것이죠. 착취 받았던 농촌과 착취했던 도시가 더불어 사는 생명순환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은 분열과 갈등, 미움과 증오를 치유하는 생명평화를 배우고 훈련하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이는 또한 분열된 남과 북이 화해하고 더불어 사는 한반도 생명평화공동체의 꿈을 키워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기도하고 있어요. 새로운 문명의 희망은 농, 생명살림의 가치를 중심으로 농촌마을과 도시마을이 더불어 사는 생명순환의 삶을 회복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연승: 네, 이 채플을 듣고 있는 학생들 중엔 신앙인도 있을 것이고 종교를 믿지 않는 학생도 있을 텐데요. 종교를 떠나 이 시대의 대학생들에게 대표님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최철호: 자기 삶을 생명으로서 존엄하게 사세요. 그래야 다른 생명을 존엄하게 대할 수 있어요.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세상이기에 상품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어요. 이미 그런 요구가 스스로 내면화 됐을 수도 있어요. 그 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 힘은 끊임없이 욕망을 조작하고 불안을 조장하면서 생명력을 소진시켜요. 지금 뭔가를 너무 사고 싶은 그 욕망은 자기에게서 생긴 게 아니에요. 다른 누군가의 욕망이 나를 통해 관철되는 겁니다. 그 힘에 지배당하면 엄마 뱃속에서부터 불안했고 죽을 때까지 불안해요. 죽을 때도 편히 죽지 못하도록 불안을 조장해요. 이 과도한 소비문화, 고독과 불안을 조장하는 힘에서 벗어나는 가장 중요한 지혜가 더불어 사는 삶을 회복하는 거예요. 그 곳에서 다른 욕망을 만들어 내는 삶을 사는 겁니다. 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장 보다 중요한 게 있어요. 함께 꿈꾸고, 그 꿈을 함께 현실화 해갈 동지를 만나는 겁니다. ‘학습과잉, 사유의 빈곤, 생명핍절’이 함께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은 한 시대 문명의 생명력이 다 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에요. 지금이 그런 시대죠. 공허한 관념, 뻔한 삶을 반복하지 말고, 새로운 문명을 잉태하는 모험을 하세요. 문명의 생명력을 새롭게 하는 모험은 청년이 지닌 특권이자 숭고한 의무에요. 은지: 그럼 마지막으로 기독교와 공동체에 대해서 대표님이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철호: 하나님은 특정한 종교를 만들기 위해 예수를 보내신 게 아닙니다. 죽임의 권세에 신음하는 생명들을 구원하고 회복하는 하나님 사랑을 드러낸 사건이죠. 하나님 사랑이 세상의 희망이라는 것을 증언하는 겁니다. 공동체 또한 자기끼리 잘 먹고 잘 살려고 모이는 것이 아니에요. 모든 생명이 꿈꾸는 생명평화의 삶이 도무지 꿈꾸지 못할 것 같은 세상 속에서도 살아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을 증언하는 것이죠. 생명의 영이신 하나님께서 여러분들의 마음에 꿈꾸게 하시고, 그 꿈을 현실화 할 생명의 동반자를 만나게 하시길 기도할게요. 은지: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오늘 멀리까지 자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최철호 대표님과 함께한 대화채플은 여기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