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U-17 대표팀의 경기력을 보신 분들이라면 이들이 구사하는 세련된 축구에 매료되셨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팀을 지휘한 사람은 변성환 감독이죠
제가 변성환 감독이나 U-17 대표팀에 주목한 부분은 바로 협회가 그 동안 추구해 온 방향성인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공격 축구에 딱 맞는 철학을 가진 감독과 팀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협회의 유소년 시스템 구축의 방향성이 한 방향으로 정해져 있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바로 월드컵 우승이죠
이를 위해선 그간 수비 축구로 일관했던 한국 축구의 특징인 일명 ‘늪 축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개혁하기 위해선 여러 요소가 필요하죠
첫 번째는 이를 구현해 줄 플레이어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한국 축구 유소년 시스템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글에서도 썼듯 유소년 시스템을 성장시키는데는 많은 돈과 시간이 필요해요 하루 아침에 만들어 질 수 없는 겁니다
또한 마치 벽에 발라 놓은 꿀처럼 매 순간 정지되어 있는 것 같지만 어느새 땅바닥에 흘러 내려와 있는 것처럼 좀처럼 티가 나지 않는 사업이기도 해요
우리나라처럼 모든 것에 ‘빨리 빨리’가 체화된 나라에서는 참 어려운 일이죠
두 번째는 이들을 감독해 줄 지도자입니다
저 역시 현 시점 한국 축구의 가장 큰 문제가 지도자들의 역량 부족이라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구현해 줄 플레이어들은 하나 둘 씩 나오고 있는데 이들을 짜 맞춰 줄 감독들은 잘 보이지 않죠
그럼 대한민국에 그런 능력있는 감독들은 없는가 하면 그건 또 그렇지 않아요
유럽가서 선진 축구 시스템을 배워 온 젊고 유능한 지도자들은 많습니다 또한 요즘엔 미디어의 발달로 얼마든지 훈련 시스템이나 전술 운용 등을 벤치 마킹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들이 코칭할 수 있는 팀들이 압도적으로 적다는데 있습니다
선수로서의 변성환은 그리 스타 플레이어 출신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10년 동안 프로 선수 생활을 했으니 실패한 선수는 당연히 아니죠
이 감독의 선수 커리어를 보면 특이한 부분이 있는데 호주에서 3년 정도의 선수 생활을 하게 됩니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지도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당시 겪었던 호주에서의 3년이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말을 합니다
특별한 전술 운용이 아니라 지도자로서 가져야 할 덕목인 선수와의 소통 방법을 이때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구요
선수를 은퇴한 후 성남 U-12, U-15팀 감독을 거쳐 수석 코치로 성남의 코칭 스탶에 합류했다가 성남이 강등된 후 이듬해인 2018년 축구협회의 전임 지도자로 선임됩니다
축구 협회에 합류한 후에는 전술 관련 리포트를 협회 칼럼란에 기고하기도 했는데 당시 변성환 전임 지도자의 글을 읽으면서 그의 뛰어난 전술 분석 능력에 감탄했던 기억이 나네요
2019년 U-16팀의 감독을 거쳐 2022년 U-17팀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죠
이렇게 짧게나마 변성환 감독의 이력을 소개해 드렸는데 읽어 보시면 아시겠지만 변성환 감독은 유소년 연령대의 지도자 생활을 상당히 오랫동안 한 사람입니다
2015년에 성남 U-12를 맡은 후 지금까지 무려 8년간 유소년 연령대에 있었던 셈입니다
요즘처럼 인기있는 스타 플레이어가 은퇴 후 바로 프로팀 코치에 합류했다가 프로팀 전력 강화 부장이나 올대 코치, 유명 대학팀 감독을 맡는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케이스가 아니라는 뜻이죠
철저하게 밑바닥부터 한국 축구 유스 시스템의 장단점을 겪어 보며 자신 만의 지도 철학을 만들어 온 감독이라는 점입니다
변성환 감독은 본인 스스로도 자신의 롤 모델로 클롭의 헤비메탈 축구를 벤치 마킹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U-17팀의 게겐 프레싱이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란 뜻이죠
또한 공격 방식은 맨시티의 펩의 축구를 많이 닮았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의 라볼피아나 전술이나 인버티드 풀백, 중앙 미드필더들의 하프 스페이스 공략, 좌우 윙어들의 아이솔레이션 등을 통한 유기적인 움직임과 같은 것 말입니다
https://youtu.be/3YCbdAKqx-E
변성환 감독의 인터뷰 또한 마음에 듭니다
그 동안 한국 감독들의 인터뷰를 보면 지극히 평범해요
반면 변성환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항상 자신감에 넘칩니다
이건 자신이 살아 온 과정에 대한 확신과 자신과 함께 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들이죠
최근 이 정도로 자신감있는 인터뷰를 했던 한국 감독이 있었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는 이번 AFC U-17 대회의 가장 큰 수확으로 변성환 감독의 발굴을 뽑고 싶습니다
변성환 감독처럼 묵묵히 유소년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재능있고 젊은 지도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이제는 변성환 감독이 이들의 롤모델로서 올해 겨울에 있을 FIFA U-17 대회에서 사고 한 번 제대로 쳐 주길 기대합니다
첫댓글 2002 부산 AG 대표팀(박항서감독)에서 7번달고 뛴적이 있네요.
물론 주전은 아니었습니다.
맞습니다
당시 멤버가 워낙 화려해서 주전으로 뛰기가 쉽지는 않았죠
예전에 U16-17 김정수 감독님도 상당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 변성환 감독님은 선수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도전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강하게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결과에 상관 없이 우리가 주도하는 능동적인 축구를 월드컵에서도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네 저도 기대됩니다
시드니FC 시절 그랜드파이널(결승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였죠. 오히려 국내에서보다 호주에서 더 유명세 있을수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위 글에 정말 공감합니다. 우리도 작은 선수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런 구슬들도 잘꿰어야 보배죠. 그렇다면 선수경력을 얽메여 볼것이 아닌 공부하고 경력을 쌓은 지도자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이전에도 쓴 적이 있는데 한국 축구 유소년 풀은 일본과 비교해도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https://cafe.daum.net/rocksoccer/ADvs/234579)
다만 한국의 경우 엘리트 축구 선수들만 통계에 넣고 일본의 경우 동아리 수준의 축구부도 모두 통계에 집어 넣기 때문에 생기는 일종의 착시 효과일 뿐이죠
말씀처럼 공부하는 지도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 역시 동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