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클기사]가요/친근감이 카리스마를 이긴 한해
가요 2000년 가요계는 앨범 판매량이 곧 인기이듯이 인기는 친근감의
실체였던 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수로 성공하려면 노래도 잘 불러야
겠지만 잘 생겨야 하고,연기도 잘 해야 하고 말도 잘 해야한다. 여기
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머감각.요즘엔 일반인이나 가수 헐것 없이 유
머감각이 갖추어야 할 필수요소다.
무대 위에서 강렬한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유승준에 열광하
던 팬들이 주말에 TV를 켜면 연예 오락 프로그램에서 재치 있게 게
임을 이겨나가는 모습에 한 번 더 반하게 되고 그런 유승준의 노래
를 듣기 위해 CD를 사는 시너지 효과가 생기게 된다.
자연스러움과 카리스마의 적절한 공존이 가져온 성공적인 결과,또한
팬층이 남녀노소로 가장 폭 넓은 국민가수 god는 재민이라는 아기와
의 생활이 그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부를 가져다 주었고,개그맨을 웃
기는 가수로 유명한 컨츄리꼬꼬 역시 흐름에 맞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노래를 잘 하는 가수라는 사실,일반일들과는 다
른 가수가 자신들의 본업 외에 다른 분야에서 빛을 발할 때 대중은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들의 가창력과 노래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
이다.
2000년 가요계는 뭐니뭐니해도 여전히 발라드와 댄스의 양대 산맥이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편견없는 다양한 장르와 개성 있는 음
악이 공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이특징이다. 대중들은 서
태지의 '울트라매니아'에 헤드뱅을 하고 자우림이나 DJ DOC등 거침
없는 음악적 자유를 표현하는 록이나 랩, 힙합에 열광할 뿐만 아니
라 70년대 유명했던 양희은,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포크 뮤직에도
다시금 박수를 보내는 음악적 공감대가 형셩됐다.
또 가요계의 히트곡 중반을 넘는 이정현,김현정,백지영,베이비복스,
박지윤,핑클,엄정화 등 여성 솔로나 여성만으로 구성된 팀과 샤프,
자우림 등 혼성그룹 내에서도 여성들이 메인 보컬의 위치를 차지하
면서 가요계에서 여성 파워가 커졌다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신인의 부족현상 가운데 솔로보다는 그룹의 활동이 두드러졌으며,라
이브 실력을갖춘 박효신이나 박화요비 같은 신인가수들의 등장이 반
가운 한 해였다. 가요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이 이슈가 되었던
서태지 컴백,그의 영향력은 우리나라 경제 시장이 들썩일 정도로 그
가 움직이는 자본 규모가 컸다.
연말 가요대상을 휩쓴 조성모 역시 막대한 제작비투자로 유명하다. 그
는 가요계에 영화 못지않은 뮤직 비디오에 제작붐을 일으킨 주인공이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HOT와유승준,god,엄정화,핑클,이정현,
박지윤 등의 화려한 컴백 역시 변신이라는 이름하에 국내 최고 톱스타
답게 자신들의 이미지 메이킹과 팬 서비스 차원에서 제작비를 아끼지
않기로 유명하다.
음반시장을 울고 웃게 한 인터넷 또 하나, 가요시장을 위축시킨 반면
그 어마어마한 파장효과라는 장단점을 가진 인터넷의 발달 역시 두드
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이젠 가요 프로만을 고집해선 홍보력을 기대
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앨범이 발매되는 날만 손꼽아기
다리다가 레코드 가게에 직접가서 돈을 주고 앨범을 사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마우스 클릭 한 번이면 앨범이 내 손에 직접 배달되
거나 발매되자마자 MP3파일로 만들어져 누구나 다운로드해서 들을 수
있는 대중의,대중에 의한,대중을 위한 가요시장이 되었다. 인터넷 대
중화가 냉정한 평가를 가져와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앨범의 성
공과 실패의 여부가 가려지게 돼 히트곡의 수명이 좀 더 짧아진 것도
올해 가요계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여러모로 가요계를 생각해 보건대 이제는 더 이상 어떤 음악 장르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부르는 노래인지 누가 유행시킨 음악인지가 더
중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가요계에서 살아 남으려면 돈이 아주 많든
가 아니면 처절하게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니 더이상 할 말이
없다. <글 /최수진 MusicOK가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