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가 무르익고 있는 10월22일, 잠실 벌에 모인 cj4042 멤버들은 약간 흐린 날씨임에도 산우회가 생긴 후 처음, 버스를 타고 설악산 오색약수터를 목적지로 일찍 출발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임으로 차량이 붐빌 줄 알았는 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인지 생각보다는 시간이 적게 걸렸다.
오늘 산행에는 인천의 박광섭, 하동용친구와 통영에 있는 권혁달친구가 함께 해주어 변화하는 산우회 회장단의 위상을 해아릴 수 있었다. 육구회 골프대회 참가하여 불가피하게 불참한 김상환, 안병준 친구, 그리고 건강 상 이유로 불참한 지수씨 2분해서 38명이 함께 출발했고 탑승 중 완주코스, 하프코스, 직접 식당행 해서 3팀으로 나누어 완주코스는 흘림골, 여심폭포, 동성 폭포, 주전골을 거쳐 오색약수에 가고 하프 코스는 주전골에서 출발하여 오색약수에서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나온 친구들도 있고 하여 자기 소개를 하는 데 이기용친구는 이번에 KOICA에서 토목기술자가 필요하다고 하여 응모한 결과 당당히 합격되어 2년 계약으로 11월초에 예비 교육을 받고 에콰도르에 파송되는 데 문학산책 기행 때 파트너가 없는 친구에게 지수씨를 임대할 용의가 있으니 잘 부탁한다고 했고 권혁달 친구의 지수씨는 시키지도 않은 노래 솜씨를 발휘하여 노래 못하는 주변 사람들을 바짝 긴장시키기도 했다. 뒤이어 장총이 에콰도르에서 지낸 경험을 얘기하며 고산지대에 사는 여성들의 성개념이 다소 희박하다는 표현을 하여 이기용 지수씨의 마음을 조리게 했다.
또 국문학자이자 역사에 조예가 깊은 낭산이 관광은 알고 있는 만큼 즐겁다는 말로 시작하여 백두대간과 12지맥이란 용어를 쓰자는 주장과 일제시대 순우리말을 한자 표기로 한 것에 대해 우리말 표기를 되찾자는 얘기를 들었고 남설악이란 지역 명을 쓰게 된 배경 설명도 들었다.
항상 풍부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낭산의 푸근한 마음에 다음 문화기핸도 더욱 기대가 간다. 회장단의 세심한 계획과 준비로 아침도 해결했고 미리 준비해온 우비나 우산을 쓰고 산엘 오르게 되었다. 비가 와서 혹시라도 미끄러질까봐 손대장이 나무뿌리 밟지 말고 돌을 밟으라고 신신 당부를 한 다음에야 모두들 산을 올랐다. 완주코스에 비해 시간이 많았던 하프코스 팀 등은 약속한 식당에서 3시가 다 되도록 기다리느라 다소 지루했을 것 같다. 완주코스가 택한 길 역시도 계단이 잘되어 있어 어려움은 별로 없었으나 인산인해를 이루다 보니 올라가는 사람과 내려가는 사람들이 얽혀 일렬로 줄을 서서 산을 오르는 진풍경을 연출해야 했다.
가리봉엘 올랐다가 내려오는 길엔 몇몇이 줄을 선지도 모르고 지름길로 새치기? 하려다 줄을 선 사람과 호루라기를 불며 안내하던 사람에게 한마디씩을 들어야 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싫은 소리까지 들어야 하는 것에 신경이 쓰였던지 다시 올라가려던 이대규 친구는 경사진 진흙에 미끄러질 뻔 했는 데 박광섭 친구 지수씨의 순발력으로 만신창이가 될 뻔한 위기를 넘겼다.
그런 중에도 해병대 출신 홍학장은 정직하게 줄을 서서 내려왔고 호루라기 불던 사람과 안면이 있는 덕에 여기까지만 끊으라며 통과 시켜준 나를 비롯, 김남식, 이대규 친구는 앞서 줄서있던 우리 팀옆으로 끼어 들었다. 욕 먹은 것도 잠시 주변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변화 무쌍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한 쪽에는 재작년 태풍 매미로 인해 쓰러진 고목이며 허물어져 내린 바위더미들이 있는가 하면 또 한쪽으로는 85도가 넘는 깎아지른 바위 산에 간간히 솟아있는 소나무의 모습들이 산수화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 경치가 2시간 이상을 걷도록 계속되는 데다 알록알록한 단풍 잎과 아직도 싱싱함을 뽐내는 소나무들의 조화로움, 사람을 피하지 않는 다람쥐들의 예쁜 자태, 맑디 맑은 여울의 깨끗함에 역시 설악산은 다르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그리도 많이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많았기에 내리막에서 다치는 불상사없이 모두들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걸리와 더덕, 메밀 전병을 곁들인 점심을 먹고 차에 오르니 그것도 힘이 들었는지 차안은 한참 동안이나 모두가 잠에 취해 있는 듯 했다. 서울에 접어들었어도 차가 막혀 갈 때 보다 1시간 이상이 더 걸리다 보니 잠실벌에서 저녁까지 먹게 되었다. 산에서도 사진찍어 주느라 먼저 올라 자리를 잡던 박광섭, 노재훈친구가 저녁비용도 후원을 하여 오늘의 산행은 그야말로 치밀하게 계획되고 완벽한 산행이었다.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알차게 챙겨준 산우회 전영진 회장, 장기영 총무, 손병욱 산악대장의 노고에 감사한다.
부부동반 : 권혁달, 김태근, 박광섭, 박효섭, 심재규, 이기용, 이권우, 이용해, 이종봉, 장기영, 정상문, 하찬용, 한정환 단독 : 김남식, 노재훈,손병욱, 이기순, 이대규, 전영진, 조능구, 지함청, 하동용, 홍득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