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5월 7일) 오후 5시 경 국회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의 연금개혁 합의 결렬 선언은 정말 비열한 행태이다. 주 의원은 국힘의 유경준 의원은 소득대체율 43%를 주장했고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45%를 주장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협상결렬선언을 하고는 연금특위도 활동을 종료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버렸다. 다선 의원이면서 자당 의원들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국힘과 정부는 공론화 과정에서 의제숙의단에서부터 보험료 15%안이 의제로 채택되지 않았다면서 온갖 딴지를 걸었고 공론화 결과가 나온 후에도 보험료 15%가 의제에 올라가지 않았다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 공론화에 참여한 시민대표단의 소득대체율 50%, 보험료 13%안은 개악이라면서 악악댔다.
그런데 실제로 공론화 종료 후 국회특위의 논의과정에서 보험료 15%안이 논의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즉, 소득대체율을을 50%로 하는 대신 보험료를 15%까지 올리는 안이 제안된 것으로 안다. 이것은 소득대체율에서는 소득보장론 측의 안을 수용하되 보험료에서는 재정안정론 측의 안을 수용한 것이다. 게다가 저들은 의제숙의단에서부터 보험료 15%가 의제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불평불만을 있는대로 쏟아놓고 있던 터였다. 그런 상황이라면 기왕에 공론화 결과 소득대체율 50%와 보험료 13%가 우세하게 지지를 받은 터이니 소득대체율 50%에 보험료 15%가 제안됐다면 그걸 받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막상 자기들이 그렇게도 의제에 들어갔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보험료 15%안이 나오자 그건 기업의 부담과 자영자의 부담이 염려되어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이게 말인가 *인가? 자기들은 입만 열면 보험료 15%는 되어야 하고 그것도 원래는 18%인데 현실을 고려하여 15%라고 주장했으면서 막상 15%안이 자기들 눈앞에 제안되자 기업과 자영자 부담 운운하면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저들이 보험료 15% 주장한 것은 실제로는 그렇게 올릴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 국민들 협박용으로 거론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들은 국민연금은 가입자들의 근로소득에 부과하는 보험료로만 재원을 충당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한치도 벗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그렇게 가입자들의 근로소득에만 부과하여 걷는 보험료 수입과 연금지출을 비교하여 적자니 부채니 하는 말들을 만들어내고 나아가 기금소진이니 기금고갈이니 하는 말들을 만들어내어 국민들을 협박해왔던 것이다.
이건 조선 후기 신분질서가 문란해지면서 양반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양반에게서 세금을 걷도록 사회질서를 새롭게 짤 생각은 않고 농민들에게만 세금을 계속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농민들이 세금을 더 올려 내지 않는 것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게 되는 것이며 조금 여유있는 농민과 그렇지 못한 농민을 갈라치기하여 마치 조금 여유있는 농민이 그렇지 못한 농민을 등쳐먹는 것 마냥 프레임을 짜 신분질서가 근본문제인 것을 못 보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인구구조 변화로 가입자들의 근로소득에서 걷는 보험료만으로는 연금을 유지하기 어려운 단계로 서서히 들어가고 있다. 보험료 수입으로만 연금재정을 충당하려는 것은 지속가능성이 없다. 마치 조선 후기에 농민에게서만 세금을 걷는 것이 지속가능성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 외에 그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재원마련방안을 마련하게끔 제도를 서서히 바꾸어나가야 한다. 공적연금을 둘러싼 제도적 질서를 변화시켜가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재정만을 너무 앞세워 2007년에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너무나 급격히 깎았다(여기에는 보수언론과 재정론자들의 책임도 크지만 유시민의 책임도 크다). 앞으로 2040-50년대에 인구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될 때를 대비하여 소득대체율을 올려 그 시기에 노인빈곤을 상당 정도로 하락시켜 놓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고령사회를 버텨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뜨리면서 보험료는 말로만 15%를 외치고 실제로는 15%안이 나오자 기업과 자영자 부담 운운하면서 꽁무니를 빼는 국힘당과 재정론자들은 기실은 국민연금 약화론자들이다. 국민연금이 노후보장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개인적인 대비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 대가는 빈곤이요 개인적인 지출이며 노후불안이다. 그리고 노후불안은 민간상업자본의 좋은 먹이감이 될 것이다.
재정론자들은 연금개혁 한다면서 자기들의 안대로 하면 연금액이 얼마가 될 것인지를 단 한 차례도 계산을 하지 않았다. 연금행동에서 작년에 대안보고서를 내면서 저들이 계산한 게 있나 찾아봤지만 못 찾았다. 이번에 연금개혁 공론화 하면서도 찾아봤지만 못 찾았다. 참으로 후안무치한 자들이다. 그러면서 저들은 퇴직연금으로 다층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21년 기준으로 퇴직연금을 연금형태로 받는 수급자는 9천명이다. 내가 수자를 잘못 쓴게 아니다. 9,000명이다. 지금은 1만명 정도 될거다. 내년에 65세 이상 인구가 1천만명이 넘는다. 그런데 퇴직연금 수급자는 1만명이다. 수급률이 0.1%다. 참으로 많다. 이런 걸 두고서 다층체계라니 참으로 낯짝이 두꺼워도 그렇게 두꺼울 수가 없다. 국민연금이 강제가입방식으로 올해 36년째 운영하여 이제 수급률이 50%를 넘었다. 퇴직연금은 강제가입도 아닌데 2005년부터 시작하여 이제 도입 20년에 가까와지는 상황에서 수급률이 0.1%인데 이런 제도를 다층체계의 한 축으로 믿고서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로 내리자는 말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정말 머리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겠다.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국민연금의 급여수준을 정상화하고 그에 맞춰서 장기적으로 퇴직연금을 정비하자고 해야 하지 않을까. 조선 후기 농민들에게 세금을 가혹하게 매기던 인간들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