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의 이해
심상과 운율은 시를 가장 시답게 만드는 요소이다. 이들에 대한 연구를 미학적 입장에서만 전개하면 내적 비평의 한 방법이 된다.
1. 심상(이미지)
(1) 심상의 의미
심상은 체험을 감각적으로 언어화한 것을 말한다. 이 때 감각적이라는 말은 심상을 이해하는 데 더 없이 중요하다. 감각은 심상적 표현의 구별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보다 “나는 그녀를 붉디붉게 사랑했다.”가 더 심상적인 표현이다. 왜냐하면 ‘붉디붉게’라는 표현이 감각의 일종인 시각으로 형상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2) 심상의 종류
심상은 체험을 감각적으로 언어화한 것이기 때문에 심상의 종류도 감각의 종류와 같다. 보통 감각의 모든 것은 얼굴에 모여 있는데(우리가 매일처럼 다듬고 씻고 하는 이 얼굴이 감각의 집결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허망하기도 하다. ^^;) 눈, 코, 귀, 그리고 입 속의 혀, 땀구멍까지 각각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으로 연결된다. 이들은 각각으로 제시될 때도 있지만 동시에 여러 가지가 함께 제시되거나, 혹은 원래 가진 감각이 이동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1) 복합 감각: 각각의 제재에 각각의 감각이 붙은 표현. 감각이 결합되었다는 뜻으로 복합감각적 표현이라고 한다.
2) 공감각: 하나의 제재가 원래 가진 감각이, 다른 감각으로 이동하는 표현.
(예시)
①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②금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③들을 때는 우레더니 보니눈이로다.
(해설) ①은 ‘우는 줄’과 ‘달이 뜬 초가 삼간’이라는 각각의 제재에 청각과 시각이 각각 결합해 있다. 따라서 복합 감각적 심상이다. ②는 ‘태양’이라는 하나의 제재가 원래 가진 시각이 ‘울림’이라는 청각으로 이동해 있다. 따라서 공감각적 표현이다. ③은 폭포의 소리와 모습을 보고 ‘우레’라는 청각과, ‘눈’이라는 시각을 결합했다. 폭포 소리라는 제재에 청각이 결합하고 폭포의 모습이라는 제재에 시각이 결합했으므로 복합감각적 표현이다.
(3) 심상의 제시 방법
1) 심상의 제시 방법
심상의 종류는 감각의 종류만큼 많지만 심상의 제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가른다. ‘묘사’와 ‘비유’가 그것이다. 이 때 비유는 상징을 포괄하는 것으로 광의의 비유를 의미한다. 묘사든 비유(상징)든 감각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런 구체화된 감각은 독자의 감성을 환기하여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다.
2) 비유적 심상의 효과
비유는 감동의 깊이에 감동의 폭을 넓힌다는 또 하나의 기능을 가진다. 비유를 하게 되면 감각이 구체화될 뿐 아니라, 함축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여러 다양한 경험을 가진 개인들이 공감을 하게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한국 민중이 가장 즐겨 보는 보편적인 점술서 [토정비결]은 가장 예언이 잘 적중하는 명저로 꼽힌다. 그런데 이 [토정비결]을 보면 천 가지가 안 되는 경우의 수에 모든 사람의 길흉화복이 맞추어지도록 되어 있다. 4000만명이 넘는 인구가 천 가지도 안 되는 경우의 수에 맞춘 것이 토정비결인데 적중률이 높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해마다 이 점술서를 사 본다. 그 비법은 간단하다. 즉 모든 서술이 비유적으로 표현되어 있기에 여러 경험이 다양하게 해석되어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고목에 꽃이 필 괘’라는 비유적 표현은 뭔가 희망이라고는 없는 상황에서 좋은 일을 맞이한 모든 사람에게 다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비유적 표현이 감동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는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이다.
(문제) 다음 시의 표현상의 특징을 잘 못 말한 것은
(가)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나) 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먼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텔지어의 손수건.
①(가)는 시각적 심상으로 외로움을 구체화하고 있다. ②(나)에는 공감각적 표현이 있다. ③(나)에는 역설적 표현이 있다. ④(나)가 (가)보다 묘사적이다. ⑤(가)의 ‘달빛’은 외로움과 상통한다.
(해설)
(가)는 묘사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나)는 비유적(은유적)으로 청각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제시한다. 따라서 잘못된 설명은 ④이다.
(4) 심상의 해석 요령
1) 일반론적 해석 - 토정비결의 수준
한 편의 시를 독자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교과서적 해석에 따르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는 시를 시험 문제에 낼 수 있나 없나를 묻는 것과 같은 차원의 것이다. 전자의 입장에 서면 시를 절대로 시험 문제에 낼 수가 없고 후자의 입장에 서면 시험 문제에 낼 수가 있다. 이 경우 후자가 맞다. 시의 해석은 교과서적 해석을 따라야 한다. (참고서적 해석을 따라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
흔히 시가 창작되어 작가의 손을 떠나고 나면 나머지는 모두 독자의 몫이라 하여 독자가 나름대로 해석해도 무방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구절이나 독자가 나름대로 해석해서 자기 것으로 여기면 그만이지 시 해석의 일반론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시 해석의 일반론을 따르다가 보면 시 해석이 딱딱해지고 어려워져서 결국 시에 대한 진정한 감상에 이르지 못한다고까지 생각하는 것이 이 입장에 선 사람들의 주된 태도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가령, 비유적 표현의 집산지라고 할 수 있는, 그래서 시와 그 궤를 같이 하는 우리의 명저 [토정비결]의 한 구절을 보자. '고목에 꽃이 필 괘'라는 구절을 보고 일반론적 해석을 전제하지 않고 그냥 이 글을 읽는 사람이 기분이 나쁜 상태라고 하여, 아주 기분 나쁜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올바른 해석이라고 할 수 없다. 한국 사람이 이 구절을 이해하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이 때 일반론적 해석의 진실은 무엇인가? 하나하나 살펴보자. 가령 '고목'은 꽃과 관련해서 생각해 보면 도저히 꽃이 필 조건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목은 꽃이 피기에 적합하지 않은, 혹은 꽃이 절대로 필 수가 없는 부정적 조건이 될 것인데 여기에 꽃이 피었으니 예상 외로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일반론적 의미를 가진다.
이 일반론적 해석을 유도하고 가르치려는 것이 교과서적 해석이다. 이런 일반론적 토대를 무시하고 독자의 기분에 따라 시를 마음대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시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시에 대한 모독이다.
일반론적 해석으로도 충분히 풀 수 있는 다음 문제를 보자. 즉, 토정비결을 본다는 가벼운 마음으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풀어 보고 시의 이미지를 해석하는 요령을 알아 보자.
(문제) 보기 시에서 시행의 함축적 의미가 다른 하나는? (1999 수능 기출)
<보 기>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북(北)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約束)이여
한바다 복판 용솟음 치는 곳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나비처럼 취(醉)하는 회상(回想)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①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②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③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옴작거려
④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⑤ 바람결 따라 타오르는 꽃성(城)에는
(해설)
점을 보러 갔는데 ‘하늘도 다 끝나가는 운세요’라는 말을 듣고 기분 좋아할 사람은 없다. 그런 뜻에서 ①은 그 의미가 부정적이다. 나머지를 점괘 식으로 해석해 보라. ‘꽃이 빨갛게 필 괘, 눈 속 깊이 꽃맹아리가 움작거릴 괘, 제비 떼 까맣게 날아올 괘(더구나 이 시행이 꽃이 빨갛게 필 괘라는 구절과 함께 쓰였다. ), 바람결 따라 꽃성이 (찬란히) 타오를 괘’ 어느 것 하나 부정적인 이미지는 없다. 모두 긍정적인 느낌을 준다. 여기에다가 시적 화자가 눈이 온 툰트라 동토에서 봄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것까지 고려해 보라. 정답은 ①이다.
대부분 수능 출제 시들은 이렇듯 일반론적 해석, 한국 민중의 민족적 정감에 바탕을 둔 토정비결식 해석을 넘어서지 않는다. 토정비결식 해석으로 단박 풀리는 문제 하나를 더 보고 가자.
(문제)
<보기>는 ㈎의 시를 해석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다음 시( 박목월의 [이별가]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가 지문으로 출제됨.) 의 시어 중, 이와 유사한 해석 방법을 적용하기에 가장 적절한 것은? (1997 수능 기출 응용)
<보 기>
문학적 상징에는 인류 문화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상징과 특수한 문화권에만 적용되는 상징이 있다. 이 시에 나타난 ‘길’이나 ‘가을’ 같은 것은 동서양에서 모두 자주 다루어지는 문화 소재이지만, ‘미타찰(彌撱刹)’은 불교의 전통과 관련하여 동양권에서 독특한 의미를 지니는 시어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우리 시를 잘 이해하려면 먼저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뜻도 된다.
① 강기슭 ② 뱃머리 ③ 흰옷자라기 ④ 골짜기 ⑤ 낙엽
(해설)
박목월의 시 [이별가]는 시에 나타나 있듯이 ‘저승’으로 간 ‘너’를 그리워하며 지은 시이다. ‘저승’에 간 ‘너’는 ‘흰옷자라기’만 펄럭거린다. 우리 민족 문화 전통에서 ‘흰 옷’은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서양이 ‘검정 옷’임에 반해. 이것이 민족적 전통이다. 그러니 답은 ③이다. 일반적인 시의 해석에서 결코 벗어나지 않는다. 상식의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다. 시 해석은 토정비결 수준이라고 해석하면 딱 맞다.
과연 시의 이미지가 일상적인 해석의 수준, 토정비결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가? 조금 어렵다고 판단되는 다음 문제를 풀어 보자.
(가) 자야곡(子夜曲) /이육사
수만 호 빛이래야 할 내 고향이언만
㉠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 위에 이끼만 푸르러라
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
㉡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
(문제)
(가)의 흐름으로 보아 긴밀하게 연결되는 이미지끼리 묶인 것은?
① 빛 - 꽃불 - 연기 ② 빛 - 파이프 - 무덤 (1.2점)
③ 고향 - 자랑 - 소금 ④ 노랑나비 - 연기 - 그림자
⑤ 연기 - 발자취 소리 - 이끼
(해설) 이육사가 지은 자야곡이다. ‘자야’란 시간을 가리키는 것으로 한 밤중을 가리킨다. 한 밤중에 일어나 지은 곡이라는 뜻인데 도대체 한 밤중에 무슨 내용의 시를 지었을까? 일단 문면을 보니 ‘고향’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만 봐도 한 밤중에 일어나 고향 생각이 절실해서 지은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화자가 하는 행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파이프 담뱃불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 담뱃불은 ‘꽃불’로 이미지화되어 있다. 이제 상황은 대충 요약된다. 호랑나비 한 마리 오지 않는 무덤일 뿐인 현재의 고향에서 시적 화자는, 파이프 담뱃불을 보면서 ‘수만호 빛’이었던 과거의 고향을 아스라히 떠올리고 있다. 파이프 담뱃불은 회상의 매개체로 수만호 빛이었던 과거의 고향을 연상시킨다. 담뱃불=꽃불이므로 이미지 연결은 ‘꽃불’- ‘빛’으로 이어진다. 파이프에 현재 꽃불이 붙어 있으니 연기도 물론 날 것이고 그것은 고향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 정도의 상징 의미를 가질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①이다.
시는 이렇게 일반론적이고 상식적인 입장에서도 충분히 풀 수 있다. 일상적 시어와 시적 언어는 거의 다르지 않고 다만 전체 시의 맥락 속에서 몇 가지 사항들을 유의하면 쉽게 풀어질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렇게 쉽고도 상식적인 입장에서 풀 수 있는 시 문제를 참고서에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보니까 그것을 음미하고 즐길 줄 모르고 암기해 버리고 마는 데서 발생한다. 일반론적 상식에 입각해도 충분히 풀어갈 수 있는 다음 문제도 풀어 보자.
(가)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새는 왜 우노, 시메산골
영(嶺) 넘어가려고 그래서 울지.
눈은 내리네, 와서 덮이네.
오늘도 하룻길
칠팔십 리
돌아서서 육십 리는 가기도 했소.
불귀(不歸), 불귀, 다시 불귀,
삼수갑산(三水甲山)에 다시 불귀.
사나이 속이라 잊으련만,
십오 년 정분을 못 잊겠네.
산에는 오는 눈, 들에는 녹는 눈.
산새도 오리나무
위에서 운다.
산수갑산 가는 길은 고개의 길.
(문제) (가)의 셋째 연에 보이는 정서와 가장 유사한 것은? ( 1994 1차 수능 기출)
①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머루랑 다래랑 먹고 청산에 살어리랏다.
② 나비야 청산 가자 범나비 너도 가자
가다가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꽃에서 푸대접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③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아리랑 고개는 탄식의 고개
한번 가면 다시는 못 오는 고개
④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땅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없는 날이여.
⑤ 아카시아 어린 잎사귀가 피어나는 산모롱으로
나는 혼자서 거닐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역시 혼자였었다.
(해설)
(가)의 셋째 연에는 시적 자아의 어떤 행위가 나타나 있다. 그 밑의 시의 내용을 보면 ‘산수 갑산’에 돌아갈 수 없지만 십오 년 정분을 못잊는다는 시적 자아다. 그가 온 길을 돌아서서 다시 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15년 정분을 못잊는 미련 때문에 다시 돌아간다. 그러나 다시 돌아갈 수도 없다. 불귀, 즉 다시 못 돌아가는 곳 아니냐. 그러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갈등하고 있는 시적 자아의 정서가 나타난 것이 (가)의 셋째 연의 정서이다. 미련과 결행 사이에 갈등하는 마음이 나타나 있는 구절이 답이 될 것이다.
①은 청산에 살고 싶다고 했으니 소망의 정서가 드러난다. ②는 자연에 동화되어 살아가는 시적 화자의 편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③은 탄식의 고개인 아리랑 고개를 넘으면서 ‘한 번 가면 못 온다’고 하여 넘어갈까 넘어가지 말까를 망설이는 시적 화자의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④눈 속 깊이에서 피어나는 꽃맹아리를 보고 목숨의 의지를 다지는 정서이고 ⑤는 혼자 걸어가면서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그리움의 정서를 형상화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③이다.
시의 이미지가 지닌 함축적 의미를 해석하는 일이 일상적이고 상식적인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다음 문제를 풀어보는 것도 시 문제에 대한 자신감을 길러 주는 데 기여하리라.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의 파랑새처럼 여린 목숨이 애쓰지 않고 살아가도록 길을 도와 주는 머슴이 되자. 그는 살아가고 싶어서 심장이 팔뜨닥거리고 눈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해바라기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어여쁘고 싶은 그의 목숨에 끄나풀이 되어선 못쓴다.당길 힘이 없으면 끊어 버리자. 그리하여 싶으도록 걸어가는 그의 검은 눈동자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는 다만 나와 인연이 있었던 어여쁘고 깨끗이 살아가고 싶어하는 정한 몸알일 따름. 그리하여 만에 혹 머언 훗날 나의 영역이 커져 그의 사는 세상까지 미치면 그땐 순리로 합칠 날 있을지도 모를 일일께며.
(문제)
밑줄 친 부분의 지시 대상이 나머지 넷과 다른 하나는?(1994 2차 수능 기출)
① 유일한 사람 ② 머슴 ③ 나 ④ 끄나풀 ⑤ 정한 몸알
(해설)
심호흡도 필요 없다. 그냥 단순히 대입해 보라. ‘정한 몸알’인 ‘그’를 위해 ‘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은, ‘유일한 사람, 머슴, 끄나풀’이다. 정답은 ③이다.
2) 개성적 해석과 유추적 사고
그렇다면 독자 나름대로 해석해서 가진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이런 일반론적 해석을 자신의 경우로 적용해 보는 것이다. 가령, 수학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학생이 수학 시험을 치르기 전에 이 구절을 보고 '의외로 운 좋게 수학 시험을 잘 치르겠구나!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노처녀라면 결혼 운이 생기겠구나로 해석하는 것이고 할머니라면 늦아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이다.
요컨대 독자 나름의 시 해석에 대한 다양성은 일반론적 해석을 전제하고 난 뒤의 이야기이지 일반론의 단계에서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교과서적 해석을 참고서적 해석과는 다른 차원으로 생각해 주길 바란다. 가령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는 구절의 경우, 참고서는 무조건 '가난한 노래의 씨'는 독립의 의지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이 해석은 그 뒤에 나오는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부르는 '결실의 노래'가 독립일 때, 유추적으로 미루어 해석된 결과일 뿐이다.
가령 '결실의 노래'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를 의미한다면 '눈 내리는 벌판'은 이별이 된 부정적 상황으로 유추되며, '노래의 씨를 뿌리는 행위'는 재회의 희망을 심는 행위가 될 것이다. 그것을 꼭 독립의 의지라고 외울 필요까지는 없다. 참고서가 제시하는 이런 따위 수준까지 다 외우는 데서 시가 죽는 것이다. 시를 살려 정말 나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론적 해석을 전제로 그것을 자신의 경우로 유추하여 해석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될 때 시 해석 행위는 고차적 언어 능력인 추리 상상력을 기르는 일이기도 하며 합리적인 상상력을 기르는 힘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자 이제 이런 유추적 사고와 관련 있는 내용의 시 문제를 풀어 보자.
[다] 서시(序詩) /윤동주(尹東柱)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문제 1)
밑줄 친 부분의 시적 의미가 형상화된 시행을 다음에서 찾으면? (1995 기출)
①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②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③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④ 흐르는 구름/머언 원뢰(遠雷) ⑤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문제 2)
(가)시(김소월 [진달래꽃])의 (나)시의 화자가 대화를 나눈다고 할 때, 작품에서 드러나는 태도와 일치하지 않는 것은? (1999 수능 기출)
① ㈏ : 당신은 너무 소극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라면 절대 가지 말라고 임을 붙잡든지, 아니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미련을 남기지 않고 헤어지든지 했을 것입니다.
② ㈎ : 떠나는 임에게 꽃을 뿌린다는 것도 소중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슬프면서도 그것을 안으로 삭이며 인내하는 것이 우리 여인들의 전통적인 정서가 아니던가요?
③ ㈏ : 그런 태도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어차피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굳은 마음으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해야 합니다.
④ ㈎ : 임이 떠난다는 현실을 체념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으면서도 미련이 많이 남습니다. 모든 상황을 하나의 감정만으로 정리하기 힘든 게 바로 인간이 아니던가요? 제가 했던 말은 그런 심정의 표현이지요.
⑤ ㈏ : 사실,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합니다. 우리들의 감정이라는 것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할 때가 많지요 그럴 경우 저도 결정을 내리지 못하곤 합니다.
(문제 3)
<보기>를 참조할 때, ‘청산 별곡’의 화자와 ‘어부사시사’의 화자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2000 수능 기출)
<보기>
갑: 차라리 강으로 달려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 지낼지언정, 어찌 희고 결백한 몸으로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뒤집어쓰겠는가?
을: 강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고, 강물이 흐르면 내 발을 씻으리라.
① (가)의 화자가 '을'이라면, 현실을 개혁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가)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③ (나)의 화자가 '을'이라면,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유유자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④ (나)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에 적응하여 분수를 지키며 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⑤ (가)와 (나)의 화자가 '갑'이라면,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설)
1. 먼저 밑줄 친 부분의 시적 의미를 알아 보자. 시적 화자는 한 점 부끄럼 없게 살기를 바라온 사람이다. 그래서 따라서 자신(잎새)에게 불어오는 조그만 부끄럼(바람)에도 괴로워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적 단련을 거쳐 순결한 삶을 유지하고자 애썼다는 것인데, 이런 구절과 관련 있는 것을 찾으면 된다. 먼저 ①. 아예 애련에 물들지 않는단다. 바위처럼 강한 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형상화한다. ②는 바위를 깎는 대상들이다. 바위에게 닥친 외적 시련이다. ③은 자기 채찍질이다. 내적 단련과 관련이 깊다. ④는 바위가 지향하는 세계다. 거리낌 없음이나, 먼 곳을 지향하는 심리가 드러나 있다. ⑤ 역시 강력하고 의지적인 존재가 되겠다는 의지를 형상화한 것이다. 정답은 ③이다.
2. 두 시적 자아가 대화를 나눈다고 할 때 알맞은 것을 고르는 문제는 전체적으로 시를 감상하고 이것을 이해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그러나 대조라는 것은 두 대상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고라는 것을 전제해 두면 각각의 상황을 대조적으로 해석해 내어서 응용하는 문제는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진달래꽃]의 경우, 이별의 상황이라는 부정적 상황에서 ‘가는 님’을 붙잡지 않고 있다. 이별을 적극적으로 만류하고 있지 않다. [꽃]의 경우, 꽃이 피어날 수 없는 극한 상황이라는 부정적 상황에서 어떻게 하든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진달래꽃]이 소극적이라면, [꽃]은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 극명하게 대조된다. 이런 면을 염두에 두고 문제를 풀어 보자. 정답은 ⑤
3. 청산별곡의 화자는 현실이 너무 괴로워 ‘청산을 택했지만, 현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삶의 고독과 비애를 느끼는 존재이다. 반면 어부사시사의 화자는 세속의 반대항인 자연과 더불어 유유자적 여유를 즐기며 살아가고자 하고 있다. <보기>에서 ‘갑’은 죽을지언정 현실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을’은 현실의 변화에 알맞게 대처하며 유유자적 살아가는 사람으로 볼 수 있으므로 ③이 답이 될 수 있다. 답③
2. 운율
(1)음악성(운율)
1)반복 운율은 반복에서 온다. 음절수가 반복되면 음수율이 되고 음보(발음 등장성으로 끊은 음의 걸음걸이)가 반복되면 음보율이 된다. 특정 위치에서 음운이 반복되면 음위율(두운, 요운, 각운)이 된다. 수미쌍관의 구조도 일종의 음악성과 관련이 있다. 반복의 기본틀에 약간의 변형이 가해진 것이 수미 쌍관이기 때문이다.
(문제1)
<보기 1>을 <보기 2>처럼 고쳐썼을 때, 고쳐 쓰기를 통해 얻은 시적 효과를 가장 적절하게 평한 것은? (1999 수능 기출)
<보기1>
가시는 길 발거름마다
려노흔 그 을
고히나 즈러밟고 가시옵소서.
<보기 2>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① 어휘를 바꾸니 시적 대상이 바뀌었군.
② 피동 표현을 첨가하니 화자가 바뀌었어.
③ 시행의 길이를 줄여서 고독의 의미를 강조했군.
④ 심상을 다양화하여 자연과의 친화를 보여 주었군.
⑤ 시어를 바꾸고 글자 수를 조절해 운율상의 배려를 했군.
(해설)
<보기 1>과 <보기 2>를 비교해 보면 시적 대상, 화자, 그리고 의미상의 변화는 없다. 그러나 <보기 2>에서 글자 수를 7․5조로 조절했고 3음보의 운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답⑤
이것 외에도 각 각 연의 끝 부분에 특정 음운을 반복하거나 의미가 있는 특정 구절을 반복하면서도 음악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데 그 첫째 기능은 무엇보다 통일된 형식미(이 후렴구를 통해 각 연이 같은 시의 제목 밑에 통일된 것이라는 느낌)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이 형식적 아름다움은 반복을 통한 운율의 형성(음악성)과도 통한다. 둘째는 연과 연을 구분하는 기능을 한다.
(문제) ㉠의미가 없이 흥을 돋구기 위해 가미된 조흥구와, ㉣의미 있는 후렴구의 공통적인 기능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2000 수능 기출)
① 시적 화자의 정서를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② 특정 음운을 거듭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얻는다.
③ 시상을 매듭지으며 각 단계의 의미에 긴밀히 대응한다.
④ 반복의 효과를 바탕으로 시 전체가 통일감을 갖도록 한다.
⑤ 연과 연의 관계를 분명히 하여 시상이 자연스럽게 전개 되도록 한다.
(해설)
각 연에 후렴구처럼 반복되는 시어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후렴구는 일반적으로 시 전체의 통일성, 연과 연의 구분, 운율 형성 등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것은 시상 및 내용의 전개 과정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은 악률을 맞추기 위해 사용된 일종의 조흥구, 혹은 여흥구이므로 ①,③과는 관계가 없다. ㉠은 ‘ㄹ, ㅇ’ 음을 연속적으로 사용하여 음악적 효과를 얻고 있지만, ㉣은 반복을 통한 음악적 효과는 있지만 특정 음운을 사용하고 있지는 못하므로 ②는 답이 될 수 없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시상의 자연스러운 전개는 후렴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⑤는 답이 될 수 없다. 답은 ④
2)발음
음악성은 또 발음에서 오는 수도 있다. 얼마전 북한 가수가 불렀다는 ‘휘파람’이라는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어느 시인의 지적처럼 ‘휘파람’이라고 발음하면 실제로 휘파람 소리가 난다. 이런 류의 음악성을 이용하는 것이 발음에서 오는 음악성 효과이다.
/ㄴ, ㄹ, ㅁ, ㅇ/이나 양성 모음이 발음되면 맑고 밝은 느낌을 주고 격음이나 음성 모음이 발음되면 격렬하거나 어두운 느낌을 준다. 특히 발음할 때의 명랑한 느낌을 주는 것을 바탕으로 음악성을 미묘하게 추구해 간 시인으로 김영랑을 들 수 있다. 김영랑은 본명이 김윤식이었는데 자신의 이름을 음악적으로 고친 결과가 김영랑이었다. 그만큼 극단적이라고 여길 정도로 음악성을 추구해 간 시인이었다. 이처럼 음악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해 가는 것은 순수시와 관련이 깊다. 내용의 주지성, 회화성과 관련 없이 시를 통해 음악 그 자체의 리듬을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김영랑에게는 ‘슬픔조차 아름답게 보는’ 유미적일 정도의 미의식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문제)
<보기 1>을 고쳐 쓴 것이 <보기 2>라고 가정할 때, 그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보기 1>
아! 그림다.
내 혼자 마음을 나처럼 아실 분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이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련만
불빛에 연기인 듯 희미한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라 내 혼자의 마음은
<보기 2>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 맑은 옥돌에 불이 달아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① 구체적 현상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② 환상적 분위기를 조성하여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③ 리듬감을 살려 내밀하고 섬세한 정서를 표현하기 위해
④ 문법의 틀을 넘는 다양한 표현 방법이 있음을 보이기 위해
⑤ 시적 진술을 좀더 분명히 하여 의미를 쉽게 전달하기 위해
(해설)
내용상으로 바뀐 것은 없다. 다만 읽어가는 데 발음이 더 부드럽고 세련된다. 발음의 음악성이 존재한다. 이를 통해 김영랑은 좀더 내밀한 정서, 좀더 우아한 정서를 드러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정답은 ④이다.
(2) 음악성(형식)과 내용의 연관
시에서 음악성은 그 내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가령 평시조의 경우, 4음보의 규칙적이고 정제된 형식은 유교 정신이라는 내용을 절제력 있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 평시조의 형식이 조선 후기로 오면서 사설시조로 변하는데 ,민중의, 발랄하고 저항적인 정신을 균제된 형식으로 가두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시대의 가치 내용이 변하자, 시조를 규제했던 형식적인 틀이 깨어지고 그 파격 위에 사설시조가 나온 것이다.
이런 경향은 평시조에서 사설시조로 변하는 장르의 역사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한 작품 속에서도 꾸준히 나타난다. 사설 시조의 중장과 종장의 경우 길게 늘어진 부분은 빠른 음악성(템포)를 가지는데 사설 시조의 내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창 내고자]의 경우 중장의 긴 행은 매우 급박한 리듬으로 읽혀지는데 이것은 답답함을 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시적 자아의 심리적 조급성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현대시의 경우, 형식과 내용은 더욱 기술적으로 이용된다. 시인들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성을 교묘히 조정하고 이용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용을 좀더 효과적으로 시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조지훈의 [승무]에서 가장 긴 행은 빠른 템포라는 음악성을 가지는데 이것은 춤 동작이 급박하다는 내용과 관련을 가진다. 서정주의 [추천사]에서 짧은 행은 느린 템포의 그네 타는 동작과 관련이 깊고, 긴 행의 빠른 템포는 현실을 빨리 벗어나고픈 시적 자아의 조급증과 관련이 깊다.
이렇게 시의 형식과 시의 내용을 관련지어 문학 작품의 작품다운 면을 연구하는 방법을 내적 연구 방법으로서 ‘구조주의’로 부른다는 것은 앞쪽에서 배운 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