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냈나? 참으로 오래간만에 편지를 쓰게 되네 그려. 그 동안 소식을 전하지 못한것은 생활이 바쁘다는 핑게보다는 게으름 탓으로 돌려야 할꺼야..미안하네 그려...
요즘 나는 병원 실습을 나가고 있네. 한의대6년 생활 중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지. 광주 전주 익산 군산에 있는 학교 병원을 1달씩 순환 실습을 하게 되지. 말이 실습이지 하루 종일 서 있으면서 교수 직원 환자 눈치보다 오는 거지 뭐.. 실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수준이 낮아서 글로 적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이네.
방학내내 놀다가 새벽에 일어나 병원에 나가려고 하니 생활이 적응이 안되는 편이지. 나 뿐만 아니라 옆에 있는 동기들도 스쿨버스안에서 졸음에 힘겨워하는 편이라면 대충 상황은 알 수 있지 않겠나. 숨이 콱 막히는 넥타이에 쳐츠를 입고 양복 까운에 제법 그럴 싸 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별거 없는데 말일쎄 그려.
학교생활은 대강 그렇다네. 예전부터 내가 늘 상 얘기해 왔던 한의대생으로서의 생활은 굳이 말 한 해도 알고 있을 터인데 말일쎄...
졸업반이다보니 앞으로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나에게 있어 가장 큰 화두로 다가 오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예과 시절 졸업한 한의사 선배들 보면서 한의대를 그만 두고 싶었던 적도 적지 않았는데, 결국 하는 수 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네. 별 수 없지 않았겠는가. 나 역시 말일세...
남들은 '~사'라는 부류에 속하다며 위세와 재력을 내세울 수 있는 자리를 그저 지키기만 하면 될 뿐이지 뭘 그리 고민하냐는 얘기를 나에게 던지는데...과연 내가 하는 고민이 누구 말대로 가진 놈의 푸념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일까...
난 누구보다도 학교 생활은 열심히 했다고 자부하네. 제법 그럴싸하게 좌파라는 구호를 외치는 사회과학 동아리를 일구어냈고 남들보다 앞서 목소리를 내겠다며 학생회장이라는 직함도 목에 걸치기도 했네...물론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네...학점도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은 자네가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나...암튼 그렇네 그려...
어제는 친구B와 전화통화를 했었지. 그 동안 잘지냈냐는 통상적인 인사가 어제는 왜 그리도 부담스러웠는지 모르겠네. 몇 달만에 B의 목소리를 들었는데 전화를 끊고서는 즐거웠다는 느낌보다는 앞으로 그 친구와 더 멀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은 건은 왜 인지...그 친구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전화를 끊고 나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 그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다네...내 마음을 조심스레 펼쳐보인 글을 써 보냈지만 그래도 허전함과 왠지 모를 답답한 마음이 남네 그려...이십대 중반을 넘어서 후반으로 가는 지금에서 더 많은 사람을 사귀고 더 많은 사람들과 삶을 함께 영위할 수 있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인간관계가 좁아져가는 듯한 느낌이 느는 것은 비단 나뿐일까...
이래 저래 푸념만 들어놓네 그려...고민이 존재한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니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닐쎄...
주말엔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기차를 탈 기회가 생겼다네..기차안 창너머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내 자신의 모습을 다시금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겠지.
첫댓글 이런 글은 그냥 본인메일로 보내는게 낫지않나? 어차피 남들 모르는 이니셜로 할꺼면.. 난 이종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