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자세대는 아니지만 (실제로는 한자가 혼용된 교과서로 초등학교
시절에 교육을 받았었고, 중학교에
입학하던 해에 한자 의무교육이 폐지되었으니까 한자세대가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에는 다소 애매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글세대라고 지칭하는 것도 또한 애매하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밖에 다니지만
못했지만 한문실력이 출충하셨던 선친의 영향을 받은 탓인지 한자 및 한문에 제법 지식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고교시절에는 당시의 한문선생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한자실력의
소유자로서 한자도사, 훈장 등의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렇기에, 정년퇴직 후 한동안 백수생활을 할 때 소일거리로 모 문화연구소가
수주받은 한자로 가득 찬
60년대 일간지의 한글화 작업에 참여해서 약간의 용돈을 번적이 있었는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해당 연구소
에서 또 다시 연락이 왔다.
새로 수주 받은 프로젝트는 6.25 한국전쟁 당시 전투에 참가한 각
부대에서 작성한 전투보고서의 한글화
작업인데 모두 수기로 작성한 것으로 달필이기는 하지만 초서 같은 흘림체가 많은데다가 생소한 지명도
많고 보존상태
또한 좋지 않아 판독자체가 60년대 신문 활자체의 판독과는 그 난이도의 차이가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들이 샘플로 보낸 몇 페이지를 거의 완벽하게 한글화해서 보냈더니, 나의
실력을 인정하여 작업 단가를
일반 참여자 보다 30%를 더 올려 주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접 타이핑해야
하고 희미한 글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려니 눈의 피로도가 가중되는 것을 고려하면 헐값인 기분이다.
해당 전투 보고서의 한글화 작업에 참여하면서 놀랍게 느끼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그 하나는, 6.25와 같은 치열한 포격전을 주고 받은 실제 전투상황에서
그토록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는 점
그리고 다른 하나, 아무리 한자혼용이 당연했던 1950년에 작성한 것이라고 하지만, 당시의 문맹률, 취학률
등을 고려할 때, 지명과 같은 고유명사조차도 정확한 한자를
구사할 수 있는, 상당한 고학력의 지식인으로
추정되는 기록요원이 일선 전투 사단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참고로, 나에게 할당되었던 것 중에 비교적 상태가 양호하고 필체가 유려한 1950년 9월4일의 영천, 신령지구
전투 보고서의 일부를 게시해 본다.
매우 흥미로운 내용인데, 이 곳 카페의 50대 회원들에게는
아마도 한글 이외에는 암호처럼 느껴질 것이고,
60대 초반 이상의 회원 분들은 독해에 도전할 수 있을 듯하다.
첫댓글 이건 학회에선 안 나온거잖아요?
근데 이렇게 올려도 되는건가요?
무슨 의도로 말씀하셨는지 짐작이 갑니다만.
해당 문건은 60년이 훨씬 경과한 문서로서 기밀보안이 이미 해제되었기에
일반 민간단체에게 한글화 용역을 준 것이 아닐까요?
@이젠백 아! 네 잘알겠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한자에 관심이 많으신듯 합니다.
아래의 하처거님의 댓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9월4일 - 적은 화산 조림산을 경유 기 주력을 영천에 지향시키고 있음.
덕동에는 적 전차 13대가 있으며 이에서 발사한 포탄은 아 사단 OP 신령에 간혹 낙하하고 있음.
영천 북방 10킬로 지점에도 적 약 1.200명이 집결하고 있으며 의성 방면에는 적 전차 4대가 출현하였다.
사단은 신령 북방에서 남하하는 적을 저지 섬멸하였으며 전차와 적의 중장비를 대부분 파괴함.
연대는 덕동을 공격하여 전차 8대를 전부 파괴하였으며 다음과 같은 전과를 얻었음.
전과 전차8대 장총3 단총14 칼빙3 경기4 기관단총6 소총탄10.000 여발 공병대는 지뢰매설로서 여대한 전과를 얻었다.
전과 전차파괴3 전차포탄3 LMG1 무전기1 ..
하처거님, 저와 함께 알바 하실래요?
다만, 눈이 피로가 누적된 심야시간에 댓글을 작성하신 탓인지 몇군데의 오독과 누락이 엿보이네요.
천려일실 (千慮一失 )인듯 싶습니다 ^^
여대한 전과 --> 여좌 (如左) 한 전과 …
LMG 1 무전기 1 --> LMG 2 동총열(同銃列 ) 2 무전기 1 …
기관단총 6, 소총탄 10,000여발 -->기관단총 6, 82mm 박격포 8, 소총실탄 10,000여발
참고로, 덕동(德洞) 이란 지명이 두번 나오는데, 그 앞의 글자는 저도 도무지 판독이 불가하여
최종 결과물 제출 때 “? “ 부호로 대체하였습니다 ^^.
오늘이 6.25 전쟁과 관련이 깊은 현충일 휴일인데 뜻있는 휴일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허연건 종이고 꺼먼건 글씨라~~~~~~~~ 아고 눈아퍼라~ 대단들 하십니다
초로의 나이가 되면,
늦었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한자와 서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하신 분들이시네요. ^^
위의 하처거 님도 그렇고 ..
이젠백 님은 영어에도 능통 하시더니
한문도 수준급이신가 봅니다. ~
솔숲님,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글로써 인사를 나누네요. 잘 지내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지난 5월, 인사동 모임의 뒷풀이 시간 때 들었던 "무인도" 를 가까운 시일내에 또 다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한문 많이 아는분 참 부러워요~
한자공부하고싶어 일일학습지한자도 주문해본적 있는데
하이고 나이들어 할라니까 영 안되드라구요.
그나저나 이젠백님 한문알바 짤리는거 아니셔요? ㅋㅋㅋ...
저는 한자에 대한 나름의 소신이 있기에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초등학교에서 기초한자 2,000자 정도 가르치고 익히는 것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어느 대학생이 에어컨 실외기(室外器)를 "시레기" 로 적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가 막혔던 기억이 납니다.
동대문구청에서 호적정리를 한글전산화로 교체하는 작업 알바할때 생각이납니다.
6개월정도 했는데 원적 본적이 이북 일본 중국~~처음보는동네 처음보는 한문은 머리에
쥐났었습니다.
영어에 한문까지 이젠백세 시대입니다
과찬의 말씀이시고 ...
난타 취미를 가지신 님이 부럽기만 합니다. 저는 그런 방면에는 영 "젬병"이라서 ...
가까운 시일내에 또 다시 뵙기를 기대합니다 ^^
@러블리 맥주 인줄 알았는데,
지난번 인사동에서 이젠백세 인생이라
하더라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실로 오래간만에 "삶방"에 글을 올리니 반가운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되네요.
다음의 "일일 총무" 직은 언제 맡으시려나요?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예전 젊은 엄마시절엔
한문 3천자 사다놓고
획을 공부했어요
그때는 은행가서도 액수를
한문으로 많이 쓰던 때라 공부했어요
다 독파했는데 ..
획 세는 것은 조금알고
지금은 다 잊었습니다 ㅎㅎ
그러고 보니
당시, 은행에 가서 돈을 찾을 때 예금청구서에 인출 희망금액을 아라비아 숫자로 적고,
동시에 한자표기 숫자를 병기했었는데 특히 “貳”자를 쓸 때 “삐침” 획을
습관적으로 첨가하며 자주 틀리게 적었던 기억이 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안녕하세요...
사실은 저도 처음에는 단순히 용돈이라도 벌어 볼까 하는 알바의 개념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그 내용을 접하고 보니,
6.25 한국전쟁의 사료를 정리하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나름의 자부심 같은 것을 느끼게 되더군요.
참으로
알 수 없군요.
전시 상황에서
시간도 급박할텐데
왜
한글로 쓰지 않았을까?
하긴
저 어렸을 때에는
간판도 한자로 씌여져 있어서
찾아가기도 힘들었다고 하대요.
저도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일선 전투부대에서는 무전기등을 통한 전언 통신문으로 육성보고한 것을 상급부대에서 한글로 받아쓰고
사단본부급에서는 전문 기록요원이 당시의 관습대로 한자를 혼용한 필사본으로 재정리 한 것이 아닐까 추정해 봅니다.
어릴적~
졸린눈 비비며 벽을보면서 한일 두이 석삼 넉사 다섯오~ 서당에서 천자문 배우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지금은 절반은 잊어버려서 아쉬워요~^^
저는 서당 학습을 받은 적은 없지만 나름 독학으로 거의 5천자 가까이 익히기는 했지만
성인이 된후 한자를 사용할 일이 별로 없어서인지 지금은 상당수의 한자가 가물가물한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
"인색하다" 의 "인색" (吝嗇) 을 대충 지레 짐작으로 "탄장" 으로 읽어 망신당할 뻔 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일을 하십니다.
언제인가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전사(戰史) 자료입니다.
알바라 생각하지 마시고 역사의 기록을 정리한다는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잘 마무리하셨으면 합니다.
그 기록물은 대한민국 육본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건강하세요.
*
덕동(德洞) 지명 위의 글자는 - 궤(潰) -자로 보입니다. `무너지다, 빼앗기다`라는 뜻인데..
적에게 빼앗긴.. 그러니까 적이 점령하고 있는 덕동이라는 뜻이 아닌가 합니다.
지금 다시 한번 보니 "潰" 자가 맞는 것 같습니다.
저는 수준으로는 판독 불가여서 "?" 로 대체하여 결과물을 송부했습니다만, 전문가에 의한 최종 검수과정에서는 걸러졌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처거님은 "안광지배철" (眼光紙背撤) 의 안목을 가지고 계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