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있다(수정) 이흥근
서울에서 살던 우리는 1950년 이전 김포군 검단면 당하리 신기마을로 이사 왔다. 신기 마을은 전주이씨 집성촌으로 40가구가 살았는데 80%가 종친이다. 이모가 같은 마을에 살았다. 서로 생활 형편을 잘 알았고 정이 두터웠다.
앞산이 있고 야트막한 뒷동산과 인근에 있는 독정마을 경계에 공동묘지가 있고 족저 마을 경계엔 된고개가 있다. 대부분이 초가로 이년에 한 번씩 새로 지붕을 했다. 당하동에 1960년 초에 들어왔다. 당하동 신기 마을에 처음 전기불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은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동네 사람들은 주로 논농사를 지어 가을이 되면 온 동네가 누렇게 황금벌판으로 변했다.
논에는 참게가 서식해 아이들과 개울과 논이 연결되는 곳에 싸리나무로 만든 발을 치고 밤에 게가 잘 보이기 위해 접시와 질그릇 깨진 것을 깔아 놓고 게가 논에서 한밤중에 설설 기어 나오는 참게를 잡았다.
비가 올 때 개울에 그물로 송사리, 붕어, 버들붕어, 물방게, 가제, 미꾸라지를 잡았다. 손으로 붕어를 잡을 때 비늘이 손에 닿는 감촉이 좋다.
동네 사람들과 국수를 넣고 끓여 소주와 같이 먹을 때 맛은 일미다. 인근 개울가에서 아이들과 같이 물놀이 했다.
인근 야산으로 소를 끌고 가서 풀어 놓고 꼴을 베어 지게에 지고 왔다. 풀 벌레가 합창하고 한가로이 소는 풀을 골라 먹는다. 해가 서산으로 지는 풍경은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것 같다. 운이 좋은 날은 개똥참외를 발견하여 따 먹을 때는 기분이 좋다. 개똥 참외 는 사람이 참외를 먹고 풀섭에 변을 보아 생긴 것으로 자연적으로 자라 난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가지고 와서 읽을 때 푸른 하늘을 보면 세상이 다 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음이 풍요롭고 기분이 좋다. 가을 여치와 찌르레기, 방울벌레도 합창 한다.
밤이면 마당에서 마른 쑥으로 모깃불을 피우고 온 식구가 멍석에 둘러앉아 옥수수나 감자를 쪄 먹으며 이야기하는 동안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
밭에서 재배한 채소와 오이를 지게에 지고 인천 시장으로 어머니가 팔러 갔다. 집에서 백석 정류장까지 오리를 가는데 도중에 공동묘지가 있다. 언덕이라 힘이 들었다. 한번은 어머니를 따라 시장에 갔다. 어머니와 늦은 점심을 허름한 시장 골목에서 먹은 우동 맛은 뜨끈한 국물과 포만감이 있었다. 비가 오는 날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칠 때 비석이 비쳤다. 사라지면 귀신이 나오는 것 같아 무서운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가을이면 집 앞에 있는 감과 대추를 따고 앞산에서 밤을 땄다.
시월 하순에 시제를 지냈다. 집안 종친들이 모여 한 해 동안 가꾼 곡식과 과일로 먼저 산에 산신제를 지내고 조상들의 시제를 모시고 조상의 음덕을 기렸다.
학창 시절에 친구 집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밤새도록 놀았다. 속리산으로 수학여행을 갔을 때도 술을 먹고 밤새도록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었다.
젊은 시절에 친구들과 술을 잘 먹었다. 무더운 여름날 막걸리와 맥주를 섞어서 먹고 고추밭에 넘어져 고추밭 주인에게 야단을 맞은 적이 있었다. 직장에 다닐 때 동료들과 술을 먹고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르고 계단이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해본다.
창신초등학교는 일 학년부터 육 학년까지 한 반에서 육년 간을 같이 공부했다. 인천 대공원에서 이야기하는데 6학년 때 수학여행을 서울 덕수궁과 창경원으로 갔다. 친구는 가지 못했다고 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은 어릴 때 부모와 함께 한 추억이 없다고 하여 마음이 아련하다. 그 당시는 변 명이지만, 토요일 일요일에 근무를 한적이 많았다. 시간과 경제적 여유도 없었다. 자녀에게 못한 일들을 손주들에게 해야겠다.
“가야 할 때 가지 않으면, 가고 싶을 때 갈 수 없다.” 2013년 1월 24일에 개봉한 로저도널드손 감독, 안소니홉킨스 주연의 영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에 나오는 대사이다.
1962년 63세의 나이에 1920년식 ‘인디언, 낡은 바이크를 본인이 직접 개조하여, 얼마나 빨리 달리는지 달려보고 싶은 꿈을 실현하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지구 반 바퀴를 돌아 미국 유타주에 있는, 보너빌 스피드웨이라고 불리는 소금 평야에서 열리는 바이크 대회에 참가했다. 주인공은 보너빌 대회에 아홉 번이나 참가하여 세계신기록을 세 번이나 세우고, 68세 때인 1967년에는 47년 된 바이크로 1,000cc 급에서 세계신기록을 달성했다.
추억을 만들 수 있을 때 만들지 않으면, 추억을 생각할 때 추억을 느낄 수 없다.
지금은 개발이 되어 들길에 코스모스가 피었있던 곳에 가로등이 설치되어 있다. 옛 정취가 없어졌지만, 그곳을 지날 때는 가끔 눈이 내린 하얀 벌판을 걸어갔던 지난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추억 속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