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맑은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 장소를 찾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국내 아름답고 보기 좋은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 많지만 그중에도 옛날 느낌 가득하고, 따뜻함 물씬 담긴 간이역을 소개합니다. 경적이 시끄럽게 울리던 기차역에서, 지금은 한가로운 쉼터가 된 국내 곳곳 간이역! The-K와 함께 칙칙폭폭 간이역 여행을 떠나볼까요?
■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서울 화랑대역
서울에도 아직 간이역이 존재한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바로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 ‘화랑대역’입니다. 이곳은 원래 태릉역으로 불리다가 나중에 화랑대역으로 바뀌었는데요, 여기에는 재미난 사실이 하나 있답니다. 이곳에 육군사관학교가 들어서면서 사관생도는 곧, 담대한 정신과 기개를 지닌 ‘화랑’과 같다 하여 역명도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네요.
1939년 처음 지어져 2010년까지는, 실제 기차(경춘선)가 지나다녔다고 하니 서울에서는 정말 보기 드문 역이죠. 참! 이곳에 왔다면 지붕을 눈여겨보세요. 보통의 역은 책을 펼쳐서 엎어 놓은 모양인데, 이곳은 비대칭의 삼각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랜 역사와 특이한 지붕 모양으로 2006년에는 등록문화재로 지정, 그 보존 가치가 매우 뛰어난 곳입니다.
철길을 시원하게 달렸던 기차와 이곳을 오갔던 사람들은 이제 없지만, 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옛날의 것에 낯설고도 반가운, 또 그리운 마음이 교차하며 감동을 전합니다.
연인에게는 분위기 있는 데이트를, 가족에게는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는 낭만과 감성 가득한 화랑대역! 지금은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으니 구불구불 철길을 따라 거닐면서 잠시 옛 추억에 빠져 보아도 좋습니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 내려, 4번 출구로 나와 10여 분 정도 걸으면 되니 참고하세요.
■ 1960년대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정선 나전역
옛날 강원도 일대는 탄광 지역으로 유명했답니다. 그중 한 곳이었던 정선에는 ‘나전역’이 있습니다. 1969년 처음 문을 연 나전역은 당시 활발했던 나전광업소의 화물을 운반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다 1989년 광업소가 문을 닫자, 1993년 결국 간이역으로 남게 됩니다. 한때는 많은 물자와 사람이 오갔던 곳에서 현재는 기차가 지나는 역에 불과하지만, 최근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다시금 주목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사용했던 간이의자, 난로, 열차 시간표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아 1960년대 추억 여행을 하기에 제격입니다. 펼쳐진 풍경과 감성을 천천히 눈으로 음미해 보세요. 특히, 역사 밖으로 보이는 마을의 고즈넉함은 눈으로만 담기에도 아까울 정도입니다. 최근에는 300여 가지의 토속음식을 맛볼 수 있는 2017정선토속음식축제가 열리기도 해, 앞으로의 변화가 더욱 기대됩니다.
역사와 자연, 문화가 있는 정선 나전역을 찾아가고 싶다면 정선아리랑열차(A-train)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서울 청량리에서 출발하여 정선의 여러 명소를 하루 동안에 돌아보는 특별테마기차이니, 나전역과 함께 정선의 곳곳을 둘러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권합니다.
■ 아프지만 찬란한, 군산 임피역
군산 여행 코스로 많이 찾는 임피역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전라도에서 생산되는 곡물 대부분이 이곳을 거쳐 군산항으로 이동, 일본으로 반출되었는데요. 이는 임피역이 조선의 물자를 수탈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광복 후에는 지역민들의 통학·통근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삶과 애환이 가득 묻어 있는 임피역에 더 이상 기차는 정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 기차가 다니는 철길이니, 운이 좋다면 이곳을 지나는 기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서양 간이역과 일본 가옥의 건축 양식을 합친 역으로도 유명한데요. 역사적·건축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답니다. 비교적 옛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는 임피역은 역과 그 주변을 새롭게 단장하여 더욱 많은 볼거리가 있습니다.
역 광장에는 거꾸로 가는 시계탑을 세워 놓아, ‘시간여행의 도시’ 군산을 잘 드러내고 있으며 군산이 낳은 작가 채만식의 작품이 조형물로 살아나 재미를 더합니다. 기차 내부를 전시관으로 꾸며 놓은 객차 전시관도 눈길을 끕니다. 근대문화역사의 보고답게 알찬 볼거리가 많은 군산을 여행한다면 다른 명소와 함께 한 번쯤 들러볼 만합니다.
■ 아직도 기차가 멈추는 그곳, 군위 화본역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화본역은 이미 많은 사람 사이에서 소문난 여행지입니다. 주말이면 이곳의 풍경과 운치를 즐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사람으로 붐비는데요. 아담한 화본역과 나란히 있는 화본마을의 그림 같은 풍경이 예술입니다.
특히, 화본역에는 사람들이 꼭 빼놓지 않고 들르는 명물이 있는데요. 바로, 예전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때 기차에 물을 공급하던 급수탑이 남아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또 기차를 활용한 레일카페도 눈길을 끕니다. 움직이지 않는 기차 안에서 마시는 차 한잔으로기차 여행의 낭만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화본역이 특별한 이유 또 하나! 바로, 군위군에서 유일하게 기차가 멈추는 간이역이라는 사실! 이렇게 특별함으로 넘쳐나는 역이지만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돋보인다는 점에서 더욱 사랑받는 곳입니다.
간이역, 다양한 볼거리가 있거나 감탄할 만큼 멋진 풍경은 아닐지 몰라도, 역사 곳곳 남아 있는 분위기와 추억은 특별합니다. 또, 길게 뻗어있는 철길은 마치 우리 삶과 같아 보입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멈춰버린 철길처럼 삶에도 직진이 있다면, 멈춤도 있기 마련. 생각이 많거나 복잡할 때 또는, 일상에 소소한 기쁨을 얻고 싶다면, 국내 곳곳 간이역으로 여행을 떠나 보세요! *사진 : 정선군청, 군산시청 협조
첫댓글 첫문장부터 신뢰가 팍 무너진다는... 연일 미세먼지 가득한 요즘인디...
물론 간이역들은 아무 잘못 없지만요.
5월초보다는 좀 나아졌다는...앞으로의 우리나라가 걱정이예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