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잿빛으로 물든 우중충한 날씨에 기분마저 우울해 글로써나마 마음을 달래고 싶어,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차치하고, 쫄깃한 "긴장감과 흥미와 재미를 목적"으로 유머방에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올려 봤다...~~
운동 모임에서 우연히 만난 그녀.
운동 후 다 같이 뒤풀이 때 2차로 노래방에 들렀는데, 그녀와 가볍게 장난스런 불루스를 추게 됐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선수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자와 블루스 출 때, 그녀가 유부녀인지, 싱글인지 구별이 가능하다는 말이 떠올라, 그 선수가 구체적으로
했던 표현을 떠올리며, 지금 이 여인이 싱글인지, 유부녀인지 섬세한 감각으로 느껴봤다.
초짜 아마추어 타입인 나도 그 순간 그녀가 싱글인 걸 어렵지 않게 알게 됐다.
모임에서 유일하게 싱글인 그녀와 난 자연스럽게 친분을 쌓아가며, 서로 정서적으로 소통이 잘 이뤄질 무렵.
네 번째 만남 때, 그녀가 요즘 일 때문에 스트레스 쌓이고 답답해 탁 트인 "여름바다를 보고 싶다"는 제안에
우린 강릉으로 1박 여행을 떠나게 됐다.
"선수는 고속도로를 타지 않는다"는 그 선수의 말이 떠올라, 우린 고속도로를 피해 여행의 참 맛인 국도로
내달렸다.
눈이 시리도록 운치 넘치는 강원도 여름을 지날 땐 그녀도 나도 자연이 그린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에 그냥
뻑이 갔다.
4시간 만에 도착한 강릉 경포대 해변...먼저 호텔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좀 무리해서 특급호텔을 잡았는데, 역시 돈이 좋긴 좋구나 싶었다.
객실 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파란 동해 바다, 깔끔한 침구며 바닥재, 고급스런 벽지, 화장실 등 기분까지
맑게 느껴진다.
저녁 시간이라 우린 가벼운 차림으로 근처 횟집으로 향했다.
자연산 싱싱한 모듬회에 쇠주 한 잔씩 주거니 받거니 나누는데...
캬...점점 더 끌림이 느껴지는 그녀와 단둘이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동해를 바라보며, 달달한 바다 내음에
감칠맛 나는 회를 안주 삼아 들이키는 쇠주 한 잔.
더는 바랄 게 없는 최고의 분위기였다.
그래서인지 1시간 만에 둘이서 맥주 두 병에 쇠주 3병 반 비웠다.
오늘 밤 첫 거사를 치르려면 알콜을 좀 자제해야 하는데...순간 걱정이 좀 됐지만, 에라 모르겠다는
기분으로 몇 잔을 더 마시고 2차로 입가심 할 겸 근처 맥줏집으로 향했다.
맥줏집 야외 테라스에 앉아 잔을 들고 밤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그녀의 옆 모습이 무척 섹쉬하게 보인다.
첫 만남부터 "화려한 복장"에 "화장이 좀 찐한" 것 말고는 뭐 그리 흠잡을 데 없는 외모라 멀리 오징어 배의
환한 불빛보다 더 화사하게 보인다.
시간은 벌써 10시를 넘기고 있었는데 그녀를 먼저 객실로 올려보내고 술도 좀 깰 겸 백사장 밴치에 앉아
담배를 꺼내 물었다.
곧 그녀와의 첫 합방이 이뤄진다는 생각만으로도 벌써 몸이 막 뜨거워지는 걸 감지하며 호텔로 들어서는데...
막 호텔 정문을 나오는 "두 남자"가 날 부르는 게 아닌가.
거래처 박사장 일행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와이프랑 넷이서 골프투어 왔다가 부인들은 먼저 객실로 보내고 남자들만 간단히 한잔 하러
가는 중이란다.
중요한 거래처라 동석할 것을 거절하기 어려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나 혼자 술자리에
끼게 됐다.
끈적한 분위기의 노래방에서 도우미를 끼고 마신 폭탄주만 10잔을 더 마신 것 같다.
쇠주 두 병에 맥주 4병, 폭탄주 10여 잔...주량보다 세 배 이상 마셨더니, 정신은 혼미해져 간다.
그 후...박사장이 부축했던 것 같고, 비틀거리며 객실로 가는 중에 몇 번 꼬꾸라지면서 객실로 들어온 것
같다.
그리곤 곧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들었나 보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심한 갈증에 물을 마시려고 눈을 떴는데, 사방이 캄캄하다.
손으로 더듬으며 조명 버튼을 겨우 찾아 아무거나 눌렀는데 "아주 희미한 등"이 켜진다.
냉장고를 열고 생수병을 꺼내 원샷으로 나발을 불었다.
아...이제 좀 정신이 살짝 돌아온 기분이다.
어 그런데...바닥에 대충 벗어 팽개친 내 옷 옆으로 스타킹이며 치마와 브래지어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술이 떡이 돼 들어와 그녀가 기대했던 행사를 치르려고, 그녀를 안으려 옷을 벗긴 것도 같고...
몇 번이나 첫 합방을 시도하다 과도한 알콜로 인해 무기가 작동이 안 돼 결국 포기하고 곯아떨어진
것도 같고...
아...순간 그녀에게 너무 쪽팔리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리고는 과음한 탓으로 코까지 골며 잠에 빠진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에 잠시 몸을 뒤척이며 잠에 빠진 상태로 "얼굴을 내 쪽으로 돌리는데"....
희미한 불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을 본 순간....
허걱..!!
순간 놀라 뒤로 자빠질뻔했다.
"전혀 모르는 여자"가 그것도 팬티만 걸치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그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미 낀 얼굴에 이불 사이로 살짝 비친 처진 똥배의 낯선 여자가 자고 있는 게
아닌가.
순간, 술이 떡이 돼 객실을 잘못 찾아 들어온 걸 감지했다.
너무 당황스러워 재빨리 바지와 런닝만 대충 끼어 입고 셔츠와 양말은 품에 안고 슬금슬금 기다시피 방을
빠져나왔다.
흥건히 젖은 땀을 닦을 새도 없이 복도로 나온 뒤 잠시 정신을 차리고 객실 호수를 확인했다.
어...분명 1009호가 맞는데.
바지 주머니에 있던 카드키 케이스에도 분명 1009호로 적혀 있는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혹시, 저 안에 똥배 나온 여자가 술이 만취해 우리 객실로 잘못 들어온 건가.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
혼자만 내버려 뒀다고 화가 나서 먼저 가버린 걸까.
반팔 런닝 차림에 양말도 안 신은 맨발로 바지 쟈크까지 안 채운 채 호텔 복도에 엉거주춤 서성이는 내
모습에 누가 보면, 완전 변태같이 볼 것이란 생각에 서둘러 양말을 신고, 셔츠를 껴입는데...
그때였다.
1009호 객실 문이 살짝 열림과 동시에 똥배 여자가 빼꼼히 머리를 내밀며 날 쳐다보는 게 아닌가.
그때 객실 번호가 적힌 카드키 케이스를 내보이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데...
문을 연 그 여자가 눈을 비비며...
"저기..J씨 거기서 뭐 해요?"
헐...대박.!!
잠에서 덜 깬 표정으로 뭔 일이야...라는듯 밝은 복도 불빛에 비친 여자는 바로 그녀였다.
짙은 초승달형 눈썹에 뽀얀 얼굴, 상꺼풀 있는 큰 눈과 살아 있던 바디라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주 희미한 눈썹, 기미 낀 얼굴, 작은 눈...동네마트에서 쉽게 보는 펑퍼짐한 아줌마 모습이었다.
아...몇 번의 만남에 매번 진한 화장으로 분장한 그녀를 보다가 지금 민낯을 본 순간,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혼란스러웠던 지금의 상황이 정리됐다는 안도감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시 객실로 들어가 생수 한 병을 더 나발 불며 바닥에 널브러진 옷가지를 정리하는 그녀를 흘깃 쳐다
봤는데 그녀의 바디라인을 살린 건 보정속옷이란 걸 알게 됐다....^^
글 읽어 주신 여러분들의 튼실한 그 님과 "멋진 동해안 여름 휴가를 기대하며"....~~
첫댓글 여자들은 그나마 화장발, 분장발, 변장발이라는 말이 어울리듯이, 남자들이 당황할만도 하네요.
저도 25살 처음으로 친구넷과 알프스스키장을 갔었다가 아쉬운 밤 잠들기 싫어 친구랑 단둘이
숙소 근처를 배회하며 밤을 새고 아침이 될무렵 들어왔는데 그때 저도 기절할뻔..
다른 숙소 들어왔는줄 알고 보니 모두 눈이 부시시 막 일어나는 순간의 얼굴이란???
그래도 여자는 마음이 가장 예쁘고 배려심 많고 따뜻할때 빛이 난답니다. 넘 재밌게 웃으며 잘봤어요..
빛바랜 추억의 진부령 알프스 스키장을 아시는 걸 보니...
저와 같은 세대인 것 같아 무척 반갑습니다...ㅎㅎ
데이지 님은 글에서도 은근히 빛이 나는 걸 보면, 마음이 곱고, 배려심 많고
따뜻함을 지닌 느낌이 드는군요...ㅋㅋ
@세븐힐스 이쁘게 봐줘 고맙습니다. 그냥 나이먹어갈수록 글과 생활과 행동.
모두 일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늘 반성하고 노력해가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은데,
한없이 배워가는 성품으로의 완성도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감성데이지 저 역시 부족함을 자주 느껴, 항상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데...
배움은 "이만하면 됐다 싶은 목적지"가 정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님 표현처럼, 완성도는 끝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데이지 님은...은근히 배움을 바라보는 시선에 깊이가 느껴집니당...ㅎㅎ
@세븐힐스 별말씀을요~~!
언행일치는 많이 실천해 가는중인데 역지사지 는
아직도 계속계속 깨우치고 행동으로 더 노력해가야 할 것 같아요
넘 재밌게 소설을 보듯 하다가 나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멋진 글솜씨 상대를 충분히 끄덕이게 하네요~
@감성데이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글이 곱다, 제법 실력이 있다...는 말은 가끔 듣는 편인데..
외모는 그에 "전혀 못 따라가니", 마음이 씁슬합니다...ㅎㅎ
남자 외모 별로 안 보는 여인이 나타났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희망으로 묵묵히 지내고 있습니당...ㅎㅎ
탄력없는 다리를 우연히 보게 되지만 모두 그럴 나이라는것을 잊고 살아왔지요
매일 나이들어가는 모습을 보는것과 아주 오래동안 안보다가 슬쩍 보는것은
차이가 있겠지만 육체보다는 마음이 완숙되어 따뜻함과
이런저런 노하우가 모든걸 덮을수 있겠지요
그래서 매력에 의지해서
남은 여생을 누려야 합니다
마음의 완숙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와 나이듦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이 돋보이는 댓글에 한 수 배웁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사실일까? 아닐까?
헷갈리고 서 있지만~
분장을 하던 화장을 하던~
보정속옷을 입었던~
보일것 같은데요~
ㅎㅎ
저는
남자를 볼때
엉덩이를 쳐다보게
됩니다~
튼실한 뒷태는
건강미의 상징이죠~
사람은 그저
건강하면 예쁘고 멋집니다~
얼굴에 자신 없으면
화장을 하지말고
몸매에 자신 없으면
멋을 부리지 말고
있는대로 껴입고
다니는것이
상대를 꿈 깨 게
할것 같습니다 만~~~
ㅎ
글 내용이 일부 뭇 여인이 보시고, 마음 상하고 까칠하게 반응할까 봐...
유머방으로 도망쳐 올려 봤습니다...ㅎㅎ
유머방에 올리니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남자를 볼 때 엉덩이에 시선을 두는 여인은, 아무래도 남자의 건강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보는데...
그렇게 바라보는 여인 역시 건강을 최고로 여기는 타입이라 봅니다.
남성이나 여성이나, 아침에 거울을 보고...오늘은 또 "얼마나 늙었나"...
그런 시선보단, 오늘은 얼마나 "잘 익어가는지" 이런 마음으로 들여다
보는 넉넉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학에서 가장 동안 중에 한 분인 소정 님의 더 건강한 삶, 더 잘 익어가는
삶을 기원하며...ㅋㅋ^^
진한화장, 보정속옷 그거그거 여자들 쉽게 하는거 아닌데 세븐힐스님께 잘 보이려 노력많이 하신분이네요.
노력에 점수를...
예쁜여자 보다는 노력하는 여자가 더 좋지 않을까!!!
또 성격도 좋으신분 가트여~~
돌아올때까지 충분히 기다린점.
고로 이 상황이 실제라면 좋은여자 같아요.
잼이져서 한문장 한문장 반전을 기대하며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보정속옷으로 자신을 가꾸려는 마음은 대부분 여성의 본능일 겁니다.
그 점에선 그녀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신경 쓰는 모습에 점수를 듬뿍
줬답니다.
두리뭉실 될 대로 돼라는 타입의 여성보단 훨씬 매력적이라 봅니다...ㅎㅎ
언젠가 다시 그런 여인을 만난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사랑의 밧줄로 꽁꽁 묶어" 보쌈이라도 하고 싶습니당...ㅋㅋ^^
카페에서 인기 독차지 하시는 분의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세븐힐스 헉 제가요!!!
가벼운 전가봐요.
칭찬에 점심밥이 꿀맛이예요 ㅋ
@티플 곧 초복이 다가오네요.
가녀린 분이신 것 같은데...,폭염에 건강 유의하시고
든든히 잘 챙겨 드셔요....ㅋㅋ
@세븐힐스 오늘도 좋은일로 꽉~꽉 채우세요!!!!